전후맥락
소크라테스는 벤디스 여신의 축제 행렬을 구경하기 위해 아테네 인근의 페이라이오스를 방문한다. 구경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그는 케팔로스의 아들 폴레마르코스를 만나 집에 초대를 받는다. 케팔로스는 방패 제조업에서 성공을 거둔 상속 재산가다. 그는 30년째 페이라이오스에 거주하는 거류 외국인으로, 폴레마르코스를 비롯하여 뤼시아스와 에우튀데모스를 아들로 둔 연로한 나이의 노인이다. 초대를 받아 방문한 집에서 케팔로스를 만난 소크라테스는 반갑게 인사한 뒤 노령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이 자리에서 노령이 견디기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기인지를 묻는 소크라테스에게, 케팔로스는 욕망의 속박에서 비로소 벗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 노령은 나쁜 것이 아니라고 답한다. 이에 소크라테스는 그의 말에 공감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그가 편안한 노년기를 보낼 수 있는 이유를 올바른 삶의 자세처럼 고상한 무언가가 아니라 단순히 돈이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거라고 이야기한다. 이에 대해 케팔로스는 재산과 명예와 같은 외적 요인이 노년의 행복에 일정 부분 기여할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반박하며, 노년의 행복을 가져오는 참된 본질을 설명하기 위해 테미스토클레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고전본문
케팔로스: 정말이지, 노년이야말로 평화와 자유와 같은 것들이 많이 생긴답니다. 욕망들이 충동질하기를 멈춰서 그로부터 해방되면, 비로소 소포클레스의 말대로 되는 것이니, 즉 많고 많은 광적인 주인들로부터 풀려나게 되는 것이죠. 그러나 이것들에 대해서도 친지들에 대해서도 어떤 하나의 원인이 있습니다. 소크라테스 선생, 그것은 인간의 노령이 아니라 삶의 자세입니다. 질서 있고 작은 것에 만족할 줄 안다면, 노년도 적당하게 힘든 것일 테니까요. 반대로 그럴 줄 모른다면 소크라테스, 그 사람에게는 젊음마저도 버거울 겁니다.
나는 케팔로스의 말에 감탄했고, 그가 계속 이야기하기를 격려하며 말했다네.
소크라테스: 오, 케팔로스님.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셔도, 대중들은 이렇게 생각할 것 같습니다. 그 말씀을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선생님이 노년을 수월하게 견디는 것은 삶의 자세 때문이 아니라 많은 재산을 보유하고 계시기 때문이라고 말입니다. 왜냐하면 부유한 자들에게는 어려움을 덜어낼 수단이 풍부하다고들 하니까요.
그는 말했네.
케팔로스: 옳은 말씀입니다. 그들은 받아들이지 않겠지요. 그리고 그들이 말하는 것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생각하는 만큼은 아닙니다. 테미스토클레스의 경우가 잘 들어맞겠는데요. 그는 어떤 세리포스 사람이 자기 스스로가 아니라 출신 도시 때문에 명성을 얻었다고 비난하자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만약 내가 세리포스 사람으로 태어났다면 지금과 같은 명성을 얻기는 쉽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당신이 아테네 사람으로 태어났다고 해도 명성을 얻기는 어려울 겁니다.”
그러니까 부유하지 않고 노년을 힘겹게 보내는 사람들에게도 같은 말이 들어맞는 거죠. 즉, 훌륭한 사람도 가난하면 노년을 쉽게 견디기 어렵지만, 훌륭하지 않은 사람이 부유하다고 해서 스스로 쉽게 만족할 줄 알게 되는 것도 아니니까요.
토론하기
(1) 테미스토클레스와 세리포스 사람의 일화를 통해 케팔로스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2) 돈이나 명예 등의 외적 요인과 개인의 능력이나 태도와 같은 내적 요인이 성공과 행복에 어느 정도씩 영향을 미쳤는지 각자의 경험을 공유해보자.
(3) 사회적 격차가 개인의 성공과 행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 공동체가 개인의 내적 요인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에 무엇이 있을지 토론하라.
해설읽기
테미스토클레스는 누구인가 ──── 테미스토클레스(기원전 524~459)는 고대 아테네의 정치가이자 장군으로, 페르시아 전쟁 중 아테네의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그는 특히 기원전 480년에 발생한 살라미스 해전에서 아테네 해군을 지휘하여 페르시아의 대규모 함대를 격파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전투의 승리는 페르시아의 그리스 침략을 저지하는 결정적인 전환점이 되었고 테미스토클레스는 아테네의 해군력 강화와 도시의 방어벽 재건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그의 정치적 기복은 변덕스러웠고, 결국 도시에서 추방되어 마케도니아, 페르시아 제국 등을 전전하며 삶을 마감했다.
테미스토클레스의 역설 ──── 테미스토클레스의 말은 동시대인인 케팔로스를 수긍하도록 만들었고, 그 울림은 플라톤의 작품을 통해서 오늘날까지도 전해지고 있다. 그의 말에 이러한 힘을 부여한 것은 무엇일까? 같은 내용물도 포장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서 격이 달라지듯이, 같은 생각도 어떻게 표현을 하는가에 따라서 무게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테미스토클레스의 경우, 그의 말은 역설이라는 포장지에 힘입어 그 울림을 더욱 깊게 하고 있는 듯하다. 테미스토클레스의 말 어느 지점에서 역설의 울림통을 찾을 수 있을까.
어원을 따져볼 때, 역설Paradox은 대중들의 통념과 상식에 반하는 말이나 생각을 가리킨다. 역설의 영단어 ‘Paradox’의 어원은 희랍어 ‘Paradoxa’이고, 이는 다시 ‘Para-‘(너머의, 반하는)와 ‘Doxa'(의견)의 합성어이기 때문이다. 또 그것은 형식 상 어떤 모순적 표현을 함축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모순은 양립할 수 없는 어떤 것이 A이면서 동시에 A가 아니라고 할 때, 우리는 그것을 모순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어떤 것이 살아있는 동시에 죽어있다고 말하거나, 주머니 안에 동전이 있는 동시에 없다고 말하는 경우가 모순이다. 표면적으로는 모순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 깊은 의미나 심층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반(反, anti) 상식적인 말과 사유가 역설인 것이다. 그렇다면 테미스토클레스의 경우는 어떨까?
테미스토클레스의 말은 두 가지 이유에서 역설적이다. 첫째, 테미스토클레스의 말은 대중들의 통념에 반하는 말과 사유를 담고 있다. 일화 속에서 세리포스 사람은 테미스토클레스가 성공하는데 있어서 출신 도시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개인의 성공에 출신 배경이 중요하다는 생각은 비단 저 세리포스 사람만 가지고 있는 생각은 아니다. 이것은 대개의 경우 들어맞는 일이고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통념이다. 그런데 테미스토클레스는 자신의 성공과 명성은 배경이 좋아서 우연히 얻은 것이 아니라 능력이나 성품과 같이 그보다 본질적인 어떤 요인을 자신이 갖추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지적함으로써 그런 통념을 교묘하게 반박하고 있다.
둘째, 테미스토클레스의 말은 모순적 표현을 통해 중요한 의미 혹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명성이 출신 도시 덕분이라는 세리포스 사람의 주장을 한편으로는 긍정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부정하기 때문이다. 테미스토클레스는 자신이 아테네 출신이 아니었다면 지금과 같은 명성을 얻을 수 없었을 거라고 인정한다. 이는 세리포스 사람의 비난을 받아들이고 수긍하는 것처럼 보이는 대목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세리포스 사람이 아테네에서 태어났어도 대단한 명성을 갖지는 못했을 거라고 말했다. 여기서 테미스토클레스는 조금 전과는 다르게 세리포스 사람의 비난을 반박하고 있다. 이것은 비난에 당황해서 요동치는 감정을 따라 좌충우돌하는 것이 아니다. 표면적으로는 모순된 것처럼 보이는 이런 표현을 통해서 그는 단지 출신만 좋다고 해서 높은 명성이 보장되지 않으며 비범한 능력이나 성품같이 어떤 본질적인 원인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테미스토클레스의 메시지 ──── 케팔로스가 제시하는 테미스토클레스의 일화에서, 테미스토클레스는 세리포스 출신의 누군가로부터 그의 명성이 능력이나 자질 때문이 아니라 그저 출신 도시가 좋기 때문이라는 비난을 받는다. 이에 테미스토클레스는 만약 자신이 세리포스 사람으로 태어났다면 분명 지금처럼 유명해지기는 어려웠겠지만, 반대로 상대방이 아테네 사람으로 태어난다고 해서 자신과 같은 명성을 떨치게 되지는 못할 거라고 대답한다.
테미스토클레스의 이러한 답변은 출신 국가가 사회적 성공의 조건 중 하나가 될 수는 있어도 그것의 본질은 되지 못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즉, 테미스토클레스는 자신의 답변을 통해 자신의 성공이 출신 국가와 같은 부수적 요소가 아니라 능력과 자질에 기인한 것임을 내보인 것이다. 자신이 세리포스 사람이었다면 큰 명성을 얻을 수 없었을 거라고 인정하면서도, 상대방이 아테네 사람으로 태어난다고 해도 그러한 명성을 가질 수는 없을 거라고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출신 국가는 성공의 부수적 조건일 뿐 그것을 가져오는 본질은 아니다. 만약 출신 국가가 성공의 본질이라면, 테미스토클레스와 출신 국가가 같은 모든 사람이 사회적으로 성공하여 명성을 얻어야 하겠지만, 테미스토클레스는 상대방이 아테네 사람이어도 명성을 갖기 어려울 거라고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테미스토클레스의 말은 출신 국가는 성공을 위한 필요조건일 수는 있어도 충분조건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키워드
노년, 성공, 소크라테스, 역설, 케팔로스, 테미스토틀레스, 패러독스, 플라톤, 행복
전후맥락
소크라테스는 벤디스 여신의 축제 행렬을 구경하기 위해 아테네 인근의 페이라이오스를 방문한다. 구경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그는 케팔로스의 아들 폴레마르코스를 만나 집에 초대를 받는다. 케팔로스는 방패 제조업에서 성공을 거둔 상속 재산가다. 그는 30년째 페이라이오스에 거주하는 거류 외국인으로, 폴레마르코스를 비롯하여 뤼시아스와 에우튀데모스를 아들로 둔 연로한 나이의 노인이다. 초대를 받아 방문한 집에서 케팔로스를 만난 소크라테스는 반갑게 인사한 뒤 노령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이 자리에서 노령이 견디기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기인지를 묻는 소크라테스에게, 케팔로스는 욕망의 속박에서 비로소 벗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 노령은 나쁜 것이 아니라고 답한다. 이에 소크라테스는 그의 말에 공감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그가 편안한 노년기를 보낼 수 있는 이유를 올바른 삶의 자세처럼 고상한 무언가가 아니라 단순히 돈이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거라고 이야기한다. 이에 대해 케팔로스는 재산과 명예와 같은 외적 요인이 노년의 행복에 일정 부분 기여할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반박하며, 노년의 행복을 가져오는 참된 본질을 설명하기 위해 테미스토클레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고전본문
케팔로스: 정말이지, 노년이야말로 평화와 자유와 같은 것들이 많이 생긴답니다. 욕망들이 충동질하기를 멈춰서 그로부터 해방되면, 비로소 소포클레스의 말대로 되는 것이니, 즉 많고 많은 광적인 주인들로부터 풀려나게 되는 것이죠. 그러나 이것들에 대해서도 친지들에 대해서도 어떤 하나의 원인이 있습니다. 소크라테스 선생, 그것은 인간의 노령이 아니라 삶의 자세입니다. 질서 있고 작은 것에 만족할 줄 안다면, 노년도 적당하게 힘든 것일 테니까요. 반대로 그럴 줄 모른다면 소크라테스, 그 사람에게는 젊음마저도 버거울 겁니다.
나는 케팔로스의 말에 감탄했고, 그가 계속 이야기하기를 격려하며 말했다네.
소크라테스: 오, 케팔로스님.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셔도, 대중들은 이렇게 생각할 것 같습니다. 그 말씀을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선생님이 노년을 수월하게 견디는 것은 삶의 자세 때문이 아니라 많은 재산을 보유하고 계시기 때문이라고 말입니다. 왜냐하면 부유한 자들에게는 어려움을 덜어낼 수단이 풍부하다고들 하니까요.
그는 말했네.
케팔로스: 옳은 말씀입니다. 그들은 받아들이지 않겠지요. 그리고 그들이 말하는 것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생각하는 만큼은 아닙니다. 테미스토클레스의 경우가 잘 들어맞겠는데요. 그는 어떤 세리포스 사람이 자기 스스로가 아니라 출신 도시 때문에 명성을 얻었다고 비난하자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만약 내가 세리포스 사람으로 태어났다면 지금과 같은 명성을 얻기는 쉽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당신이 아테네 사람으로 태어났다고 해도 명성을 얻기는 어려울 겁니다.”
그러니까 부유하지 않고 노년을 힘겹게 보내는 사람들에게도 같은 말이 들어맞는 거죠. 즉, 훌륭한 사람도 가난하면 노년을 쉽게 견디기 어렵지만, 훌륭하지 않은 사람이 부유하다고 해서 스스로 쉽게 만족할 줄 알게 되는 것도 아니니까요.
토론하기
(1) 테미스토클레스와 세리포스 사람의 일화를 통해 케팔로스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2) 돈이나 명예 등의 외적 요인과 개인의 능력이나 태도와 같은 내적 요인이 성공과 행복에 어느 정도씩 영향을 미쳤는지 각자의 경험을 공유해보자.
(3) 사회적 격차가 개인의 성공과 행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 공동체가 개인의 내적 요인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에 무엇이 있을지 토론하라.
해설읽기
테미스토클레스는 누구인가 ──── 테미스토클레스(기원전 524~459)는 고대 아테네의 정치가이자 장군으로, 페르시아 전쟁 중 아테네의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그는 특히 기원전 480년에 발생한 살라미스 해전에서 아테네 해군을 지휘하여 페르시아의 대규모 함대를 격파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전투의 승리는 페르시아의 그리스 침략을 저지하는 결정적인 전환점이 되었고 테미스토클레스는 아테네의 해군력 강화와 도시의 방어벽 재건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그의 정치적 기복은 변덕스러웠고, 결국 도시에서 추방되어 마케도니아, 페르시아 제국 등을 전전하며 삶을 마감했다.
테미스토클레스의 역설 ──── 테미스토클레스의 말은 동시대인인 케팔로스를 수긍하도록 만들었고, 그 울림은 플라톤의 작품을 통해서 오늘날까지도 전해지고 있다. 그의 말에 이러한 힘을 부여한 것은 무엇일까? 같은 내용물도 포장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서 격이 달라지듯이, 같은 생각도 어떻게 표현을 하는가에 따라서 무게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테미스토클레스의 경우, 그의 말은 역설이라는 포장지에 힘입어 그 울림을 더욱 깊게 하고 있는 듯하다. 테미스토클레스의 말 어느 지점에서 역설의 울림통을 찾을 수 있을까.
어원을 따져볼 때, 역설Paradox은 대중들의 통념과 상식에 반하는 말이나 생각을 가리킨다. 역설의 영단어 ‘Paradox’의 어원은 희랍어 ‘Paradoxa’이고, 이는 다시 ‘Para-‘(너머의, 반하는)와 ‘Doxa'(의견)의 합성어이기 때문이다. 또 그것은 형식 상 어떤 모순적 표현을 함축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모순은 양립할 수 없는 어떤 것이 A이면서 동시에 A가 아니라고 할 때, 우리는 그것을 모순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어떤 것이 살아있는 동시에 죽어있다고 말하거나, 주머니 안에 동전이 있는 동시에 없다고 말하는 경우가 모순이다. 표면적으로는 모순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 깊은 의미나 심층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반(反, anti) 상식적인 말과 사유가 역설인 것이다. 그렇다면 테미스토클레스의 경우는 어떨까?
테미스토클레스의 말은 두 가지 이유에서 역설적이다. 첫째, 테미스토클레스의 말은 대중들의 통념에 반하는 말과 사유를 담고 있다. 일화 속에서 세리포스 사람은 테미스토클레스가 성공하는데 있어서 출신 도시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개인의 성공에 출신 배경이 중요하다는 생각은 비단 저 세리포스 사람만 가지고 있는 생각은 아니다. 이것은 대개의 경우 들어맞는 일이고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통념이다. 그런데 테미스토클레스는 자신의 성공과 명성은 배경이 좋아서 우연히 얻은 것이 아니라 능력이나 성품과 같이 그보다 본질적인 어떤 요인을 자신이 갖추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지적함으로써 그런 통념을 교묘하게 반박하고 있다.
둘째, 테미스토클레스의 말은 모순적 표현을 통해 중요한 의미 혹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명성이 출신 도시 덕분이라는 세리포스 사람의 주장을 한편으로는 긍정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부정하기 때문이다. 테미스토클레스는 자신이 아테네 출신이 아니었다면 지금과 같은 명성을 얻을 수 없었을 거라고 인정한다. 이는 세리포스 사람의 비난을 받아들이고 수긍하는 것처럼 보이는 대목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세리포스 사람이 아테네에서 태어났어도 대단한 명성을 갖지는 못했을 거라고 말했다. 여기서 테미스토클레스는 조금 전과는 다르게 세리포스 사람의 비난을 반박하고 있다. 이것은 비난에 당황해서 요동치는 감정을 따라 좌충우돌하는 것이 아니다. 표면적으로는 모순된 것처럼 보이는 이런 표현을 통해서 그는 단지 출신만 좋다고 해서 높은 명성이 보장되지 않으며 비범한 능력이나 성품같이 어떤 본질적인 원인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테미스토클레스의 메시지 ──── 케팔로스가 제시하는 테미스토클레스의 일화에서, 테미스토클레스는 세리포스 출신의 누군가로부터 그의 명성이 능력이나 자질 때문이 아니라 그저 출신 도시가 좋기 때문이라는 비난을 받는다. 이에 테미스토클레스는 만약 자신이 세리포스 사람으로 태어났다면 분명 지금처럼 유명해지기는 어려웠겠지만, 반대로 상대방이 아테네 사람으로 태어난다고 해서 자신과 같은 명성을 떨치게 되지는 못할 거라고 대답한다.
테미스토클레스의 이러한 답변은 출신 국가가 사회적 성공의 조건 중 하나가 될 수는 있어도 그것의 본질은 되지 못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즉, 테미스토클레스는 자신의 답변을 통해 자신의 성공이 출신 국가와 같은 부수적 요소가 아니라 능력과 자질에 기인한 것임을 내보인 것이다. 자신이 세리포스 사람이었다면 큰 명성을 얻을 수 없었을 거라고 인정하면서도, 상대방이 아테네 사람으로 태어난다고 해도 그러한 명성을 가질 수는 없을 거라고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출신 국가는 성공의 부수적 조건일 뿐 그것을 가져오는 본질은 아니다. 만약 출신 국가가 성공의 본질이라면, 테미스토클레스와 출신 국가가 같은 모든 사람이 사회적으로 성공하여 명성을 얻어야 하겠지만, 테미스토클레스는 상대방이 아테네 사람이어도 명성을 갖기 어려울 거라고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테미스토클레스의 말은 출신 국가는 성공을 위한 필요조건일 수는 있어도 충분조건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키워드
노년, 성공, 소크라테스, 역설, 케팔로스, 테미스토틀레스, 패러독스, 플라톤,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