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등대로》(1927)는 작가가 부모님과 자신의 어린시절에 대한 기억을 바탕으로 쓴 자서전적 작품이다. 울프의 아버지 레슬리 스티븐은 문필가이자 산악인으로 영국 곳곳을 도보로 탐험했는데, 1875년 우연히 콘월지방 해변가에 위치한 세인트 아이브즈(St Ives)라는 작은 마을을 발견해 가족의 여름휴양지로 삼았다. 세인트 아이브스는 아름다운 풍경과 목가적인 분위기를 가진 해변 마을로 울프 가족은 그곳에서 여러해 여름 휴가를 보냈다. 이 여행은 울프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소설 《등대로》의 배경이 되었다. 이들 가족이 머물렀던 “탈란드 하우스”라는 큰 저택에서는 바다 멀리 고드레비(Godrevy) 등대를 볼 수 있었는데 이 등대는 소설 속 핵심 요소로 등장한다. 울프 가족의 세인트 아이브스로의 여름여행은 1895년 어머니 줄리아가 사망하면서 끝을 맺는다. 소설 속 램지부인이 죽음과 겹쳐지는 대목이다. 이후 세인트 아이브즈는 울프에게 유년시절의 잃어버린 천국과 같은 이미지로 남았고, 마침내 《등대로》에 유년기의 추억과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담아냈다. 울프의 언니이자 화가인 바네사 벨은 완성된 작품을 읽고서, 소설 《등대로》가 자신들의 부모님을 너무나도 아름답게 재현해 냈다고 평가했다.
소설은 “창,” “시간이 흐른다,” 그리고 “등대”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있는데, “창”에서는 수채화같이 잔잔한 해변가 마을을 배경으로 세계 제 1차 대전 직전, 평화로운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리고 중간에 삽입된 “시간이 흐른다” 부분을 중심으로 작품은 반전을 보여준다. 뒷부분 “등대”에서는 전쟁이 끝나고 램지 부인을 비롯해 여러 가족들이 죽은 후, 남은 사람들이 10년 만에 다시 별장에 모여 10년 전 계획했다가 실행하지 못했던 등대 탐험에 나선다. 반면에, 램지 부인의 권고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혼하지 않고 화가로 살아온 릴리는 마침내 램지부인을 그린 그림을 완성하는 것으로 소설이 마무리된다.
이 작품은 실험적인 기법으로도 뛰어난데, 흥미롭게도 중간의 “시간이 흐른다” 부분은 10년이라는 세월이 경과하는 상황을 파도소리와 낡아가는 집 등, 무생물의 관점에서 간략하게 묘사해 마치 영화장면에서 카메라 워크로 시간경과를 압축해 보여주는 듯한 효과를 준다. 또한 율프 특유의 의식의 흐름 기법을 통해 각 인물들의 내면을 기술하고 있어, 처음 작품을 접하는 독자들에게는 조금 난해한 느낌을 줄 수도 있지만, 익숙해지면 모더니즘 문학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걸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