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맥락
바우와 경환이는 동갑내기 친구이다. 지난해 봄 한날에 같은 소학교를 졸업했다. 부유한 마름집 외아들인 경환이는 서울의 상급학교로 진학한 반면, 가난한 소작농의 아들인 바우는 그보다 성적이 훨씬 좋았음에도 집에서 소를 돌보며 농사일을 도울 수밖에 없었다. 바우는 틈틈이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배우지 못하는 울적함을 달래었다. 얼마 전 여름방학을 한 경환이가 집으로 돌아왔는데, 말쑥한 옷차림에 서울 자랑 학교 자랑을 늘어놓으며 동네방네 애들을 몰고 다니는 꼴이 볼썽사납다.
경환이는 동네 아이들에게 유행가를 가르치고 방학 숙제로 표본을 만든다며 동네 나비의 씨를 말릴 기세다. 이 모든 게 못마땅한 바우는 자신이 잡고 있는 호랑나비를 달라는 경환이의 요구를 무시하고 눈앞에서 날려보낸다. 이에 심술이 난 경환이는 나비를 잡는답시고 보란듯이 바우네 참외밭에 들어가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참외 넝쿨을 짓밟는다. 그 참외밭은 햇곡식이 나기 전까지 바우네 가족의 생계가 달려있는데, 자신의 학교 성적이 달린 나비 채집이 더 중하다는 경환이의 뻔뻔함에 바우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경환이의 멱살을 잡고 싸운다.
아이들 싸움은 어른 싸움으로 번져서 바우 어머니와 아버지가 차례로 경환이네 집에 불려간다. 경환이네 집에서는 바우가 나비를 잡아 가지고 와서 경환이에게 빌지 않으면 내년부터 땅을 빌려 농사 지을 생각도 하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힘없는 바우 부모는 땅을 못 부치게 될까봐 전전긍긍하며 “어서 나비 잡아 가지고 가서 빌라”며 무조건 바우만 나무란다. 잘못한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바우는 사과하지 않고 고집을 부리다가 아버지에게 아끼는 그림책을 찢긴다.
고전본문
이튿날 아침이다. 건넌방 모퉁이서 바우는 아버지와 얼굴이 마주쳤다. 아버지는 어제와 다름없는 그 얼굴 그 음성으로 부엌에서 아침을 짓는 어머니를 향해 소리쳤다.
“오늘도 저놈이 제 고집만 세고 나빌 잡아 가지 않거든 밥 주지 말어.”
그리고 바우를 향해서는,
“오늘은 나빌 잡아 가지고 가 봐야 허지. 그렇지 않으랴거든 영 집에 들어올 생각 말어라, 인마.”
그 아버지가 보이지 않는 곳에 이르자 어머니는 부엌에서 나와 작은 음성으로 바우를 달랜다.
“아버지 속상하시게 하지 말고 오늘은 나빌 잡아 가지고 가 봐라. 땅이 떨어지거나 하면 너는 좋겠니? 생각해 봐라.”
바우는 여전히 말이 없다. 어머니는 그것을 바우가 순종하는 뜻으로 여긴 모양, 부엌에서 아침을 차리기에 분주하였다.
“얼른 밥 차려 줄게. 먹고 나가 봐.”
그러나 바우는 어머니가 밥상을 날라오기 전에 자기가 먼저 슬며시 집 밖으로 나갔다. 밥을 열 끼를 굶는 한이 있더라도 그 경환이 앞에 나비를 잡아 가지고 가서 머리를 숙이기는 무엇보다 싫었다. 아들의 그만한 체면쯤 보아줄 줄 모르고 자기네 요구만 고집하는 아버지가 그리고 어머니까지 바우는 무척 야속했다. 노여웠다.
바우는 동구* 밖 아랫마을로 가는 길가 축동**버드나무 그늘 밑을 고개를 숙여 생각에 잠기며 걷는다. 아침부터 요란스레 매미는 울고 그리고 속상하게 눈에 보이는 것은 여기저기 풀 위로 너풀거리는 나비다.
바우는 그 나비를 피해 가는 듯 문득 걸음을 바꿔 뒷산으로 올라갔다. 거기서 바우는 일상 하던 버릇으로 풀을 베어 널고 그 위에 벌렁 나둥그러져 하늘을 쳐다본다. 집에서보다 갑절 어버이에게 대한 야속함과 노여움이 사무친다.
‘아버지 말대로 정말 집을 나오고 말까? 그러면 아버지도 뉘우칠 때가 있겠지. 그리고 서울 같은 도회로 나가서 어떻게 고학***이라도 해 볼까?’
바우는 정말 그렇게 해 볼 것처럼 벌떡 일어선다. 그리고 걸음 걸리는 대로 따라 산 아래로 내려간다.
산 중턱쯤 이르렀다. 건너다보이는 맞은편 언덕 너머 모밀밭 두덩에 허연 사람의 그림자가 엎드려졌다 일어섰다 하며 무엇을 쫓는 모양으로 움직인다.
‘흥! 경환이 저놈이 또 나비를 잡는구나.’
하고 바우는 입가에 업신여기는 웃음을 짓는다. 산을 또 좀 내려와 바라볼 때 경환이로 본 그것은 어른이 분명했다.
‘흥! 경환이란 놈이 저이 집 머슴을 시켜 나비를 잡게 하는구나.’
그리고 바우는 또 한 번 같은 웃음을 웃는다.
바우는 산을 내려와 맞은편 언덕 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가까운 거리에서 모밀밭을 내려다보았을 때 그는 놀라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경환이 집 머슴으로 본 사람은 남 아닌 바로 자기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농립****을 벗어들고 나비를 쫓아 엎드렸다 일어섰다 하며 그 똑똑치 못한 걸음으로 밭두덩을 지척지척 돌고 있다.
바우는 머리를 얻어맞는 듯 멍하니 아래를 바라보고 섰다. 그러다가 갑자기 언덕 모래 비탈을 지르르 미끄러져 내려가며 그렇게 빠른 속력으로 지금까지 잠겨 있던 어둔 마음에서 벗어나 그 아버지가 무척 불쌍하고 정답고 그리고 그 아버지를 위하여서는 어떠한 어려운 일이든지 못할 것이 없을 것 같고, 바우는 울음이 되어 터져 나오려는 마음을 가슴 가득히 참으며 언덕 아래 모밀밭을 향해 소리쳤다.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동구(洞口): 동네 어귀. 마을로 들어서는 목의 첫머리.
**축동(築垌): 물이 치고 들어오거나 넘치는 것을 막기 위하여 둑을 크게 쌓음. 또는 그 둑.
***고학(苦學): 학비를 자기 힘으로 벌어서 고생하며 배움.
****농립(農笠): 여름에 농사일을 할 때 쓰는, 밀짚이나 보릿짚 따위로 만든 모자.
토론하기
(1) 바우네 부모님은 왜 잘못도 없는 바우를 나무랐을까? 내가 바우 부모님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2) 바우는 어떤 심정으로 아버지를 부르며 달려갔을까?
해설읽기
마름은 지주를 대신하여 소작지를 관리하는 사람을 말한다. 농사지을 땅이 없는 농민은 소작료를 지불하고 땅을 빌려 농사를 지었다. 가진 땅이 많지 않은 중소 지주는 직접 땅을 관리했지만, 많은 땅을 가진 대지주나 소유지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지주는 마름이라는 관리인을 두었다. 마름은 소작료를 걷는 일부터 소작농을 정하고 해지하는 일, 때로는 소작료를 결정하는 일까지 맡으면서 농민들에게 지주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일제 강점기에는 마름의 ‘갑질’이 갈수록 심해져서 “지주보다 더한 마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마름인 경환이네 아버지와 그 땅을 부치는 바우네 아버지는 철저한 갑-을 관계인 것이다.
나비 때문에 마름집 아들 경환이와 싸운 바우는 아버지한테 무척 혼이 난다. 바우 입장에서는 참외밭을 망쳐 놓는 경환이를 저지한 것뿐인데, 칭찬을 해도 모자랄 판에 경환이 편에서 윽박지르며 아끼는 그림책까지 찢어버린 아버지가 서운하고 야속하기만 하다. 자신보다 공부 못했던 경환이는 서울로 유학 가서 나날이 발전하는데, 나는 송아지한테 풀이나 뜯게 하며 허송세월하는 것도 가뜩이나 서러운데 말이다.
“나비를 잡아오기 전에는 집에 들어올 생각도 하지 말라”는 아버지 말씀대로 확 가출해버릴까? 서울 같은 도시로 나가 학비를 벌면서 공부를 해보면 어떨까? 바우는 아들 체면은 몰라주고 본인들 요구만 고집하는 것에 화가 나 집을 나갈 궁리를 하며 뒷산을 내려오다가 맞은편 언덕 메밀 밭에서 자기 대신 뒤뚱거리며 나비를 잡고 있는 아버지를 발견한다. 바우는 머리를 얻어맞은 듯 멍하니 있다가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를 소리쳐 부른다. 바우가 “지금까지 잠겨 있던 어둔 마음에서 벗어나 그 아버지가 무척 불쌍하고 정답고 그리고 그 아버지를 위하여서는 어떠한 어려운 일이든지 못할 것이 없을 것 같”다고 느끼는 건, 초라하고 약한 모습 이면에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의 무게와 자신을 향한 사랑을 이해했기 때문일 것이다.
키워드
가장, 나비, 부성애, 신분 격차, 아버지와 아들, 체면
전후맥락
바우와 경환이는 동갑내기 친구이다. 지난해 봄 한날에 같은 소학교를 졸업했다. 부유한 마름집 외아들인 경환이는 서울의 상급학교로 진학한 반면, 가난한 소작농의 아들인 바우는 그보다 성적이 훨씬 좋았음에도 집에서 소를 돌보며 농사일을 도울 수밖에 없었다. 바우는 틈틈이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배우지 못하는 울적함을 달래었다. 얼마 전 여름방학을 한 경환이가 집으로 돌아왔는데, 말쑥한 옷차림에 서울 자랑 학교 자랑을 늘어놓으며 동네방네 애들을 몰고 다니는 꼴이 볼썽사납다.
경환이는 동네 아이들에게 유행가를 가르치고 방학 숙제로 표본을 만든다며 동네 나비의 씨를 말릴 기세다. 이 모든 게 못마땅한 바우는 자신이 잡고 있는 호랑나비를 달라는 경환이의 요구를 무시하고 눈앞에서 날려보낸다. 이에 심술이 난 경환이는 나비를 잡는답시고 보란듯이 바우네 참외밭에 들어가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참외 넝쿨을 짓밟는다. 그 참외밭은 햇곡식이 나기 전까지 바우네 가족의 생계가 달려있는데, 자신의 학교 성적이 달린 나비 채집이 더 중하다는 경환이의 뻔뻔함에 바우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경환이의 멱살을 잡고 싸운다.
아이들 싸움은 어른 싸움으로 번져서 바우 어머니와 아버지가 차례로 경환이네 집에 불려간다. 경환이네 집에서는 바우가 나비를 잡아 가지고 와서 경환이에게 빌지 않으면 내년부터 땅을 빌려 농사 지을 생각도 하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힘없는 바우 부모는 땅을 못 부치게 될까봐 전전긍긍하며 “어서 나비 잡아 가지고 가서 빌라”며 무조건 바우만 나무란다. 잘못한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바우는 사과하지 않고 고집을 부리다가 아버지에게 아끼는 그림책을 찢긴다.
고전본문
이튿날 아침이다. 건넌방 모퉁이서 바우는 아버지와 얼굴이 마주쳤다. 아버지는 어제와 다름없는 그 얼굴 그 음성으로 부엌에서 아침을 짓는 어머니를 향해 소리쳤다.
“오늘도 저놈이 제 고집만 세고 나빌 잡아 가지 않거든 밥 주지 말어.”
그리고 바우를 향해서는,
“오늘은 나빌 잡아 가지고 가 봐야 허지. 그렇지 않으랴거든 영 집에 들어올 생각 말어라, 인마.”
그 아버지가 보이지 않는 곳에 이르자 어머니는 부엌에서 나와 작은 음성으로 바우를 달랜다.
“아버지 속상하시게 하지 말고 오늘은 나빌 잡아 가지고 가 봐라. 땅이 떨어지거나 하면 너는 좋겠니? 생각해 봐라.”
바우는 여전히 말이 없다. 어머니는 그것을 바우가 순종하는 뜻으로 여긴 모양, 부엌에서 아침을 차리기에 분주하였다.
“얼른 밥 차려 줄게. 먹고 나가 봐.”
그러나 바우는 어머니가 밥상을 날라오기 전에 자기가 먼저 슬며시 집 밖으로 나갔다. 밥을 열 끼를 굶는 한이 있더라도 그 경환이 앞에 나비를 잡아 가지고 가서 머리를 숙이기는 무엇보다 싫었다. 아들의 그만한 체면쯤 보아줄 줄 모르고 자기네 요구만 고집하는 아버지가 그리고 어머니까지 바우는 무척 야속했다. 노여웠다.
바우는 동구* 밖 아랫마을로 가는 길가 축동**버드나무 그늘 밑을 고개를 숙여 생각에 잠기며 걷는다. 아침부터 요란스레 매미는 울고 그리고 속상하게 눈에 보이는 것은 여기저기 풀 위로 너풀거리는 나비다.
바우는 그 나비를 피해 가는 듯 문득 걸음을 바꿔 뒷산으로 올라갔다. 거기서 바우는 일상 하던 버릇으로 풀을 베어 널고 그 위에 벌렁 나둥그러져 하늘을 쳐다본다. 집에서보다 갑절 어버이에게 대한 야속함과 노여움이 사무친다.
‘아버지 말대로 정말 집을 나오고 말까? 그러면 아버지도 뉘우칠 때가 있겠지. 그리고 서울 같은 도회로 나가서 어떻게 고학***이라도 해 볼까?’
바우는 정말 그렇게 해 볼 것처럼 벌떡 일어선다. 그리고 걸음 걸리는 대로 따라 산 아래로 내려간다.
산 중턱쯤 이르렀다. 건너다보이는 맞은편 언덕 너머 모밀밭 두덩에 허연 사람의 그림자가 엎드려졌다 일어섰다 하며 무엇을 쫓는 모양으로 움직인다.
‘흥! 경환이 저놈이 또 나비를 잡는구나.’
하고 바우는 입가에 업신여기는 웃음을 짓는다. 산을 또 좀 내려와 바라볼 때 경환이로 본 그것은 어른이 분명했다.
‘흥! 경환이란 놈이 저이 집 머슴을 시켜 나비를 잡게 하는구나.’
그리고 바우는 또 한 번 같은 웃음을 웃는다.
바우는 산을 내려와 맞은편 언덕 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가까운 거리에서 모밀밭을 내려다보았을 때 그는 놀라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경환이 집 머슴으로 본 사람은 남 아닌 바로 자기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농립****을 벗어들고 나비를 쫓아 엎드렸다 일어섰다 하며 그 똑똑치 못한 걸음으로 밭두덩을 지척지척 돌고 있다.
바우는 머리를 얻어맞는 듯 멍하니 아래를 바라보고 섰다. 그러다가 갑자기 언덕 모래 비탈을 지르르 미끄러져 내려가며 그렇게 빠른 속력으로 지금까지 잠겨 있던 어둔 마음에서 벗어나 그 아버지가 무척 불쌍하고 정답고 그리고 그 아버지를 위하여서는 어떠한 어려운 일이든지 못할 것이 없을 것 같고, 바우는 울음이 되어 터져 나오려는 마음을 가슴 가득히 참으며 언덕 아래 모밀밭을 향해 소리쳤다.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동구(洞口): 동네 어귀. 마을로 들어서는 목의 첫머리.
**축동(築垌): 물이 치고 들어오거나 넘치는 것을 막기 위하여 둑을 크게 쌓음. 또는 그 둑.
***고학(苦學): 학비를 자기 힘으로 벌어서 고생하며 배움.
****농립(農笠): 여름에 농사일을 할 때 쓰는, 밀짚이나 보릿짚 따위로 만든 모자.
토론하기
(1) 바우네 부모님은 왜 잘못도 없는 바우를 나무랐을까? 내가 바우 부모님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2) 바우는 어떤 심정으로 아버지를 부르며 달려갔을까?
해설읽기
마름은 지주를 대신하여 소작지를 관리하는 사람을 말한다. 농사지을 땅이 없는 농민은 소작료를 지불하고 땅을 빌려 농사를 지었다. 가진 땅이 많지 않은 중소 지주는 직접 땅을 관리했지만, 많은 땅을 가진 대지주나 소유지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지주는 마름이라는 관리인을 두었다. 마름은 소작료를 걷는 일부터 소작농을 정하고 해지하는 일, 때로는 소작료를 결정하는 일까지 맡으면서 농민들에게 지주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일제 강점기에는 마름의 ‘갑질’이 갈수록 심해져서 “지주보다 더한 마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마름인 경환이네 아버지와 그 땅을 부치는 바우네 아버지는 철저한 갑-을 관계인 것이다.
나비 때문에 마름집 아들 경환이와 싸운 바우는 아버지한테 무척 혼이 난다. 바우 입장에서는 참외밭을 망쳐 놓는 경환이를 저지한 것뿐인데, 칭찬을 해도 모자랄 판에 경환이 편에서 윽박지르며 아끼는 그림책까지 찢어버린 아버지가 서운하고 야속하기만 하다. 자신보다 공부 못했던 경환이는 서울로 유학 가서 나날이 발전하는데, 나는 송아지한테 풀이나 뜯게 하며 허송세월하는 것도 가뜩이나 서러운데 말이다.
“나비를 잡아오기 전에는 집에 들어올 생각도 하지 말라”는 아버지 말씀대로 확 가출해버릴까? 서울 같은 도시로 나가 학비를 벌면서 공부를 해보면 어떨까? 바우는 아들 체면은 몰라주고 본인들 요구만 고집하는 것에 화가 나 집을 나갈 궁리를 하며 뒷산을 내려오다가 맞은편 언덕 메밀 밭에서 자기 대신 뒤뚱거리며 나비를 잡고 있는 아버지를 발견한다. 바우는 머리를 얻어맞은 듯 멍하니 있다가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를 소리쳐 부른다. 바우가 “지금까지 잠겨 있던 어둔 마음에서 벗어나 그 아버지가 무척 불쌍하고 정답고 그리고 그 아버지를 위하여서는 어떠한 어려운 일이든지 못할 것이 없을 것 같”다고 느끼는 건, 초라하고 약한 모습 이면에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의 무게와 자신을 향한 사랑을 이해했기 때문일 것이다.
키워드
가장, 나비, 부성애, 신분 격차, 아버지와 아들, 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