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맥락
서우성(壽生)은 당사무소에서 풀려난 린 사장에게 가게에 남은 돈을 챙겨서 한두 달 피신할 것을 권한다. 린 씨 부인은 자신이 은밀히 모아둔 이백 위안 가량의 돈을 내놓으며 남편에게 절반을 챙겨서 딸 밍슈(明秀)를 데리고 떠나라고 하는 한편 딸을 서우성과 맺어주자고 한다. 결국 린 씨네 가게는 파산하고 린 사장이 도망했다는 소식이 온 읍내에 퍼지자 빚쟁이들이 몰려든다. 헝위안(恒源)과 다른 채권자들이 저당 잡을 물건을 나누느라 다투는 가운데, 주(朱) 씨네 셋째 마님, 천라오치(陳老七), 장(張) 과부는 가게를 지키는 경찰들에게 저지당하며 문턱조차 넘지 못한다. 그들은 전 재산이 떼일 위기에 처하자 평소 “가난한 사람들을 보호한다”고 부르짖던 국민당 사무소에 도움을 청하기 위해 찾아간다.
고전본문
“셋째 마님, 장 씨 아주머니, 왜 여기 앉아서 울고 계세요! 물건은 저놈들이 다 나누었다고요! 내 입 하나로는 저놈들 열 몇 개 주둥이를 당해낼 수 없어요. 이 개 같은 강도놈들이 억지를 부리면서 우리 돈은 청산하지 않겠다고 우긴다니까요……”
장 과부가 듣더니 더욱 서럽게 울었다. 아까 (장 과부를 희롱하던) 그 경찰이 다시 돌아와 나무 곤봉으로 장 과부의 어깨를 툭툭 밀치며 말했다.
“어이, 울긴 왜 울어? 당신 바깥 양반 죽은 지가 언젠데 아직까지 울고 있는 거야?”
“개소리! 남들이 우리 몫을 빼앗아갔는데 네놈은 여자를 희롱하려는 게냐?”
천라오치가 노발대발 소리를 지르며 경찰을 힘껏 밀쳤다. 그 경찰은 눈을 동그랗게 치켜뜨더니 곤봉을 들고 때리려고 했다. 구경하던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그 경찰에게 욕을 퍼부었다. 그러자 다른 경찰이 얼른 달려오더니 천라오치를 떼어놓으며 말했다.
“여기서 떠들어봐야 소용없어. 우린 서로 원한진 것도 없고 상인회에서 문을 지켜달라고 해서 온 것 뿐, 우리도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다고.”
“천라오치, 당사무소에 가서 고발해보는 게 어때?”
군중 속에서 누군가가 소리쳤다. 목소리만 들어도 이 거리에서 유명한 떠돌이 땡중임을 알 수 있었다.
“그래 가보게. 그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지나 좀 보자구.”
여기저기서 너도나도 소리쳤다. 그러나 문제를 일으킨 그 경찰은 냉소를 짓더니 천라오치의 어깨를 잡아 젖히며 말했다.
“내 충고하는데 성가시게 굴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거기 가 봐야 아무 소용 없어! 린 사장이나 기다렸다가 청산하라고. 그도 입을 싹 씻지는 못할 테니까.”
천라오치는 표정이 사나워졌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구경꾼들이 가보라고 부추기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주 씨네 셋째 마님과 장 과부를 바라보며 말했다.
“한 번 가보는 게 어때요? 그쪽에선 허구한 날 가난한 사람들을 보호한다고 떠들어대잖아요.”
“좋아요. 어제 그들이 린 사장을 잡아 가둔 것도 가난한 사람들의 돈이 떼일까봐 도망가지 못하게 막는 거라고 했어요.”
또 다시 가보라고 하는 소리가 길게 울렸다. 그리하여 뜻하지 않게 천라오치 등 세 사람과 한 무리의 구경꾼들이 당사무소가 있는 길로 가게 되었다. 장 과부는 가는 길 내내 통곡하면서 자신의 남편을 때려죽인 강도 같은 군인에게 저주를 퍼붓고 빌어먹을 린 사장에게 저주를 퍼붓고 그 개 같은 경찰에게도 저주를 퍼부었다.
목적지에 다다랐을 때 문 앞에 줄지어 서 있던 경찰 네 명이 곤봉을 들고 멀리서 고함치는 모습이 보였다.
“꺼져! 다가오지 마!”
“우리는 고소하러 왔소. 린 씨네 가게가 망했는데 우리가 빌려준 돈을 받지 못했단 말이오.”
천라오치가 가장 앞줄에 서서 큰 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경찰들 뒤에서 갑자기 곰보가 튀어나오며 성난 목소리로 호통을 쳤다. 경찰들은 여전히 선 채로 말로만 으름장을 놓았다. 천라오치 뒤에 있던 구경꾼들이 웅성웅성 떠들기 시작했다. 곰보가 화를 내며 소리 질렀다.
“천지 분간 못하는 쌍놈들! 여기가 너희들 그런 일이나 처리해주는 데인 줄 알아? 물러나지 않으면 발포할 거야!”
곰보가 발을 구르며 그 네 명의 경찰들에게 때리라고 소리쳤다. 맨 앞줄에 서 있던 천라오치는 이미 몇 대를 얻어맞았다. 구경꾼들이 어지럽게 흩어졌다. 늙고 힘 없는 주 씨네 셋째 마님이 넘어졌다. 장 과부는 황망 중에 신발 짝을 떨어뜨리고 사람들에게 떠밀려 넘어졌다. 그녀는 수 없이 많은 발길에 이리저리 채이고 밟히면서 구르고 기어서 일어나 한참을 달리다가 그제야 자신의 아이가 없어진 것을 깨달았다. 옷자락을 보니 피가 몇 방울 묻어 있었다.
“아이고, 내 새끼, 내 살붙이! 강도 같은 놈들이 사람 죽이네! 옥황상제님 살려주세요!”
그녀는 머리칼이 풀어 헤쳐진 채 울며불며 빠르게 달려갔다. 그녀가 망한 린 씨네 가게 앞까지 달려갔을 때 그녀는 완전히 미친 사람이 되어 있었다!
토론하기
(1) 작품 속에서 가장 큰 피해자와 가장 못된 악당을 뽑고 그 이유를 말해보자.
(2)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운 세상에서 가난하고 힘없는 약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3) 국가나 공공단체가 공권력을 올바르게 행사하지 못하고 죄 없는 사람에게 폭력을 가했을 때 똑같이 폭력으로 맞서는 것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해보자. 폭력이 정당화될 수 있는 예외적인 상황이 존재할까?
해설읽기
인용문은 소설의 마지막 대목이다. 여러가지 악재들이 겹치면서 자금 융통이 원활하지 않았던 린 사장은 결국 파산에 이르게 되고, 부인과 서우성을 남겨둔 채 딸을 데리고 피신한다. 그가 도망했다는 소식이 온 읍내에 퍼지자 빚쟁이들이 몰려든다. 채권자들 가운데 가장 세력이 큰 헝위안은 가장 먼저 사람을 보내 물건을 저당잡았다. 가게에 팔 수 있는 물건은 거의 남지 않았지만 가게 집기들을 합치면 전체 빚의 70% 정도는 되었다. 하지만 채권자들은 다들 자기 돈의 90%, 심지어 전부를 받아낼 심산으로 서로 다투었다.
주(朱) 씨네 셋째 마님, 천라오치(陳老七), 장(張) 과부는 린 사장의 이웃으로, 자신의 전 재산에 해당하는 돈을 린 사장에게 빌려주고 매달 이자를 받아 생활하고 있었다. 주 씨네 셋째 마님은 늙고 힘없는 노인이고, 장 과부는 3년 전 “강도 같은 군인놈”에게 남편을 잃고 다섯 살짜리 아이를 홀로 키우는 과부이며, 천라오치 역시 의지가지없이 혼자 사는 여인이었다. 그들은 각각 삼백 위안, 이백 위안, 백 오십 위안을 린 사장에게 빌려주었는데, 이를 모두 합치면 린 사장이 헝위안에서 빌린 돈에 맞먹었다. 적지 않은 돈을 빌려준 채권자였지만 돈 없고 빽 없는 그들은 채권자들의 빚잔치에 낄 수 없었다. 끼기는커녕 상인회에서 질서유지를 위해 불러온 경찰들에게 저지당하며 가게 문턱조차 넘지 못한다. 그런 와중에 한 경찰은 장 과부에게 성희롱도 서슴지 않는다.
그러다 구경꾼들 중에 누군가가 “당사무소에 가서 고발”할 것을 권하자, 여기저기서 “허구한 날 가난한 사람들을 보호한다고 떠들어대잖아”, “어제 그들이 린 사장을 잡아 가둔 것도 가난한 사람들의 돈이 떼일까봐 도망가지 못하게 막는 거라고 했어”라며 부추긴다. 그러나 막상 당사무소 앞에 도착하자 민원을 들어주기는커녕 국민당 관료인 곰보는 발포하겠다고 협박하며 해산을 명령한다. 하찮은 이들의 민원이 성가셨던 것인지, 아니면 구경꾼들까지 모인 군중에 겁을 먹은 것인지, 곰보가 경찰관들에게 윽박지르며 때리라고 명령하고 ‘민중의 지팡이’는 ‘민중의 몽둥이’가 되어 군중을 구타한다. 이는 당사무소에서 린 사장을 잡아가는 이유로 들었던 “외롭고 힘들게 사는 사람들의 이익을 지켜주기 위해 이 돈을 깨끗이 정산하도록 린 사장을 억류하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만적이었는지 보여준다.
성실하고 양심적인 린 사장이 부패한 국민당 관료, 고리대금업자, 비열한 경쟁업자 등의 희생양이 되어 결국 파산에 이르게 된 것도 안타까운 일이나, 그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자기보다 더 약한 자들에게 큰 피해를 입혔다. 특히 3년 전 남편을 여의고 갖은 고생을 하며 모은 전 재산을 떼이는 것도 모자라 유일한 피붙이인 아들을 아수라장에서 잃게 된 장 과부의 비극은 먹이사슬의 가장 밑바닥에 처한 최약자일수록 당하는 피해가 더욱 처참하고 극심함을 보여준다.
키워드
공권력, 남용, 도주, 먹이사슬, 부도, 양육강식, 파산
전후맥락
서우성(壽生)은 당사무소에서 풀려난 린 사장에게 가게에 남은 돈을 챙겨서 한두 달 피신할 것을 권한다. 린 씨 부인은 자신이 은밀히 모아둔 이백 위안 가량의 돈을 내놓으며 남편에게 절반을 챙겨서 딸 밍슈(明秀)를 데리고 떠나라고 하는 한편 딸을 서우성과 맺어주자고 한다. 결국 린 씨네 가게는 파산하고 린 사장이 도망했다는 소식이 온 읍내에 퍼지자 빚쟁이들이 몰려든다. 헝위안(恒源)과 다른 채권자들이 저당 잡을 물건을 나누느라 다투는 가운데, 주(朱) 씨네 셋째 마님, 천라오치(陳老七), 장(張) 과부는 가게를 지키는 경찰들에게 저지당하며 문턱조차 넘지 못한다. 그들은 전 재산이 떼일 위기에 처하자 평소 “가난한 사람들을 보호한다”고 부르짖던 국민당 사무소에 도움을 청하기 위해 찾아간다.
고전본문
“셋째 마님, 장 씨 아주머니, 왜 여기 앉아서 울고 계세요! 물건은 저놈들이 다 나누었다고요! 내 입 하나로는 저놈들 열 몇 개 주둥이를 당해낼 수 없어요. 이 개 같은 강도놈들이 억지를 부리면서 우리 돈은 청산하지 않겠다고 우긴다니까요……”
장 과부가 듣더니 더욱 서럽게 울었다. 아까 (장 과부를 희롱하던) 그 경찰이 다시 돌아와 나무 곤봉으로 장 과부의 어깨를 툭툭 밀치며 말했다.
“어이, 울긴 왜 울어? 당신 바깥 양반 죽은 지가 언젠데 아직까지 울고 있는 거야?”
“개소리! 남들이 우리 몫을 빼앗아갔는데 네놈은 여자를 희롱하려는 게냐?”
천라오치가 노발대발 소리를 지르며 경찰을 힘껏 밀쳤다. 그 경찰은 눈을 동그랗게 치켜뜨더니 곤봉을 들고 때리려고 했다. 구경하던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그 경찰에게 욕을 퍼부었다. 그러자 다른 경찰이 얼른 달려오더니 천라오치를 떼어놓으며 말했다.
“여기서 떠들어봐야 소용없어. 우린 서로 원한진 것도 없고 상인회에서 문을 지켜달라고 해서 온 것 뿐, 우리도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다고.”
“천라오치, 당사무소에 가서 고발해보는 게 어때?”
군중 속에서 누군가가 소리쳤다. 목소리만 들어도 이 거리에서 유명한 떠돌이 땡중임을 알 수 있었다.
“그래 가보게. 그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지나 좀 보자구.”
여기저기서 너도나도 소리쳤다. 그러나 문제를 일으킨 그 경찰은 냉소를 짓더니 천라오치의 어깨를 잡아 젖히며 말했다.
“내 충고하는데 성가시게 굴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거기 가 봐야 아무 소용 없어! 린 사장이나 기다렸다가 청산하라고. 그도 입을 싹 씻지는 못할 테니까.”
천라오치는 표정이 사나워졌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구경꾼들이 가보라고 부추기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주 씨네 셋째 마님과 장 과부를 바라보며 말했다.
“한 번 가보는 게 어때요? 그쪽에선 허구한 날 가난한 사람들을 보호한다고 떠들어대잖아요.”
“좋아요. 어제 그들이 린 사장을 잡아 가둔 것도 가난한 사람들의 돈이 떼일까봐 도망가지 못하게 막는 거라고 했어요.”
또 다시 가보라고 하는 소리가 길게 울렸다. 그리하여 뜻하지 않게 천라오치 등 세 사람과 한 무리의 구경꾼들이 당사무소가 있는 길로 가게 되었다. 장 과부는 가는 길 내내 통곡하면서 자신의 남편을 때려죽인 강도 같은 군인에게 저주를 퍼붓고 빌어먹을 린 사장에게 저주를 퍼붓고 그 개 같은 경찰에게도 저주를 퍼부었다.
목적지에 다다랐을 때 문 앞에 줄지어 서 있던 경찰 네 명이 곤봉을 들고 멀리서 고함치는 모습이 보였다.
“꺼져! 다가오지 마!”
“우리는 고소하러 왔소. 린 씨네 가게가 망했는데 우리가 빌려준 돈을 받지 못했단 말이오.”
천라오치가 가장 앞줄에 서서 큰 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경찰들 뒤에서 갑자기 곰보가 튀어나오며 성난 목소리로 호통을 쳤다. 경찰들은 여전히 선 채로 말로만 으름장을 놓았다. 천라오치 뒤에 있던 구경꾼들이 웅성웅성 떠들기 시작했다. 곰보가 화를 내며 소리 질렀다.
“천지 분간 못하는 쌍놈들! 여기가 너희들 그런 일이나 처리해주는 데인 줄 알아? 물러나지 않으면 발포할 거야!”
곰보가 발을 구르며 그 네 명의 경찰들에게 때리라고 소리쳤다. 맨 앞줄에 서 있던 천라오치는 이미 몇 대를 얻어맞았다. 구경꾼들이 어지럽게 흩어졌다. 늙고 힘 없는 주 씨네 셋째 마님이 넘어졌다. 장 과부는 황망 중에 신발 짝을 떨어뜨리고 사람들에게 떠밀려 넘어졌다. 그녀는 수 없이 많은 발길에 이리저리 채이고 밟히면서 구르고 기어서 일어나 한참을 달리다가 그제야 자신의 아이가 없어진 것을 깨달았다. 옷자락을 보니 피가 몇 방울 묻어 있었다.
“아이고, 내 새끼, 내 살붙이! 강도 같은 놈들이 사람 죽이네! 옥황상제님 살려주세요!”
그녀는 머리칼이 풀어 헤쳐진 채 울며불며 빠르게 달려갔다. 그녀가 망한 린 씨네 가게 앞까지 달려갔을 때 그녀는 완전히 미친 사람이 되어 있었다!
토론하기
(1) 작품 속에서 가장 큰 피해자와 가장 못된 악당을 뽑고 그 이유를 말해보자.
(2)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운 세상에서 가난하고 힘없는 약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3) 국가나 공공단체가 공권력을 올바르게 행사하지 못하고 죄 없는 사람에게 폭력을 가했을 때 똑같이 폭력으로 맞서는 것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해보자. 폭력이 정당화될 수 있는 예외적인 상황이 존재할까?
해설읽기
인용문은 소설의 마지막 대목이다. 여러가지 악재들이 겹치면서 자금 융통이 원활하지 않았던 린 사장은 결국 파산에 이르게 되고, 부인과 서우성을 남겨둔 채 딸을 데리고 피신한다. 그가 도망했다는 소식이 온 읍내에 퍼지자 빚쟁이들이 몰려든다. 채권자들 가운데 가장 세력이 큰 헝위안은 가장 먼저 사람을 보내 물건을 저당잡았다. 가게에 팔 수 있는 물건은 거의 남지 않았지만 가게 집기들을 합치면 전체 빚의 70% 정도는 되었다. 하지만 채권자들은 다들 자기 돈의 90%, 심지어 전부를 받아낼 심산으로 서로 다투었다.
주(朱) 씨네 셋째 마님, 천라오치(陳老七), 장(張) 과부는 린 사장의 이웃으로, 자신의 전 재산에 해당하는 돈을 린 사장에게 빌려주고 매달 이자를 받아 생활하고 있었다. 주 씨네 셋째 마님은 늙고 힘없는 노인이고, 장 과부는 3년 전 “강도 같은 군인놈”에게 남편을 잃고 다섯 살짜리 아이를 홀로 키우는 과부이며, 천라오치 역시 의지가지없이 혼자 사는 여인이었다. 그들은 각각 삼백 위안, 이백 위안, 백 오십 위안을 린 사장에게 빌려주었는데, 이를 모두 합치면 린 사장이 헝위안에서 빌린 돈에 맞먹었다. 적지 않은 돈을 빌려준 채권자였지만 돈 없고 빽 없는 그들은 채권자들의 빚잔치에 낄 수 없었다. 끼기는커녕 상인회에서 질서유지를 위해 불러온 경찰들에게 저지당하며 가게 문턱조차 넘지 못한다. 그런 와중에 한 경찰은 장 과부에게 성희롱도 서슴지 않는다.
그러다 구경꾼들 중에 누군가가 “당사무소에 가서 고발”할 것을 권하자, 여기저기서 “허구한 날 가난한 사람들을 보호한다고 떠들어대잖아”, “어제 그들이 린 사장을 잡아 가둔 것도 가난한 사람들의 돈이 떼일까봐 도망가지 못하게 막는 거라고 했어”라며 부추긴다. 그러나 막상 당사무소 앞에 도착하자 민원을 들어주기는커녕 국민당 관료인 곰보는 발포하겠다고 협박하며 해산을 명령한다. 하찮은 이들의 민원이 성가셨던 것인지, 아니면 구경꾼들까지 모인 군중에 겁을 먹은 것인지, 곰보가 경찰관들에게 윽박지르며 때리라고 명령하고 ‘민중의 지팡이’는 ‘민중의 몽둥이’가 되어 군중을 구타한다. 이는 당사무소에서 린 사장을 잡아가는 이유로 들었던 “외롭고 힘들게 사는 사람들의 이익을 지켜주기 위해 이 돈을 깨끗이 정산하도록 린 사장을 억류하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만적이었는지 보여준다.
성실하고 양심적인 린 사장이 부패한 국민당 관료, 고리대금업자, 비열한 경쟁업자 등의 희생양이 되어 결국 파산에 이르게 된 것도 안타까운 일이나, 그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자기보다 더 약한 자들에게 큰 피해를 입혔다. 특히 3년 전 남편을 여의고 갖은 고생을 하며 모은 전 재산을 떼이는 것도 모자라 유일한 피붙이인 아들을 아수라장에서 잃게 된 장 과부의 비극은 먹이사슬의 가장 밑바닥에 처한 최약자일수록 당하는 피해가 더욱 처참하고 극심함을 보여준다.
키워드
공권력, 남용, 도주, 먹이사슬, 부도, 양육강식, 파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