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맥락
상하이에서 온 피난민들을 대상으로 한 생필품 묶음 상품인 ‘일 위안 세트’가 대박이 나면서 린 씨네 가게는 돈줄이 막혀 파산할 위기에서 벗어날 듯한 희망이 보인다. 그러나 그에게 자금을 빌려준 헝위안전장(恒源錢莊)에서 원금을 회수한답시고 날마다 매출의 80%를 가져가버리고, 린 사장이 “싸구려 물건을 떨이로 넘겨서 돈을 몇 푼 건진 뒤 도주하려 한다”는 악의적인 소문이 돌면서 린 사장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아 생활하던 이웃들이 불안에 떨며 빚 독촉을 한다. 장사가 잘 되는 것이 심상치 않은 조짐처럼 보이던 찰나, 갑자기 제복을 입은 사람 둘이 들이닥쳐 린 사장을 잡아간다. 해질녘이 되자 상인회 회장이 찾아와 서우성에게 린 사장이 잡혀간 이유를 말해주며 해결책을 귀띔해준다.
고전본문
밖에서 장사를 신경 쓰랴 린 씨 부인이 수시로 묻는 질문에 적당히 둘러댈 말을 짜내랴, 서우성(壽生)은 린 사장의 행방을 수소문할 틈이 없었다. 등불을 켤 무렵이 되어서야 상인회 회장이 그에게 소식을 전해주었다. 린 사장이 돈을 싸들고 도망가려 한다는 소문 때문에 당사무소에 억류되어 있다는 것이다. 린 사장은 사채업자에게 진 빚과 외상대금 외에도 주(朱) 씨네 셋째 마님, 다리 어귀에 사는 천라오치(陳老七), 장(張) 과부 세 사람에게 육백오십 위안을 빚지고 있는데, 그 돈을 떼일지 모르니 당사무소에서 외롭고 힘들게 사는 사람들의 이익을 지켜주기 위해 이 돈을 깨끗이 정산하도록 린 사장을 억류하고 있다고 했다.
서우성은 놀라서 얼굴이 노랗게 질렸다.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비로소 물었다.
“먼저 사람을 풀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사람이 나와야 어디 가서 돈을 마련해볼 것 아닙니까?”
“거참, 사람을 풀어주라고? 빈손으로 어떻게 사람을 빼 오나?”
“회장님, 좋은 일 하시는 셈치고 방법 좀 알려주세요. 저희 사장님과 어르신은 친분이 두터우셨으니 제발 좋은 일 한 번 해주십시오.”
상인회 회장은 이맛살을 찌푸리며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서우성을 한참 들여다보더니 그를 구석으로 끌고 가 나지막이 말했다.
“자네 사장 일인데 내가 어떻게 팔짱 끼고 보고만 있을 수 있겠는가? 다만 일이 아주 어렵게 꼬였어. 자네에게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부(卜) 국장에게 친히 나서서 사정을 봐달라고 부탁해봤는데, 부 국장은 자네 사장이 한 가지만 응낙하면 기꺼이 도와줄걸세. 내가 방금 당사무소에서 자네 사장을 만나 들어주라고 권했더니 그 사람도 그러마고 승낙을 했네. 그럼 다 된 게 아닌가? 그런데 그 꼴보기 싫은 당 지부 곰보 놈이 도통 말을 들으려고 하질 않으니……”
“아니 그 사람은 부 국장님 체면도 세워주지 않는 답니까?”
“그러게 말일세. 곰보 놈이 되레 뭐라뭐라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닌 탓에 부 국장도 거의 망신을 당했지. 두 사람이 한바탕하고 틀어졌어! 그러니 일이 단단히 꼬여버린 게 아니겠나?”
서우성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찌하면 좋을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잠시 후에 서우성이 탄식하며 말했다.
“그렇지만 저희 사장님은 아무 죄도 짓지 않으셨잖아요.”
“그들은 자네와 무슨 이치를 따질 사람들이 아니야. 힘이 있는 자의 말이 곧 이치지. 린 씨 부인에게 가서 전하게. 아직 고초를 겪지 않았으니 걱정 말라고. 하지만 풀려나려면 돈은 좀 써야할 게야.”
상인회 회장은 말하면서 손가락 두 개를 펴 보이고는 총총히 가버렸다.
서우성은 머뭇거리며 좋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동료 종업원 둘이 그를 붙잡고 물어도 대답하지 않았다. 상인회 회장의 말을 사모님에게 전할 것인가? 또 돈을 써야 하다니! 사모님께 비상금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가게 사정은 잘 알고 있었다. 이틀 동안 벌어들인 현금은 80%를 헝위안에서 가져가버리고 겨우 남은 오십 위안으로 무슨 일을 한단 말인가! 상인회 회장이 이백 위안은 있어야 한다고 손짓하지 않았던가. 그걸로 될지 안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장사가 아무리 잘 되어도 소용없는 노릇이다. 그는 맥이 탁 풀렸다.
토론하기
(1) 당사무소에서 린 사장을 잡아간 표면적인 구실과 이면에 숨겨진 진짜 이유에 대해 말해보자.
(2) 린 사장은 아무런 잘못도 없이 근거 없는 소문만으로 붙잡혀갔는데, 상인회 회장은 린 사장이 무사히 풀려나려면 부 국장의 요구를 들어주고 거액의 돈을 바쳐야 한다고 한다. 내가 만약 서우성 또는 린 사장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3) “힘이 있는 자의 말이 곧 이치”라는 상인회 회장의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부당하고 억울한 일을 당했지만 힘이 없어서 참은 경험이 있다면 이야기해보자.
해설읽기
“장사가 이렇게 잘 되는 것이 왠지 심상치 않은 조짐처럼 보인다”는 플래그를 세우자마자 린 사장은 국민당 사무소에서 나온 사람들에게 체포된다. 종업원과 가족들은 영문도 모른 채 걱정만 하고 있는데 해질녘이 되어서야 상인회 회장이 린 사장의 심복인 서우성을 찾아와 이유를 알려주었다. 그에 따르면 린 사장이 돈을 싸들고 도주하려 한다는 소문이 돌기 때문이라고 했다. 린 사장은 상하이 둥성(東昇) 상점에 외상대금이 남아 있었고, 사채업을 하는 헝위안전장에서 사백 위안을 빌렸을 뿐만 아니라 주(朱) 씨네 셋째 마님, 천라오치(陳老七), 장(張) 과부에게도 각각 삼백 위안, 이백 위안, 백 오십 위안의 빚을 지고 있었다. 당사무소에서 밝힌 표면적인 이유는 린 사장이 부도를 내고 도주하면 어렵게 사는 사람들의 돈이 떼일 것이 우려되므로 그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그 돈을 갚을 때까지 린 사장을 잠시 억류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면에 숨겨진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사실 얼마 전 상인회 회장은 부(卜) 국장이 린 사장의 딸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말을 전하며 린 사장의 의중을 넌지시 떠본 적이 있었다. “부 국장이 기왕에 그런 생각을 가진 이상, 거절하면 불편한 일들이 많이 생길 것이고 승낙한다면 앞날이 훤히 트일 것이네.” 협박에 가까운 말을 듣고도 린 사장의 대답이 신통치 않자 그를 압박하기 위해 잡아 가둔 것으로 보인다. “부 국장은 자네 사장이 한 가지만 응낙하면 기꺼이 도와줄걸세”라는 말에서 린 사장이 부 국장에게 딸을 허락하기만 한다면 아무 일 없이 금방 풀려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부 국장은 마흔이 다 되었으며 이미 부인을 둘 씩이나 두고 있는 사람이다. 그러면서도 자식이 없다는 핑계로 열일곱 살 난 린 사장의 딸을 세 번째 첩으로 눈독들였던 것이다. 린 씨 부부로서는 장사를 접거나 죽으면 죽었지 하나 밖에 없는 귀한 딸을 그런 혼처로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린 사장이 억류되자 상인회 회장은 부 국장의 요구를 관철시키려는 한편, 곰보라는 인물의 개입으로 인해 부 국장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게 꼬였으니 또 돈을 쓰라고 조언한다. 상인회 회장은 린 사장이 정부 당국의 일본물건 판매금지 조치를 어겨 곤란에 처했을 때에도 주선하여 도움을 준 적이 있다. 하지만 그가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거액의 뇌물은 린 사장에게 큰 부담이다. 그가 중간에서 어떤 이익을 취하는지는 자세히 알 수 없으나 린 사장을 위하는 것이 아님은 분명해 보인다. 그는 철저하게 강자의 이득을 위해 움직이며, 약자의 억울한 사정 따위는 그의 관심사가 아니다. “저희 사장님은 아무 죄도 짓지 않으셨잖아요!”라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서우성에게 상인회 회장은 “힘이 있는 자의 말이 곧 이치”이니 잘잘못을 따지려고 하지 말고 강자가 원하는 것을 바치라고 말한다.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무법천지에서는 현실적인 조언일지 모른다. 하지만 전래동화 「해님달님」에 등장하는, 어머니가 고개를 하나 넘을 때마다 나타나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하다가 결국에는 어머니도 잡아먹고 오누이까지 노리던 호랑이처럼 포식자의 탐욕은 끝이 없다.
키워드
공권력, 권력 남용, 먹이 사슬, 약육강식, 포식자
전후맥락
상하이에서 온 피난민들을 대상으로 한 생필품 묶음 상품인 ‘일 위안 세트’가 대박이 나면서 린 씨네 가게는 돈줄이 막혀 파산할 위기에서 벗어날 듯한 희망이 보인다. 그러나 그에게 자금을 빌려준 헝위안전장(恒源錢莊)에서 원금을 회수한답시고 날마다 매출의 80%를 가져가버리고, 린 사장이 “싸구려 물건을 떨이로 넘겨서 돈을 몇 푼 건진 뒤 도주하려 한다”는 악의적인 소문이 돌면서 린 사장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아 생활하던 이웃들이 불안에 떨며 빚 독촉을 한다. 장사가 잘 되는 것이 심상치 않은 조짐처럼 보이던 찰나, 갑자기 제복을 입은 사람 둘이 들이닥쳐 린 사장을 잡아간다. 해질녘이 되자 상인회 회장이 찾아와 서우성에게 린 사장이 잡혀간 이유를 말해주며 해결책을 귀띔해준다.
고전본문
밖에서 장사를 신경 쓰랴 린 씨 부인이 수시로 묻는 질문에 적당히 둘러댈 말을 짜내랴, 서우성(壽生)은 린 사장의 행방을 수소문할 틈이 없었다. 등불을 켤 무렵이 되어서야 상인회 회장이 그에게 소식을 전해주었다. 린 사장이 돈을 싸들고 도망가려 한다는 소문 때문에 당사무소에 억류되어 있다는 것이다. 린 사장은 사채업자에게 진 빚과 외상대금 외에도 주(朱) 씨네 셋째 마님, 다리 어귀에 사는 천라오치(陳老七), 장(張) 과부 세 사람에게 육백오십 위안을 빚지고 있는데, 그 돈을 떼일지 모르니 당사무소에서 외롭고 힘들게 사는 사람들의 이익을 지켜주기 위해 이 돈을 깨끗이 정산하도록 린 사장을 억류하고 있다고 했다.
서우성은 놀라서 얼굴이 노랗게 질렸다.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비로소 물었다.
“먼저 사람을 풀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사람이 나와야 어디 가서 돈을 마련해볼 것 아닙니까?”
“거참, 사람을 풀어주라고? 빈손으로 어떻게 사람을 빼 오나?”
“회장님, 좋은 일 하시는 셈치고 방법 좀 알려주세요. 저희 사장님과 어르신은 친분이 두터우셨으니 제발 좋은 일 한 번 해주십시오.”
상인회 회장은 이맛살을 찌푸리며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서우성을 한참 들여다보더니 그를 구석으로 끌고 가 나지막이 말했다.
“자네 사장 일인데 내가 어떻게 팔짱 끼고 보고만 있을 수 있겠는가? 다만 일이 아주 어렵게 꼬였어. 자네에게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부(卜) 국장에게 친히 나서서 사정을 봐달라고 부탁해봤는데, 부 국장은 자네 사장이 한 가지만 응낙하면 기꺼이 도와줄걸세. 내가 방금 당사무소에서 자네 사장을 만나 들어주라고 권했더니 그 사람도 그러마고 승낙을 했네. 그럼 다 된 게 아닌가? 그런데 그 꼴보기 싫은 당 지부 곰보 놈이 도통 말을 들으려고 하질 않으니……”
“아니 그 사람은 부 국장님 체면도 세워주지 않는 답니까?”
“그러게 말일세. 곰보 놈이 되레 뭐라뭐라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닌 탓에 부 국장도 거의 망신을 당했지. 두 사람이 한바탕하고 틀어졌어! 그러니 일이 단단히 꼬여버린 게 아니겠나?”
서우성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찌하면 좋을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잠시 후에 서우성이 탄식하며 말했다.
“그렇지만 저희 사장님은 아무 죄도 짓지 않으셨잖아요.”
“그들은 자네와 무슨 이치를 따질 사람들이 아니야. 힘이 있는 자의 말이 곧 이치지. 린 씨 부인에게 가서 전하게. 아직 고초를 겪지 않았으니 걱정 말라고. 하지만 풀려나려면 돈은 좀 써야할 게야.”
상인회 회장은 말하면서 손가락 두 개를 펴 보이고는 총총히 가버렸다.
서우성은 머뭇거리며 좋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동료 종업원 둘이 그를 붙잡고 물어도 대답하지 않았다. 상인회 회장의 말을 사모님에게 전할 것인가? 또 돈을 써야 하다니! 사모님께 비상금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가게 사정은 잘 알고 있었다. 이틀 동안 벌어들인 현금은 80%를 헝위안에서 가져가버리고 겨우 남은 오십 위안으로 무슨 일을 한단 말인가! 상인회 회장이 이백 위안은 있어야 한다고 손짓하지 않았던가. 그걸로 될지 안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장사가 아무리 잘 되어도 소용없는 노릇이다. 그는 맥이 탁 풀렸다.
토론하기
(1) 당사무소에서 린 사장을 잡아간 표면적인 구실과 이면에 숨겨진 진짜 이유에 대해 말해보자.
(2) 린 사장은 아무런 잘못도 없이 근거 없는 소문만으로 붙잡혀갔는데, 상인회 회장은 린 사장이 무사히 풀려나려면 부 국장의 요구를 들어주고 거액의 돈을 바쳐야 한다고 한다. 내가 만약 서우성 또는 린 사장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3) “힘이 있는 자의 말이 곧 이치”라는 상인회 회장의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부당하고 억울한 일을 당했지만 힘이 없어서 참은 경험이 있다면 이야기해보자.
해설읽기
“장사가 이렇게 잘 되는 것이 왠지 심상치 않은 조짐처럼 보인다”는 플래그를 세우자마자 린 사장은 국민당 사무소에서 나온 사람들에게 체포된다. 종업원과 가족들은 영문도 모른 채 걱정만 하고 있는데 해질녘이 되어서야 상인회 회장이 린 사장의 심복인 서우성을 찾아와 이유를 알려주었다. 그에 따르면 린 사장이 돈을 싸들고 도주하려 한다는 소문이 돌기 때문이라고 했다. 린 사장은 상하이 둥성(東昇) 상점에 외상대금이 남아 있었고, 사채업을 하는 헝위안전장에서 사백 위안을 빌렸을 뿐만 아니라 주(朱) 씨네 셋째 마님, 천라오치(陳老七), 장(張) 과부에게도 각각 삼백 위안, 이백 위안, 백 오십 위안의 빚을 지고 있었다. 당사무소에서 밝힌 표면적인 이유는 린 사장이 부도를 내고 도주하면 어렵게 사는 사람들의 돈이 떼일 것이 우려되므로 그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그 돈을 갚을 때까지 린 사장을 잠시 억류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면에 숨겨진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사실 얼마 전 상인회 회장은 부(卜) 국장이 린 사장의 딸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말을 전하며 린 사장의 의중을 넌지시 떠본 적이 있었다. “부 국장이 기왕에 그런 생각을 가진 이상, 거절하면 불편한 일들이 많이 생길 것이고 승낙한다면 앞날이 훤히 트일 것이네.” 협박에 가까운 말을 듣고도 린 사장의 대답이 신통치 않자 그를 압박하기 위해 잡아 가둔 것으로 보인다. “부 국장은 자네 사장이 한 가지만 응낙하면 기꺼이 도와줄걸세”라는 말에서 린 사장이 부 국장에게 딸을 허락하기만 한다면 아무 일 없이 금방 풀려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부 국장은 마흔이 다 되었으며 이미 부인을 둘 씩이나 두고 있는 사람이다. 그러면서도 자식이 없다는 핑계로 열일곱 살 난 린 사장의 딸을 세 번째 첩으로 눈독들였던 것이다. 린 씨 부부로서는 장사를 접거나 죽으면 죽었지 하나 밖에 없는 귀한 딸을 그런 혼처로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린 사장이 억류되자 상인회 회장은 부 국장의 요구를 관철시키려는 한편, 곰보라는 인물의 개입으로 인해 부 국장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게 꼬였으니 또 돈을 쓰라고 조언한다. 상인회 회장은 린 사장이 정부 당국의 일본물건 판매금지 조치를 어겨 곤란에 처했을 때에도 주선하여 도움을 준 적이 있다. 하지만 그가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거액의 뇌물은 린 사장에게 큰 부담이다. 그가 중간에서 어떤 이익을 취하는지는 자세히 알 수 없으나 린 사장을 위하는 것이 아님은 분명해 보인다. 그는 철저하게 강자의 이득을 위해 움직이며, 약자의 억울한 사정 따위는 그의 관심사가 아니다. “저희 사장님은 아무 죄도 짓지 않으셨잖아요!”라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서우성에게 상인회 회장은 “힘이 있는 자의 말이 곧 이치”이니 잘잘못을 따지려고 하지 말고 강자가 원하는 것을 바치라고 말한다.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무법천지에서는 현실적인 조언일지 모른다. 하지만 전래동화 「해님달님」에 등장하는, 어머니가 고개를 하나 넘을 때마다 나타나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하다가 결국에는 어머니도 잡아먹고 오누이까지 노리던 호랑이처럼 포식자의 탐욕은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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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권력, 권력 남용, 먹이 사슬, 약육강식, 포식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