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맥락
18세기 이전 프랑스의 형벌은 매우 잔인했으며 죄인의 처형장면은 대중들에게 구경거리였다. 굳이 군중들 앞에서 죄인을 처벌하는 까닭은 강력한 군주의 권력을 화려하게 전시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계몽주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인권의 명분 하에 가혹한 형벌제도는 미개하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사라지고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감옥체계가 도입되었다. 그러나 푸코는 이 변화를 역사의 발전이나 인권의 개선이라고 평가하는 세간의 시선에 의심을 품는다. 다음 대목에서 푸코는 감옥의 도입에서 나타난 신체에 대한 새로운 태도에 주목하며 이를 설명하고자 한다.
고전본문
18세기에 대단히 지대한 관심을 모았던 순종에 관한 이러한 도식 속에서 무엇이 그토록 새로운 점이었을까? 신체가 그처럼 긴급하고 절실한 포위 공격의 대상이 된 것이 이때가 처음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어떤 사회에서나 신체는 매우 치밀한 권력의 그물 안에 포착되는 것이고, 그 권력에 신체의 구속이나 금기, 혹은 의무를 부과해 왔다. 그렇지만 기술적인 측면에서 몇 가지 사항이 새로운 것이다. 첫째, 통제의 규모가 다르다. 즉, 분리할 수 없는 단위로서 신체를 한 덩어리로, 대량으로 다루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세세하게 신체에 작용하고 미세한 강제력을 신체에 행사하며 기계적인 수준 – 운동, 동작, 자세, 속도 – 에까지 그 영향력을 확보하는 것이 이제는 문제가 되었다. 즉 활동하고 있는 신체에 미치는 미세한 권력이 문제가 된 것이다. 둘째, 통제의 대상이 다르다. 그 대상은 행위의 의미 있는 구성요소나 혹은 신체의 표현형식이 아니라, 동작의 구조와 유효성, 그리고 그 내적 조직인 것이다. 구속의 대상은 신체의 기호가 아니라 체력이어서, 참으로 중요한 단 하나의 의식(儀式)은 바로 훈련의 의식이다. 셋째, 통제의 양상이 다르다. 그것은 활동의 결과보다는 활동 과정에 주목하여, 지속적이고 확실한 강제력을 전제 삼아서 최대한으로 상세하게 시간과 공간, 그리고 운동을 바둑판 눈금처럼 분할하는 기호체계화에 의거하여 행해진다. 신체의 활동에 대한 면밀한 통제를 가능케 하고, 체력의 지속적인 복종을 확보하며, 체력에 순종-효용의 관계를 강제하는 이러한 방법을 바로 ‘규율(discipline)’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규율·훈련 방식들의 많은 부분은 오래 전부터 – 수도원에서, 군대에서, 그리고 작업장에서도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17세기와 18세기를 거치면서 규율은 지배의 일반적인 양식이 되었다. 그것은 신체의 소유관계에 바탕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노예제와 다르다.
[출전] 『감시와 처벌』 제3부
토론하기
(1) 노예제에서의 신체와 규율에서의 신체의 차이에 대해 설명해보세요.
(2) 본문에서 언급한 수도원, 군대, 작업장 외에 규율의 사례가 될만한 것들을 열거하고 그 근거를 제시해봅시다.
(3) 자신의 신체를 규율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신체의 규율이 갖는 장점과 단점을 말해봅시다.
해설읽기
노예제는 주종관계로 성립되며 노예의 하루는 주인의 의지와 변덕에 좌우된다. 주인의 기분이 좋은 날, 노예는 좋은 음식을 얻어먹게 될 수도 있다. 반면 주인의 기분이 나쁜 날, 노예는 주인의 이유를 알 수 없는 시비와 짜증을 감내해야 한다. 물론 주인의 성품이 일관되게 훌륭한 인격자이거나 일관되게 고약한 사람일 수도 있다. 허나 같은 노예라고 하더라도 어떤 주인을 섬기게 되냐는 운수에 따라 노예의 삶은 천차만별이다.
이와 비교해보면, 규율은 주인 한 사람의 성품이 아니라 섬세하고 치밀한 체계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훨씬 세련됐다. 규율에는 한 사람이 자신의 마음대로 변경할 수 없는 매우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규칙이 적용된다. 시간에 따라서 해야할 동작이 매우 세밀하게 나누어져 있는 것이다. 학생인 내가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더라도, 수업시간이나 교과목 등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다른 작업장으로 이직을 하더라도, 노동자가 일하는 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학생과 노동자의 삶은 어디를 가든 거기서 거기다. 어떤 면에서 보면 우리의 편견과는 달리 노예의 삶보다 다양성의 폭이 훨씬 좁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규율은 한 사람의 인격이 아니라 체계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점을 푸코가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푸코가 말하는 규율은 원래는 수도원의 생활에서 그 기원을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푸코가 말하는 오늘날의 규율은 수도원식의 규율과 비슷한 점보다 다른 점이 더 많다. 사실 수도원의 규율은 금욕을 통해서 한 사람을 속세(세상)와 단절시키는 데 그 목적이 있었다. 시간에 맞춰서 생활하면서 몸가짐을 통제하는 것은 쓸모 없는 것들을 전부 끊어내고 신에게 다가가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규율은 매우 세속적인 것으로서 한 사람이 지닌 효용성을 증대시키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달리 말하면, 수도원의 규율에서는 한 사람의 쓸모를 크게 고려하지 않았지만, 오늘날의 규율에서는 한 사람의 쓸모야말로 가장 중요한 고려대상이다.
규율이 흥미로운 지점은 신체가 유용하면 유용할수록 신체를 더욱 복종적으로 만드는 관계를 성립시키다는 사실이다. 이때 권력은 신체를 단순히 신체 바깥에서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규율을 통해서 신체를 파헤치고 분해하며 재구성한다. 규율은 단순히 다른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시키는 것이 아니라, 매우 기술적인 방법으로 속도와 효용성에 의거해서 사람들의 신체를 장악한다. 푸코가 특히 관심을 기울였던 형벌의 영역에 이러한 변화를 적용해보면, 과거의 형벌에서는 죄인의 신체를 단순히 처벌했지만 근대의 형벌은 죄인에게 시간표에 맞추어 생활하도록 하고 특정한 동작에 맞추어 신체를 움직이도록 만드는 식으로 나타난다. 과거의 권력은 왕의 영광을 드러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근대의 권력은 죄인의 신체를 이용하는 데 관심이 있다.
결과적으로 푸코는 규율이 도입된 근대사회가 이전 시대에 비해 발전한 권력이 감소한 사회가 아니라 더욱 세련된 형태의 권력이 다른 양상으로 작동하는 사회라고 주장한다. 규율은 감옥뿐만 아니라 학교, 군대, 공장 등 사회 곳곳에서 작동하고 있다. 결국 감옥의 역사를 다루는 『감시와 처벌』은 감옥에 갇힌 수감자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이다. 푸코는 1961년의 저서 『광기의 역사』 에서 정상과 비정상을 분할하는 경계에 대한 질문을 제기한 적이 있는데, 1975년에 출간한 『감시와 처벌』에서는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 대신 권력에 대한 논의를 몇몇 특수한 사람(타자)에게 한정하지 않고 사회 전체에 관한 논의로 확장시킨다.
키워드
감시, 감옥, 권력, 규율, 신체, 처벌, 훈육
전후맥락
18세기 이전 프랑스의 형벌은 매우 잔인했으며 죄인의 처형장면은 대중들에게 구경거리였다. 굳이 군중들 앞에서 죄인을 처벌하는 까닭은 강력한 군주의 권력을 화려하게 전시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계몽주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인권의 명분 하에 가혹한 형벌제도는 미개하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사라지고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감옥체계가 도입되었다. 그러나 푸코는 이 변화를 역사의 발전이나 인권의 개선이라고 평가하는 세간의 시선에 의심을 품는다. 다음 대목에서 푸코는 감옥의 도입에서 나타난 신체에 대한 새로운 태도에 주목하며 이를 설명하고자 한다.
고전본문
18세기에 대단히 지대한 관심을 모았던 순종에 관한 이러한 도식 속에서 무엇이 그토록 새로운 점이었을까? 신체가 그처럼 긴급하고 절실한 포위 공격의 대상이 된 것이 이때가 처음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어떤 사회에서나 신체는 매우 치밀한 권력의 그물 안에 포착되는 것이고, 그 권력에 신체의 구속이나 금기, 혹은 의무를 부과해 왔다. 그렇지만 기술적인 측면에서 몇 가지 사항이 새로운 것이다. 첫째, 통제의 규모가 다르다. 즉, 분리할 수 없는 단위로서 신체를 한 덩어리로, 대량으로 다루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세세하게 신체에 작용하고 미세한 강제력을 신체에 행사하며 기계적인 수준 – 운동, 동작, 자세, 속도 – 에까지 그 영향력을 확보하는 것이 이제는 문제가 되었다. 즉 활동하고 있는 신체에 미치는 미세한 권력이 문제가 된 것이다. 둘째, 통제의 대상이 다르다. 그 대상은 행위의 의미 있는 구성요소나 혹은 신체의 표현형식이 아니라, 동작의 구조와 유효성, 그리고 그 내적 조직인 것이다. 구속의 대상은 신체의 기호가 아니라 체력이어서, 참으로 중요한 단 하나의 의식(儀式)은 바로 훈련의 의식이다. 셋째, 통제의 양상이 다르다. 그것은 활동의 결과보다는 활동 과정에 주목하여, 지속적이고 확실한 강제력을 전제 삼아서 최대한으로 상세하게 시간과 공간, 그리고 운동을 바둑판 눈금처럼 분할하는 기호체계화에 의거하여 행해진다. 신체의 활동에 대한 면밀한 통제를 가능케 하고, 체력의 지속적인 복종을 확보하며, 체력에 순종-효용의 관계를 강제하는 이러한 방법을 바로 ‘규율(discipline)’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규율·훈련 방식들의 많은 부분은 오래 전부터 – 수도원에서, 군대에서, 그리고 작업장에서도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17세기와 18세기를 거치면서 규율은 지배의 일반적인 양식이 되었다. 그것은 신체의 소유관계에 바탕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노예제와 다르다.
[출전] 『감시와 처벌』 제3부
토론하기
(1) 노예제에서의 신체와 규율에서의 신체의 차이에 대해 설명해보세요.
(2) 본문에서 언급한 수도원, 군대, 작업장 외에 규율의 사례가 될만한 것들을 열거하고 그 근거를 제시해봅시다.
(3) 자신의 신체를 규율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신체의 규율이 갖는 장점과 단점을 말해봅시다.
해설읽기
노예제는 주종관계로 성립되며 노예의 하루는 주인의 의지와 변덕에 좌우된다. 주인의 기분이 좋은 날, 노예는 좋은 음식을 얻어먹게 될 수도 있다. 반면 주인의 기분이 나쁜 날, 노예는 주인의 이유를 알 수 없는 시비와 짜증을 감내해야 한다. 물론 주인의 성품이 일관되게 훌륭한 인격자이거나 일관되게 고약한 사람일 수도 있다. 허나 같은 노예라고 하더라도 어떤 주인을 섬기게 되냐는 운수에 따라 노예의 삶은 천차만별이다.
이와 비교해보면, 규율은 주인 한 사람의 성품이 아니라 섬세하고 치밀한 체계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훨씬 세련됐다. 규율에는 한 사람이 자신의 마음대로 변경할 수 없는 매우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규칙이 적용된다. 시간에 따라서 해야할 동작이 매우 세밀하게 나누어져 있는 것이다. 학생인 내가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더라도, 수업시간이나 교과목 등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다른 작업장으로 이직을 하더라도, 노동자가 일하는 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학생과 노동자의 삶은 어디를 가든 거기서 거기다. 어떤 면에서 보면 우리의 편견과는 달리 노예의 삶보다 다양성의 폭이 훨씬 좁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규율은 한 사람의 인격이 아니라 체계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점을 푸코가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푸코가 말하는 규율은 원래는 수도원의 생활에서 그 기원을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푸코가 말하는 오늘날의 규율은 수도원식의 규율과 비슷한 점보다 다른 점이 더 많다. 사실 수도원의 규율은 금욕을 통해서 한 사람을 속세(세상)와 단절시키는 데 그 목적이 있었다. 시간에 맞춰서 생활하면서 몸가짐을 통제하는 것은 쓸모 없는 것들을 전부 끊어내고 신에게 다가가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규율은 매우 세속적인 것으로서 한 사람이 지닌 효용성을 증대시키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달리 말하면, 수도원의 규율에서는 한 사람의 쓸모를 크게 고려하지 않았지만, 오늘날의 규율에서는 한 사람의 쓸모야말로 가장 중요한 고려대상이다.
규율이 흥미로운 지점은 신체가 유용하면 유용할수록 신체를 더욱 복종적으로 만드는 관계를 성립시키다는 사실이다. 이때 권력은 신체를 단순히 신체 바깥에서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규율을 통해서 신체를 파헤치고 분해하며 재구성한다. 규율은 단순히 다른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시키는 것이 아니라, 매우 기술적인 방법으로 속도와 효용성에 의거해서 사람들의 신체를 장악한다. 푸코가 특히 관심을 기울였던 형벌의 영역에 이러한 변화를 적용해보면, 과거의 형벌에서는 죄인의 신체를 단순히 처벌했지만 근대의 형벌은 죄인에게 시간표에 맞추어 생활하도록 하고 특정한 동작에 맞추어 신체를 움직이도록 만드는 식으로 나타난다. 과거의 권력은 왕의 영광을 드러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근대의 권력은 죄인의 신체를 이용하는 데 관심이 있다.
결과적으로 푸코는 규율이 도입된 근대사회가 이전 시대에 비해 발전한 권력이 감소한 사회가 아니라 더욱 세련된 형태의 권력이 다른 양상으로 작동하는 사회라고 주장한다. 규율은 감옥뿐만 아니라 학교, 군대, 공장 등 사회 곳곳에서 작동하고 있다. 결국 감옥의 역사를 다루는 『감시와 처벌』은 감옥에 갇힌 수감자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이다. 푸코는 1961년의 저서 『광기의 역사』 에서 정상과 비정상을 분할하는 경계에 대한 질문을 제기한 적이 있는데, 1975년에 출간한 『감시와 처벌』에서는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 대신 권력에 대한 논의를 몇몇 특수한 사람(타자)에게 한정하지 않고 사회 전체에 관한 논의로 확장시킨다.
키워드
감시, 감옥, 권력, 규율, 신체, 처벌, 훈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