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맥락
여희의 계략으로 헌공의 첫째 아들 신생이 죽고, 중이는 망명길에 오른다. 적나라와 제나라를 거쳐 강대국인 초나라와 진[秦]나라로 향하는 길에 조, 송, 정나라에 들른다.
고전본문
조曹나라에 이르니 조 공공共公은 중이의 갈비뼈가 통뼈라는 말을 듣고 그의 알몸을 보려고 중이가 목욕할 때에 가까이 다가가서 이를 구경하였다. 조나라 대부 희부기僖負羈의 아내가 희부기에게 말했다.
“제가 진나라 공자 중이를 수행하는 사람들을 보니 모두 나라의 재상이 되기에 족한 인재들이었습니다. 저들이 공자 중이를 돕는다면 중이는 반드시 진나라로 돌아갈 것이고, 진나라로 돌아간다면 반드시 제후의 패자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제후의 패자가 되면 무례했던 나라를 주벌할 터인데 아마 조나라가 맨 처음으로 주벌될 것입니다. 그러니 당신은 얼른 저들과 다른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이셔야 합니다.”
아내의 말을 듣고 희부기는 한 소반의 음식을 보내면서 그 안에 구슬을 넣었다. 그러자 중이는 그 음식만 받고 구슬은 돌려보냈다.
송宋나라에 이르니 송 양공襄公이 중이에게 말 20승을 주었다.
정鄭나라에 이르니 정 문공文公 또한 중이를 예우하지 않았다. 정나라 대부 숙첨叔詹이 간언하였다.
“신이 듣기로 하늘이 도와주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어찌 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진나라 공자 중이는 사람들이 미칠 수 없는 세 가지가 있으니, 하늘이 장차 그를 진나라 군주로 세우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임금께서는 그를 예우하십시오. 남녀가 같은 성姓이면 그 자식들이 번창하지 못한다고 하는데, 중이는 아버지도 어머니도 희姬씨인데 지금까지 무사히 살아 있으니 이것이 첫 번째입니다. 그가 외국으로 떠돌며 힘들게 지내는 동안 하늘이 진나라를 안정시키지 않고 그를 도와주려 하니 이것이 두 번째입니다. 그를 따르는 세 사람은 다른 사람의 윗사람이 되기 충분한 데도 중이를 따르는 것이 세 번째입니다. 진나라와 정나라는 같은 성의 동족이니 우리나라를 거쳐가는 진나라 자제도 마땅히 예우해야 하는데, 하물며 하늘이 돕는 자는 더 말할 나위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정 문공은 숙첨의 말을 듣지 않았다.
<춘추좌전> 희공 23년
토론하기
1. 희부기의 행동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2. 정나라 대부 숙첨이 말한 중이의 특별함은 우리가 생각하는 영웅과 훌륭한 지도자의 모습에 부합하는가? 오늘날의 영웅이나 지도자와 어떤 점에서 같고 다른가?
해설읽기
제나라를 떠나기 싫다는 중이를 억지로 데리고 나와 중이 일행이 향한 곳은 조나라였다. 조나라는 힘없는 작은 나라라서 중이를 환대하거나 귀국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처지는 아니었다. 아마 제나라를 떠나 강대국인 초나라나 진[秦]나라로 가기 위해 잠시 들른 것일 수 있다. 그런데 중이는 조나라 군주로부터 매우 수치스러운 일을 당한다. 중이의 갈비뼈가 기이하게도 통뼈로 이루어져 있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조 공공은 그것을 신기하게 생각해, 중이가 목욕할 때 바깥에서 몰래 구경했다는 것이다. 보통 사람에게도 그렇겠지만 다른 나라 공자의 목욕 장면을 훔쳐보는 것은 매우 불손한 일이다. 중이는 자신이 구경꺼리로 전락한 것을 느끼고 분한 마음이 들었을 테지만 <좌전>에는 이와 관련한 다른 설명은 없다. 어쨌든 중이가 진나라 공자이기는 하지만 오랜 망명 생활에서 이와 같은 모욕과 수모를 당하는 일도 빈번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희부기와 희부기의 아내 이야기이다. 아마 희부기 아내는 상황 판단이 빠른 명민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중이를 수행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니 모두 뛰어난 사람인지라 조만간 진나라로 귀국해 중이를 군주의 자리에 올리고 진나라를 강국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렇게 된다면, 중이를 욕보였던 조나라는 위험에 처할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자 희부기 아내는 남편 에게 나중의 사태에 대비할 것을 제안하고, 희부기는 중이에게 음식을 보내며 그 속에 구슬을 넣어두어 자신이 무례한 조 공공과는 다르며 중이에게 호의를 갖고 있다는 뜻을 전한다. 인용한 본문에는 나오지 않지만, 희부기 아내의 말대로 이후 진나라로 돌아가 진 문공이 된 중이는 조나라를 정벌하고 희부기 집은 보호를 받게 된다.
조나라를 떠난 중이 일행은 역시 작은 송나라를 거쳐서 정나라에 들어간다. 정나라에서도 역시 환대를 받지 못한다. 제나라, 초나라, 진[秦]나라 같은 강대국은 나중에 자국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중이를 후원하고 귀국시켜줄 힘이 있기 때문에 중이에게 관심을 표한다. 그러나 작은 나라들은 힘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중이의 특별한 점을 알아보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중이에게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정나라 문공 또한 중이의 특별함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정나라 대부 숙첨은 정 문공과는 다른 안목을 갖고 있었다. 숙첨은 중이가 하늘의 선택을 받은 특별한 사람이라는 근거로 세가지를 제시한다.
첫 번째 동성결혼 관련 이야기는 지금으로서는 맞지 않지만 전근대 시대의 일반적 관념이다. 중요한 것은 중이가 이런 ‘자연적 제약’도 어찌 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말해준다. 두 번째는 중이가 외국으로 떠도는 동안 진나라는 내부 반란으로 두 명의 예비 군주가 시해되고, 진[秦]나라와의 전쟁에서 진혜공 이오가 포로로 잡히는 등 끊임없이 혼란스러운 정국이 이어졌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언뜻 중이의 비범함과 상관없어 보이지만, 만약 진나라가 안정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었다면 중이가 돌아갈 명분도 없고 가서 할 수 있는 일도 없다.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는 말처럼, 당시의 혼란한 진나라를 수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지도자의 출현이 고대되었고 중이는 그 때를 잘 탄 것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모두 중이가 자력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하늘이 돕는 자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세 번째는 중이의 인덕이다. 중이를 따르는 참모진은 모두 중이보다 뛰어난 자질과 재주를 가진 사람들인데도, 중이를 믿고 따르며 오랜 시간을 함께 견디어 왔다. 그렇다면 중이에게는 겉으로는 쉽게 알 수 없는 비범함이 있는 것이다. 내 자신이 그렇게 비범하지 않더라도 비범한 사람들을 늘 내 주변에 머무르게 하는 능력은, 그 어떤 비범함보다도 비범한 능력이다. 이런 능력 또한 하늘이 부여한 것으로 숙첨은 보고 있지만, 아마 중이 자신이 성장과정에서 또 힘든 방랑생활을 거치면서 후천적으로 길러낸 자질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이렇게 중이는 거의 오랜 기간 크고 작은 나라들을 거치면서 자신을 도와 귀국시킬 나라를 찾아 헤매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그런 나라의 군주를 만날 수 없었다. 중이의 방랑길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전후맥락
여희의 계략으로 헌공의 첫째 아들 신생이 죽고, 중이는 망명길에 오른다. 적나라와 제나라를 거쳐 강대국인 초나라와 진[秦]나라로 향하는 길에 조, 송, 정나라에 들른다.
고전본문
조曹나라에 이르니 조 공공共公은 중이의 갈비뼈가 통뼈라는 말을 듣고 그의 알몸을 보려고 중이가 목욕할 때에 가까이 다가가서 이를 구경하였다. 조나라 대부 희부기僖負羈의 아내가 희부기에게 말했다.
“제가 진나라 공자 중이를 수행하는 사람들을 보니 모두 나라의 재상이 되기에 족한 인재들이었습니다. 저들이 공자 중이를 돕는다면 중이는 반드시 진나라로 돌아갈 것이고, 진나라로 돌아간다면 반드시 제후의 패자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제후의 패자가 되면 무례했던 나라를 주벌할 터인데 아마 조나라가 맨 처음으로 주벌될 것입니다. 그러니 당신은 얼른 저들과 다른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이셔야 합니다.”
아내의 말을 듣고 희부기는 한 소반의 음식을 보내면서 그 안에 구슬을 넣었다. 그러자 중이는 그 음식만 받고 구슬은 돌려보냈다.
송宋나라에 이르니 송 양공襄公이 중이에게 말 20승을 주었다.
정鄭나라에 이르니 정 문공文公 또한 중이를 예우하지 않았다. 정나라 대부 숙첨叔詹이 간언하였다.
“신이 듣기로 하늘이 도와주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어찌 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진나라 공자 중이는 사람들이 미칠 수 없는 세 가지가 있으니, 하늘이 장차 그를 진나라 군주로 세우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임금께서는 그를 예우하십시오. 남녀가 같은 성姓이면 그 자식들이 번창하지 못한다고 하는데, 중이는 아버지도 어머니도 희姬씨인데 지금까지 무사히 살아 있으니 이것이 첫 번째입니다. 그가 외국으로 떠돌며 힘들게 지내는 동안 하늘이 진나라를 안정시키지 않고 그를 도와주려 하니 이것이 두 번째입니다. 그를 따르는 세 사람은 다른 사람의 윗사람이 되기 충분한 데도 중이를 따르는 것이 세 번째입니다. 진나라와 정나라는 같은 성의 동족이니 우리나라를 거쳐가는 진나라 자제도 마땅히 예우해야 하는데, 하물며 하늘이 돕는 자는 더 말할 나위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정 문공은 숙첨의 말을 듣지 않았다.
<춘추좌전> 희공 23년
토론하기
1. 희부기의 행동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2. 정나라 대부 숙첨이 말한 중이의 특별함은 우리가 생각하는 영웅과 훌륭한 지도자의 모습에 부합하는가? 오늘날의 영웅이나 지도자와 어떤 점에서 같고 다른가?
해설읽기
제나라를 떠나기 싫다는 중이를 억지로 데리고 나와 중이 일행이 향한 곳은 조나라였다. 조나라는 힘없는 작은 나라라서 중이를 환대하거나 귀국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처지는 아니었다. 아마 제나라를 떠나 강대국인 초나라나 진[秦]나라로 가기 위해 잠시 들른 것일 수 있다. 그런데 중이는 조나라 군주로부터 매우 수치스러운 일을 당한다. 중이의 갈비뼈가 기이하게도 통뼈로 이루어져 있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조 공공은 그것을 신기하게 생각해, 중이가 목욕할 때 바깥에서 몰래 구경했다는 것이다. 보통 사람에게도 그렇겠지만 다른 나라 공자의 목욕 장면을 훔쳐보는 것은 매우 불손한 일이다. 중이는 자신이 구경꺼리로 전락한 것을 느끼고 분한 마음이 들었을 테지만 <좌전>에는 이와 관련한 다른 설명은 없다. 어쨌든 중이가 진나라 공자이기는 하지만 오랜 망명 생활에서 이와 같은 모욕과 수모를 당하는 일도 빈번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희부기와 희부기의 아내 이야기이다. 아마 희부기 아내는 상황 판단이 빠른 명민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중이를 수행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니 모두 뛰어난 사람인지라 조만간 진나라로 귀국해 중이를 군주의 자리에 올리고 진나라를 강국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렇게 된다면, 중이를 욕보였던 조나라는 위험에 처할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자 희부기 아내는 남편 에게 나중의 사태에 대비할 것을 제안하고, 희부기는 중이에게 음식을 보내며 그 속에 구슬을 넣어두어 자신이 무례한 조 공공과는 다르며 중이에게 호의를 갖고 있다는 뜻을 전한다. 인용한 본문에는 나오지 않지만, 희부기 아내의 말대로 이후 진나라로 돌아가 진 문공이 된 중이는 조나라를 정벌하고 희부기 집은 보호를 받게 된다.
조나라를 떠난 중이 일행은 역시 작은 송나라를 거쳐서 정나라에 들어간다. 정나라에서도 역시 환대를 받지 못한다. 제나라, 초나라, 진[秦]나라 같은 강대국은 나중에 자국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중이를 후원하고 귀국시켜줄 힘이 있기 때문에 중이에게 관심을 표한다. 그러나 작은 나라들은 힘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중이의 특별한 점을 알아보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중이에게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정나라 문공 또한 중이의 특별함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정나라 대부 숙첨은 정 문공과는 다른 안목을 갖고 있었다. 숙첨은 중이가 하늘의 선택을 받은 특별한 사람이라는 근거로 세가지를 제시한다.
첫 번째 동성결혼 관련 이야기는 지금으로서는 맞지 않지만 전근대 시대의 일반적 관념이다. 중요한 것은 중이가 이런 ‘자연적 제약’도 어찌 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말해준다. 두 번째는 중이가 외국으로 떠도는 동안 진나라는 내부 반란으로 두 명의 예비 군주가 시해되고, 진[秦]나라와의 전쟁에서 진혜공 이오가 포로로 잡히는 등 끊임없이 혼란스러운 정국이 이어졌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언뜻 중이의 비범함과 상관없어 보이지만, 만약 진나라가 안정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었다면 중이가 돌아갈 명분도 없고 가서 할 수 있는 일도 없다.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는 말처럼, 당시의 혼란한 진나라를 수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지도자의 출현이 고대되었고 중이는 그 때를 잘 탄 것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모두 중이가 자력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하늘이 돕는 자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세 번째는 중이의 인덕이다. 중이를 따르는 참모진은 모두 중이보다 뛰어난 자질과 재주를 가진 사람들인데도, 중이를 믿고 따르며 오랜 시간을 함께 견디어 왔다. 그렇다면 중이에게는 겉으로는 쉽게 알 수 없는 비범함이 있는 것이다. 내 자신이 그렇게 비범하지 않더라도 비범한 사람들을 늘 내 주변에 머무르게 하는 능력은, 그 어떤 비범함보다도 비범한 능력이다. 이런 능력 또한 하늘이 부여한 것으로 숙첨은 보고 있지만, 아마 중이 자신이 성장과정에서 또 힘든 방랑생활을 거치면서 후천적으로 길러낸 자질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이렇게 중이는 거의 오랜 기간 크고 작은 나라들을 거치면서 자신을 도와 귀국시킬 나라를 찾아 헤매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그런 나라의 군주를 만날 수 없었다. 중이의 방랑길은 언제까지 지속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