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맥락
이정출(송강호 분)은 의열단이 경성에 폭탄 운반을 계획 중이라는 첩보를 듣고 의열단원 김우진(공유 분)에게 접근한다. 이정출은 한 때 임시정부에서 통역사로 활동하다가 임정의 정보를 빼돌려 일본 경찰에 넘기고 그 공으로 경무국 경부자리까지 올라온 사람이다. 둘은 서로의 의도를 간파하면서도 상대 조직의 정보를 캐내고 또 교란시키기 위해 호형호제 하면서 친해진다. 의열단 정보가 계속 노출되자 위험을 느낀 김우진은 상해로 가서 정채산(이병헌 분)과 만나 폭탄 밀반입 계획을 세우고 이정출을 이용하기로 한다. 정채산을 잡는 것이 본인의 임무임에도 불구하고 정채산의 언변과 아우라에 압도된 이정출은 마지못해 제안을 수락하고 일본인 관원을 죽이면서까지 경성으로 폭탄을 운반하는 일을 돕는다. 그러나 경성역에 도착해 의열단 조직원은 발각되고 김우진 혼자 도망쳐 나와 폭탄을 숨기고 은신한다. 결국 또 다른 조직 내 밀정에 의해 김우진도 발각된다. 이정출도 의심을 받고 함께 재판을 받지만 끝내 의열단을 위해서가 아니라 일본 총독부의 관료로서 의열단원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밀정 역할을 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풀려난다. 이후 자신 집에 숨겨둔 폭탄을 가지고 일본 고위 관료 모임에 폭탄을 투하한다.
고전본문
#김우진과 정채산의 대화
(이정출이 상해에 있는 김우진에게 사업을 핑계로 연락을 취해 의열단이 위험에 처한 상황)
정채산(이병헌): 그 친구 어떻습니까? 이정출, 친구할 만합니까?
김우진(공유): 그자나 저나 낚시꾼이 던진 미끼인데, 친구가 가당키나 하겠습니까?
정채산: 죽은 김장옥 열사한테 그 친구 얘기 들었소. 가까운 친구였다고.
김우진: 옛날 얘기일 뿐입니다.
정채산: 지금 우리한테는 시간도 사람도 없소. (담뱃불을 붙이며) 그 미끼 우리가 먼저 뭅시다. 아, 아닙니다. 적의 첩자를 역으로 우리 첩자로 만든다! 첩자 중에서도 가장 위험하지만 또 그만큼 쓸모 있는 게 반간이오.
연계순: 저는 반대입니다. 놈들의 목표는 단장님이지 않습니까?
김우진: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정채산: 어차피 이리저리 옮기는 게 그 자들 특징이라면 이번엔 어디 편에 서게 되는지 봅시다. 이중 첩자에게도 조국은 하나뿐이오. 그에게도 마음의 빚이 있을 거요. 그걸 열어주자는 거요. 마음의 움직임이 가장 무서운 것 아니겠소.
#정채산과 이정출의 대화
(갑작스럽게 만나서 종일 술을 마시다가 밤바다에 간 상황)
정채산(이병헌): 답답할 때면 여기 이렇게 나와 하는 밤낚시가 참 좋습니다. 이 차가운 암흑 한 가운데 서면 오히려 두려움도 잊게 되오.
이정출(송강호): 두려움을 느끼십니까?
정채산: 그럼요. 나는 나라 잃은 군인이오. 도망자 신세로 떠돌아다니면서 내가 가장 자신 있게 익힌 거라고는 사람에 대한 동물적 경계입니다. 누가 내편이 되어 줄지 누가 내 목숨을 이어줄지 내 본능에 의해서 결정하는 거지요. 이경부가 나를 도와줄 거라 생각했습니다.
이정출: 난 녹봉 먹는 일개 경찰로 눈앞에 이문이나 좇는 놈이오. 제 생각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정채산: 이경부, 지금 당장 나를 여기에 처넣으시오. 그게 진짜로 원하는 거라면 그렇게 하시오. 다신 이런 기회는 없을 것이오.
이정출: 어떻게 그렇게 스스로를 믿을 수가 있습니까?
정채산: 난 사람 말을 믿지 않습니다. 내가 한 말조차 믿지 못하겠소. 다만 내가 해야만 할 일을, 사람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믿을 뿐입니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을 어디에 올려야 할지를 정해야 할 때가 옵니다. 이동지는 어느 역사 위에 이름을 올리겠습니까? (파도 소리… 시계를 주며) 앞으로 내 시간을 이형께 맡기는 겁니다.
토론하기
1. 정채산이 말한 “마음의 움직임이 가장 무서운 것 아니겠소?”라는 말은 무슨 말일까? 이와 같은 마음의 움직임을 경험한 적이 있다면 얘기해 보자.
2.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임시정부와 친구도 배반했던 총독부 관원 이정출이 의열단의 폭탄 밀반입을 도와준 이유는 무엇일까? 이정출의 마음은 왜 흔들린 것일까?
해설읽기
임정 조직을 배신하고 총독부 경부가 되어 독립군을 잡던 일에 골몰하던 이정출은 의열단장 정채산을 잡고 의열단원을 일망타진한다는 목표를 갖고 경성에서 사진관과 고미술상을 운영하는 의열단원 김우진에게 접촉하고, 결국 정채산과도 대면한다. 결국 김우진의 폭탄 밀반입 작전을 돕고 위험에 처할 때마다 일이 잘못될까 초조해한다. 물론 자신은 밀정으로서 잠시 도울 뿐이라고 상대에게도 자신에게도 되뇌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그들 일에 개입하고 도움을 준다. 요컨대 이정출은 밀정으로서의 임무를 수행중이라는 명확한 자의식과 목표의식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들과 만나면서 계속해서 갈팡질팡 마음이 흔들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일관되게 한마음을 이어갔다면 이정출은 계속해서 일신의 이익과 목전의 안위를 좇아서 그의 말대로 총독부가 주는 녹봉만 받아먹으며 자기를 알아 봐준 총독부 상사를 위해 열심히 살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의 마음이 흔들리고, 평소와 다른 마음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정출의 마음을 염탐하는 정채산과 김우진, 경무국장만이 아니라 이정출 자신도 자기 마음의 행방을 알지 못했다.
이정출의 마음이 흔들린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우선 극적 기대감 때문에 이정출이 미화된 것일 수 있다. 즉 이정출은 말 그대로 밀정으로서의 자의식을 끝까지 유지했고 그래서 흔들림 없이 자기 임무를 수행한 것인지 모른다. 상대를 잘 속이기 위해 눈빛의 흔들림, 마음의 흔들림을 ‘연기’했을 수 있다. 순간순간 저들에게 마음을 내어주고 싶은 때도 있었지만 마음을 다잡고 총독부 경부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기차에서 일본인 동료 하시모토 일행을 죽인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자신의 일에 비협조적이고 자신을 의심하는 일본인 동료에 대한 응징일 수 있고, 경성역까지는 폭탄 반입에 협조한다는 밀정으로서의 최소한의 양심(?)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마지막에 일본인 고위 관료의 파티에 폭탄을 터뜨리는 것은 설명할 길이 없다.
이정출의 두 마음에 대해 또 어떤 해석이 가능할까? 정채산의 말처럼 이중 첩자에게도 조국은 하나뿐이라 마음의 빚이 있을 것이므로 그것이 건드려졌기 때문일까? 또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을 어디에 올려야 할지를 정해야 할 때가 온다는 말은 듣고 자신은 어느 역사 위에 이름을 올릴까를 고민하게 된 것일까? 그가 조국과 민족을 위해, 역사의 죄인이 되지 않기 위해 즉 올바른 이념을 위해 자신의 마음을 바꿨다고 말하기엔 당시 그가 당면하고 목도한 사건들은 너무 일상적인 일들이었다. 쫓고 쫓기는 사람들, 염탐하고 숨는 사람들,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아무렇지도 않게 이중스파이를 하는 사람들… 이들은 늘 이정출 옆에 있었다. 갑자기 정치적 자각을 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 것이라고 말하기에는 개연성이 너무 부족하다.
마지막으로 이정출의 두 마음은 그가 만난 사람들 때문일지 모른다. 그의 삶은 누군가를 염탐하고 뒤쫓고, 심지어 독립군 친구의 자결도 눈앞에서 봐야만 하는 불안정한 삶이다. 그렇지만 그 대가로 안정된 녹봉과 상대적인 편안함도 누리고 있기에 큰 불만은 없고, 무엇보다 자신이 원하고 선택한 삶이었다. 이 자리에서 자신의 상사에게 더 인정받아 높은 자리로 올라갈 수 있기만을 바라는 전형적인 소시민의 삶이다. 그런 그 앞에 김우진과 정채산이 나타난다. 이들은 이정출 자신이 지금까지 중시해 왔던 가치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들이다. 임정에서도 활동해 봤기에 독립운동 한다는 사람들이 어떤지는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들의 삶이 싫어서 그들을 배신하고 여기에 이르렀다. 그냥 잡아들이면 되는 사람들이고, 개인적 관심의 대상도 아니다. 그런데 이들은 기존에 만난 독립운동가와 다른 듯하다.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독특함이 있다. 특히 최고의 현상금이 걸려 있으면서도 직접 총독부 관원인 자신을 만나 한 동이의 술을 대작하고 또 밤바다로 데려가 자신의 불안함을 토로하면서 총독부 관원인 자신을 믿고 자신의 시간을 맡기겠다는 정채산은 한 번도 경험하거나 상상하지 못했던 유형의 사람이다. 요컨대 이정출은 단 한 번의 만남에서 그의 언변과 표정, 아우라에 압도되었고, 일종의 숭고미마저 느낀 듯하다. 이것이 이정출의 마음이 흔들린 이유가 아닐까?
<밀정>은 독립군과 독립군을 잡는 총독부 관헌을 대상으로 하면서도 뜨거운 역사와 조국애를 표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오히려 차갑게 인간의 흔들리는 마음을 응시한다. 그래서 이정출이 마지막에 일본인 파티장을 테러하는 장면은 전체적인 흐름상 부연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두 마음이 행동으로 드러난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는 앞으로도 여전히 녹봉만 바라는 소시민으로 살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한 번 흔들렸던 마음이 제자리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키워드
김우진, 배신, 의열단, 이정출, 임시정부, 정채산, 총독부, 경무국
전후맥락
이정출(송강호 분)은 의열단이 경성에 폭탄 운반을 계획 중이라는 첩보를 듣고 의열단원 김우진(공유 분)에게 접근한다. 이정출은 한 때 임시정부에서 통역사로 활동하다가 임정의 정보를 빼돌려 일본 경찰에 넘기고 그 공으로 경무국 경부자리까지 올라온 사람이다. 둘은 서로의 의도를 간파하면서도 상대 조직의 정보를 캐내고 또 교란시키기 위해 호형호제 하면서 친해진다. 의열단 정보가 계속 노출되자 위험을 느낀 김우진은 상해로 가서 정채산(이병헌 분)과 만나 폭탄 밀반입 계획을 세우고 이정출을 이용하기로 한다. 정채산을 잡는 것이 본인의 임무임에도 불구하고 정채산의 언변과 아우라에 압도된 이정출은 마지못해 제안을 수락하고 일본인 관원을 죽이면서까지 경성으로 폭탄을 운반하는 일을 돕는다. 그러나 경성역에 도착해 의열단 조직원은 발각되고 김우진 혼자 도망쳐 나와 폭탄을 숨기고 은신한다. 결국 또 다른 조직 내 밀정에 의해 김우진도 발각된다. 이정출도 의심을 받고 함께 재판을 받지만 끝내 의열단을 위해서가 아니라 일본 총독부의 관료로서 의열단원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밀정 역할을 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풀려난다. 이후 자신 집에 숨겨둔 폭탄을 가지고 일본 고위 관료 모임에 폭탄을 투하한다.
고전본문
#김우진과 정채산의 대화
(이정출이 상해에 있는 김우진에게 사업을 핑계로 연락을 취해 의열단이 위험에 처한 상황)
정채산(이병헌): 그 친구 어떻습니까? 이정출, 친구할 만합니까?
김우진(공유): 그자나 저나 낚시꾼이 던진 미끼인데, 친구가 가당키나 하겠습니까?
정채산: 죽은 김장옥 열사한테 그 친구 얘기 들었소. 가까운 친구였다고.
김우진: 옛날 얘기일 뿐입니다.
정채산: 지금 우리한테는 시간도 사람도 없소. (담뱃불을 붙이며) 그 미끼 우리가 먼저 뭅시다. 아, 아닙니다. 적의 첩자를 역으로 우리 첩자로 만든다! 첩자 중에서도 가장 위험하지만 또 그만큼 쓸모 있는 게 반간이오.
연계순: 저는 반대입니다. 놈들의 목표는 단장님이지 않습니까?
김우진: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정채산: 어차피 이리저리 옮기는 게 그 자들 특징이라면 이번엔 어디 편에 서게 되는지 봅시다. 이중 첩자에게도 조국은 하나뿐이오. 그에게도 마음의 빚이 있을 거요. 그걸 열어주자는 거요. 마음의 움직임이 가장 무서운 것 아니겠소.
#정채산과 이정출의 대화
(갑작스럽게 만나서 종일 술을 마시다가 밤바다에 간 상황)
정채산(이병헌): 답답할 때면 여기 이렇게 나와 하는 밤낚시가 참 좋습니다. 이 차가운 암흑 한 가운데 서면 오히려 두려움도 잊게 되오.
이정출(송강호): 두려움을 느끼십니까?
정채산: 그럼요. 나는 나라 잃은 군인이오. 도망자 신세로 떠돌아다니면서 내가 가장 자신 있게 익힌 거라고는 사람에 대한 동물적 경계입니다. 누가 내편이 되어 줄지 누가 내 목숨을 이어줄지 내 본능에 의해서 결정하는 거지요. 이경부가 나를 도와줄 거라 생각했습니다.
이정출: 난 녹봉 먹는 일개 경찰로 눈앞에 이문이나 좇는 놈이오. 제 생각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정채산: 이경부, 지금 당장 나를 여기에 처넣으시오. 그게 진짜로 원하는 거라면 그렇게 하시오. 다신 이런 기회는 없을 것이오.
이정출: 어떻게 그렇게 스스로를 믿을 수가 있습니까?
정채산: 난 사람 말을 믿지 않습니다. 내가 한 말조차 믿지 못하겠소. 다만 내가 해야만 할 일을, 사람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믿을 뿐입니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을 어디에 올려야 할지를 정해야 할 때가 옵니다. 이동지는 어느 역사 위에 이름을 올리겠습니까? (파도 소리… 시계를 주며) 앞으로 내 시간을 이형께 맡기는 겁니다.
토론하기
1. 정채산이 말한 “마음의 움직임이 가장 무서운 것 아니겠소?”라는 말은 무슨 말일까? 이와 같은 마음의 움직임을 경험한 적이 있다면 얘기해 보자.
2.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임시정부와 친구도 배반했던 총독부 관원 이정출이 의열단의 폭탄 밀반입을 도와준 이유는 무엇일까? 이정출의 마음은 왜 흔들린 것일까?
해설읽기
임정 조직을 배신하고 총독부 경부가 되어 독립군을 잡던 일에 골몰하던 이정출은 의열단장 정채산을 잡고 의열단원을 일망타진한다는 목표를 갖고 경성에서 사진관과 고미술상을 운영하는 의열단원 김우진에게 접촉하고, 결국 정채산과도 대면한다. 결국 김우진의 폭탄 밀반입 작전을 돕고 위험에 처할 때마다 일이 잘못될까 초조해한다. 물론 자신은 밀정으로서 잠시 도울 뿐이라고 상대에게도 자신에게도 되뇌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그들 일에 개입하고 도움을 준다. 요컨대 이정출은 밀정으로서의 임무를 수행중이라는 명확한 자의식과 목표의식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들과 만나면서 계속해서 갈팡질팡 마음이 흔들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일관되게 한마음을 이어갔다면 이정출은 계속해서 일신의 이익과 목전의 안위를 좇아서 그의 말대로 총독부가 주는 녹봉만 받아먹으며 자기를 알아 봐준 총독부 상사를 위해 열심히 살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의 마음이 흔들리고, 평소와 다른 마음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정출의 마음을 염탐하는 정채산과 김우진, 경무국장만이 아니라 이정출 자신도 자기 마음의 행방을 알지 못했다.
이정출의 마음이 흔들린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우선 극적 기대감 때문에 이정출이 미화된 것일 수 있다. 즉 이정출은 말 그대로 밀정으로서의 자의식을 끝까지 유지했고 그래서 흔들림 없이 자기 임무를 수행한 것인지 모른다. 상대를 잘 속이기 위해 눈빛의 흔들림, 마음의 흔들림을 ‘연기’했을 수 있다. 순간순간 저들에게 마음을 내어주고 싶은 때도 있었지만 마음을 다잡고 총독부 경부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기차에서 일본인 동료 하시모토 일행을 죽인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자신의 일에 비협조적이고 자신을 의심하는 일본인 동료에 대한 응징일 수 있고, 경성역까지는 폭탄 반입에 협조한다는 밀정으로서의 최소한의 양심(?)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마지막에 일본인 고위 관료의 파티에 폭탄을 터뜨리는 것은 설명할 길이 없다.
이정출의 두 마음에 대해 또 어떤 해석이 가능할까? 정채산의 말처럼 이중 첩자에게도 조국은 하나뿐이라 마음의 빚이 있을 것이므로 그것이 건드려졌기 때문일까? 또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을 어디에 올려야 할지를 정해야 할 때가 온다는 말은 듣고 자신은 어느 역사 위에 이름을 올릴까를 고민하게 된 것일까? 그가 조국과 민족을 위해, 역사의 죄인이 되지 않기 위해 즉 올바른 이념을 위해 자신의 마음을 바꿨다고 말하기엔 당시 그가 당면하고 목도한 사건들은 너무 일상적인 일들이었다. 쫓고 쫓기는 사람들, 염탐하고 숨는 사람들,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아무렇지도 않게 이중스파이를 하는 사람들… 이들은 늘 이정출 옆에 있었다. 갑자기 정치적 자각을 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 것이라고 말하기에는 개연성이 너무 부족하다.
마지막으로 이정출의 두 마음은 그가 만난 사람들 때문일지 모른다. 그의 삶은 누군가를 염탐하고 뒤쫓고, 심지어 독립군 친구의 자결도 눈앞에서 봐야만 하는 불안정한 삶이다. 그렇지만 그 대가로 안정된 녹봉과 상대적인 편안함도 누리고 있기에 큰 불만은 없고, 무엇보다 자신이 원하고 선택한 삶이었다. 이 자리에서 자신의 상사에게 더 인정받아 높은 자리로 올라갈 수 있기만을 바라는 전형적인 소시민의 삶이다. 그런 그 앞에 김우진과 정채산이 나타난다. 이들은 이정출 자신이 지금까지 중시해 왔던 가치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들이다. 임정에서도 활동해 봤기에 독립운동 한다는 사람들이 어떤지는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들의 삶이 싫어서 그들을 배신하고 여기에 이르렀다. 그냥 잡아들이면 되는 사람들이고, 개인적 관심의 대상도 아니다. 그런데 이들은 기존에 만난 독립운동가와 다른 듯하다.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독특함이 있다. 특히 최고의 현상금이 걸려 있으면서도 직접 총독부 관원인 자신을 만나 한 동이의 술을 대작하고 또 밤바다로 데려가 자신의 불안함을 토로하면서 총독부 관원인 자신을 믿고 자신의 시간을 맡기겠다는 정채산은 한 번도 경험하거나 상상하지 못했던 유형의 사람이다. 요컨대 이정출은 단 한 번의 만남에서 그의 언변과 표정, 아우라에 압도되었고, 일종의 숭고미마저 느낀 듯하다. 이것이 이정출의 마음이 흔들린 이유가 아닐까?
<밀정>은 독립군과 독립군을 잡는 총독부 관헌을 대상으로 하면서도 뜨거운 역사와 조국애를 표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오히려 차갑게 인간의 흔들리는 마음을 응시한다. 그래서 이정출이 마지막에 일본인 파티장을 테러하는 장면은 전체적인 흐름상 부연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두 마음이 행동으로 드러난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는 앞으로도 여전히 녹봉만 바라는 소시민으로 살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한 번 흔들렸던 마음이 제자리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키워드
김우진, 배신, 의열단, 이정출, 임시정부, 정채산, 총독부, 경무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