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맥락
이 글은 『사기·골계열전』에 실려 있는 짤막한 이야기들 가운데 하나이다. 재치 있게 말하는 능력이 뛰어났던 우맹이라는 사람이 왕의 잘못을 은근하게 풍자하여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 글에서 풍자의 대상은 기르던 말에 대한 왕의 지나친 사랑이다. 초나라 장왕은 자신이 기르던 말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말이 입고, 먹고, 생활하는 모든 부분에 사람처럼 정성을 쏟았다. 말이 죽은 후에는 그 당시 높은 지위에 해당하였던 대부가 죽었을 때와 같은 수준으로 말을 장사지내려 하였다. 우맹은 왕의 이러한 행동이 두고두고 사람들의 비판과 조롱의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점을 에둘러 전달하였고, 결국 죽은 말은 왕실 요리사에게로 보내진다.
고전본문
옛날 초나라에 우맹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본래 초나라의 음악가로 키가 크고 말솜씨도 좋아 언제나 웃으며 이야기하는 가운데 풍자하여 간언했다.
초나라 장왕에게는 아끼는 말 한 필이 있었는데, 무늬 있는 비단옷을 입히고 화려한 집에서 기르며 침대에서 자게 하고 대추와 육포를 먹였다. 말이 살쪄서 죽게 되자 왕은 신하들에게 상복을 입게 하고 속 널과 바깥 널을 따로 마련하여 대부의 예로 장사지내려 했다. 주위 신하들이 이에 대해 잘못되었다고 말하자 왕은 이렇게 명령을 내렸다.
“말에 대해 간하는 자가 있으면 죄를 물어 사형에 처하겠다.”
우맹이 이를 듣고 궁전 문으로 들어가 하늘을 우러러보며 크게 소리 내어 울었다. 왕이 놀라서 그 까닭을 물어보니 우맹이 대답했다.
“말은 왕께서 아끼시던 것입니다. 초나라처럼 위대한 나라에서라면 무엇을 구한들 얻지 못하겠습니까? 그런데 겨우 대부의 예로 말을 장사지낸다니 박정합니다. 임금의 예로 장사지내십시오.”
왕이 물었다.
“어떻게 장사지내면 되겠소?”
“옥을 다듬어 관을 만들고, 좋은 나무로 바깥 널과 관 보호대를 만들게 하십시오. 병사들을 내어 무덤을 파게 하고, 노약자들에게 흙을 져 나르게 하고, 이웃 나라 사신들을 앞쪽에 줄지어 세우고 뒤에서 호위도 하게 하십시오. 사당을 세워 풍성한 제사상을 올리고 만 호의 읍으로 받들도록 하십시오. 제후들이 이 소식을 들으면 모두들 왕께서 사람을 천하게 여기고 말을 귀하게 여기는 줄을 알게 될 것입니다.”
왕이 말했다.
“과인의 잘못이 이 정도였단 말이오?”
그리고는 마침내 죽은 말을 왕실의 음식을 담당하는 관리에게 넘겨 처리하게 하였고, 두고두고 세상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일이 없도록 하였다.
[고전원문]
《史记·滑稽列傳》 優孟者, 故楚之樂人也. 長八尺, 多辯, 常以談笑諷諫. 楚荘王之時, 有所愛馬, 衣以文繍, 置之華屋之下, 席以露床, 啗以棗脯. 馬病肥死, 使群臣喪之, 欲以棺槨大夫禮葬之. 左右爭之, 以為不可. 王下令曰:「有敢以馬諫者, 罪至死.」 優孟聞之, 入殿門. 仰天大哭. 王驚而問其故. 優孟曰:「馬者王之所愛也, 以楚國堂堂之大, 何求不得, 而以大夫禮葬之, 薄, 請以人君禮葬之.」 王曰:「何如?」 對曰:「臣請以彫玉為棺, 文梓為槨, 楩楓予章為題湊, 発甲卒為穿壙, 老弱負土, 斉趙陪位於前, 韓魏翼衛其後, 廟食太牢, 奉以萬戸之邑. 諸侯聞之, 皆知大王賎人而貴馬也.」王曰:「寡人之過一至此乎! 為之柰何?」 於是王乃使以馬屬太官, 無令天下久聞也.
** 각주 1. 『논어·미자』 鳥獸不可與同群, 吾非斯人之徒與而誰與?
** 각주 2. 『맹자·등문공』 無父無君, 是禽獸也.
** 각주 3. 『논어·위정』『맹자·진심』 今之孝者是謂能養, 至於犬馬, 皆能有養, 不敬, 何以別乎?
** 각주 4. 춘추오패(春秋五霸): 제 환공(齊桓公), 진 문공(晉文公), 진 목공(秦穆公), 초 장왕(楚莊王), 송 양왕(宋襄王).
토론하기
(1) 여러분이 초 장왕의 입장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요? 아끼던 말을 푸줏간으로 보내는 대신 선택할 수 있는 더 좋은 대안이 있다면 함께 이야기해봅시다.
(2) 동물과의 공존과 관련하여 최근 우리 사회에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변화의 흐름에 대해 동물권 입법 노력, 비건 운동, 애견 동반 카페 허용 등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이야기를 나누어봅시다.
해설읽기
이 이야기에서 초 장왕이 비판받았던 이유는 동물인 말을 사람처럼 대우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인간과 동물에 대한 철저한 구별은 동양의 여러 고전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내용이다. 동양 고전에서 동물은 인간을 해치는 ‘맹수’의 모습으로 묘사되거나, 인간과 달리 윤리 도덕을 가지고 있지 못한 ‘짐승’의 모습으로 묘사되거나, 혹은 인간에게 일방적으로 사육되는 ‘가축’의 모습으로 묘사된다. 따라서 인간이 동물을 아끼는 마음은 가장 먼저 내 가족과 친척을 사랑하고, 다음으로 인간 사회를 이루는 다른 구성원들을 사랑하고 난 뒤에야 베풀 수 있는 것으로 규정되었다. 전통 사회에서 인간이 동물에게 베풀 수 있는 사랑은 상하질서와 차등이 존재하는 사랑이었다. 특히 그 사랑의 주체가 정치 권력을 가지고 있는 군주의 경우라면 이 우선순위를 지키는 것은 한층 더 중요한 문제가 된다.
말을 사랑한 나머지 사람 못지않은 의식주를 제공하고, 사람처럼 장사지내려 했던 초 장왕의 행동은 여러 신하들은 물론 당시 뛰어난 풍자꾼이었던 우맹의 비판을 받는 대상이 된다. 당시 사람들은 사람이 동물과 공동체를 이루어 살 수는 없다고 생각했고(각주 1), 도덕 규범을 준수하지 못하는 사람을 두고는 짐승만도 못하다고 비난하였으며(각주 2), 동물을 아끼는 경우라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일방적으로 보살피거나 이용하는 대상이었을 뿐 예의나 존중의 대상은 아니었기 때문(각주 3)이다.
이러한 맥락을 고려할 때, 초 장왕의 행동은 국가와 백성이라는 공적 대상보다 자신이 아끼는 사적 대상을 우선시한 행위라는 측면에서 문제가 되었을 뿐 아니라, 그 사적인 사랑의 대상이 동물이었다는 점에서 특히 신랄한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정치 권력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인간’과 ‘동물’ 간의 우선순위를 뒤바꾸게 되면 벌어질 수 있는 문제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는 희생 의식에 쓰이기 위해 끌려가는 소를 보고 불쌍한 마음이 들어 외면하지 못하는 제 선왕에게 건넨 맹자의 조언을 떠올리게 한다. 맹자는 왕의 그 마음은 정말로 훌륭하지만, 동물에게까지 미치고 있는 왕의 은혜가 왜 백성들에게는 미치지 않고 있느냐며, 은혜를 잘 미루어가면 천하를 보전할 수 있지만, 은혜를 잘 미루어가지 못하면 처자식도 지킬 수 없는 법이라고 강력히 조언한다.
초 장왕은 춘추시대 가장 강력했던 다섯 패자(각주 4) 가운데 한 사람으로 국가를 부강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던 인물이었다. 뿐만 아니라, 초 장왕은 역사서 속에서 주변 사람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고 신하와 백성의 상황을 살피고자 노력했던 인물로 묘사된다. 대표적인 일화로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한 번은 초나라가 이웃 나라와 전쟁을 벌여 크게 승리하였는데, 초 장왕은 전쟁을 계속하지 않고 군사를 거두어 돌아가려고 하였다. 신하 한 명이 이를 이상하게 여기며, 군영을 축조해 무공(武功)을 드러내고 이웃 나라 군사들의 시체를 쌓아 올릴 것을 청하자, 왕은 이를 거절하며 ‘무(武)’라는 글자를 ‘그칠 지(止)’와 ‘창 과(戈)’로 나누어서 진정한 무공이란 전쟁을 끝내는 것임을 설명하고 군대를 돌렸다고 한다.
이러한 일화가 보여주듯 초 장왕은 현명한 군주였으며 그가 통치하던 시기에 나라는 부강했다. 본문 속 이야기에서 또한 초 장왕은 결국 우맹의 간언을 따라 말을 푸줏간으로 보내는 결정을 한다. 더구나 사실 왕은 아끼는 말을 위해 결코 백성을 수탈하거나 국고를 축내지도 않았다. 다만 부모나 형제에게 살아 있을 때는 좋은 의식주를 제공하고 세상을 떠났을 때는 정성껏 장례를 치루어 주듯 말에게도 똑같이 하려 했던 것뿐이다. 그러나 이는 용납될 수 없는 일이었다. 말은 살아 있을 때는 마구간에서 길러져야 마땅하고, 죽어서는 푸줏간으로 보내져야 마땅하다는 것이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부터 백성에 대한 사랑으로, 백성에 대한 사랑으로부터 다시 동식물에 대한 사랑으로(親親而仁民,仁民而愛物)’ 이어지는 차등적 순서를 반영한 대우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그 차등적 질서를 벗어나 동물인 말을 인간과 똑같이 대응하게 된다면 나라가 어려워지거나 군주의 도량이 부족할 때 마치 맹자로부터 비판을 받은 제 선왕이 그러했듯 정치 권력의 우선적인 보호를 받아야 할 백성이 도리어 곤궁에 처하는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는 일이다. 그러므로 정치 권력을 소유한 군주가 은혜와 사랑을 베푸는 순서와 수준을 분명히 하는 것은 가볍게 생각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였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공동체 안에서 정치 권력의 보호를 받아야 할 수많은 대상 간에 순서와 정도를 정하는 문제는 결코 간단하지 않다. 이제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이주민이 공동체를 함께 구성하는 사회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이제 가족이라는 이름의 공동체를 구성하는 대신 동물과 유대 관계를 맺는 삶을 선택할 수도 있게 되었다. 이처럼 사회구조와 인구구조의 변화가 맞물리면서 우리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질문을 던져보아야 할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가족으로부터 사회 구성원들로, 사회 구성원들로부터 동식물로’라는 차등적인 순서를 단순히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앞으로 공동체의 범위는 어떻게 규정되어야 할 것이며 정치 권력은 누구의 권익과 안전을 우선으로 보호하여야 할 것인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관계설정과 가치 체계의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키워드
공동체, 사익과 공익, 우맹(優孟), 인간과 동물, 정치의 우선순위, 초 장왕(楚莊王), 춘추오패,
전후맥락
이 글은 『사기·골계열전』에 실려 있는 짤막한 이야기들 가운데 하나이다. 재치 있게 말하는 능력이 뛰어났던 우맹이라는 사람이 왕의 잘못을 은근하게 풍자하여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 글에서 풍자의 대상은 기르던 말에 대한 왕의 지나친 사랑이다. 초나라 장왕은 자신이 기르던 말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말이 입고, 먹고, 생활하는 모든 부분에 사람처럼 정성을 쏟았다. 말이 죽은 후에는 그 당시 높은 지위에 해당하였던 대부가 죽었을 때와 같은 수준으로 말을 장사지내려 하였다. 우맹은 왕의 이러한 행동이 두고두고 사람들의 비판과 조롱의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점을 에둘러 전달하였고, 결국 죽은 말은 왕실 요리사에게로 보내진다.
고전본문
옛날 초나라에 우맹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본래 초나라의 음악가로 키가 크고 말솜씨도 좋아 언제나 웃으며 이야기하는 가운데 풍자하여 간언했다.
초나라 장왕에게는 아끼는 말 한 필이 있었는데, 무늬 있는 비단옷을 입히고 화려한 집에서 기르며 침대에서 자게 하고 대추와 육포를 먹였다. 말이 살쪄서 죽게 되자 왕은 신하들에게 상복을 입게 하고 속 널과 바깥 널을 따로 마련하여 대부의 예로 장사지내려 했다. 주위 신하들이 이에 대해 잘못되었다고 말하자 왕은 이렇게 명령을 내렸다.
“말에 대해 간하는 자가 있으면 죄를 물어 사형에 처하겠다.”
우맹이 이를 듣고 궁전 문으로 들어가 하늘을 우러러보며 크게 소리 내어 울었다. 왕이 놀라서 그 까닭을 물어보니 우맹이 대답했다.
“말은 왕께서 아끼시던 것입니다. 초나라처럼 위대한 나라에서라면 무엇을 구한들 얻지 못하겠습니까? 그런데 겨우 대부의 예로 말을 장사지낸다니 박정합니다. 임금의 예로 장사지내십시오.”
왕이 물었다.
“어떻게 장사지내면 되겠소?”
“옥을 다듬어 관을 만들고, 좋은 나무로 바깥 널과 관 보호대를 만들게 하십시오. 병사들을 내어 무덤을 파게 하고, 노약자들에게 흙을 져 나르게 하고, 이웃 나라 사신들을 앞쪽에 줄지어 세우고 뒤에서 호위도 하게 하십시오. 사당을 세워 풍성한 제사상을 올리고 만 호의 읍으로 받들도록 하십시오. 제후들이 이 소식을 들으면 모두들 왕께서 사람을 천하게 여기고 말을 귀하게 여기는 줄을 알게 될 것입니다.”
왕이 말했다.
“과인의 잘못이 이 정도였단 말이오?”
그리고는 마침내 죽은 말을 왕실의 음식을 담당하는 관리에게 넘겨 처리하게 하였고, 두고두고 세상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일이 없도록 하였다.
[고전원문]
《史记·滑稽列傳》 優孟者, 故楚之樂人也. 長八尺, 多辯, 常以談笑諷諫. 楚荘王之時, 有所愛馬, 衣以文繍, 置之華屋之下, 席以露床, 啗以棗脯. 馬病肥死, 使群臣喪之, 欲以棺槨大夫禮葬之. 左右爭之, 以為不可. 王下令曰:「有敢以馬諫者, 罪至死.」 優孟聞之, 入殿門. 仰天大哭. 王驚而問其故. 優孟曰:「馬者王之所愛也, 以楚國堂堂之大, 何求不得, 而以大夫禮葬之, 薄, 請以人君禮葬之.」 王曰:「何如?」 對曰:「臣請以彫玉為棺, 文梓為槨, 楩楓予章為題湊, 発甲卒為穿壙, 老弱負土, 斉趙陪位於前, 韓魏翼衛其後, 廟食太牢, 奉以萬戸之邑. 諸侯聞之, 皆知大王賎人而貴馬也.」王曰:「寡人之過一至此乎! 為之柰何?」 於是王乃使以馬屬太官, 無令天下久聞也.
** 각주 1. 『논어·미자』 鳥獸不可與同群, 吾非斯人之徒與而誰與?
** 각주 2. 『맹자·등문공』 無父無君, 是禽獸也.
** 각주 3. 『논어·위정』『맹자·진심』 今之孝者是謂能養, 至於犬馬, 皆能有養, 不敬, 何以別乎?
** 각주 4. 춘추오패(春秋五霸): 제 환공(齊桓公), 진 문공(晉文公), 진 목공(秦穆公), 초 장왕(楚莊王), 송 양왕(宋襄王).
토론하기
(1) 여러분이 초 장왕의 입장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요? 아끼던 말을 푸줏간으로 보내는 대신 선택할 수 있는 더 좋은 대안이 있다면 함께 이야기해봅시다.
(2) 동물과의 공존과 관련하여 최근 우리 사회에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변화의 흐름에 대해 동물권 입법 노력, 비건 운동, 애견 동반 카페 허용 등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이야기를 나누어봅시다.
해설읽기
이 이야기에서 초 장왕이 비판받았던 이유는 동물인 말을 사람처럼 대우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인간과 동물에 대한 철저한 구별은 동양의 여러 고전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내용이다. 동양 고전에서 동물은 인간을 해치는 ‘맹수’의 모습으로 묘사되거나, 인간과 달리 윤리 도덕을 가지고 있지 못한 ‘짐승’의 모습으로 묘사되거나, 혹은 인간에게 일방적으로 사육되는 ‘가축’의 모습으로 묘사된다. 따라서 인간이 동물을 아끼는 마음은 가장 먼저 내 가족과 친척을 사랑하고, 다음으로 인간 사회를 이루는 다른 구성원들을 사랑하고 난 뒤에야 베풀 수 있는 것으로 규정되었다. 전통 사회에서 인간이 동물에게 베풀 수 있는 사랑은 상하질서와 차등이 존재하는 사랑이었다. 특히 그 사랑의 주체가 정치 권력을 가지고 있는 군주의 경우라면 이 우선순위를 지키는 것은 한층 더 중요한 문제가 된다.
말을 사랑한 나머지 사람 못지않은 의식주를 제공하고, 사람처럼 장사지내려 했던 초 장왕의 행동은 여러 신하들은 물론 당시 뛰어난 풍자꾼이었던 우맹의 비판을 받는 대상이 된다. 당시 사람들은 사람이 동물과 공동체를 이루어 살 수는 없다고 생각했고(각주 1), 도덕 규범을 준수하지 못하는 사람을 두고는 짐승만도 못하다고 비난하였으며(각주 2), 동물을 아끼는 경우라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일방적으로 보살피거나 이용하는 대상이었을 뿐 예의나 존중의 대상은 아니었기 때문(각주 3)이다.
이러한 맥락을 고려할 때, 초 장왕의 행동은 국가와 백성이라는 공적 대상보다 자신이 아끼는 사적 대상을 우선시한 행위라는 측면에서 문제가 되었을 뿐 아니라, 그 사적인 사랑의 대상이 동물이었다는 점에서 특히 신랄한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정치 권력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인간’과 ‘동물’ 간의 우선순위를 뒤바꾸게 되면 벌어질 수 있는 문제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는 희생 의식에 쓰이기 위해 끌려가는 소를 보고 불쌍한 마음이 들어 외면하지 못하는 제 선왕에게 건넨 맹자의 조언을 떠올리게 한다. 맹자는 왕의 그 마음은 정말로 훌륭하지만, 동물에게까지 미치고 있는 왕의 은혜가 왜 백성들에게는 미치지 않고 있느냐며, 은혜를 잘 미루어가면 천하를 보전할 수 있지만, 은혜를 잘 미루어가지 못하면 처자식도 지킬 수 없는 법이라고 강력히 조언한다.
초 장왕은 춘추시대 가장 강력했던 다섯 패자(각주 4) 가운데 한 사람으로 국가를 부강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던 인물이었다. 뿐만 아니라, 초 장왕은 역사서 속에서 주변 사람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고 신하와 백성의 상황을 살피고자 노력했던 인물로 묘사된다. 대표적인 일화로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한 번은 초나라가 이웃 나라와 전쟁을 벌여 크게 승리하였는데, 초 장왕은 전쟁을 계속하지 않고 군사를 거두어 돌아가려고 하였다. 신하 한 명이 이를 이상하게 여기며, 군영을 축조해 무공(武功)을 드러내고 이웃 나라 군사들의 시체를 쌓아 올릴 것을 청하자, 왕은 이를 거절하며 ‘무(武)’라는 글자를 ‘그칠 지(止)’와 ‘창 과(戈)’로 나누어서 진정한 무공이란 전쟁을 끝내는 것임을 설명하고 군대를 돌렸다고 한다.
이러한 일화가 보여주듯 초 장왕은 현명한 군주였으며 그가 통치하던 시기에 나라는 부강했다. 본문 속 이야기에서 또한 초 장왕은 결국 우맹의 간언을 따라 말을 푸줏간으로 보내는 결정을 한다. 더구나 사실 왕은 아끼는 말을 위해 결코 백성을 수탈하거나 국고를 축내지도 않았다. 다만 부모나 형제에게 살아 있을 때는 좋은 의식주를 제공하고 세상을 떠났을 때는 정성껏 장례를 치루어 주듯 말에게도 똑같이 하려 했던 것뿐이다. 그러나 이는 용납될 수 없는 일이었다. 말은 살아 있을 때는 마구간에서 길러져야 마땅하고, 죽어서는 푸줏간으로 보내져야 마땅하다는 것이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부터 백성에 대한 사랑으로, 백성에 대한 사랑으로부터 다시 동식물에 대한 사랑으로(親親而仁民,仁民而愛物)’ 이어지는 차등적 순서를 반영한 대우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그 차등적 질서를 벗어나 동물인 말을 인간과 똑같이 대응하게 된다면 나라가 어려워지거나 군주의 도량이 부족할 때 마치 맹자로부터 비판을 받은 제 선왕이 그러했듯 정치 권력의 우선적인 보호를 받아야 할 백성이 도리어 곤궁에 처하는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는 일이다. 그러므로 정치 권력을 소유한 군주가 은혜와 사랑을 베푸는 순서와 수준을 분명히 하는 것은 가볍게 생각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였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공동체 안에서 정치 권력의 보호를 받아야 할 수많은 대상 간에 순서와 정도를 정하는 문제는 결코 간단하지 않다. 이제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이주민이 공동체를 함께 구성하는 사회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이제 가족이라는 이름의 공동체를 구성하는 대신 동물과 유대 관계를 맺는 삶을 선택할 수도 있게 되었다. 이처럼 사회구조와 인구구조의 변화가 맞물리면서 우리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질문을 던져보아야 할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가족으로부터 사회 구성원들로, 사회 구성원들로부터 동식물로’라는 차등적인 순서를 단순히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앞으로 공동체의 범위는 어떻게 규정되어야 할 것이며 정치 권력은 누구의 권익과 안전을 우선으로 보호하여야 할 것인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관계설정과 가치 체계의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키워드
공동체, 사익과 공익, 우맹(優孟), 인간과 동물, 정치의 우선순위, 초 장왕(楚莊王), 춘추오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