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맥락
지금부터 살펴볼 대화의 배경이 되는 춘추전국시대는 전쟁이 계속되고 정치적 혼란이 극심했던 시기이다. 공자는 여러 제후국을 유세하며 각 나라의 군주에게 이상적인 정치가 무엇인지 설득하기 위해 노력한다. 『사기』와 같은 역사서나 『논어』와 같은 유가 경전에는 제후나 대부 또는 공자의 여러 제자들이 ‘정치’에 대해 묻자 공자가 이에 답한 내용이 남아 있다. 그중에서도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아 몇몇 제후국에서 재상의 자리에까지 올랐던 자공이 정치에 대해 질문하였을 때 공자가 들려준 이야기를 함께 살펴보자.
고전본문
자공(子貢)이 정치에 대해서 묻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양식을 풍족하게 하고, 군대를 풍족하게 하고, 백성들이 윗사람에게 신의를 지키는 것이다.”
자공(子貢)이 말하였다.
“반드시 부득이해서 버려야 한다면, 이 세 가지 중에 무엇을 먼저 버려야 합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대를 버려야 한다.”
자공(子貢)이 말하였다.
“반드시 부득이해서 버려야 한다면, 이 두 가지 중에 무엇을 먼저 버려야 합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양식을 버려야 한다. 예로부터 사람은 누구나 다 죽기 마련이지만, 백성들이 신의가 없으면 존립할 수가 없다.”
子貢問政。子曰:「足食。足兵。民信之矣。」子貢曰:「必不得已而去,於斯三者何先?」曰:「去兵。」子貢曰:「必不得已而去,於斯二者何先?」曰:「去食。自古皆有死,民無信不立。」 『論語』「顏淵·7」
토론하기
(1) 여러분은 본문에서 언급된 세 가지 요소 중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이밖에 정치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있다면 무엇을 떠올려 볼 수 있을까요?
(2) 특정 정치인이나 정치 집단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요? 여러분은 무엇에 근거하여 정치 권력에 대한 신뢰 여부를 결정하나요?
해설읽기
통계조사 결과, 21세기 한국 정치인들에게 가장 많이 인용된 논어 구절은 바로 ‘무신불립(無信不立)’, 즉 신뢰가 없으면 설 수 없다는 구절이다. 여기서 말하는 신뢰의 주체는 ‘백성(民)’이며 ‘선다는 것(立)’은 곧 정치의 존립을 가리킨다. 이처럼 수많은 정치인이 스스로 강조하였듯, 정치에 대한 신뢰는 정치의 존립에 있어 필수적인 조건이다.
정치에 대한 신뢰의 중요성은 언제나 강조되어왔다. 본문 속에 나오는 공자의 제자 자공(子貢)은 언어 능력이 좋을 뿐 아니라 재화를 불리는 재주 역시 가졌던 다방면으로 뛰어난 인물이었으며, 그 능력에 힘입어 노나라와 제나라의 재상을 지내기도 하였다. 그런 자공이 스승인 공자에게 정치에 대해 묻자 공자는 세 가지 중요한 조건을 이야기해주는데, 그것은 바로 경제적 풍요, 강한 군사력, 그리고 국가 구성원들의 신뢰였다. 공자는 그 세 가지 중에서도 끝까지 포기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신뢰를 잃지 않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공자가 살았던 시대에 정치의 주체가 되는 권한은 타고난 신분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었다. 그런 시대적 배경에서조차 백성의 신뢰를 잃은 정치 권력은 더 이상 존립할 수 없었다.
공자가 살았던 시대보다도 더 오래된 고대 중국에는 요순시대로 알려진 태평한 시기가 있었다. 그 뒤를 이은 것은 하나라, 은나라, 주나라였으며, 그 뒤로 공자와 맹자가 살았던 춘추전국시대가 이어지게 된다. 누군가 어느 때보다도 태평한 시대로 알려진 요임금과 순임금의 시대에 대해 맹자에게 이렇게 물은 적이 있었다. “요임금께서 천하를 순에게 주셨다고 하니,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그러자 맹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닐세. 천자는 천하를 남에게 줄 수 없네.” 그러자 질문을 한 사람은 의아해하며 다시 질문하고, 그들의 대화는 이렇게 이어진다. “그렇다면 순이 천하를 소유하신 것은 누가 준 것입니까?” “하늘이 준 것이네.” “하늘이 주었다는 것은 자세하게 말로 명하는 것입니까?” “아닐세. 하늘은 말을 하지 않는다네. 행동과 일로써 보여줄 뿐이네. 옛날에 요임금께서 순을 하늘에 추천하시자 하늘이 받아들였고, 백성들에게 드러내어 보여주시자 백성들이 받아들였네. 그러므로 ‘하늘은 말을 하지 않는다. 행동과 일로써 보여줄 뿐이다.’라고 한 것이네.”
다시 말해, 천하를 다스리는 권한은 하늘이 부여하는 것이며, 하늘의 뜻은 바로 정치 권력에 대한 백성들의 신임 여부로부터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고대 중국인들은 ‘하늘의 명은 일정하지 않다(天命靡常)’고 노래하였다.
하물며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대의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특정 인물이나 집단으로의 국민의 자발적인 정치 권한 위임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어 있다. 그러므로 항구불변하는 정치 권력이란 존재할 수 없으며, 권력을 위임한 대상에 대한 공동체 구성원들의 신뢰가 사라지는 순간 권력은 다른 곳으로 옮겨가게 된다. 그렇기에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국가에서 역시 정치 권력을 위임받은 세력에게 가장 치명적인 것은 경제 성장률이 낮아지거나 군사력이 약해지는 것보다도 국민의 신뢰를 잃는 것이다.
키워드
공자(孔子) , 무신불립(無信不立) , 부국강병, 자공(子貢)
전후맥락
지금부터 살펴볼 대화의 배경이 되는 춘추전국시대는 전쟁이 계속되고 정치적 혼란이 극심했던 시기이다. 공자는 여러 제후국을 유세하며 각 나라의 군주에게 이상적인 정치가 무엇인지 설득하기 위해 노력한다. 『사기』와 같은 역사서나 『논어』와 같은 유가 경전에는 제후나 대부 또는 공자의 여러 제자들이 ‘정치’에 대해 묻자 공자가 이에 답한 내용이 남아 있다. 그중에서도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아 몇몇 제후국에서 재상의 자리에까지 올랐던 자공이 정치에 대해 질문하였을 때 공자가 들려준 이야기를 함께 살펴보자.
고전본문
자공(子貢)이 정치에 대해서 묻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양식을 풍족하게 하고, 군대를 풍족하게 하고, 백성들이 윗사람에게 신의를 지키는 것이다.”
자공(子貢)이 말하였다.
“반드시 부득이해서 버려야 한다면, 이 세 가지 중에 무엇을 먼저 버려야 합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대를 버려야 한다.”
자공(子貢)이 말하였다.
“반드시 부득이해서 버려야 한다면, 이 두 가지 중에 무엇을 먼저 버려야 합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양식을 버려야 한다. 예로부터 사람은 누구나 다 죽기 마련이지만, 백성들이 신의가 없으면 존립할 수가 없다.”
子貢問政。子曰:「足食。足兵。民信之矣。」子貢曰:「必不得已而去,於斯三者何先?」曰:「去兵。」子貢曰:「必不得已而去,於斯二者何先?」曰:「去食。自古皆有死,民無信不立。」 『論語』「顏淵·7」
토론하기
(1) 여러분은 본문에서 언급된 세 가지 요소 중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이밖에 정치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있다면 무엇을 떠올려 볼 수 있을까요?
(2) 특정 정치인이나 정치 집단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요? 여러분은 무엇에 근거하여 정치 권력에 대한 신뢰 여부를 결정하나요?
해설읽기
통계조사 결과, 21세기 한국 정치인들에게 가장 많이 인용된 논어 구절은 바로 ‘무신불립(無信不立)’, 즉 신뢰가 없으면 설 수 없다는 구절이다. 여기서 말하는 신뢰의 주체는 ‘백성(民)’이며 ‘선다는 것(立)’은 곧 정치의 존립을 가리킨다. 이처럼 수많은 정치인이 스스로 강조하였듯, 정치에 대한 신뢰는 정치의 존립에 있어 필수적인 조건이다.
정치에 대한 신뢰의 중요성은 언제나 강조되어왔다. 본문 속에 나오는 공자의 제자 자공(子貢)은 언어 능력이 좋을 뿐 아니라 재화를 불리는 재주 역시 가졌던 다방면으로 뛰어난 인물이었으며, 그 능력에 힘입어 노나라와 제나라의 재상을 지내기도 하였다. 그런 자공이 스승인 공자에게 정치에 대해 묻자 공자는 세 가지 중요한 조건을 이야기해주는데, 그것은 바로 경제적 풍요, 강한 군사력, 그리고 국가 구성원들의 신뢰였다. 공자는 그 세 가지 중에서도 끝까지 포기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신뢰를 잃지 않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공자가 살았던 시대에 정치의 주체가 되는 권한은 타고난 신분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었다. 그런 시대적 배경에서조차 백성의 신뢰를 잃은 정치 권력은 더 이상 존립할 수 없었다.
공자가 살았던 시대보다도 더 오래된 고대 중국에는 요순시대로 알려진 태평한 시기가 있었다. 그 뒤를 이은 것은 하나라, 은나라, 주나라였으며, 그 뒤로 공자와 맹자가 살았던 춘추전국시대가 이어지게 된다. 누군가 어느 때보다도 태평한 시대로 알려진 요임금과 순임금의 시대에 대해 맹자에게 이렇게 물은 적이 있었다. “요임금께서 천하를 순에게 주셨다고 하니,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그러자 맹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닐세. 천자는 천하를 남에게 줄 수 없네.” 그러자 질문을 한 사람은 의아해하며 다시 질문하고, 그들의 대화는 이렇게 이어진다. “그렇다면 순이 천하를 소유하신 것은 누가 준 것입니까?” “하늘이 준 것이네.” “하늘이 주었다는 것은 자세하게 말로 명하는 것입니까?” “아닐세. 하늘은 말을 하지 않는다네. 행동과 일로써 보여줄 뿐이네. 옛날에 요임금께서 순을 하늘에 추천하시자 하늘이 받아들였고, 백성들에게 드러내어 보여주시자 백성들이 받아들였네. 그러므로 ‘하늘은 말을 하지 않는다. 행동과 일로써 보여줄 뿐이다.’라고 한 것이네.”
다시 말해, 천하를 다스리는 권한은 하늘이 부여하는 것이며, 하늘의 뜻은 바로 정치 권력에 대한 백성들의 신임 여부로부터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고대 중국인들은 ‘하늘의 명은 일정하지 않다(天命靡常)’고 노래하였다.
하물며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대의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특정 인물이나 집단으로의 국민의 자발적인 정치 권한 위임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어 있다. 그러므로 항구불변하는 정치 권력이란 존재할 수 없으며, 권력을 위임한 대상에 대한 공동체 구성원들의 신뢰가 사라지는 순간 권력은 다른 곳으로 옮겨가게 된다. 그렇기에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국가에서 역시 정치 권력을 위임받은 세력에게 가장 치명적인 것은 경제 성장률이 낮아지거나 군사력이 약해지는 것보다도 국민의 신뢰를 잃는 것이다.
키워드
공자(孔子) , 무신불립(無信不立) , 부국강병, 자공(子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