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맥락
이 글은 『사기·순리열전』에 실려 있는 5명의 청렴 강직한 관리에 관한 이야기 가운데 하나이다. 진(秦)나라가 중국을 통일하기 전 춘추전국시대는 여러 나라가 권력을 다투고, 다양한 가치관이 대립하던 시기였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석사(石奢)는 초(楚)나라 소왕(昭王, ?—BCE 489)의 재상을 지냈는데, 당시는 춘추시대가 끝나가던 무렵으로 사회적 혼란이 한층 더 심화되던 시기였으며, 공자가 중국 전역을 떠돌며 유세하던 바로 그때이기도 하다. 이 같은 사회적 배경 속에서 일국의 재상을 맡고 있던 석사가 자신이 쫓던 살인범이 아버지였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고전본문
석사(石奢)는 초나라 소왕(楚昭王)의 재상이었다. 그는 성품이 강직하고 청렴 정직하여 아첨하거나 책임을 회피하는 일이 없었다.
하루는 석사가 고을(縣)을 시찰하던 도중 공교롭게 살인사건이 발생하였다. 그런데 그가 살인범을 추적해보니, 그건 바로 자신의 아버지였다. 놀란 석사는 아버지를 놓아주고 돌아와 자진해서 옥에 갇힌 뒤, 사람을 시켜 왕에게 이렇게 보고하게 했다. “살인범은 바로 저의 아버지입니다. 아버지를 처형하여 정치를 바로 세우는 것은 불효이고, 법을 무시하고 죄를 용서한 것은 불충입니다. 그러니 저의 죄는 죽어 마땅합니다.”
이 말을 듣고 왕이 말했다. “범인을 뒤쫓아갔으나 잡지 못한 것이니, 벌을 받는다는 것은 옳지 않소. 그대는 이전처럼 맡은 일에 힘쓰시오.”
그러자 석사가 다시 아뢰었다. “자신의 아버지에게 사적인 정을 두지 못한다면 효자가 아니고, 군주의 법을 제대로 받들지 못하면 충신이 아닙니다. 왕께서 저의 죄를 용서해주신 것은 군주의 은혜이지만, 벌을 받아 죽는 것은 신하된 직분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석사는 왕의 명령을 따르는 대신 스스로 목을 찔러 죽었다.
《史記·循吏列傳》 石奢者, 楚昭王相也. 堅直廉正, 無所阿避. 行県, 道有殺人者, 相追之, 乃其父也. 縦其父而還自繋焉. 使人言之王曰:「殺人者, 臣之父也. 夫以父立政, 不孝也;廃法縦罪, 非忠也;臣罪當死.」王曰:「追而不及, 不當伏罪, 子其治事矣.」石奢曰:「不私其父, 非孝子也;不奉主法, 非忠臣也. 王赦其罪, 上恵也;伏誅而死, 臣職也.」遂不受令, 自刎而死.
** 각주 1. 葉公語孔子曰:‘吾黨有直躬者, 其父攘羊, 而子證之.’ 孔子曰:‘吾黨之直者, 異於是, 父爲子隱, 子爲父隱, 直在其中矣. 《論語·子路》
** 각주 2. 邢昺疏: 言因羊来入己家, 父即取之.
** 각주 3. 桃應 問曰 : ‘舜爲天子 皐陶爲士 瞽叟殺人 則如之何?’ 曰:‘舜視棄天下, 猶棄也。 竊負而逃, 遵海濱而處, 終身然樂而忘天下。’《孟子·盡心上》
토론하기
(1) 만일 이 이야기 속의 석사처럼 부모님이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요? 아버지를 놓아주고 죽음으로 책임을 진 석사의 선택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2) 여러분에게 가장 우선이 되는 인생의 가치는 무엇인가요? 여러분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세 가지만 떠올려 봅시다. 만일 여러분에게 소중한 가치끼리 충돌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해설읽기
석사는 왜 죽음을 선택하였을까? 자식으로서 아버지를 지키는 선택과 공직자로서 국가에 충성을 다하는 선택 간에 충돌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살인을 저지른 아버지를 붙잡아 법으로 죄를 묻는다면 아버지에 대한 불효가 될 것이고, 반대로 아버지라는 이유로 살인범을 놓아주게 된다면 국가에 대한 불충이 될 것이다.
동양 전통 사회에서 부모에 대한 ‘효(孝)’는 다른 무엇보다도 중시되어온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이다. 지극한 인륜으로서 ‘효(孝)’를 중시한 문화는 때로는 개인을 다양한 가치 갈등 상황에 놓이게 만들기도 하였다. 예를 들어, 『논어』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각주 1). 어느 날 섭공(葉公)이 공자에게 ‘우리 당(黨)에 행동을 곧게 하는 자가 있으니, 그의 아버지가 양을 훔치자, 아들이 이것을 증명하였습니다.’라고 하자, 공자는 ‘우리 당의 곧은 자는 이와 다릅니다. 아버지는 자식을 위하여 숨겨주고, 자식은 아버지를 위하여 숨겨주니, 곧은 도리가 이 가운데 있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공자가 이와 같이 말한 것은 부모 자식 간에 서로를 아끼고 위하는 마음이 다른 무엇보다도 지극한 인륜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위의 『논어』 속 이야기에서 말하는 ‘양을 훔쳤다(攘羊)’는 것은 자신의 집으로 제발로 걸어 들어온 양을 주인을 찾아 돌려주는 대신 자신이 가지려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각주 2). 그러니 이렇게 무겁지 않은 죄를 지은 경우라면 부모를 고발해 벌을 받게 하는 대신 그 죄를 숨겨 부모를 지키려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이해가 될 법하다. 그런데 만일 부모가 아주 무거운 죄를 저지른 경우라면 어떠할까?
이번에는 또 다른 유명한 고전인 『맹자』에 나오는 이야기를 떠올려 볼 수 있을 것이다(각주 3). 어떤 사람이 맹자에게 다음과 같은 상황을 상상하여 물었다. 중국 고대의 왕 가운데 성군으로 알려진 순임금에게는 성질이 포악한 의붓아버지가 있었다. 만일 그 의붓아버지가 살인을 저질렀다면 순임금은 어떻게 행동하였을 것이냐는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해 맹자는 ‘순임금은 천하를 버리기를 마치 헌신짝 버리듯이 여겨, 모든 것을 버리고 아비를 몰래 업고 도망하여 바닷가를 따라 거처하면서 평생토록 즐거워하며 천하를 잊었을 것이다.’라고 답하였다. 살인같이 중대한 죄를 저지른 부모라도, ‘효(孝)’라는 천륜보다 중요한 것은 없기에 자식은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서라도 부모를 지키는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앞서 살펴본 본문 속의 석사처럼 부모에 대한 효도와 국가에 대한 충성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경우에 발생한다. 『맹자』 속 이야기에서 순임금은 충성을 바칠 상위의 존재가 없는 천자라는 신분이었기에 부모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는 선택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와 달리, 석사는 공동체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범죄자를 처벌하고 이를 통해 국가에 충성을 다해야 했던 재상의 신분이었다. 즉, 석사가 처한 상황에서는 ‘효(孝)’라는 최상위의 사(私)적 윤리와 ‘충(忠)’이라는 최상위의 공(公)적 윤리가 필연적으로 충돌하게 된다. 그러므로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효(孝)’와 ‘충(忠)’ 중 하나를 저버리게 되는 딜레마적 상황 속에서 석사는 살인을 한 아버지를 놓아주어 ‘효(孝)’를 다하고, 대신 이로 인해 저지르게 된 불충은 자신의 목숨으로 갚는 선택을 하게 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다음과 같은 질문이 남는다. 왕이 이미 효도와 충성 간에서 갈등하는 석사의 딜레마적 상황을 이해하고 그를 용서해주었는데도 그가 끝내 죽음을 선택해야만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결국 아버지를 지키는 선택으로 인해 공동체의 질서에 균열을 발생시킨 것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당시 사회에서 한 개인이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의 관계와 역할이 얼마나 큰 비중으로 자리하고 있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키워드
가치, 갈등, 도덕적 딜레마, 범죄, 살인, 석사(石奢), 자결, 책임, 초 소왕, 충,
전후맥락
이 글은 『사기·순리열전』에 실려 있는 5명의 청렴 강직한 관리에 관한 이야기 가운데 하나이다. 진(秦)나라가 중국을 통일하기 전 춘추전국시대는 여러 나라가 권력을 다투고, 다양한 가치관이 대립하던 시기였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석사(石奢)는 초(楚)나라 소왕(昭王, ?—BCE 489)의 재상을 지냈는데, 당시는 춘추시대가 끝나가던 무렵으로 사회적 혼란이 한층 더 심화되던 시기였으며, 공자가 중국 전역을 떠돌며 유세하던 바로 그때이기도 하다. 이 같은 사회적 배경 속에서 일국의 재상을 맡고 있던 석사가 자신이 쫓던 살인범이 아버지였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고전본문
석사(石奢)는 초나라 소왕(楚昭王)의 재상이었다. 그는 성품이 강직하고 청렴 정직하여 아첨하거나 책임을 회피하는 일이 없었다.
하루는 석사가 고을(縣)을 시찰하던 도중 공교롭게 살인사건이 발생하였다. 그런데 그가 살인범을 추적해보니, 그건 바로 자신의 아버지였다. 놀란 석사는 아버지를 놓아주고 돌아와 자진해서 옥에 갇힌 뒤, 사람을 시켜 왕에게 이렇게 보고하게 했다. “살인범은 바로 저의 아버지입니다. 아버지를 처형하여 정치를 바로 세우는 것은 불효이고, 법을 무시하고 죄를 용서한 것은 불충입니다. 그러니 저의 죄는 죽어 마땅합니다.”
이 말을 듣고 왕이 말했다. “범인을 뒤쫓아갔으나 잡지 못한 것이니, 벌을 받는다는 것은 옳지 않소. 그대는 이전처럼 맡은 일에 힘쓰시오.”
그러자 석사가 다시 아뢰었다. “자신의 아버지에게 사적인 정을 두지 못한다면 효자가 아니고, 군주의 법을 제대로 받들지 못하면 충신이 아닙니다. 왕께서 저의 죄를 용서해주신 것은 군주의 은혜이지만, 벌을 받아 죽는 것은 신하된 직분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석사는 왕의 명령을 따르는 대신 스스로 목을 찔러 죽었다.
《史記·循吏列傳》 石奢者, 楚昭王相也. 堅直廉正, 無所阿避. 行県, 道有殺人者, 相追之, 乃其父也. 縦其父而還自繋焉. 使人言之王曰:「殺人者, 臣之父也. 夫以父立政, 不孝也;廃法縦罪, 非忠也;臣罪當死.」王曰:「追而不及, 不當伏罪, 子其治事矣.」石奢曰:「不私其父, 非孝子也;不奉主法, 非忠臣也. 王赦其罪, 上恵也;伏誅而死, 臣職也.」遂不受令, 自刎而死.
** 각주 1. 葉公語孔子曰:‘吾黨有直躬者, 其父攘羊, 而子證之.’ 孔子曰:‘吾黨之直者, 異於是, 父爲子隱, 子爲父隱, 直在其中矣. 《論語·子路》
** 각주 2. 邢昺疏: 言因羊来入己家, 父即取之.
** 각주 3. 桃應 問曰 : ‘舜爲天子 皐陶爲士 瞽叟殺人 則如之何?’ 曰:‘舜視棄天下, 猶棄也。 竊負而逃, 遵海濱而處, 終身然樂而忘天下。’《孟子·盡心上》
토론하기
(1) 만일 이 이야기 속의 석사처럼 부모님이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요? 아버지를 놓아주고 죽음으로 책임을 진 석사의 선택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2) 여러분에게 가장 우선이 되는 인생의 가치는 무엇인가요? 여러분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세 가지만 떠올려 봅시다. 만일 여러분에게 소중한 가치끼리 충돌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해설읽기
석사는 왜 죽음을 선택하였을까? 자식으로서 아버지를 지키는 선택과 공직자로서 국가에 충성을 다하는 선택 간에 충돌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살인을 저지른 아버지를 붙잡아 법으로 죄를 묻는다면 아버지에 대한 불효가 될 것이고, 반대로 아버지라는 이유로 살인범을 놓아주게 된다면 국가에 대한 불충이 될 것이다.
동양 전통 사회에서 부모에 대한 ‘효(孝)’는 다른 무엇보다도 중시되어온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이다. 지극한 인륜으로서 ‘효(孝)’를 중시한 문화는 때로는 개인을 다양한 가치 갈등 상황에 놓이게 만들기도 하였다. 예를 들어, 『논어』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각주 1). 어느 날 섭공(葉公)이 공자에게 ‘우리 당(黨)에 행동을 곧게 하는 자가 있으니, 그의 아버지가 양을 훔치자, 아들이 이것을 증명하였습니다.’라고 하자, 공자는 ‘우리 당의 곧은 자는 이와 다릅니다. 아버지는 자식을 위하여 숨겨주고, 자식은 아버지를 위하여 숨겨주니, 곧은 도리가 이 가운데 있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공자가 이와 같이 말한 것은 부모 자식 간에 서로를 아끼고 위하는 마음이 다른 무엇보다도 지극한 인륜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위의 『논어』 속 이야기에서 말하는 ‘양을 훔쳤다(攘羊)’는 것은 자신의 집으로 제발로 걸어 들어온 양을 주인을 찾아 돌려주는 대신 자신이 가지려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각주 2). 그러니 이렇게 무겁지 않은 죄를 지은 경우라면 부모를 고발해 벌을 받게 하는 대신 그 죄를 숨겨 부모를 지키려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이해가 될 법하다. 그런데 만일 부모가 아주 무거운 죄를 저지른 경우라면 어떠할까?
이번에는 또 다른 유명한 고전인 『맹자』에 나오는 이야기를 떠올려 볼 수 있을 것이다(각주 3). 어떤 사람이 맹자에게 다음과 같은 상황을 상상하여 물었다. 중국 고대의 왕 가운데 성군으로 알려진 순임금에게는 성질이 포악한 의붓아버지가 있었다. 만일 그 의붓아버지가 살인을 저질렀다면 순임금은 어떻게 행동하였을 것이냐는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해 맹자는 ‘순임금은 천하를 버리기를 마치 헌신짝 버리듯이 여겨, 모든 것을 버리고 아비를 몰래 업고 도망하여 바닷가를 따라 거처하면서 평생토록 즐거워하며 천하를 잊었을 것이다.’라고 답하였다. 살인같이 중대한 죄를 저지른 부모라도, ‘효(孝)’라는 천륜보다 중요한 것은 없기에 자식은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서라도 부모를 지키는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앞서 살펴본 본문 속의 석사처럼 부모에 대한 효도와 국가에 대한 충성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경우에 발생한다. 『맹자』 속 이야기에서 순임금은 충성을 바칠 상위의 존재가 없는 천자라는 신분이었기에 부모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는 선택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와 달리, 석사는 공동체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범죄자를 처벌하고 이를 통해 국가에 충성을 다해야 했던 재상의 신분이었다. 즉, 석사가 처한 상황에서는 ‘효(孝)’라는 최상위의 사(私)적 윤리와 ‘충(忠)’이라는 최상위의 공(公)적 윤리가 필연적으로 충돌하게 된다. 그러므로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효(孝)’와 ‘충(忠)’ 중 하나를 저버리게 되는 딜레마적 상황 속에서 석사는 살인을 한 아버지를 놓아주어 ‘효(孝)’를 다하고, 대신 이로 인해 저지르게 된 불충은 자신의 목숨으로 갚는 선택을 하게 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다음과 같은 질문이 남는다. 왕이 이미 효도와 충성 간에서 갈등하는 석사의 딜레마적 상황을 이해하고 그를 용서해주었는데도 그가 끝내 죽음을 선택해야만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결국 아버지를 지키는 선택으로 인해 공동체의 질서에 균열을 발생시킨 것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당시 사회에서 한 개인이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의 관계와 역할이 얼마나 큰 비중으로 자리하고 있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키워드
가치, 갈등, 도덕적 딜레마, 범죄, 살인, 석사(石奢), 자결, 책임, 초 소왕, 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