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맥락
고전본문
하늘이 낸 백성에게는 욕망이 있으니, 진실로 예(禮)로써 마음을 절제하고 의(義)로써 일을 절제하지 못하면 혼란에 이르지 않는 경우가 드물다. 이것이 옛날 성현의 가르침이 반드시 인욕(人欲)을 막고 천리(天理)를 보존하여 금수같은 삶에 가까워지지 않도록 한 까닭이다.
이른바 욕망이란 것에도 종류가 많다. 음식과 남녀는 사람이 살아가며 가지는 가장 큰 욕망이니, 때문에 식욕(食欲)과 색욕(色欲)을 가진다. 제 몸을 편안하게 하고 제 마음을 즐겁게 하려면 반드시 재물이 필요하므로 재욕(財欲)이 있게 된다. 빈천한 자가 부귀하게 되려면 반드시 과거(科擧)에 합격해 벼슬살이를 해야 하므로 과거에 합격하고 싶어하는 욕망(科欲)과 벼슬살이를 하고 싶어하는 욕망(宦欲)이 있게 된다. 이는 모두 사람의 여러 욕망 중에서 없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간혹 한가롭게 지내는 걸 즐기며 담박(淡泊)한 삶을 달게 여기는 자도 있으므로 반드시 사람마다 모두 이런 욕망이 심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른바 ‘보고 즐기고자(看玩. 이하 본문에서 구경으로 통일)’하고자 하는 욕망은 여러 욕망 중에 으뜸가는 욕망이다. 구경이란 여러 물건을 둘러보고 좋은 경치를 완상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으로, 늘상 보는 것과 다르면서도 볼 만하고 즐길만한 것이 모두 이에 해당한다. 가령 어느 어린아이라도 주변의 사람들이 ‘저기 있는 물건 좋아보이네’라 하며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울다가도 그치고 성을 내다가도 풀어진다. 그가 장성해도 길을 가다가 좋은 경치를 보면 즐거워하다가 돌아오기를 잊고, 기이한 구경거리를 전해 들으면 아무리 멀어도 꺼리지 않고 찾아간다. 그가 나이들어 원숙해져도 마찬가지이다. 이 때문에 장유(長幼)와 남녀(男女)를 막론하고 봄이 되어 꽃과 버들이 피어나면 구경가서 놀고싶어 하고, 가을이 되어 단풍이 지고 국화가 피면 구경가려고 하며, 대보름의 달 구경, 사월초파일의 연등 구경, 큰 비에 불어난 강물 구경, 여름의 우거진 나무그늘 구경 등 온갖 종류별 경치에 따라 미친듯이 달려간다. 물고기 잡고 사냥하는 모습을 보고 기뻐하고, 곡예 부리는 모습을 보고 웃고, 도로의 싸움과 희학질을 보면 아무리 급해도 걸음을 멈추고, 화려한 수레와 수레 옆의 하인들을 보면 하던 일이 있어도 눈길을 준다. 기이한 물건이 있으면 아무리 작고 하찮아도 꼭 가서 보고, 기이한 일이 있으면 아무리 먼 곳이라도 반드시 가서 구경한다. 눈을 가진 자라면 만약 볼 만한 것이 있으면 고개를 숙이고 그냥 지나는 자가 없으니, 그 욕망이란 것이 이와 같다.
그런데 가장 심한 것은 임금이 행차할 때이니, 경향의 사인(士人)과 서인(庶人)들이 앞다투어 달려가 산과 들을 가득 뒤덮고, 길 옆의 집은 모두 사대부 집안 부녀자들의 차지가 된다. 이때는 먼저 들어간 자가 임자라서 나중에 온 자는 밀려나므로 병사들의 행렬 사이로 가마가 내달리게 하고, 시끄럽고 먼지가 이는 가운데로 계집종이 달려가게 한다. 이들은 창문으로 내다보고 틈으로 훔쳐보며 얼굴과 모습을 드러내는데, 도로에서 흘겨보는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몸가짐과 예의를 잃으며, 하인배들이 손가락질하는 것도 피하지 않는다. 염치와 체모에 관계된 것은 모두 팽개쳐버리고 심지어 길에서 해산하는 사람도 있고, 누각에서 헛디뎌 떨어지는 사람도 있으니, 수치스럽고 우스운 모습이 적지 않은데, 실제 보이는 것이라곤 깃털로 만든 깃발의 흔들림이나 군마(軍馬)가 무리지어 달리는 모습에 불과하다.
여염집 여자들에 이르면 못된 젊은이들과 뒤섞여 더욱 놀랍고 괴이한 행동을 하면서도 태연히 부끄러움을 모른 채, 온 마음과 뜻을 기울여 구경에만 정신을 쏟으며 그 밖의 모든 일은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이리하여 농사도 버리고 하던 일도 던져두고 채 양식을 짊어지고 먼 길을 갈 채비를 하고, 남편은 그 아내와 함께, 시어머니는 그 며느리를 데리고, 어머니는 그 딸을 데리고 가는데, 간혹 서로 잃어버리고 돌아오는 사람도 많으니, 이 또한 경계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사족과 여염집을 막론하고 죽을 때까지 분주히 구경다니며 잠시도 가만히 앉지 않아 비록 곤경이나 횡액을 만나더라도 반성할 줄 모르니, 이로써 말하건대 천하의 여러 욕망 중 이보다 더한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
維天生民有欲 苟不能以禮制心 以義制事 則鮮不至於亂 此古昔聖賢之敎 所以必欲遏人欲而存天理 不使至於近禽獸也
夫所謂欲者 亦有許多般焉 盖飮食男女 人之大欲所存 故有食欲色欲 將欲奉其身快其意 則必須貨財 故有財欲 將欲化貧賤爲富貴 則必須科宦 故有科欲宦欲 此皆人欲之所不能無者也 然而亦或有樂簡靜甘淡泊者 故未必人人皆甚 而至於所謂看玩之欲 最爲諸欲之首 看玩者 好物好景 凡異於常 可觀可玩者 皆是也。
今夫孩提之兒 人指之曰彼物好 則啼而止 怒而解 及其長也 遇有美景 則樂而忘返 聞有異見 則遠而不憚 至老宿亦然 是故無論長幼男女 春而花柳則欲遊 秋而楓菊則欲賞 上元之月 四八之燈 江漲於潦 樹蔭於夏 種種物色 處處如狂 見漁獵則喜 見技藝則笑 見道路之有鬬鬨戲嬲 則雖有急必駐足 見豪貴之盛車馬僕從 則雖有事必注眸 有異物 則雖微小 必隨而見之 有異事 則雖迂僻 必從而觀之 凡有目者苟有可以見 則未有低頭而過者也 其爲欲有如是矣
而最是動駕之時 則京鄕士庶 爭先競赴 漫山蔽野 而路傍之舍 皆爲士夫家婦女所占 當此之時 先入者爲主 後至者見拒 奔轎於卒伍之間 走婢於喧塵之中 從窓而瞰 由隙而闚 露出面貌 不顧道路之睨視 喪失容儀 不避皁隷之指點 凡係廉恥 體貌 竝皆放倒 至或有在途解娩者 有從樓跌墜者,可羞 可笑之狀 不一而足 而其所見者 不過羽旄之翻動 軍馬之群馳而已。
至於閭閻女子 則與惡少簇雜 又多駭怪之擧 而恬不知恥 專心致志只在看玩 餘外萬事都屬擺脫 故棄農投業 贏糧裹足 夫偕其妻 姑携其婦 母率其女 或多失散而歸者 亦可監戒 而無論士族閭家 終身奔走 未或安坐 雖見困厄 曾莫知懲 由此言之 天下之欲 孰有加於此者乎(…)

토론하기
1. 길을 가다가, 혹은 하던 일을 하다가 문득 시선이 향했다가 낭패를 본 경우가 있는지 생각해봅시다. 여러분은 주로 어떤 대상을 주목했었나요? 이때 여러분은 자신의 시선이 이동하는 것을 멈출 수 있었나요?
2. 이 글에서 윤기는 사람이 타고나는 욕망을 식욕, 출세욕 등 몇 가지 사례를 들었지만, 그 중에서도 보고 즐기고자 하는 욕망을 으뜸가는 욕망으로 들었습니다.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으뜸가는 욕망은 무엇인가요? 이유와 함께 토의해봅시다.
해설읽기
윤기가 인간이 가지고 태어나는 여러 욕망 중 보고 즐기고자 하는 욕망을 경계시키고자 지은 글이다.
흔히 조선에서는 주자학을 건국이념으로 삼았으며, 조선의 사대부들은 주자학적 이념에 걸맞은 사회를 만들어내고자 했다고 알려져 있다. 조선 사람들이 개인으로서는 자신을 수양하여 성인의 경지에 오르는 것을 이상으로 삼았고, 공동체 내에서는 ‘효’로 대표되는 관계 속에서의 윤리를 잘 실천하고 확대하여 조화를 도모하고자 했다는 이해 또한 이러한 견해의 연장선에 있다. 그러나 이 글에서 윤기가 지적한 사회상에 따르면, 조선에서 살던 사람들은 자신들이 타고 태어난 인간적인 욕망을 그들 나름대로 풀어내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식욕과 색욕의 예시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글에서 윤기가 인간이 타고나는 욕망 그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윤기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타고난 욕망을 이루고자 한다는 점을 인정했다. 다만 윤기가 보고 즐기고자 하는 욕망을 이 글에서 특정해 서술했던 이유는 우선 이 욕망이 다른 욕망과 달리 순간적으로 일어나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면서도 억제하기는 어렵다는 성격 때문이었다. 길을 가다가 특이한 장면이 눈에 들어오면 눈길이 가는 것은 오늘날의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길을 가다가 버스킹을 마주하거나, 혹은 대중교통에서 다툼의 현장이 있으면 오늘날에도 누구나 잠시나마 시선을 주는데, 이는 대표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순간적인 반응은 예(禮)나 의(義) 등 조선 사람들이 이상적으로 욕망을 절제하는 바른 방식이라고 생각했던 덕목들이 개입할 틈이 없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윤기는 유독 보고 즐기고자 하는 욕망을 여러 욕망 중 으뜸가는 욕망이라고 보았던 것이 아니었을까.
윤기가 이 글에서 보고 즐기고자 하는 욕망을 지적했던 두 번째 이유는 그가 이 욕망이 18세기 후반 조선 사회 지식인들이 우려했던 풍속 악화에 일조하고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윤기는 보고 즐기고자 하는 욕망이 다수의 사람들에게 극단적으로 발현한 사례로 어가(御駕) 구경을 들었다. 윤기의 묘사에 따르면 당시 어가 행렬의 주변은 난장판 그 자체였다. 어가 행렬을 구경하는 중에는 등급(等級)의 고하를 막론하고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자신의 평판에 구애받지 않으며 질서 없이 사람들이 좁은 장소에 몰리는 것은 물론, 남녀의 구별 없이 마구 뒤섞이기도 했다. 이 중에는 구경을 왔다가 가족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윤기의 시점이 ‘보고 즐기고자 하는 욕망’을 좋지 않게 바라보는 입장에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당시 조선 사람들에게도 구경을 다니며 노는 문화가 성행했음은 부정할 수 없다. 특히 윤기가 지적한, 봄의 꽃구경, 가을의 단풍구경, 대보름 달구경 등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다니고 있으며 ‘물고기 잡고 사냥하는 모습’, ‘곡예 부리는 모습’, ‘희학질’ 등은 형태와 매체를 달리해 각종 공연과 경기, 예능 프로그램 등으로 이어졌다. 경전을 외우며 도덕적 수양을 강조했다고 이해되는 조선의 사람들이지만, 실제 생활상은 어땠을지 생각해볼 지점이다.
키워드
관광, 구경,꽃구경, 욕망
전후맥락
고전본문
하늘이 낸 백성에게는 욕망이 있으니, 진실로 예(禮)로써 마음을 절제하고 의(義)로써 일을 절제하지 못하면 혼란에 이르지 않는 경우가 드물다. 이것이 옛날 성현의 가르침이 반드시 인욕(人欲)을 막고 천리(天理)를 보존하여 금수같은 삶에 가까워지지 않도록 한 까닭이다.
이른바 욕망이란 것에도 종류가 많다. 음식과 남녀는 사람이 살아가며 가지는 가장 큰 욕망이니, 때문에 식욕(食欲)과 색욕(色欲)을 가진다. 제 몸을 편안하게 하고 제 마음을 즐겁게 하려면 반드시 재물이 필요하므로 재욕(財欲)이 있게 된다. 빈천한 자가 부귀하게 되려면 반드시 과거(科擧)에 합격해 벼슬살이를 해야 하므로 과거에 합격하고 싶어하는 욕망(科欲)과 벼슬살이를 하고 싶어하는 욕망(宦欲)이 있게 된다. 이는 모두 사람의 여러 욕망 중에서 없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간혹 한가롭게 지내는 걸 즐기며 담박(淡泊)한 삶을 달게 여기는 자도 있으므로 반드시 사람마다 모두 이런 욕망이 심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른바 ‘보고 즐기고자(看玩. 이하 본문에서 구경으로 통일)’하고자 하는 욕망은 여러 욕망 중에 으뜸가는 욕망이다. 구경이란 여러 물건을 둘러보고 좋은 경치를 완상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으로, 늘상 보는 것과 다르면서도 볼 만하고 즐길만한 것이 모두 이에 해당한다. 가령 어느 어린아이라도 주변의 사람들이 ‘저기 있는 물건 좋아보이네’라 하며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울다가도 그치고 성을 내다가도 풀어진다. 그가 장성해도 길을 가다가 좋은 경치를 보면 즐거워하다가 돌아오기를 잊고, 기이한 구경거리를 전해 들으면 아무리 멀어도 꺼리지 않고 찾아간다. 그가 나이들어 원숙해져도 마찬가지이다. 이 때문에 장유(長幼)와 남녀(男女)를 막론하고 봄이 되어 꽃과 버들이 피어나면 구경가서 놀고싶어 하고, 가을이 되어 단풍이 지고 국화가 피면 구경가려고 하며, 대보름의 달 구경, 사월초파일의 연등 구경, 큰 비에 불어난 강물 구경, 여름의 우거진 나무그늘 구경 등 온갖 종류별 경치에 따라 미친듯이 달려간다. 물고기 잡고 사냥하는 모습을 보고 기뻐하고, 곡예 부리는 모습을 보고 웃고, 도로의 싸움과 희학질을 보면 아무리 급해도 걸음을 멈추고, 화려한 수레와 수레 옆의 하인들을 보면 하던 일이 있어도 눈길을 준다. 기이한 물건이 있으면 아무리 작고 하찮아도 꼭 가서 보고, 기이한 일이 있으면 아무리 먼 곳이라도 반드시 가서 구경한다. 눈을 가진 자라면 만약 볼 만한 것이 있으면 고개를 숙이고 그냥 지나는 자가 없으니, 그 욕망이란 것이 이와 같다.
그런데 가장 심한 것은 임금이 행차할 때이니, 경향의 사인(士人)과 서인(庶人)들이 앞다투어 달려가 산과 들을 가득 뒤덮고, 길 옆의 집은 모두 사대부 집안 부녀자들의 차지가 된다. 이때는 먼저 들어간 자가 임자라서 나중에 온 자는 밀려나므로 병사들의 행렬 사이로 가마가 내달리게 하고, 시끄럽고 먼지가 이는 가운데로 계집종이 달려가게 한다. 이들은 창문으로 내다보고 틈으로 훔쳐보며 얼굴과 모습을 드러내는데, 도로에서 흘겨보는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몸가짐과 예의를 잃으며, 하인배들이 손가락질하는 것도 피하지 않는다. 염치와 체모에 관계된 것은 모두 팽개쳐버리고 심지어 길에서 해산하는 사람도 있고, 누각에서 헛디뎌 떨어지는 사람도 있으니, 수치스럽고 우스운 모습이 적지 않은데, 실제 보이는 것이라곤 깃털로 만든 깃발의 흔들림이나 군마(軍馬)가 무리지어 달리는 모습에 불과하다.
여염집 여자들에 이르면 못된 젊은이들과 뒤섞여 더욱 놀랍고 괴이한 행동을 하면서도 태연히 부끄러움을 모른 채, 온 마음과 뜻을 기울여 구경에만 정신을 쏟으며 그 밖의 모든 일은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이리하여 농사도 버리고 하던 일도 던져두고 채 양식을 짊어지고 먼 길을 갈 채비를 하고, 남편은 그 아내와 함께, 시어머니는 그 며느리를 데리고, 어머니는 그 딸을 데리고 가는데, 간혹 서로 잃어버리고 돌아오는 사람도 많으니, 이 또한 경계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사족과 여염집을 막론하고 죽을 때까지 분주히 구경다니며 잠시도 가만히 앉지 않아 비록 곤경이나 횡액을 만나더라도 반성할 줄 모르니, 이로써 말하건대 천하의 여러 욕망 중 이보다 더한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
維天生民有欲 苟不能以禮制心 以義制事 則鮮不至於亂 此古昔聖賢之敎 所以必欲遏人欲而存天理 不使至於近禽獸也
夫所謂欲者 亦有許多般焉 盖飮食男女 人之大欲所存 故有食欲色欲 將欲奉其身快其意 則必須貨財 故有財欲 將欲化貧賤爲富貴 則必須科宦 故有科欲宦欲 此皆人欲之所不能無者也 然而亦或有樂簡靜甘淡泊者 故未必人人皆甚 而至於所謂看玩之欲 最爲諸欲之首 看玩者 好物好景 凡異於常 可觀可玩者 皆是也。
今夫孩提之兒 人指之曰彼物好 則啼而止 怒而解 及其長也 遇有美景 則樂而忘返 聞有異見 則遠而不憚 至老宿亦然 是故無論長幼男女 春而花柳則欲遊 秋而楓菊則欲賞 上元之月 四八之燈 江漲於潦 樹蔭於夏 種種物色 處處如狂 見漁獵則喜 見技藝則笑 見道路之有鬬鬨戲嬲 則雖有急必駐足 見豪貴之盛車馬僕從 則雖有事必注眸 有異物 則雖微小 必隨而見之 有異事 則雖迂僻 必從而觀之 凡有目者苟有可以見 則未有低頭而過者也 其爲欲有如是矣
而最是動駕之時 則京鄕士庶 爭先競赴 漫山蔽野 而路傍之舍 皆爲士夫家婦女所占 當此之時 先入者爲主 後至者見拒 奔轎於卒伍之間 走婢於喧塵之中 從窓而瞰 由隙而闚 露出面貌 不顧道路之睨視 喪失容儀 不避皁隷之指點 凡係廉恥 體貌 竝皆放倒 至或有在途解娩者 有從樓跌墜者,可羞 可笑之狀 不一而足 而其所見者 不過羽旄之翻動 軍馬之群馳而已。
至於閭閻女子 則與惡少簇雜 又多駭怪之擧 而恬不知恥 專心致志只在看玩 餘外萬事都屬擺脫 故棄農投業 贏糧裹足 夫偕其妻 姑携其婦 母率其女 或多失散而歸者 亦可監戒 而無論士族閭家 終身奔走 未或安坐 雖見困厄 曾莫知懲 由此言之 天下之欲 孰有加於此者乎(…)

토론하기
1. 길을 가다가, 혹은 하던 일을 하다가 문득 시선이 향했다가 낭패를 본 경우가 있는지 생각해봅시다. 여러분은 주로 어떤 대상을 주목했었나요? 이때 여러분은 자신의 시선이 이동하는 것을 멈출 수 있었나요?
2. 이 글에서 윤기는 사람이 타고나는 욕망을 식욕, 출세욕 등 몇 가지 사례를 들었지만, 그 중에서도 보고 즐기고자 하는 욕망을 으뜸가는 욕망으로 들었습니다.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으뜸가는 욕망은 무엇인가요? 이유와 함께 토의해봅시다.
해설읽기
윤기가 인간이 가지고 태어나는 여러 욕망 중 보고 즐기고자 하는 욕망을 경계시키고자 지은 글이다.
흔히 조선에서는 주자학을 건국이념으로 삼았으며, 조선의 사대부들은 주자학적 이념에 걸맞은 사회를 만들어내고자 했다고 알려져 있다. 조선 사람들이 개인으로서는 자신을 수양하여 성인의 경지에 오르는 것을 이상으로 삼았고, 공동체 내에서는 ‘효’로 대표되는 관계 속에서의 윤리를 잘 실천하고 확대하여 조화를 도모하고자 했다는 이해 또한 이러한 견해의 연장선에 있다. 그러나 이 글에서 윤기가 지적한 사회상에 따르면, 조선에서 살던 사람들은 자신들이 타고 태어난 인간적인 욕망을 그들 나름대로 풀어내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식욕과 색욕의 예시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글에서 윤기가 인간이 타고나는 욕망 그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윤기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타고난 욕망을 이루고자 한다는 점을 인정했다. 다만 윤기가 보고 즐기고자 하는 욕망을 이 글에서 특정해 서술했던 이유는 우선 이 욕망이 다른 욕망과 달리 순간적으로 일어나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면서도 억제하기는 어렵다는 성격 때문이었다. 길을 가다가 특이한 장면이 눈에 들어오면 눈길이 가는 것은 오늘날의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길을 가다가 버스킹을 마주하거나, 혹은 대중교통에서 다툼의 현장이 있으면 오늘날에도 누구나 잠시나마 시선을 주는데, 이는 대표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순간적인 반응은 예(禮)나 의(義) 등 조선 사람들이 이상적으로 욕망을 절제하는 바른 방식이라고 생각했던 덕목들이 개입할 틈이 없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윤기는 유독 보고 즐기고자 하는 욕망을 여러 욕망 중 으뜸가는 욕망이라고 보았던 것이 아니었을까.
윤기가 이 글에서 보고 즐기고자 하는 욕망을 지적했던 두 번째 이유는 그가 이 욕망이 18세기 후반 조선 사회 지식인들이 우려했던 풍속 악화에 일조하고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윤기는 보고 즐기고자 하는 욕망이 다수의 사람들에게 극단적으로 발현한 사례로 어가(御駕) 구경을 들었다. 윤기의 묘사에 따르면 당시 어가 행렬의 주변은 난장판 그 자체였다. 어가 행렬을 구경하는 중에는 등급(等級)의 고하를 막론하고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자신의 평판에 구애받지 않으며 질서 없이 사람들이 좁은 장소에 몰리는 것은 물론, 남녀의 구별 없이 마구 뒤섞이기도 했다. 이 중에는 구경을 왔다가 가족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윤기의 시점이 ‘보고 즐기고자 하는 욕망’을 좋지 않게 바라보는 입장에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당시 조선 사람들에게도 구경을 다니며 노는 문화가 성행했음은 부정할 수 없다. 특히 윤기가 지적한, 봄의 꽃구경, 가을의 단풍구경, 대보름 달구경 등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다니고 있으며 ‘물고기 잡고 사냥하는 모습’, ‘곡예 부리는 모습’, ‘희학질’ 등은 형태와 매체를 달리해 각종 공연과 경기, 예능 프로그램 등으로 이어졌다. 경전을 외우며 도덕적 수양을 강조했다고 이해되는 조선의 사람들이지만, 실제 생활상은 어땠을지 생각해볼 지점이다.
키워드
관광, 구경,꽃구경, 욕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