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말 20세기 초는 동아시아 3국이 전통에서 현대로 넘어가던 결정적 시대, ‘패러다임 전환의 시대’로, 우리가 지금 당연하고 익숙하게 여기고 있는 많은 것들이 이 시기에 형성되었다. 100년 전 쓰인 소설에서 우리는 현대 사회의 닮은꼴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딸을 “돈 버는 기계”로 생각하는 얼챵즈, 자신보다 어려운 ‘친구’의 고혈을 빠는 후뉴, 손님에게 바가지 요금을 받으며 작은 이익에 기뻐하는 아찡, 3년이나 같은 방을 쓴 동료가 죽었는데도 자기 일과 무관하게 여기는 ‘뚱뚱이’를 통해 현대 사회의 메마르고 일그러진 인간관계에 관해 토론해보자.
후뉴(虎妞)는 인화차창(人和車廠)의 주인인 아버지 류쓰예(劉四爺)의 반대를 무릅쓰고 거짓 임신을 했다고 모두를 속이고 샹즈(祥子)와 결혼한다. 그녀는 빈민가에 셋집을 얻어 신혼살림을 시작한다. 같은 셋집에 얼챵즈(二强子)라는 늙은 인력거꾼이 있는데, 후뉴는 그가 싸게 내놓은 인력거를 샹즈에게 사준다. 그 인력거에는 딸자식을 팔아서 샀다가 마누라를 때려죽여서 장례를 치르기 위해 팔게 된 사연이 있었다. 샹즈가 얼챵즈의 인력거를 끌게 된 후로부터 몇 달 뒤, 군인에게 팔려갔던 얼챵즈의 딸 샤오푸즈(小福子)가 돌아온다. 후뉴는 그녀에게 호감을 보이며 친구로 삼는다.
고전본문
4월 중순이 되자 그녀에게도 친구가 생겼다. 얼챵즈의 딸 샤오푸즈가 돌아온 것이다.(중략)
후뉴는 이제껏 한 울타리 안에 사는 이들과 상대하지 않았으나 샤오푸즈만은 친구로 삼았다. 무엇보다 샤오푸즈는 제법 생김새가 그럴듯했고, 둘째로 꽃무늬가 고운 긴 치마를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군인 장교에게 시집을 갔으니 그녀는 그래도 세상구경을 한 셈이었다. 그래서 후뉴는 기꺼이 그녀와 사귀기로 마음먹었다. 여자들끼리는 처음 친구가 되기 어렵지 일단 사귀려고 마음만 먹으면 속도가 매우 빨랐다. 며칠이 채 지나기도 전에 그녀들은 친한 친구가 되었다. 군것질을 좋아하는 후뉴는 호박씨 등 주전부리를 사면 언제나 그녀를 불러 함께 까먹었다. 바보같이 흰 이를 드러내며 웃고 떠들면서 샤오푸즈는 후뉴가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를 해주곤 했다. 군인 장교를 따라가서 행복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가 기분이 좋을 때면 그녀를 음식점으로 데려가 음식도 사 먹이고 경극 구경을 시켜주었기 때문에 후뉴가 부러워할 만한 이야깃거리가 제법 있었다.
그녀에겐 차마 입에서 꺼내기 힘든 일도 많았다. 그녀에게 그것은 유린이었지만, 후뉴에게는 향락이나 다름 없었다. 후뉴가 거의 애걸하다시피 말해달라고 하니, 아무리 거북해도 거절하기가 힘들었다. (중략)
샤오푸즈는 빈털터리로 돌아왔지만—아버지가 얼마나 무책임하고 게으른지—두 동생을 돌봐야 만 했다. (중략) 결국 동생들을 배부르게 먹이려면 자신의 몸을 파는 수밖에 없었다. 작은 동생을 끌어안으니 그녀의 눈물이 동생의 머리카락 위로 떨어졌다.
“누나 나 배고파!”
그래, 누나! 누나는 고깃덩어리에 불과하다. 동생들에게 먹여야 할! 후뉴는 샤오푸즈를 위로하기는커녕 오히려 그녀를 돕겠다고 나섰다. 후뉴는 약간의 밑천을 내놓아 그녀를 예쁘게 단장시켰다. 물론 그것은 샤오푸즈가 자신에게 갚아야 할 돈이었다.
후뉴는 그녀에게 장소까지 빌려주고 싶어했다. 샤오푸즈의 방은 더러웠으나 후뉴의 방은 그나마 괜찮았고, 두 칸이라 여러 사람이 들어와도 운신할 공간이 있었다. 샹즈는 낮에는 돌아오지 않는다. 후뉴는 즐겁게 친구를 도와주면서 자신이 아무리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일을 실컷 구경하고 더 많이 알 수 있게 되리라 기대했다. 대신 샤오푸즈가 방을 쓸 때마다 자신에게 20전씩 주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친구는 친구고, 일은 일이기 때문이다. 사실 샤오푸즈의 일 때문에 그녀도 방을 깨끗이 청소해야 하니, 나름대로 품도 들고 돈도 제법 나간다. 빗자루며 쓰레받기 같은 것을 사다 놔야 하지 않는가? 20전은 절대로 많다고 할 수 없다. 다만 친구지간이니까 이렇게 사정을 봐주는 것이다. 샤오푸즈는 이를 약간 드러내고 웃는 듯 했으나 속으로는 눈물을 흘렸다.
토론하기
(1) 다른 셋집 사람들을 무시하는 후뉴가 샤오푸즈를 ‘친구’로 받아들인 까닭은 무엇인가? 나는 친구를 사귀는 기준이 있는가?
(2) 후뉴는 샤오푸즈에게 방을 빌려주면서 “친구는 친구고 일은 일”이라며 장소 대여료를 받는다. 아무리 친한 친구 사이라도 공과 사를 구분해야 하며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VS 자신에게 여유가 있다면 어려운 처지의 친구를 대가 없이 도와주어야 한다? 친구 사이의 금전 거래에 대해 토론해보자.
(3) 진정한 친구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말해보자. 나는 진정한 친구가 있는가? 나는 내 친구에게 진정한 친구인가?
해설읽기
샹즈와 후뉴가 신혼살림을 차린 셋집에는 7~8가구가 살고 있는데, 대부분 단칸방에서 지내며 몹시 가난했다. 후뉴는 “울타리 안에 온통 가난뱅이 귀신들이 득실거리는” 셋집 마당에서 “우월감을 만끽함과 동시에, 행여라도 다른 이들이 접근할까봐 이웃들을 무시하고 상대하지 않았다.” 그녀는 끼니조차 잇기 힘든 셋집 사람들 앞에서 좋은 음식과 주전부리를 즐기며 흡족해했다. 셋집 사람들을 무시하며 겉돌던 후뉴는 샤오푸즈만을 친구로 받아들였다. 샤오푸즈는 꽤 예뻤으며,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세상구경’을 했기 때문이다. 후뉴는 그것이 샤오푸즈에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기억인지는 상관하지 않은 채 자신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달라고 졸랐다.
군인에게 버림받고 빈털터리로 돌아온 샤오푸즈는 여전히 암담한 집안 환경과 마주해야 했다. 아버지는 그녀를 팔아서 받은 돈을 다 날렸고,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맞아 죽은 후였으며, 열한 살, 열세 살 난 두 남동생이 굶주리고 있었다. 그녀는 두 동생을 먹여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몸을 팔기로 한다. 하지만 ‘친구’라는 후뉴(말이 친구지 둘의 나이는 스무 살 가까이 차이 난다)는 그녀의 처지를 동정하고 같이 가슴 아파하기는커녕, 한술 더 떠서 매춘을 적극적으로 돕는다. 후뉴는 샤오푸즈를 예쁘게 단장시키고 장소까지 빌려주겠다고 나선다. 물론 이는 모두 순수한 호의도 공짜도 아니다.
후뉴는 샤오푸즈에게 매춘 장소로 자신의 방을 내어주는 대신 장소 대여료로 20전을 받아 챙긴다. 샤오푸즈가 얼마의 화대를 받는지는 나오지 않지만, 후뉴가 인력거를 사서 세를 놓으면 하루에 10~15전을 받을 계산을 했으니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하지만 후뉴는 빗자루며 쓰레받기 같은 물건도 사야 하고, 방을 깨끗이 청소하는 노동의 대가도 있어야 하니 20전은 정당하다고 여긴다. “친구는 친구고 일은 일”이라는 것이다. 후뉴의 경제 사정은 샤오푸즈만큼 비참하지 않았지만, 샹즈와의 결혼을 반대한 아버지로부터 재산을 나눠 받지 못했기에 그녀의 삶은 결혼 이전보다 훨씬 궁핍해졌다. 게다가 아버지는 인화차창을 정리하여 모든 재산을 현금으로 바꾸고 종적을 감추어버린 상태였다. 수중의 돈도 점점 떨어져 가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생활 수준이라도 유지하기 위해서는 ‘친구’의 사정을 봐줄 여유가 없다. 물론 후뉴의 성품으로 미루어 볼 때, 그녀에게 경제적 여유가 있었다 한들 이익을 얻을 기회를 마다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친구’라고 부르면서도 어려운 상황에 처한 타인의 고혈을 빠는 후뉴에게서 현대 사회의 메마르고 일그러진 인간관계를 엿볼 수 있다.
전후맥락
후뉴(虎妞)는 인화차창(人和車廠)의 주인인 아버지 류쓰예(劉四爺)의 반대를 무릅쓰고 거짓 임신을 했다고 모두를 속이고 샹즈(祥子)와 결혼한다. 그녀는 빈민가에 셋집을 얻어 신혼살림을 시작한다. 같은 셋집에 얼챵즈(二强子)라는 늙은 인력거꾼이 있는데, 후뉴는 그가 싸게 내놓은 인력거를 샹즈에게 사준다. 그 인력거에는 딸자식을 팔아서 샀다가 마누라를 때려죽여서 장례를 치르기 위해 팔게 된 사연이 있었다. 샹즈가 얼챵즈의 인력거를 끌게 된 후로부터 몇 달 뒤, 군인에게 팔려갔던 얼챵즈의 딸 샤오푸즈(小福子)가 돌아온다. 후뉴는 그녀에게 호감을 보이며 친구로 삼는다.
고전본문
4월 중순이 되자 그녀에게도 친구가 생겼다. 얼챵즈의 딸 샤오푸즈가 돌아온 것이다.(중략)
후뉴는 이제껏 한 울타리 안에 사는 이들과 상대하지 않았으나 샤오푸즈만은 친구로 삼았다. 무엇보다 샤오푸즈는 제법 생김새가 그럴듯했고, 둘째로 꽃무늬가 고운 긴 치마를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군인 장교에게 시집을 갔으니 그녀는 그래도 세상구경을 한 셈이었다. 그래서 후뉴는 기꺼이 그녀와 사귀기로 마음먹었다. 여자들끼리는 처음 친구가 되기 어렵지 일단 사귀려고 마음만 먹으면 속도가 매우 빨랐다. 며칠이 채 지나기도 전에 그녀들은 친한 친구가 되었다. 군것질을 좋아하는 후뉴는 호박씨 등 주전부리를 사면 언제나 그녀를 불러 함께 까먹었다. 바보같이 흰 이를 드러내며 웃고 떠들면서 샤오푸즈는 후뉴가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를 해주곤 했다. 군인 장교를 따라가서 행복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가 기분이 좋을 때면 그녀를 음식점으로 데려가 음식도 사 먹이고 경극 구경을 시켜주었기 때문에 후뉴가 부러워할 만한 이야깃거리가 제법 있었다.
그녀에겐 차마 입에서 꺼내기 힘든 일도 많았다. 그녀에게 그것은 유린이었지만, 후뉴에게는 향락이나 다름 없었다. 후뉴가 거의 애걸하다시피 말해달라고 하니, 아무리 거북해도 거절하기가 힘들었다. (중략)
샤오푸즈는 빈털터리로 돌아왔지만—아버지가 얼마나 무책임하고 게으른지—두 동생을 돌봐야 만 했다. (중략) 결국 동생들을 배부르게 먹이려면 자신의 몸을 파는 수밖에 없었다. 작은 동생을 끌어안으니 그녀의 눈물이 동생의 머리카락 위로 떨어졌다.
“누나 나 배고파!”
그래, 누나! 누나는 고깃덩어리에 불과하다. 동생들에게 먹여야 할! 후뉴는 샤오푸즈를 위로하기는커녕 오히려 그녀를 돕겠다고 나섰다. 후뉴는 약간의 밑천을 내놓아 그녀를 예쁘게 단장시켰다. 물론 그것은 샤오푸즈가 자신에게 갚아야 할 돈이었다.
후뉴는 그녀에게 장소까지 빌려주고 싶어했다. 샤오푸즈의 방은 더러웠으나 후뉴의 방은 그나마 괜찮았고, 두 칸이라 여러 사람이 들어와도 운신할 공간이 있었다. 샹즈는 낮에는 돌아오지 않는다. 후뉴는 즐겁게 친구를 도와주면서 자신이 아무리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일을 실컷 구경하고 더 많이 알 수 있게 되리라 기대했다. 대신 샤오푸즈가 방을 쓸 때마다 자신에게 20전씩 주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친구는 친구고, 일은 일이기 때문이다. 사실 샤오푸즈의 일 때문에 그녀도 방을 깨끗이 청소해야 하니, 나름대로 품도 들고 돈도 제법 나간다. 빗자루며 쓰레받기 같은 것을 사다 놔야 하지 않는가? 20전은 절대로 많다고 할 수 없다. 다만 친구지간이니까 이렇게 사정을 봐주는 것이다. 샤오푸즈는 이를 약간 드러내고 웃는 듯 했으나 속으로는 눈물을 흘렸다.
토론하기
(1) 다른 셋집 사람들을 무시하는 후뉴가 샤오푸즈를 ‘친구’로 받아들인 까닭은 무엇인가? 나는 친구를 사귀는 기준이 있는가?
(2) 후뉴는 샤오푸즈에게 방을 빌려주면서 “친구는 친구고 일은 일”이라며 장소 대여료를 받는다. 아무리 친한 친구 사이라도 공과 사를 구분해야 하며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VS 자신에게 여유가 있다면 어려운 처지의 친구를 대가 없이 도와주어야 한다? 친구 사이의 금전 거래에 대해 토론해보자.
(3) 진정한 친구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말해보자. 나는 진정한 친구가 있는가? 나는 내 친구에게 진정한 친구인가?
해설읽기
샹즈와 후뉴가 신혼살림을 차린 셋집에는 7~8가구가 살고 있는데, 대부분 단칸방에서 지내며 몹시 가난했다. 후뉴는 “울타리 안에 온통 가난뱅이 귀신들이 득실거리는” 셋집 마당에서 “우월감을 만끽함과 동시에, 행여라도 다른 이들이 접근할까봐 이웃들을 무시하고 상대하지 않았다.” 그녀는 끼니조차 잇기 힘든 셋집 사람들 앞에서 좋은 음식과 주전부리를 즐기며 흡족해했다. 셋집 사람들을 무시하며 겉돌던 후뉴는 샤오푸즈만을 친구로 받아들였다. 샤오푸즈는 꽤 예뻤으며,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세상구경’을 했기 때문이다. 후뉴는 그것이 샤오푸즈에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기억인지는 상관하지 않은 채 자신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달라고 졸랐다.
군인에게 버림받고 빈털터리로 돌아온 샤오푸즈는 여전히 암담한 집안 환경과 마주해야 했다. 아버지는 그녀를 팔아서 받은 돈을 다 날렸고,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맞아 죽은 후였으며, 열한 살, 열세 살 난 두 남동생이 굶주리고 있었다. 그녀는 두 동생을 먹여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몸을 팔기로 한다. 하지만 ‘친구’라는 후뉴(말이 친구지 둘의 나이는 스무 살 가까이 차이 난다)는 그녀의 처지를 동정하고 같이 가슴 아파하기는커녕, 한술 더 떠서 매춘을 적극적으로 돕는다. 후뉴는 샤오푸즈를 예쁘게 단장시키고 장소까지 빌려주겠다고 나선다. 물론 이는 모두 순수한 호의도 공짜도 아니다.
후뉴는 샤오푸즈에게 매춘 장소로 자신의 방을 내어주는 대신 장소 대여료로 20전을 받아 챙긴다. 샤오푸즈가 얼마의 화대를 받는지는 나오지 않지만, 후뉴가 인력거를 사서 세를 놓으면 하루에 10~15전을 받을 계산을 했으니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하지만 후뉴는 빗자루며 쓰레받기 같은 물건도 사야 하고, 방을 깨끗이 청소하는 노동의 대가도 있어야 하니 20전은 정당하다고 여긴다. “친구는 친구고 일은 일”이라는 것이다. 후뉴의 경제 사정은 샤오푸즈만큼 비참하지 않았지만, 샹즈와의 결혼을 반대한 아버지로부터 재산을 나눠 받지 못했기에 그녀의 삶은 결혼 이전보다 훨씬 궁핍해졌다. 게다가 아버지는 인화차창을 정리하여 모든 재산을 현금으로 바꾸고 종적을 감추어버린 상태였다. 수중의 돈도 점점 떨어져 가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생활 수준이라도 유지하기 위해서는 ‘친구’의 사정을 봐줄 여유가 없다. 물론 후뉴의 성품으로 미루어 볼 때, 그녀에게 경제적 여유가 있었다 한들 이익을 얻을 기회를 마다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친구’라고 부르면서도 어려운 상황에 처한 타인의 고혈을 빠는 후뉴에게서 현대 사회의 메마르고 일그러진 인간관계를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