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맥락
계모 여희의 계략으로 중이의 형 신생은 죽음에 이르고 중이는 19년의 망명생활을 거쳐 자신의 고국 진[晉]나라로 돌아와 군주가 된다. 자신과 함께 망명생활을 했던 사람들은 중이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진나라에 남아 있던 사람들은 어떤가? 진나라에 남아 자기를 돕지 않았던 사람들, 도왔다 하더라도 기껏해야 작은 도움을 준 사람들에 대해 중이의 마음은 편치만은 않았다. 그들과 냉담하게 거리를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앞으로 진나라의 부강을 위해 그들도 포용할 것인가?
고전본문
당초 중이의 어린 시종이던 두수頭須는 창고 지키는 일을 하였다. 중이가 망명했을 때 창고의 재물을 훔쳐 도망했고 그 뒤 재물을 다 써가며 중이가 귀국할 수 있도록 손을 썼다. 중이가 귀국하자 두수가 뵙기를 청했지만 진문공 중이는 머리를 감는다는 핑계로 거절하였다. 두수가 시종에게 말하였다,
“머리를 감고 계시니 심장의 위아래가 뒤집히고 심장이 뒤집히면 생각 또한 거꾸로 될 터이니 제가 뵙지 못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국내에 남았던 사람들은 군주를 위해 사직을 지키고, 망명길에 따라나선 사람들은 군주를 위해 말고삐를 잡고 군주를 수행하는 수고를 했습니다. 이 모두 할 일을 한 것인데 무엇 때문에 남았던 사람들만을 죄주려 하십니까? 한 나라의 군주가 되어 필부를 원수로 삼는다면 두려워할 사람이 매우 많을 것입니다.”
시종이 이 말을 전하자 중이가 즉시 두수를 접견하였다.
-<춘추좌전> 희공 24년 中에서
토론하기
1. 중이가 두수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다면 향후 진나라를 통치하면서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
2. ‘밖에서 싸우는 자’와 ‘안에서 지키는 자’라는 비유를 사용할 수 있다면,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해설읽기
오랜 망명 생활 끝에 돌아와 진나라 군주가 된 중이가 꽃길만을 걸을 수 있었을까? 중이의 동생 이오의 세력이었던 사람들은 궁궐에 불을 질러 중이를 죽이려 했다. 이런 극단적 암살 시도만이 아니라, 중이를 적극 돕지 않은 사람들은 중이의 귀환을 그렇게 탐탁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뿐만 아니라 중이가 외국에 있는 동안 중이를 알게 모르게 도운 사람들도 많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중이가 그런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알기도 어렵고, 안다 하더라도 그들 모두에게 일일이 포상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즉 자기를 해코지 한 사람이든, 일말의 도움을 준 사람이든 중이가 그들을 어떻게 처벌하고 또 어떻게 상 줄지는 앞으로 진나라 사람들의 화합을 이루는 데 중요한 과제였다.
또 하나, 자신과 함께 오랜 망명생활을 한 사람과 국내에 머물면서 금전적 지원과 같은 소극적인 방식으로 중이를 도운 사람들을 어떻게 예우할지를 고민해야 했다. 자신과 19년을 방랑길에 오르며 산전수전을 겪은 사람들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은 인지상정의 일일 것이다. 국내에 있던 사람들이 자신을 도왔다 하더라도, 그것은 자신들의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중에 여건이 허락하는 정도에서 도움을 주었을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그들이 어떤 위험을 무릅썼다 하더라도 중이가 그 자세한 내막을 전해 듣지도 못했을 것이다.
이 글은 국내에 남아서 중이를 도운 사람에 관한 것이다. 아마 어린 시절 중이 밑에서 소소한 심부름을 하며 지냈던 두수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창고지기 일을 하다가 중이가 외국으로 망명하자 창고의 재물을 훔쳐 달아나고 그 재물들을 써가며 중이의 환국을 도왔던 것으로 보인다. 그 일이 실제로 중이의 귀국에 얼마나 큰 보탬이 되었는지는 모른다. 중이가 귀국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는 진[秦] 목공의 지원이기 때문에 두수와 같은 사람들의 작은 도움은 잘 드러나지 못했을 것이다.
어쨌든 중이가 돌아온 후에 두수가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중이를 찾아와 접견을 요청했다. 그러나 중이는 머리를 감는 중이라는 핑계를 대고 기다리라는 말도 하지 않고 돌아가게 했다. 중이가 왜 두수와의 만남을 꺼렸는지는 나와 있지 않지만 추측컨대 자신들이 중이가 나가 있는 동안 중이를 돕기 위해 이런 저런 노력을 했다고 찾아와 과시하며 포상을 청하는 사람들이 아마도 많았을 것이다. 두수 또한 그런 사람들의 하나일 것이라 생각하고 보고 싶지 않았을 수 있다.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어 그런 일들에 신경을 쓰고 싶지 않은 마음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래도 그들의 노고를 파악하고 치하하는 일은 중요한 일인데 중이는 그것을 등한시 했던 것 같다.
이때 두수가 뼈를 때리는 말을 한다. 자신이 아는 중이는 자신을 위해 힘써준 사람을 문전박대할 사람이 아닌데, 아마도 지금 머리를 감고 있는 중이라 상반신이 거꾸로 되어 심장이 거꾸로 되고, 그에 따라 생각도 거꾸로 되어 그럴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는 19년간 외국에서 중이를 수행한 사람들도 고생을 했지만 국내에 있으면서 다른 나라로부터 진나라의 사직을 지키고 진나라의 수명이 다하지 않게 묵묵히 자신들의 일을 한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로 고생을 하고 진나라를 위하는 사람들이었음을 지적한다. 수년간의 내란, 혜공 치하에서의 전쟁 등 진나라는 오랜 혼란기를 경험했는데, 이때 사람들이 진나라 지키기를 포기했다면 진나라는 중이가 돌아오기 전에 멸망했을지 모른다.
즉 중이의 입장에서는 중이와 함께 오랜 시간 밖에서 고생한 사람이 가장 소중하고 고마운 사람들이겠지만, 혼란한 국내에 남아서 진나라를 지키고 틈틈이 중이를 도운 사람들 덕에 진나라가 보존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들 또한 중이에게는 감사한 사람들이다. 중이가 지키고 싶었던 것은 진나라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말이 꼭 과장된 것만은 아닐 것이다. 두수의 이야기는 중이가 피해가고 싶거나 아니면 잊어버리고 있었던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말을 듣는 순간, 역시 중이는 자신이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곧장 두수를 불러 접견했다. 그의 얘기를 바탕으로 지난 19년의 역사에 대해 상을 주고, 벌을 주는 문제에 대해 다시 진지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것은 나와 함께 있었던 사람만을 나의 편으로 간주해 상을 주고, 내 옆에 있지 않았던 사람은 나의 적으로 간주하여 벌을 주는 방식이 아니었다. 중이의 이런 태도가 중이가 군주가 되고 얼마 되지 않아 춘추시대의 패주가 될 수 있던 원동력이었을 것이다.
키워드
두수, 상과 벌, 중이
전후맥락
계모 여희의 계략으로 중이의 형 신생은 죽음에 이르고 중이는 19년의 망명생활을 거쳐 자신의 고국 진[晉]나라로 돌아와 군주가 된다. 자신과 함께 망명생활을 했던 사람들은 중이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진나라에 남아 있던 사람들은 어떤가? 진나라에 남아 자기를 돕지 않았던 사람들, 도왔다 하더라도 기껏해야 작은 도움을 준 사람들에 대해 중이의 마음은 편치만은 않았다. 그들과 냉담하게 거리를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앞으로 진나라의 부강을 위해 그들도 포용할 것인가?
고전본문
당초 중이의 어린 시종이던 두수頭須는 창고 지키는 일을 하였다. 중이가 망명했을 때 창고의 재물을 훔쳐 도망했고 그 뒤 재물을 다 써가며 중이가 귀국할 수 있도록 손을 썼다. 중이가 귀국하자 두수가 뵙기를 청했지만 진문공 중이는 머리를 감는다는 핑계로 거절하였다. 두수가 시종에게 말하였다,
“머리를 감고 계시니 심장의 위아래가 뒤집히고 심장이 뒤집히면 생각 또한 거꾸로 될 터이니 제가 뵙지 못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국내에 남았던 사람들은 군주를 위해 사직을 지키고, 망명길에 따라나선 사람들은 군주를 위해 말고삐를 잡고 군주를 수행하는 수고를 했습니다. 이 모두 할 일을 한 것인데 무엇 때문에 남았던 사람들만을 죄주려 하십니까? 한 나라의 군주가 되어 필부를 원수로 삼는다면 두려워할 사람이 매우 많을 것입니다.”
시종이 이 말을 전하자 중이가 즉시 두수를 접견하였다.
-<춘추좌전> 희공 24년 中에서
토론하기
1. 중이가 두수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다면 향후 진나라를 통치하면서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
2. ‘밖에서 싸우는 자’와 ‘안에서 지키는 자’라는 비유를 사용할 수 있다면,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해설읽기
오랜 망명 생활 끝에 돌아와 진나라 군주가 된 중이가 꽃길만을 걸을 수 있었을까? 중이의 동생 이오의 세력이었던 사람들은 궁궐에 불을 질러 중이를 죽이려 했다. 이런 극단적 암살 시도만이 아니라, 중이를 적극 돕지 않은 사람들은 중이의 귀환을 그렇게 탐탁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뿐만 아니라 중이가 외국에 있는 동안 중이를 알게 모르게 도운 사람들도 많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중이가 그런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알기도 어렵고, 안다 하더라도 그들 모두에게 일일이 포상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즉 자기를 해코지 한 사람이든, 일말의 도움을 준 사람이든 중이가 그들을 어떻게 처벌하고 또 어떻게 상 줄지는 앞으로 진나라 사람들의 화합을 이루는 데 중요한 과제였다.
또 하나, 자신과 함께 오랜 망명생활을 한 사람과 국내에 머물면서 금전적 지원과 같은 소극적인 방식으로 중이를 도운 사람들을 어떻게 예우할지를 고민해야 했다. 자신과 19년을 방랑길에 오르며 산전수전을 겪은 사람들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은 인지상정의 일일 것이다. 국내에 있던 사람들이 자신을 도왔다 하더라도, 그것은 자신들의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중에 여건이 허락하는 정도에서 도움을 주었을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그들이 어떤 위험을 무릅썼다 하더라도 중이가 그 자세한 내막을 전해 듣지도 못했을 것이다.
이 글은 국내에 남아서 중이를 도운 사람에 관한 것이다. 아마 어린 시절 중이 밑에서 소소한 심부름을 하며 지냈던 두수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창고지기 일을 하다가 중이가 외국으로 망명하자 창고의 재물을 훔쳐 달아나고 그 재물들을 써가며 중이의 환국을 도왔던 것으로 보인다. 그 일이 실제로 중이의 귀국에 얼마나 큰 보탬이 되었는지는 모른다. 중이가 귀국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는 진[秦] 목공의 지원이기 때문에 두수와 같은 사람들의 작은 도움은 잘 드러나지 못했을 것이다.
어쨌든 중이가 돌아온 후에 두수가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중이를 찾아와 접견을 요청했다. 그러나 중이는 머리를 감는 중이라는 핑계를 대고 기다리라는 말도 하지 않고 돌아가게 했다. 중이가 왜 두수와의 만남을 꺼렸는지는 나와 있지 않지만 추측컨대 자신들이 중이가 나가 있는 동안 중이를 돕기 위해 이런 저런 노력을 했다고 찾아와 과시하며 포상을 청하는 사람들이 아마도 많았을 것이다. 두수 또한 그런 사람들의 하나일 것이라 생각하고 보고 싶지 않았을 수 있다.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어 그런 일들에 신경을 쓰고 싶지 않은 마음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래도 그들의 노고를 파악하고 치하하는 일은 중요한 일인데 중이는 그것을 등한시 했던 것 같다.
이때 두수가 뼈를 때리는 말을 한다. 자신이 아는 중이는 자신을 위해 힘써준 사람을 문전박대할 사람이 아닌데, 아마도 지금 머리를 감고 있는 중이라 상반신이 거꾸로 되어 심장이 거꾸로 되고, 그에 따라 생각도 거꾸로 되어 그럴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는 19년간 외국에서 중이를 수행한 사람들도 고생을 했지만 국내에 있으면서 다른 나라로부터 진나라의 사직을 지키고 진나라의 수명이 다하지 않게 묵묵히 자신들의 일을 한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로 고생을 하고 진나라를 위하는 사람들이었음을 지적한다. 수년간의 내란, 혜공 치하에서의 전쟁 등 진나라는 오랜 혼란기를 경험했는데, 이때 사람들이 진나라 지키기를 포기했다면 진나라는 중이가 돌아오기 전에 멸망했을지 모른다.
즉 중이의 입장에서는 중이와 함께 오랜 시간 밖에서 고생한 사람이 가장 소중하고 고마운 사람들이겠지만, 혼란한 국내에 남아서 진나라를 지키고 틈틈이 중이를 도운 사람들 덕에 진나라가 보존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들 또한 중이에게는 감사한 사람들이다. 중이가 지키고 싶었던 것은 진나라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말이 꼭 과장된 것만은 아닐 것이다. 두수의 이야기는 중이가 피해가고 싶거나 아니면 잊어버리고 있었던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말을 듣는 순간, 역시 중이는 자신이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곧장 두수를 불러 접견했다. 그의 얘기를 바탕으로 지난 19년의 역사에 대해 상을 주고, 벌을 주는 문제에 대해 다시 진지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것은 나와 함께 있었던 사람만을 나의 편으로 간주해 상을 주고, 내 옆에 있지 않았던 사람은 나의 적으로 간주하여 벌을 주는 방식이 아니었다. 중이의 이런 태도가 중이가 군주가 되고 얼마 되지 않아 춘추시대의 패주가 될 수 있던 원동력이었을 것이다.
키워드
두수, 상과 벌, 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