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맥락
젠치(禪智) 내공의 코는 턱밑까지 늘어져 대롱거린다. 50이 넘은 내공은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항상 이 코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지만 자기가 코 때문에 고민하는 것을 남들이 아는 것이 싫어 태연한 척한다. 어느 날 제자승이 잘 아는 의사로부터 긴 코를 짧게 만드는 법을 배워 오고, 내공은 제자승의 권유에 못이기는 척 그 방법을 시험해 본다. 그 방법대로 끓는 물에 데친 코를 밟자 정말로 코가 보통의 매부리코와 크게 다를 것 없이 짧아진다.
고전본문
이렇게 된 이상 이제 아무도 웃을 자는 없을 것이다 ―거울 속의 내공의 얼굴은 거울 밖의 내공의 얼굴을 보고 만족스러운 듯이 눈을 깜박거렸다.
그러나 그날은 또 하루 종일 코가 다시 길어지지 않을까 하고 불안해했다. 그래서 내공은 불경을 외울 때나 식사를 할 때나 틈만 있으면 손을 들어 살그머니 코끝을 만져 보았다. 그러나 코는 얌전하게 입술 위에 자리 잡고 있을 뿐, 각별히 그보다 더 아래로 축 늘어져 내려올 기색은 없었다. 그리고 하룻밤 자고서 이튿날 일찍 잠이 깨자 내공은 맨 먼저 코부터 만져 보았다. 코는 여전히 짧았다. 비로소 내공은 몇 년이나 걸려 법화경(法華經) 필사의 공을 쌓았을 때 같은 뿌듯함을 느꼈다.
그런데 2,3일이 지나자 내공은 뜻밖의 사실을 발견했다. 그것은 때마침 볼일이 있어 절을 찾아온 무사가 전보다도 훨씬 더 우습다는 얼굴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힐끗힐끗 내공의 코만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뿐 아니라 전에 내공의 코를 죽 속에 빠뜨리게 한 중동자 같은 이는 법당 밖에서 내공과 지나치면서 처음에는 고개를 숙이고 웃음을 참다가 결국 참을 수 없었던지 큰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일을 명령받는 하급 스님들도 얼굴을 마주 보는 동안은 공손하게 듣다가도 내공이 뒤돌아서기만 하면 킬킬 웃는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중략…)
“전에는 저렇게 대놓고 웃지는 않았었는데.”
내공은 외우던 경문을 멈추고 대머리를 갸웃하면서 가끔 이렇게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불쌍한 내공은 그럴 때마다 곁에 걸린 보현보살의 화상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코가 길었던 4,5일 전의 일을 생각하며 ‘이제는 더없이 천해진 사람이 영화롭던 지난날을 그리워하듯이’ 우울해지는 것이었다.
(…중략…)
내공은 억지로 코를 짧게 한 것이 도리어 원망스러워졌다.
그러던 어느 날 밤의 일이었다. 해가 저물자 갑자기 바람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는지 탑에 달린 풍경 소리가 시끄럽게 베갯머리까지 울려왔다. 게다가 추위도 한결 더했기 때문에 노년의 내공은 잠들려 해도 잠들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불 속에서 눈만 껌벅거리고 있는데 문득 코가 여느 때와 달리 가려운 것을 느꼈다. 손을 대보니까 조금 물기가 생긴 것처럼 부어 있었다. 어쩐지 거기만 열이 있는 것 같았다.
(…중략…)
이튿날 아침 (…중략…) 젠치 내공은 덧문을 열어 놓은 마루에 서서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거의 잊어버리고 있었던 어떤 감각이 다시 내공에게 돌아온 것은 이때였다.
내공은 얼른 코에 손을 댔다. 손에 잡힌 것은 어젯밤의 짧은 코가 아니다. 입술 위에서부터 턱밑까지 대여섯 치가 넘게 늘어져 있는 예전의 긴 코였다. 내공은 코가 하룻밤 새에 또 전처럼 길어진 것을 알았다. 그러자 그와 동시에 코가 짧아졌던 때와 똑같은 밝고 상쾌한 마음이 어디선지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이렇게 되면 이제 아무도 나를 보고 웃을 자가 없으렷다.’
내공은 마음속으로 이렇게 자기에게 속삭였다. 긴 코를 새벽녘의 가을바람에 흔들거리면서.
토론하기
(1)작품의 뒷이야기를 상상해 보자.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정말 이제는 젠치 내공의 코를 비웃는 사람이 없을까? 젠치 내공은 행복해진 것일까?
(2) 젠치 내공이 자신의 외모에 대한 만족감을 얻으려면 어떤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좋을까?
해설읽기
턱밑까지 늘어질 정도로 긴 코를 가진 노승이 코 때문에 고민을 하다가 코를 줄어들게 하는 방법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흉물스럽게 생긴 긴 코를 짧게 만든다는 이야기의 소재는 일본의 민간 설화집인 『곤자쿠모노가타리(今昔物語)』 28권에 수록된 설화에서 가져 온 것으로, 작자는 본래는 우스운 기담(奇談)에 불과했던 이야기에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을 바탕으로 한 심리 묘사를 더하였다. 특히, 코의 생김새 자체보다는 코로 인한 자존심의 상처 때문에 괴로워하는 노승의 심리 변화와 주변 인물들이 보이는 이른바 ‘방관자의 이기주의’를 섬세하게 포착하여 인간이 보편적으로 지니고 있는 심리의 모순과 가식을 돌아보게 한다.
젠치 내공이 괴로워하는 것은 비정상적으로 긴 코로 인해 겪는 불편함 때문만이 아니라 긴 코로 인한 자존심의 상처 때문이다. 그는 시종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자신이 코 때문에 고민하는 것을 남들이 아는 것이 싫기 때문에 태연한 척한다. 코가 짧아졌을 때도 그는 그의 외모가 정상적으로 되었다는 사실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 그를 비웃을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만족한다. 이처럼 그의 의식은 타인의 시선에 좌지우지되고 있다. 그런데 자신의 예상과 달리 사람들이 짧아진 그의 코를 보고 예전보다 더 노골적으로 자신을 비웃자 그는 크게 실망하고 급기야 분노한다. 이러한 젠치 내공의 심리 변화를 통해서 그가 짧아진 코를 갖게 된 것만으로는 결코 만족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결국 그의 만족도를 결정하는 데 있어 정상적인 코를 갖느냐 비정상적인 코를 갖느냐보다 다른 사람들이 그 코를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더욱 중요한 요소다.
작품의 결말부에서 코가 다시 예전처럼 길어지자 그는 또 다시 ‘이렇게 되면 이제 아무도 나를 보고 웃을 자가 없으렷다.’라고 생각한다. 이는 그가 코가 짧아진 직후에 했던 생각과 똑같다. 타인의 시선에 온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에서만 보자면 코가 짧아졌을 때나 다시 길어졌을 때나 그의 내면에는 큰 변화가 없다.
자신의 외모에 대한 만족 여부를 타인의 평가에 좌우되도록 하는 이상 젠치 내공이 앞으로 행복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내공의 기대대로 주위 사람들이 그의 길어진 코를 더 이상 비웃지 않는다면 그는 만족할 것이고, 기대와는 달리 주위 사람들이 여전히 그를 비웃거나 이전보다 더욱 심하게 비웃는다면 그는 만족할 수 없을 것이다. 주위 사람들의 반응은 예측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쉽게 바뀌기 때문에 젠치 내공이 앞으로 자신의 외모에 만족하게 될지는 알 수 없다. 학생들은 주위 사람들의 반응을 자유롭게 상상하고, 서로 다른 결말을 공유하면서 타인의 시선에 자신의 감정이 좌지우지되는 것이 얼마나 불안정한 것인지 확인할 수 있다.
젠치 내공이 남들이 그의 외모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든 마음에 두지 않고, 그의 코를 비웃더라도 두려워하거나 괴로워하지 않을 수 있다면 자신의 외모에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주위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완전히 초연해지는 것은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실천하자면 큰 용기와 마음의 수련이 필요하다. 보다 실천하기 쉬운 방법으로는 마음의 갑옷을 내려놓고 자신의 고민을 주위 사람들에게 털어놓는 것만으로 자존감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내면을 가꾸고 자신의 외모보다 더 큰 가치를 갖는 일에 헌신하려는 마음가짐을 갖는다면 외모에 집착할 때보다 더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전후맥락
젠치(禪智) 내공의 코는 턱밑까지 늘어져 대롱거린다. 50이 넘은 내공은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항상 이 코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지만 자기가 코 때문에 고민하는 것을 남들이 아는 것이 싫어 태연한 척한다. 어느 날 제자승이 잘 아는 의사로부터 긴 코를 짧게 만드는 법을 배워 오고, 내공은 제자승의 권유에 못이기는 척 그 방법을 시험해 본다. 그 방법대로 끓는 물에 데친 코를 밟자 정말로 코가 보통의 매부리코와 크게 다를 것 없이 짧아진다.
고전본문
이렇게 된 이상 이제 아무도 웃을 자는 없을 것이다 ―거울 속의 내공의 얼굴은 거울 밖의 내공의 얼굴을 보고 만족스러운 듯이 눈을 깜박거렸다.
그러나 그날은 또 하루 종일 코가 다시 길어지지 않을까 하고 불안해했다. 그래서 내공은 불경을 외울 때나 식사를 할 때나 틈만 있으면 손을 들어 살그머니 코끝을 만져 보았다. 그러나 코는 얌전하게 입술 위에 자리 잡고 있을 뿐, 각별히 그보다 더 아래로 축 늘어져 내려올 기색은 없었다. 그리고 하룻밤 자고서 이튿날 일찍 잠이 깨자 내공은 맨 먼저 코부터 만져 보았다. 코는 여전히 짧았다. 비로소 내공은 몇 년이나 걸려 법화경(法華經) 필사의 공을 쌓았을 때 같은 뿌듯함을 느꼈다.
그런데 2,3일이 지나자 내공은 뜻밖의 사실을 발견했다. 그것은 때마침 볼일이 있어 절을 찾아온 무사가 전보다도 훨씬 더 우습다는 얼굴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힐끗힐끗 내공의 코만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뿐 아니라 전에 내공의 코를 죽 속에 빠뜨리게 한 중동자 같은 이는 법당 밖에서 내공과 지나치면서 처음에는 고개를 숙이고 웃음을 참다가 결국 참을 수 없었던지 큰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일을 명령받는 하급 스님들도 얼굴을 마주 보는 동안은 공손하게 듣다가도 내공이 뒤돌아서기만 하면 킬킬 웃는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중략…)
“전에는 저렇게 대놓고 웃지는 않았었는데.”
내공은 외우던 경문을 멈추고 대머리를 갸웃하면서 가끔 이렇게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불쌍한 내공은 그럴 때마다 곁에 걸린 보현보살의 화상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코가 길었던 4,5일 전의 일을 생각하며 ‘이제는 더없이 천해진 사람이 영화롭던 지난날을 그리워하듯이’ 우울해지는 것이었다.
(…중략…)
내공은 억지로 코를 짧게 한 것이 도리어 원망스러워졌다.
그러던 어느 날 밤의 일이었다. 해가 저물자 갑자기 바람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는지 탑에 달린 풍경 소리가 시끄럽게 베갯머리까지 울려왔다. 게다가 추위도 한결 더했기 때문에 노년의 내공은 잠들려 해도 잠들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불 속에서 눈만 껌벅거리고 있는데 문득 코가 여느 때와 달리 가려운 것을 느꼈다. 손을 대보니까 조금 물기가 생긴 것처럼 부어 있었다. 어쩐지 거기만 열이 있는 것 같았다.
(…중략…)
이튿날 아침 (…중략…) 젠치 내공은 덧문을 열어 놓은 마루에 서서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거의 잊어버리고 있었던 어떤 감각이 다시 내공에게 돌아온 것은 이때였다.
내공은 얼른 코에 손을 댔다. 손에 잡힌 것은 어젯밤의 짧은 코가 아니다. 입술 위에서부터 턱밑까지 대여섯 치가 넘게 늘어져 있는 예전의 긴 코였다. 내공은 코가 하룻밤 새에 또 전처럼 길어진 것을 알았다. 그러자 그와 동시에 코가 짧아졌던 때와 똑같은 밝고 상쾌한 마음이 어디선지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이렇게 되면 이제 아무도 나를 보고 웃을 자가 없으렷다.’
내공은 마음속으로 이렇게 자기에게 속삭였다. 긴 코를 새벽녘의 가을바람에 흔들거리면서.
토론하기
(1)작품의 뒷이야기를 상상해 보자.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정말 이제는 젠치 내공의 코를 비웃는 사람이 없을까? 젠치 내공은 행복해진 것일까?
(2) 젠치 내공이 자신의 외모에 대한 만족감을 얻으려면 어떤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좋을까?
해설읽기
턱밑까지 늘어질 정도로 긴 코를 가진 노승이 코 때문에 고민을 하다가 코를 줄어들게 하는 방법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흉물스럽게 생긴 긴 코를 짧게 만든다는 이야기의 소재는 일본의 민간 설화집인 『곤자쿠모노가타리(今昔物語)』 28권에 수록된 설화에서 가져 온 것으로, 작자는 본래는 우스운 기담(奇談)에 불과했던 이야기에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을 바탕으로 한 심리 묘사를 더하였다. 특히, 코의 생김새 자체보다는 코로 인한 자존심의 상처 때문에 괴로워하는 노승의 심리 변화와 주변 인물들이 보이는 이른바 ‘방관자의 이기주의’를 섬세하게 포착하여 인간이 보편적으로 지니고 있는 심리의 모순과 가식을 돌아보게 한다.
젠치 내공이 괴로워하는 것은 비정상적으로 긴 코로 인해 겪는 불편함 때문만이 아니라 긴 코로 인한 자존심의 상처 때문이다. 그는 시종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자신이 코 때문에 고민하는 것을 남들이 아는 것이 싫기 때문에 태연한 척한다. 코가 짧아졌을 때도 그는 그의 외모가 정상적으로 되었다는 사실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 그를 비웃을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만족한다. 이처럼 그의 의식은 타인의 시선에 좌지우지되고 있다. 그런데 자신의 예상과 달리 사람들이 짧아진 그의 코를 보고 예전보다 더 노골적으로 자신을 비웃자 그는 크게 실망하고 급기야 분노한다. 이러한 젠치 내공의 심리 변화를 통해서 그가 짧아진 코를 갖게 된 것만으로는 결코 만족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결국 그의 만족도를 결정하는 데 있어 정상적인 코를 갖느냐 비정상적인 코를 갖느냐보다 다른 사람들이 그 코를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더욱 중요한 요소다.
작품의 결말부에서 코가 다시 예전처럼 길어지자 그는 또 다시 ‘이렇게 되면 이제 아무도 나를 보고 웃을 자가 없으렷다.’라고 생각한다. 이는 그가 코가 짧아진 직후에 했던 생각과 똑같다. 타인의 시선에 온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에서만 보자면 코가 짧아졌을 때나 다시 길어졌을 때나 그의 내면에는 큰 변화가 없다.
자신의 외모에 대한 만족 여부를 타인의 평가에 좌우되도록 하는 이상 젠치 내공이 앞으로 행복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내공의 기대대로 주위 사람들이 그의 길어진 코를 더 이상 비웃지 않는다면 그는 만족할 것이고, 기대와는 달리 주위 사람들이 여전히 그를 비웃거나 이전보다 더욱 심하게 비웃는다면 그는 만족할 수 없을 것이다. 주위 사람들의 반응은 예측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쉽게 바뀌기 때문에 젠치 내공이 앞으로 자신의 외모에 만족하게 될지는 알 수 없다. 학생들은 주위 사람들의 반응을 자유롭게 상상하고, 서로 다른 결말을 공유하면서 타인의 시선에 자신의 감정이 좌지우지되는 것이 얼마나 불안정한 것인지 확인할 수 있다.
젠치 내공이 남들이 그의 외모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든 마음에 두지 않고, 그의 코를 비웃더라도 두려워하거나 괴로워하지 않을 수 있다면 자신의 외모에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주위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완전히 초연해지는 것은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실천하자면 큰 용기와 마음의 수련이 필요하다. 보다 실천하기 쉬운 방법으로는 마음의 갑옷을 내려놓고 자신의 고민을 주위 사람들에게 털어놓는 것만으로 자존감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내면을 가꾸고 자신의 외모보다 더 큰 가치를 갖는 일에 헌신하려는 마음가짐을 갖는다면 외모에 집착할 때보다 더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