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맥락
[열자]는 모두 8편으로 이뤄져 있는데, 본문은 그중 제5편에 실려 있다. 제5편에는 우언(寓言, 우화)과 고사(故事)가 무려 20개나 들어 있어 열자 전체 중에서도 우언과 고사가 가장 많이 실려 있다. 우언은 의인화한 사물을 통해 풍자와 교훈의 뜻을 전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나온 이야기다. 고사는 유래가 있는 옛날이야기를 말한다. 참고로 열자 전체에는 모두 102가지의 우언고사가 들어 있으며, 이들은 대략 세 가지 계열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 풍부한 상상력과 적극적인 낭만정신을 찬미하는 계열. 특히, 고대의 여러 텍스트에서 취한 신화와 전설들이 그러하다. 둘째, 부조리한 현실세계를 고발하는 계열. 셋째, 인간의 기예가 신묘한 경지에 도달한 상태를 그린 계열. 여기에는 두 사람의 심장을 맞바꾸어 이식하는 전설적인 의사 편작(扁鵲) 이야기, 진나라의 전설적인 여가수 한아(韓娥), 지음(知音) 고사로 유명한 백아와 종자기의 고사 등이 있다. 본문은 바로 이 세 번째 특징을 보여주는 우언고사다.
고전본문
주나라 목왕이 서쪽 지방을 가서 시찰하다가 곤륜산을 넘어 엄산까지 갔다가 되돌아왔다. 중국 땅에 다다르기 전 도중에 어떤 사람이 목왕에게 공인(工人)을 바쳤는데 이름을 ‘언사’라 했다. 왕은 그를 접견하면서 물었다. “그대는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
언사가 대답했다. “저는 무엇이든 명하시는 대로 해보겠습니다. 그런데 제게는 이미 만들어 놓은 것이 있으니 바라건대 임금님께서는 그것을 먼저 보아 주시기 바랍니다.”
목왕이 말했다. “내일 그걸 가지고 오너라. 내 그대와 함께 그것을 구경하마.”
다음날 언사는 임금님을 찾아뵈었다. 임금님이 그를 접견하면서 말했다. “그대와 함께 온 자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그가 대답했다. “노래하고 춤을 출 줄 아는 놈인데 제가 만들었습니다.”
목왕이 놀라며 그 사람을 보니 움직이고 걸어 다니며 몸을 굽히고 젖히는 게 정말 사람하고 꼭 같았다. 교묘하게도 그의 턱을 움직이면 곧 가락에 맞는 노래가 나왔고, 그의 팔을 쳐들면 곧 장단에 맞는 춤을 추었는데, 천 가지 만 가지로 변화하는 기교가 그의 뜻대로였다.
임금님은 진짜 사람이라고 여기면서 임금의 미인들과 시중드는 여자들을 거느리고 그것을 구경하고 있었다. 공연이 다 끝날 즈음에 노래를 하며 춤을 추던 그 자가 눈을 깜박이면서 임금님 곁의 시중하는 여자들에게 수작(酬酌)을 걸었다. 임금은 크게 노해 즉시 언사를 베려고 했다.
언사는 크게 두려워하면서 즉석에서 노래하며 춤추던 놈의 몸을 해체하여 임금에게 보여주었다. 그의 몸은 전부가 가죽과 나무와 아교와 옻칠과 흰색, 검은색, 붉은색, 파란색들을 칠하고 붙여 모아 만든 것이었다. 임금이 그것들을 자세히 조사해 보니 안으로는 간과 쓸개와 심장과 허파와 지라와 콩팥과 위장 같은 내장이 있고 밖에는 근육과 뼈와 팔다리와 관절과 피부와 털과 이빨과 머리카락이 있는데 모두가 가짜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러나 모든 기관이 갖추어져 있고 빠진 것은 한 가지도 없었다. 모아 맞추니까 다시 처음 볼 때와 같이 되었다. 임금이 시험 삼아 그의 심장을 떼어 내자 곧 입으로 말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의 간을 떼어 내자 곧 눈으로 볼 수가 없게 되었다. 그의 콩팥을 떼어 내자 곧 다리로 걸을 수가 없게 되었다.
목왕은 비로소 기뻐하고 탄식하며 말했다. “사람의 교묘한 기술이란 바로 조물주(造物主)와 같은 일을 이룰 수가 있구나!” 그리고 명을 내려 두 번째 수레에 그를 싣고 돌아가기로 했다.
반수에게는 그가 만든 공격용 구름사다리가 있고 묵적에게는 그가 나무로 만든, 사흘 동안 비행하는 솔개가 있는데, 그들 스스로 말하기를 능력의 극치에 달한 것들이라고 했다. 반수의 제자인 동문고와 묵적의 제자인 금골희는 언사의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서 각자 자신의 선생님께 고했다. 그러자 두 선생님은 평생토록 감히 기예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게 되었고, 가끔 그림쇠와 굽은 자를 집어들 따름이었다 한다.
[열자] 제5편 14. 「극치에 이른 물건 만드는 재주」 중에서
토론하기
(1) [열자]는 중국 고대의 문헌인데, 내용을 보면 꽤나 현대적인 측면도 있어 놀랍습니다. 고대 중국인들은 이런 내용을 현실적인 것으로 여겼을까요, 아니면 그냥 공상적인 재미꺼리로만 여겼을까요?
(2) 반수는 구름사다리를 제작했고 묵적은 사흘동안 비행하는 솔개를 제작했습니다. 반면 언사는 춤과 노래를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사람을 만들었죠. 언사와 다른 두 사람의 제작물은 어떤 점에서 같고, 또 어떤 점에서 다를까요?
(3) 오늘날 AI는 인간의 사유 능력과 예술 창작 능력 등을 맹렬한 속도로 따라잡고 있고, 생명공학은 생명만의 특징이었던 것들을 기술적으로 구현해내고 있습니다. [열자]의 저자는 현대의 이런 모습을 한낱 기술의 발전일 뿐이라고 볼까요, 아니면 드디어 자연의 극치에 도달했다고 평가할까요?
해설읽기
주나라 목왕은 기원전 10세기 때의 사람으로 주나라의 제5대 왕이다. 물론 위에 적은 내용은 실제 있었던 일이라기보다는 지어낸 이야기일 가능성이 훨씬 더 높지만, 어쨌든 시대 배경은 고대 중국이다. 언사라는 공인, 즉 수공업자는 왕이 명령만 하면 뭐든지 만들어 보일 수 있다고 호언장담한다. 그리고 다음날 자신이 이미 만들어 놓은 ‘그것’을 데리고 왕에게 갔는데, 그것은 왕이 실제 사람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완벽하게 제작된 인형이었다. 열자라는 책이 기원전 5세기 무렵에 쓰인 고대의 텍스트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노래하고 춤을 출 줄 아는’ 인형, 아니 초현대적인 자동기계가 등장하는 충격적인 대목이다.
그것은 걷고 몸을 굽히고 젖히는 행동 등이 사람하고 꼭 같았다. 노래도 하고 춤을 추는 등 수많은 재주를 뜻대로 보일 수 있었다. 심지어 화려한 재주 자랑이 끝날 때쯤 그는 임금의 시녀들에게 윙크를 하기까지 해서 왕이 언사를 칼로 베려고 했다.
크게 놀란 언사가 먼저 자동기계의 몸을 부수어 보이니 실제로 그의 몸은 가죽과 나무와 아교 등으로 제작된 것이었다. 그런데도 안에는 쓸개와 심장 같은 내장은 물론이고 근육과 뼈, 털과 이빨과 머리카락까지 다 있었다. 그리고 다시 모아 맞추니 처음과 똑같이 사람 같은 존재가 되었다.
이것은 단순히 고도로 정교한 기계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는 목왕이 크게 기뻐하며 “사람의 교묘한 기술이란 바로 조물주(造物主)와 같은 일을 이룰 수가 있구나!”라고 말한 데서도 드러난다. 그러니까 그냥 정교한 기계가 아니라 조물주가 만든 생명체와 동일한 존재인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인간의 기예(技藝)가 단순한 기술의 수준을 넘어 신묘한 경지에 이르면 조물주의 창조와 같은 경지를 펼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에 구름사다리를 제작한 반수와 하늘을 나는 솔개를 제작한 묵적을 등장시킨 것도 이와 대비시키기 위해서다. 그들은 극치의 능력을 발휘하여 인간을 뛰어넘는 물건들을 만들어냈지만, 그것은 기본적으로 기교일 뿐 예술 혹은 도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다. 마지막에 나오는 그림쇠와 굽은 자는 현대식으로 표현하면 전자는 컴퍼스, 후자는 목수들이 직각을 그릴 때 쓰는 굽은 자다.
끝으로, [맹자] 「양혜왕」편에 따르면, 공자는 “최초로 인형을 제작한 자는 후손이 없을 것”이라 비난했다고 한다. 이 발언은 고대의 풍습과 관련이 있는데, 옛날 중국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순장물(殉葬物)로 나무 인형을 죽은 자와 함께 묻었다. 이때 인형을 산 사람처럼 움직이도록 만들었는데, 공자는 아무리 상징적인 제작물이라 하더라도 살아 있는 인간처럼 움직이는 것을 그냥 묻어버리는 짓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 보자면 후손의 씨가 마를 것이라는 심한 욕설을 통해, 인위적인 기술이 어느 정도로까지 위험해질 수 있는지를 경계한 말이기도 하다. 이에 반해 열자의 이 고사는 기예가 자연스러움의 극치에까지 이르는 것을 이상적인 가치로 높이고 있다. 도가(道家)가 공자의 유가(儒家)와 어떻게 다른지를 뚜렷이 알 수 있다. 언사는 도가의 이런 면모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반수와 묵적이 더 높이, 더 멀리 효율적으로 이동하기 위한 물건(사다리, 나는 새)을 제작한 데 반해, 안서가 제작한 것은 세상 만물 중 가장 복잡하고 섬세한 인간이었다. 그것도 춤추고 노래하는 예술 능력을 갖추었고, 나아가 다른 사람들과 감정과 의사를 교류할 수 있기까지한 인간이었다. 도가는 인간이 자기 능력을 고도로 발휘하여 더 편리하고 더 정교한 물건을 만드는 인위의 방향보다는, 무위(無爲)를 통해 자연과 합일할 때 도달하게 되는 지고의 경지, 즉 조물주의 경지를 지향했던 것이다.
키워드
공인, 구름사다리, 굽은 자, 그림쇠, 기술, 능력, 재주, 조물주
전후맥락
[열자]는 모두 8편으로 이뤄져 있는데, 본문은 그중 제5편에 실려 있다. 제5편에는 우언(寓言, 우화)과 고사(故事)가 무려 20개나 들어 있어 열자 전체 중에서도 우언과 고사가 가장 많이 실려 있다. 우언은 의인화한 사물을 통해 풍자와 교훈의 뜻을 전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나온 이야기다. 고사는 유래가 있는 옛날이야기를 말한다. 참고로 열자 전체에는 모두 102가지의 우언고사가 들어 있으며, 이들은 대략 세 가지 계열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 풍부한 상상력과 적극적인 낭만정신을 찬미하는 계열. 특히, 고대의 여러 텍스트에서 취한 신화와 전설들이 그러하다. 둘째, 부조리한 현실세계를 고발하는 계열. 셋째, 인간의 기예가 신묘한 경지에 도달한 상태를 그린 계열. 여기에는 두 사람의 심장을 맞바꾸어 이식하는 전설적인 의사 편작(扁鵲) 이야기, 진나라의 전설적인 여가수 한아(韓娥), 지음(知音) 고사로 유명한 백아와 종자기의 고사 등이 있다. 본문은 바로 이 세 번째 특징을 보여주는 우언고사다.
고전본문
주나라 목왕이 서쪽 지방을 가서 시찰하다가 곤륜산을 넘어 엄산까지 갔다가 되돌아왔다. 중국 땅에 다다르기 전 도중에 어떤 사람이 목왕에게 공인(工人)을 바쳤는데 이름을 ‘언사’라 했다. 왕은 그를 접견하면서 물었다. “그대는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
언사가 대답했다. “저는 무엇이든 명하시는 대로 해보겠습니다. 그런데 제게는 이미 만들어 놓은 것이 있으니 바라건대 임금님께서는 그것을 먼저 보아 주시기 바랍니다.”
목왕이 말했다. “내일 그걸 가지고 오너라. 내 그대와 함께 그것을 구경하마.”
다음날 언사는 임금님을 찾아뵈었다. 임금님이 그를 접견하면서 말했다. “그대와 함께 온 자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그가 대답했다. “노래하고 춤을 출 줄 아는 놈인데 제가 만들었습니다.”
목왕이 놀라며 그 사람을 보니 움직이고 걸어 다니며 몸을 굽히고 젖히는 게 정말 사람하고 꼭 같았다. 교묘하게도 그의 턱을 움직이면 곧 가락에 맞는 노래가 나왔고, 그의 팔을 쳐들면 곧 장단에 맞는 춤을 추었는데, 천 가지 만 가지로 변화하는 기교가 그의 뜻대로였다.
임금님은 진짜 사람이라고 여기면서 임금의 미인들과 시중드는 여자들을 거느리고 그것을 구경하고 있었다. 공연이 다 끝날 즈음에 노래를 하며 춤을 추던 그 자가 눈을 깜박이면서 임금님 곁의 시중하는 여자들에게 수작(酬酌)을 걸었다. 임금은 크게 노해 즉시 언사를 베려고 했다.
언사는 크게 두려워하면서 즉석에서 노래하며 춤추던 놈의 몸을 해체하여 임금에게 보여주었다. 그의 몸은 전부가 가죽과 나무와 아교와 옻칠과 흰색, 검은색, 붉은색, 파란색들을 칠하고 붙여 모아 만든 것이었다. 임금이 그것들을 자세히 조사해 보니 안으로는 간과 쓸개와 심장과 허파와 지라와 콩팥과 위장 같은 내장이 있고 밖에는 근육과 뼈와 팔다리와 관절과 피부와 털과 이빨과 머리카락이 있는데 모두가 가짜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러나 모든 기관이 갖추어져 있고 빠진 것은 한 가지도 없었다. 모아 맞추니까 다시 처음 볼 때와 같이 되었다. 임금이 시험 삼아 그의 심장을 떼어 내자 곧 입으로 말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의 간을 떼어 내자 곧 눈으로 볼 수가 없게 되었다. 그의 콩팥을 떼어 내자 곧 다리로 걸을 수가 없게 되었다.
목왕은 비로소 기뻐하고 탄식하며 말했다. “사람의 교묘한 기술이란 바로 조물주(造物主)와 같은 일을 이룰 수가 있구나!” 그리고 명을 내려 두 번째 수레에 그를 싣고 돌아가기로 했다.
반수에게는 그가 만든 공격용 구름사다리가 있고 묵적에게는 그가 나무로 만든, 사흘 동안 비행하는 솔개가 있는데, 그들 스스로 말하기를 능력의 극치에 달한 것들이라고 했다. 반수의 제자인 동문고와 묵적의 제자인 금골희는 언사의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서 각자 자신의 선생님께 고했다. 그러자 두 선생님은 평생토록 감히 기예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게 되었고, 가끔 그림쇠와 굽은 자를 집어들 따름이었다 한다.
[열자] 제5편 14. 「극치에 이른 물건 만드는 재주」 중에서
토론하기
(1) [열자]는 중국 고대의 문헌인데, 내용을 보면 꽤나 현대적인 측면도 있어 놀랍습니다. 고대 중국인들은 이런 내용을 현실적인 것으로 여겼을까요, 아니면 그냥 공상적인 재미꺼리로만 여겼을까요?
(2) 반수는 구름사다리를 제작했고 묵적은 사흘동안 비행하는 솔개를 제작했습니다. 반면 언사는 춤과 노래를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사람을 만들었죠. 언사와 다른 두 사람의 제작물은 어떤 점에서 같고, 또 어떤 점에서 다를까요?
(3) 오늘날 AI는 인간의 사유 능력과 예술 창작 능력 등을 맹렬한 속도로 따라잡고 있고, 생명공학은 생명만의 특징이었던 것들을 기술적으로 구현해내고 있습니다. [열자]의 저자는 현대의 이런 모습을 한낱 기술의 발전일 뿐이라고 볼까요, 아니면 드디어 자연의 극치에 도달했다고 평가할까요?
해설읽기
주나라 목왕은 기원전 10세기 때의 사람으로 주나라의 제5대 왕이다. 물론 위에 적은 내용은 실제 있었던 일이라기보다는 지어낸 이야기일 가능성이 훨씬 더 높지만, 어쨌든 시대 배경은 고대 중국이다. 언사라는 공인, 즉 수공업자는 왕이 명령만 하면 뭐든지 만들어 보일 수 있다고 호언장담한다. 그리고 다음날 자신이 이미 만들어 놓은 ‘그것’을 데리고 왕에게 갔는데, 그것은 왕이 실제 사람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완벽하게 제작된 인형이었다. 열자라는 책이 기원전 5세기 무렵에 쓰인 고대의 텍스트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노래하고 춤을 출 줄 아는’ 인형, 아니 초현대적인 자동기계가 등장하는 충격적인 대목이다.
그것은 걷고 몸을 굽히고 젖히는 행동 등이 사람하고 꼭 같았다. 노래도 하고 춤을 추는 등 수많은 재주를 뜻대로 보일 수 있었다. 심지어 화려한 재주 자랑이 끝날 때쯤 그는 임금의 시녀들에게 윙크를 하기까지 해서 왕이 언사를 칼로 베려고 했다.
크게 놀란 언사가 먼저 자동기계의 몸을 부수어 보이니 실제로 그의 몸은 가죽과 나무와 아교 등으로 제작된 것이었다. 그런데도 안에는 쓸개와 심장 같은 내장은 물론이고 근육과 뼈, 털과 이빨과 머리카락까지 다 있었다. 그리고 다시 모아 맞추니 처음과 똑같이 사람 같은 존재가 되었다.
이것은 단순히 고도로 정교한 기계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는 목왕이 크게 기뻐하며 “사람의 교묘한 기술이란 바로 조물주(造物主)와 같은 일을 이룰 수가 있구나!”라고 말한 데서도 드러난다. 그러니까 그냥 정교한 기계가 아니라 조물주가 만든 생명체와 동일한 존재인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인간의 기예(技藝)가 단순한 기술의 수준을 넘어 신묘한 경지에 이르면 조물주의 창조와 같은 경지를 펼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에 구름사다리를 제작한 반수와 하늘을 나는 솔개를 제작한 묵적을 등장시킨 것도 이와 대비시키기 위해서다. 그들은 극치의 능력을 발휘하여 인간을 뛰어넘는 물건들을 만들어냈지만, 그것은 기본적으로 기교일 뿐 예술 혹은 도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다. 마지막에 나오는 그림쇠와 굽은 자는 현대식으로 표현하면 전자는 컴퍼스, 후자는 목수들이 직각을 그릴 때 쓰는 굽은 자다.
끝으로, [맹자] 「양혜왕」편에 따르면, 공자는 “최초로 인형을 제작한 자는 후손이 없을 것”이라 비난했다고 한다. 이 발언은 고대의 풍습과 관련이 있는데, 옛날 중국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순장물(殉葬物)로 나무 인형을 죽은 자와 함께 묻었다. 이때 인형을 산 사람처럼 움직이도록 만들었는데, 공자는 아무리 상징적인 제작물이라 하더라도 살아 있는 인간처럼 움직이는 것을 그냥 묻어버리는 짓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 보자면 후손의 씨가 마를 것이라는 심한 욕설을 통해, 인위적인 기술이 어느 정도로까지 위험해질 수 있는지를 경계한 말이기도 하다. 이에 반해 열자의 이 고사는 기예가 자연스러움의 극치에까지 이르는 것을 이상적인 가치로 높이고 있다. 도가(道家)가 공자의 유가(儒家)와 어떻게 다른지를 뚜렷이 알 수 있다. 언사는 도가의 이런 면모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반수와 묵적이 더 높이, 더 멀리 효율적으로 이동하기 위한 물건(사다리, 나는 새)을 제작한 데 반해, 안서가 제작한 것은 세상 만물 중 가장 복잡하고 섬세한 인간이었다. 그것도 춤추고 노래하는 예술 능력을 갖추었고, 나아가 다른 사람들과 감정과 의사를 교류할 수 있기까지한 인간이었다. 도가는 인간이 자기 능력을 고도로 발휘하여 더 편리하고 더 정교한 물건을 만드는 인위의 방향보다는, 무위(無爲)를 통해 자연과 합일할 때 도달하게 되는 지고의 경지, 즉 조물주의 경지를 지향했던 것이다.
키워드
공인, 구름사다리, 굽은 자, 그림쇠, 기술, 능력, 재주, 조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