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맥락
소설의 주인공인 ‘나’가 집을 비운 사이, 나의 어머니가 눈길에 미끄러져 다리가 골절되는 사고가 발생한다. 그나마 남편이나 아이가 아닌 어머니가 다쳤다는 데에서 안심한 주인공은 자신의 속마음을 깨닫고 부끄러움을 느낀다. 병원에 도착해보니 기절했던 어머니는 깨어났지만, 몸이 노쇠하여 자가 치유가 불가능하기에 깁스 대신 수술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주인공과 어머니는 모두 수술에 거부감을 느끼고 반대하지만 결국 수술은 진행되고, 어머니는 차차 회복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밤중에 주인공이 어머니의 곁을 지키는 사이, 어머니는 깨어나서 무언가를 본 듯 패닉 상태에 빠진다.
고전본문
“왜 그래 엄마!”
나는 덩달아 무서움에 떨며 어머니한테로 달려갔다. 어머니의 팔이 내 목을 감으며 용을 쓰는 바람에 나는 숨이 칵 막혔다. 굉장한 힘이었다. 숨이 막혀 허덕이는 나의 귓전에 어머니는 지옥의 목소리처럼 공포에 질린 소리로 속삭였다.
“그놈이 또 왔다. 하느님 맙소사 그놈이 또 왔어.”
어머니는 아직도 한 손으론 방어의 태세를 취한 채 문 쪽을 보고 있었다. 나는 혹시 내 뒤에 누가 따라 들어왔는가 해서 돌아다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순간 머리끝이 쭈뼛했다.
(중략)
“그놈 또 왔다. 뭘 하고 있냐? 느이 오래빌 숨겨야지, 어서.“
“엄마, 제발 이러시지 좀 마세요. 오빠가 어디 있다고 숨겨요?””그럼 느이 오래빌 벌써 잡아갔냐.”
“엄마 제발.”
어머니의 손이 사방을 더듬었다. 그러다가 붕대 감긴 자기의 다리에 손이 닿자 날카롭게 속삭였다.
“가엾은 내 새끼 여기 있었구나. 꼼짝 말아. 다 내가 당할 테니.”
어머니의 떨리는 손이 다리를 감싸는 시늉을 했다. 그때부터 어머니의 다리는 어머니의 아들이었다. 어머니는 온몸으로 그 다리를 엄호하면서 어머니의 적을 노려보았다. 어머니의 적은 저승의 사자가 아니었다.
“군관 동무, 군관 선생님, 우리 집엔 여자들만 산다니까요.”
어머니의 눈의 푸른 기가 애처롭게 흔들리면서 입가에 비굴한 웃음이 감돌았다. 나는 어머니가 환각으로 보고 있는 게 무엇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가엾은 어머니, 차라리 저승의 사자를 보시는 게 나았을 것을…….
어머니는 그 다리를 어디다 숨기려는지 몸부림쳤다. 그러나 어머니의 다리는 요지부동이었다.
“군관 나으리, 우리 집엔 여자들만 산다니까요. 찾아보실 것도 없다니까요. 군관 나으리.”
그러나 절체절명의 위기가 어머니에게 육박해오고 있음을 난들 어쩌랴. 공포와 아직도 한 가닥 기대를 건 비굴이 어머니의 얼굴을 뒤죽박죽으로 일그러뜨리고 이마에선 구슬 같은 땀이 송글송글 솟아오르고 다리를 감싼 손과 앙상한 어깨는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었다.
가엾은 어머니, 하늘도 무심하시지. 차라리 죽게 하시지, 그 몹쓸 일을 두 번 겪게 하시다니…….
[출전] 박완서, 『엄마의 말뚝』
토론하기
(1) 주인공 ‘나’는 겁에 질린 어머니의 눈에 저승사자가 비쳤다고 생각했지만, 이내 아니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어머니가 상처 입은 자신의 다리와 겹쳐 본 것은 누구였나요?
(2) 과거에 경험했던 일이 정신적으로 커다란 상처를 남겨, 이후 유사한 상황에서 당시에 느꼈던 감정이 다시 떠오르는 증상을 ‘트라우마(trauma)’라고 합니다. 주변이나 매체에서 누군가가 과거에 얽힌 감정을 정돈하지 못한 채 표현하는 모습을 본 적 있나요? 그 상황에서 무엇을 느꼈나요?
해설읽기
박완서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엄마의 말뚝』은 주인공의 유년기 서울 상경 과정과 아픔을 사실적으로 담은 1편, 노년의 어머니를 통해 여전한 한국전쟁의 공포와 오빠의 죽음의 아픔을 확인하는 2편, 그리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장례를 치르는 과정에서 체감하는 조카와 세대 차이를 다룬 3편으로 구성된 연작소설이다. 작가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 소설은 박완서 특유의 자기 비판적이면서 날카로운 문체로 한국전쟁의 아픔과 근대화 과정에서 발생한 사회적 문제를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연작 1편에서 어머니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에 남매만 데리고 시골에 있는 시댁을 떠나 서울에 자리 잡고, 홀로 삯바느질로 돈을 벌어가며 주인공과 오빠를 교육할 만큼 강인한 인물이다. 어머니는 해방기에 빠르게 진행되어가는 근대화 과정에서 서울에 자리 잡는 것만이 남매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다고 믿었고, 주인공에게도 잘 교육받은 ‘신여성’이 되기를 요구하였다. 성장한 이후의 ‘나’는 서울의 주변부에서 가난했던 유년기가 얼마나 자신을 부끄럽게 만들었는지, ‘신여성’과 같은 어머니의 요구사항이 실상 내용은 없었다고 비판적으로 회고하기도 하지만, 어머니의 훈육방식이 나름의 최선이었다는 점 또한 이해한다.
인용문은 2편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주인공 ‘나’는 끈끈한 모녀 관계에도 불구하고 어머니가 아닌 남편과 자식에 더 강한 애착을 느끼는 중산층 주부로 살아가고 있었다. 소설은 주인공이 자리를 비운 사이 노년의 어머니가 눈길에 미끄러지는 사고를 겪는 데서 시작하는데, ‘나’는 늘 자신이 집을 비운 사이 큰 사고를 겪어온 과거를 떠올리며 차라리 어머니가 다쳐서 다행이라고 생각해버리고 부끄러움을 느낀다. 어머니의 골절은 생각보다 심각했고 모녀가 재차 거부하였음에도 결국 수술을 받게 된다. 수술은 무사히 끝났지만 ‘나’가 밤중에 병상을 지키는 사이 어머니는 환각을 일으킨다. ‘나’는 어머니의 눈에 저승사자의 환각이 보인 줄 알았으나, 어머니는 상처 입은 다리를 부여잡고 오빠를 숨기라고 소리친다. 주인공은 뒤늦게 어머니가 오빠가 죽었던 상황을 다시 보고 있음을 깨닫고 안타까워 한다.
젊은 시절 그토록 강인하고 똑똑했던 어머니는 한국전쟁기에 오빠를 잃었던 충격과 분노를 노인이 된 지금까지도 잊지 못하고 온몸으로 표출한다. 환자에게 몰인정한 태도만을 유지하는 병원의 한 가운데에서 어머니는 자신을 구속한 모든 것을 내던지는, 노인이라고는 믿기 힘든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고 ‘나’는 그런 어머니를 온 힘을 다해 제압한다. 전쟁은 모두가 겪어야 했던 일이지만 오빠의 죽음을 통해 겪어야 했던 충격은 온전히 어머니와 자신만의 것이었고, 서로만이 이해할 수 있는 공통 기억은 여전히 이들의 내면에 자리하고 있었다.
박완서는 『엄마의 말뚝』 연작 외에도, 등단작 『나목』을 시작으로 장편 『목마른 계절』,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을 비롯하여 다수의 단편을 통해 자신의 전쟁 경험을 되풀이하여 소설화하였다. 작가의 작품 속에서 전쟁의 기억은 매우 참혹하고 사실적으로 재현되어 그 참상을 고발하기도 하고, 오빠의 죽음과 같이 트라우마와 직결되어있는 장면은 중간 과정이 생략되어 부분적으로 재현되기도 한다. 작중 오빠의 죽음과 피난 과정은 당시 반공 이데올로기 속에서 너무나도 쉽게 ‘빨갱이’로 취급하고 시민의 자격을 박탈했던 남한 사회의 문제를 고발했다.
한편 박완서의 자전적 소설에서 모녀 관계는 서사의 중심축으로 기능하며, 여성 주인공과 어머니는 애증 어린 감정적 유대로 이어져 있다. 『엄마의 말뚝』에서는 유년 시절 어머니의 과한 요구에 부응하기 힘들어했던 관계에서 시작하여, 전쟁을 겪으면서 서로만이 이해하고 이해받을 수 있는 관계로 변화해가는 양상이 그려진다. 2편의 말미에서 어머니는 자신의 유해를 오빠와 마찬가지로 고향을 바라보는 곳에 뿌려달라 부탁하지만, 3편에서 어머니가 사망한 이후 조카들에 의해 평범하게 공동묘지에 묻히게 된다. 그 과정에서 ‘나’는 내심 홀가분함을 느끼면서도 어머니로부터 자신으로 이어져 온, 전쟁을 기억하는 세대가 단절되었다는 감각을 느끼며 소설은 마무리된다.
키워드
감정, 모녀 관계, 전쟁, 죽음, 트라우마
전후맥락
소설의 주인공인 ‘나’가 집을 비운 사이, 나의 어머니가 눈길에 미끄러져 다리가 골절되는 사고가 발생한다. 그나마 남편이나 아이가 아닌 어머니가 다쳤다는 데에서 안심한 주인공은 자신의 속마음을 깨닫고 부끄러움을 느낀다. 병원에 도착해보니 기절했던 어머니는 깨어났지만, 몸이 노쇠하여 자가 치유가 불가능하기에 깁스 대신 수술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주인공과 어머니는 모두 수술에 거부감을 느끼고 반대하지만 결국 수술은 진행되고, 어머니는 차차 회복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밤중에 주인공이 어머니의 곁을 지키는 사이, 어머니는 깨어나서 무언가를 본 듯 패닉 상태에 빠진다.
고전본문
“왜 그래 엄마!”
나는 덩달아 무서움에 떨며 어머니한테로 달려갔다. 어머니의 팔이 내 목을 감으며 용을 쓰는 바람에 나는 숨이 칵 막혔다. 굉장한 힘이었다. 숨이 막혀 허덕이는 나의 귓전에 어머니는 지옥의 목소리처럼 공포에 질린 소리로 속삭였다.
“그놈이 또 왔다. 하느님 맙소사 그놈이 또 왔어.”
어머니는 아직도 한 손으론 방어의 태세를 취한 채 문 쪽을 보고 있었다. 나는 혹시 내 뒤에 누가 따라 들어왔는가 해서 돌아다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순간 머리끝이 쭈뼛했다.
(중략)
“그놈 또 왔다. 뭘 하고 있냐? 느이 오래빌 숨겨야지, 어서.“
“엄마, 제발 이러시지 좀 마세요. 오빠가 어디 있다고 숨겨요?””그럼 느이 오래빌 벌써 잡아갔냐.”
“엄마 제발.”
어머니의 손이 사방을 더듬었다. 그러다가 붕대 감긴 자기의 다리에 손이 닿자 날카롭게 속삭였다.
“가엾은 내 새끼 여기 있었구나. 꼼짝 말아. 다 내가 당할 테니.”
어머니의 떨리는 손이 다리를 감싸는 시늉을 했다. 그때부터 어머니의 다리는 어머니의 아들이었다. 어머니는 온몸으로 그 다리를 엄호하면서 어머니의 적을 노려보았다. 어머니의 적은 저승의 사자가 아니었다.
“군관 동무, 군관 선생님, 우리 집엔 여자들만 산다니까요.”
어머니의 눈의 푸른 기가 애처롭게 흔들리면서 입가에 비굴한 웃음이 감돌았다. 나는 어머니가 환각으로 보고 있는 게 무엇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가엾은 어머니, 차라리 저승의 사자를 보시는 게 나았을 것을…….
어머니는 그 다리를 어디다 숨기려는지 몸부림쳤다. 그러나 어머니의 다리는 요지부동이었다.
“군관 나으리, 우리 집엔 여자들만 산다니까요. 찾아보실 것도 없다니까요. 군관 나으리.”
그러나 절체절명의 위기가 어머니에게 육박해오고 있음을 난들 어쩌랴. 공포와 아직도 한 가닥 기대를 건 비굴이 어머니의 얼굴을 뒤죽박죽으로 일그러뜨리고 이마에선 구슬 같은 땀이 송글송글 솟아오르고 다리를 감싼 손과 앙상한 어깨는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었다.
가엾은 어머니, 하늘도 무심하시지. 차라리 죽게 하시지, 그 몹쓸 일을 두 번 겪게 하시다니…….
[출전] 박완서, 『엄마의 말뚝』
토론하기
(1) 주인공 ‘나’는 겁에 질린 어머니의 눈에 저승사자가 비쳤다고 생각했지만, 이내 아니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어머니가 상처 입은 자신의 다리와 겹쳐 본 것은 누구였나요?
(2) 과거에 경험했던 일이 정신적으로 커다란 상처를 남겨, 이후 유사한 상황에서 당시에 느꼈던 감정이 다시 떠오르는 증상을 ‘트라우마(trauma)’라고 합니다. 주변이나 매체에서 누군가가 과거에 얽힌 감정을 정돈하지 못한 채 표현하는 모습을 본 적 있나요? 그 상황에서 무엇을 느꼈나요?
해설읽기
박완서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엄마의 말뚝』은 주인공의 유년기 서울 상경 과정과 아픔을 사실적으로 담은 1편, 노년의 어머니를 통해 여전한 한국전쟁의 공포와 오빠의 죽음의 아픔을 확인하는 2편, 그리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장례를 치르는 과정에서 체감하는 조카와 세대 차이를 다룬 3편으로 구성된 연작소설이다. 작가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 소설은 박완서 특유의 자기 비판적이면서 날카로운 문체로 한국전쟁의 아픔과 근대화 과정에서 발생한 사회적 문제를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연작 1편에서 어머니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에 남매만 데리고 시골에 있는 시댁을 떠나 서울에 자리 잡고, 홀로 삯바느질로 돈을 벌어가며 주인공과 오빠를 교육할 만큼 강인한 인물이다. 어머니는 해방기에 빠르게 진행되어가는 근대화 과정에서 서울에 자리 잡는 것만이 남매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다고 믿었고, 주인공에게도 잘 교육받은 ‘신여성’이 되기를 요구하였다. 성장한 이후의 ‘나’는 서울의 주변부에서 가난했던 유년기가 얼마나 자신을 부끄럽게 만들었는지, ‘신여성’과 같은 어머니의 요구사항이 실상 내용은 없었다고 비판적으로 회고하기도 하지만, 어머니의 훈육방식이 나름의 최선이었다는 점 또한 이해한다.
인용문은 2편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주인공 ‘나’는 끈끈한 모녀 관계에도 불구하고 어머니가 아닌 남편과 자식에 더 강한 애착을 느끼는 중산층 주부로 살아가고 있었다. 소설은 주인공이 자리를 비운 사이 노년의 어머니가 눈길에 미끄러지는 사고를 겪는 데서 시작하는데, ‘나’는 늘 자신이 집을 비운 사이 큰 사고를 겪어온 과거를 떠올리며 차라리 어머니가 다쳐서 다행이라고 생각해버리고 부끄러움을 느낀다. 어머니의 골절은 생각보다 심각했고 모녀가 재차 거부하였음에도 결국 수술을 받게 된다. 수술은 무사히 끝났지만 ‘나’가 밤중에 병상을 지키는 사이 어머니는 환각을 일으킨다. ‘나’는 어머니의 눈에 저승사자의 환각이 보인 줄 알았으나, 어머니는 상처 입은 다리를 부여잡고 오빠를 숨기라고 소리친다. 주인공은 뒤늦게 어머니가 오빠가 죽었던 상황을 다시 보고 있음을 깨닫고 안타까워 한다.
젊은 시절 그토록 강인하고 똑똑했던 어머니는 한국전쟁기에 오빠를 잃었던 충격과 분노를 노인이 된 지금까지도 잊지 못하고 온몸으로 표출한다. 환자에게 몰인정한 태도만을 유지하는 병원의 한 가운데에서 어머니는 자신을 구속한 모든 것을 내던지는, 노인이라고는 믿기 힘든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고 ‘나’는 그런 어머니를 온 힘을 다해 제압한다. 전쟁은 모두가 겪어야 했던 일이지만 오빠의 죽음을 통해 겪어야 했던 충격은 온전히 어머니와 자신만의 것이었고, 서로만이 이해할 수 있는 공통 기억은 여전히 이들의 내면에 자리하고 있었다.
박완서는 『엄마의 말뚝』 연작 외에도, 등단작 『나목』을 시작으로 장편 『목마른 계절』,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을 비롯하여 다수의 단편을 통해 자신의 전쟁 경험을 되풀이하여 소설화하였다. 작가의 작품 속에서 전쟁의 기억은 매우 참혹하고 사실적으로 재현되어 그 참상을 고발하기도 하고, 오빠의 죽음과 같이 트라우마와 직결되어있는 장면은 중간 과정이 생략되어 부분적으로 재현되기도 한다. 작중 오빠의 죽음과 피난 과정은 당시 반공 이데올로기 속에서 너무나도 쉽게 ‘빨갱이’로 취급하고 시민의 자격을 박탈했던 남한 사회의 문제를 고발했다.
한편 박완서의 자전적 소설에서 모녀 관계는 서사의 중심축으로 기능하며, 여성 주인공과 어머니는 애증 어린 감정적 유대로 이어져 있다. 『엄마의 말뚝』에서는 유년 시절 어머니의 과한 요구에 부응하기 힘들어했던 관계에서 시작하여, 전쟁을 겪으면서 서로만이 이해하고 이해받을 수 있는 관계로 변화해가는 양상이 그려진다. 2편의 말미에서 어머니는 자신의 유해를 오빠와 마찬가지로 고향을 바라보는 곳에 뿌려달라 부탁하지만, 3편에서 어머니가 사망한 이후 조카들에 의해 평범하게 공동묘지에 묻히게 된다. 그 과정에서 ‘나’는 내심 홀가분함을 느끼면서도 어머니로부터 자신으로 이어져 온, 전쟁을 기억하는 세대가 단절되었다는 감각을 느끼며 소설은 마무리된다.
키워드
감정, 모녀 관계, 전쟁, 죽음, 트라우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