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맥락
두보는 중국고전시가의 역사에서 ‘사회시’라 불리는, 현실 참여적이고 사회 비판적인 시 창작의 전범으로 평가받는다. “삼별삼리(三别三吏)”는 그가 지은 사회시 중 대표적인 시 6수를 가리킨다. “삼별”은 「신혼별(新婚别)」・「수로별(垂老别)」・「무가별(無家别)」의 세 작품을 말하고 “삼리”는 「신안리(新安吏)」・「동관리(潼关吏)」・「석호리(石壕吏)」의 세 작품을 가리킨다. 이들 작품은 두보 당시의 잦은 전쟁과 권력층의 부패 등으로 인한 무리한 징발에 시달리는 백성의 고통스런 처지와 심경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를테면 「수로별」에는 자손들이 징발되어 전사했음에도 또 징발되어 집을 떠나는 노인의 한탄이, 「무가별」에는 수년 만에 전장에서 살아 고향에 돌아왔지만 고향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징발된 탓에 황폐해진 고향 마을과 고향집을 마주하게 된 이의 처절한 심정이 서술되어 있다. 또 「동관리」에서는 장수의 잘못으로 수많은 병사가, 곧 징집되어 온 백성이 어처구니없이 죽음을 맞이한 병폐를 고발하였다.
고전본문
[신혼의 이별]
새삼 풀이 쑥대와 삼에 붙어, 넝쿨로 잡아당겨 자라지 못하게 한다.
전쟁에 끌려가는 사내에게 시집감은, 길가에 내버려짐만 못하다.
머리 올려 부부가 되었으나, 남편 침상을 따뜻하게 달궈보지도 못했다.
저물녘에 혼인한 뒤 새벽에 이별하다니, 황망하기 그지없다.
당신의 갈 길 비록 멀지 않다고 해도, 엄연히 하양으로 전투하러 가는 길.
나의 신분이 아직 분명하지 않으니, 어떻게 시가 댁 어른들께 인사 드릴지요?
부모님 나를 기르실 때, 밤낮으로 나를 아껴주시고
딸 낳아 시집보내심에, 닭과 개도 짝이 있다 하셨지요.
당신은 이제 삶과 죽음이 오가는 전장에 있으니, 침통함이 오장육부를 찌릅니다.
당신을 따라 가고 싶어도, 전장의 형세가 도리어 다급하다고 하네요.
신혼 생각은 하지 마시고, 힘써 군사 일에 전념하시길.
여인이 군중에 있으면, 병사들 사기가 진작되지 못한다고 합니다.
가난한 집안의 딸임을 스스로 한탄하며, 오래 걸려 비단 치마저고리 구하였거늘
비단 저고리 다시 입지 못한 채, 화장 지운 채 당신을 기다려야 하네요.
고개 들어보니 온갖 새들 날아다니는데, 크든 작든 모두 쌍쌍이 납니다.
사람 일 어긋남 많다고 하지만, 당신과 영원히 서로 바라볼 수 있기만을.
[석호촌의 관리]
저물어 석호 촌에 투숙했는데, 관리가 밤에 사람을 징집하러 왔다.
할아버지는 담 넘어 달아나고, 할머니가 문 밖에 나가본다.
관리의 호통은 어찌 그리 사납고, 할머니 울음은 어찌 그리 고통스러운지.
할머니가 관리에게 나아가 하는 말이, 아들 셋이 업성에 수자리 서러 갔고
그 중 하나가 편지를 보냈는데, 아들 둘이 전투에서 막 죽었다고 하네요.
산 자는 구차하게라도 살아가겠지만, 죽은 자는 영영 그만입디다.
이제 집에는 아무도 남지 않았고, 오직 젖먹이 손자만 남아 있다오.
손자 있어 어미는 떠나지 못했지만, 드나들 때 입을 온전한 치마조차 없지요.
이 늙은 할미 기력 비록 쇠하지만, 이 밤에라도 나리를 따라가게 해주시오.
하양 땅의 전장에 얼른 도착하면, 그래도 아침밥은 지을 수 있겠네요.
밤 깊어 관리와 할머니의 말소리 그치자, 흐느끼는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듯
날 밝아 길 떠날 때는, 홀로 남은 할아버지와 작별하였다.
[신안의 관리]
나그네 신안 마을의 길을 가다가, 요란하게 징병하는 소리를 들었다.
신안의 관리에게 물어본다. “고을이 작아 징집할 장정이 더는 없나 봅니다.”
“상급 관청에서 어젯밤 징집문서를 보내, 18세가 안 된 남자라도 징발하라 했소.”
“18세도 안 된 남자는 어리고 작은데, 어찌 왕성을 지킬 수 있겠소이까?”
살찐 사내는 어머니가 전송하나, 수척한 사내는 저 홀로 쓸쓸하다.
한낮에 반짝이던 물결은 동으로 흘러가 저녁이 되었거늘, 청산 아래선 헤어지는 통곡 소리 여전하다.
눈물 마르게 해서는 안 되나니, 그대들 마구 흐르는 눈물 거두시오.
눈물 말라버리면 뼈가 드러나는데도, 천지는 무정합디다.
우리 군대가 상주 땅을 취한다기에, 곧바로 평정하리라 기대했지요.
반군이 예상 밖이라 어찌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패퇴한 군사들 산산이 흩어졌네요.
취식은 옛 보루 가까운 곳에서 했다가, 후퇴하여 병사 훈련은 옛 수도 부근서 한다고 합니다.
참호를 파도 물줄기에 이르지 못해, 말먹이는 일 또한 쉽지 않다고 하네요.
그러나 배속되는 왕의 군대는 정당하니, 잘 대해줄 것이 분명합니다.
떠나보낼 때 피눈물 흘리지 마십시오, 장수인 곽자의는 부형 같은 분이시니까요.
토론하기
(1) 인용 시에는 시 속 인물들의 심정이나 감정이 시인에 의해 대리 표현되어 있다. 시인에 의해 표현된 그들의 심정이 아닌, 그들이 그러한 상황에서 느꼈을 법한 심정, 감정에 대하여 얘기해보자.
(2) 부조리한 현실로 인하여 분노를 느껴본 적이 있는가? 그 경험에 대하여 얘기해보자.
(3) 사회적 부조리에 대하여 분노해야 할까, 아니면 침묵하고 외면해야 할까?
해설읽기
시에는 시인의 목소리가 전면으로 드러난다. 아무리 시에 등장하는 인물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려고 노력해도 시인의 간섭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는 없다. 그래서 시를 읽을 때는 시인의 목소리와 시 속 인물의 목소리를 구분하여 읽어낼 필요가 있다.
여기에 인용된 세 수 중 두 편의 시에도 중국고전시가를 대표하는 두보라는 대시인의 목소리와 함께 두보가 전달하고자 하는 시 속 인물의 목소리가 함께 드러나 있다. 「신혼별」에는 갓 결혼한 신부의 목소리가 드러나 있고 「석호리」에는 세 아들이 다 징집되어 전장으로 끌려간 할머니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신안리」에는 징집 담당 관리의 목소리가 일부 담겨 있지만 대부분은 두보 자신의 목소리이다. 따라서 「신혼별」과 「석호리」를 읽을 때에는 두보와 시 속 인물의 목소리를 구분하여 읽어내는 것이 필요하고, 나아가 두보에 의해 다 전달되지 않은 그들의 목소리를 유추하고 상상해서 복원해보는 활동이 필요하다.
「신혼별」에 담겨 있는 신부의 목소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두보는 큰 뜻과 역량을 지녔음에도 뜻을 펼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하여 평생을 빈한하게 산 전형적인 “회재불우(懷才不遇)”형 문인지식인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평생 강한 우국충정의 자장 속에 놓여 있었다. 따라서 자신의 시에 타인의 목소리를 담을 때도 기본적으로 강한 우국충정이라는 필터를 통과시켰다. 그러한 두보의 모습은 「신안리」에 잘 담겨 있다. 신안 고을은 마을 규모가 작다 보니 반복되는 징집으로 인해 22세가 넘는 장정은 이미 다 징집되었다. 그런데 또 상급 행정기관인 부로부터 무조건 몇 명씩을 더 징집해오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그러자 나이가 차지 않은 어린 청소년을 징집하고자 한다. 마침 그곳을 지나던 두보가 그 정경을 목도하고는 그러한 사리에 어긋난, 비인간적인 징집에 대해 읊은 것이 바로 「신안리」이다. 그런데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고발이 중심이 되던 서술이 갈수록 조정, 그러니까 국가를 대변하는 목소리로 바뀌어 간다. 그러고는 군왕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징집되어 소속될 군대의 지도자인 곽자의 장군의 훌륭함은 믿을 만하다는 말로 시를 갈무리한다. 「신혼별」과 「석호리」에도 자신이 잘못한 것 하나 없는데, 잘못이 있다면 평민으로 태어났다는 죄밖에 없는데 그 어이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신부나 할머니의 목소리에는 조정, 그러니까 지배층에 대한 분노나 울분 같은 감성이 전혀 묻어나 있지 않다. 그래서 적잖은 논자들이 두보의 사회 비판 시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하였다.
그런데 두보의 사회 비판 시에 이러저러한 한계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데 그 치고 만다면 우리가 그의 시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바가 별로 없게 된다. 그러한 한계를 지녔음을 충분히 감안하면서 그의 시에서 읽어낼 수 있는 최대치를 말이 되게끔 읽어내면 된다. 이러한 취지에서 「신혼별」과 「석호리」에 담겨 있는 신부와 할머니의 목소리를 ‘생성적으로’ 읽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서 생성적으로 읽는다고 함은 시에 담겨 있는 그들의 목소리를 토대로 시에 담기지 않았지만 ‘있음직한’ 목소리를 추론을 통해 재구성해가면서 읽는 것을 가리킨다. 이를테면 “오늘 저녁나절에 결혼했는데 신랑이 내일 새벽에 징집 당해 생이별을 당하는 신부의 심정이 과연 「신혼별」에 담겨 있는 목소리 정도로 표출되고 말았을까?” 같은 질문을 던져본다는 것이다. “아들 셋 중 둘이 전사했다는 소식을 불과 얼마 전에 들었는데 다시 연로한 남편이 징집 당하게 된 상황에 처한 할머니의 목소리가 「석호리」에 담겨 있는 정도로 표출되고 말았을까?” 같은 질문도 던져본다는 것이다. 또 “본인도 이미 할머니로서 이미 노동력이 상실된 처지이면서도 할아버지 대신 징집 당하겠다고 나서기로 결정한 심정은 어떠했을까?”, “차라리 신랑을 따라 종군을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할 때 신부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신혼 생각은 하지 마시고, 힘써 군사 일에 전념하시길 하며 당부하는 신부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신부나 할머니는 국가에 대해, 사회 현실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품고 있었던 것일까?” 등의 물음도 던져본다는 것이다. 그랬을 때 시에 표출되어 있는 심정이나 감정 등에 국한되지 않고, 시 속 인물이 실제로 겪고 지녔을 법한 심정이나 감정 등을 생생하게 재구성해볼 수 있게 된다.
그들이 지녔을 법한 심정이나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원망, 절망감, 좌절감, 무기력감 등과 같은 말로 다 포괄할 수 있을까? 이러한 심정이나 감정에 예컨대 ‘엄청난’, ‘크나큰’ 같은 수식어를 붙인다고 하여 그들이 직면한 불행과 고통 등이 온전히 전달될 수 있을까? 더군다나 그 불행과 고통은 그들 자신이 잘못해서 초래된 것도 아닌 데 말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헤어날 수 없는 거대한 힘에 압박당하고 그로 인해 불행해지고 곤경에 처했을 때의 심정을, 또 야기된 감정을 과연 언어로 표현하고 전달할 수 있을까?
키워드
국가 폭력, 두보, 전쟁, 징집, 현실 비판
전후맥락
두보는 중국고전시가의 역사에서 ‘사회시’라 불리는, 현실 참여적이고 사회 비판적인 시 창작의 전범으로 평가받는다. “삼별삼리(三别三吏)”는 그가 지은 사회시 중 대표적인 시 6수를 가리킨다. “삼별”은 「신혼별(新婚别)」・「수로별(垂老别)」・「무가별(無家别)」의 세 작품을 말하고 “삼리”는 「신안리(新安吏)」・「동관리(潼关吏)」・「석호리(石壕吏)」의 세 작품을 가리킨다. 이들 작품은 두보 당시의 잦은 전쟁과 권력층의 부패 등으로 인한 무리한 징발에 시달리는 백성의 고통스런 처지와 심경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를테면 「수로별」에는 자손들이 징발되어 전사했음에도 또 징발되어 집을 떠나는 노인의 한탄이, 「무가별」에는 수년 만에 전장에서 살아 고향에 돌아왔지만 고향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징발된 탓에 황폐해진 고향 마을과 고향집을 마주하게 된 이의 처절한 심정이 서술되어 있다. 또 「동관리」에서는 장수의 잘못으로 수많은 병사가, 곧 징집되어 온 백성이 어처구니없이 죽음을 맞이한 병폐를 고발하였다.
고전본문
[신혼의 이별]
새삼 풀이 쑥대와 삼에 붙어, 넝쿨로 잡아당겨 자라지 못하게 한다.
전쟁에 끌려가는 사내에게 시집감은, 길가에 내버려짐만 못하다.
머리 올려 부부가 되었으나, 남편 침상을 따뜻하게 달궈보지도 못했다.
저물녘에 혼인한 뒤 새벽에 이별하다니, 황망하기 그지없다.
당신의 갈 길 비록 멀지 않다고 해도, 엄연히 하양으로 전투하러 가는 길.
나의 신분이 아직 분명하지 않으니, 어떻게 시가 댁 어른들께 인사 드릴지요?
부모님 나를 기르실 때, 밤낮으로 나를 아껴주시고
딸 낳아 시집보내심에, 닭과 개도 짝이 있다 하셨지요.
당신은 이제 삶과 죽음이 오가는 전장에 있으니, 침통함이 오장육부를 찌릅니다.
당신을 따라 가고 싶어도, 전장의 형세가 도리어 다급하다고 하네요.
신혼 생각은 하지 마시고, 힘써 군사 일에 전념하시길.
여인이 군중에 있으면, 병사들 사기가 진작되지 못한다고 합니다.
가난한 집안의 딸임을 스스로 한탄하며, 오래 걸려 비단 치마저고리 구하였거늘
비단 저고리 다시 입지 못한 채, 화장 지운 채 당신을 기다려야 하네요.
고개 들어보니 온갖 새들 날아다니는데, 크든 작든 모두 쌍쌍이 납니다.
사람 일 어긋남 많다고 하지만, 당신과 영원히 서로 바라볼 수 있기만을.
[석호촌의 관리]
저물어 석호 촌에 투숙했는데, 관리가 밤에 사람을 징집하러 왔다.
할아버지는 담 넘어 달아나고, 할머니가 문 밖에 나가본다.
관리의 호통은 어찌 그리 사납고, 할머니 울음은 어찌 그리 고통스러운지.
할머니가 관리에게 나아가 하는 말이, 아들 셋이 업성에 수자리 서러 갔고
그 중 하나가 편지를 보냈는데, 아들 둘이 전투에서 막 죽었다고 하네요.
산 자는 구차하게라도 살아가겠지만, 죽은 자는 영영 그만입디다.
이제 집에는 아무도 남지 않았고, 오직 젖먹이 손자만 남아 있다오.
손자 있어 어미는 떠나지 못했지만, 드나들 때 입을 온전한 치마조차 없지요.
이 늙은 할미 기력 비록 쇠하지만, 이 밤에라도 나리를 따라가게 해주시오.
하양 땅의 전장에 얼른 도착하면, 그래도 아침밥은 지을 수 있겠네요.
밤 깊어 관리와 할머니의 말소리 그치자, 흐느끼는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듯
날 밝아 길 떠날 때는, 홀로 남은 할아버지와 작별하였다.
[신안의 관리]
나그네 신안 마을의 길을 가다가, 요란하게 징병하는 소리를 들었다.
신안의 관리에게 물어본다. “고을이 작아 징집할 장정이 더는 없나 봅니다.”
“상급 관청에서 어젯밤 징집문서를 보내, 18세가 안 된 남자라도 징발하라 했소.”
“18세도 안 된 남자는 어리고 작은데, 어찌 왕성을 지킬 수 있겠소이까?”
살찐 사내는 어머니가 전송하나, 수척한 사내는 저 홀로 쓸쓸하다.
한낮에 반짝이던 물결은 동으로 흘러가 저녁이 되었거늘, 청산 아래선 헤어지는 통곡 소리 여전하다.
눈물 마르게 해서는 안 되나니, 그대들 마구 흐르는 눈물 거두시오.
눈물 말라버리면 뼈가 드러나는데도, 천지는 무정합디다.
우리 군대가 상주 땅을 취한다기에, 곧바로 평정하리라 기대했지요.
반군이 예상 밖이라 어찌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패퇴한 군사들 산산이 흩어졌네요.
취식은 옛 보루 가까운 곳에서 했다가, 후퇴하여 병사 훈련은 옛 수도 부근서 한다고 합니다.
참호를 파도 물줄기에 이르지 못해, 말먹이는 일 또한 쉽지 않다고 하네요.
그러나 배속되는 왕의 군대는 정당하니, 잘 대해줄 것이 분명합니다.
떠나보낼 때 피눈물 흘리지 마십시오, 장수인 곽자의는 부형 같은 분이시니까요.
토론하기
(1) 인용 시에는 시 속 인물들의 심정이나 감정이 시인에 의해 대리 표현되어 있다. 시인에 의해 표현된 그들의 심정이 아닌, 그들이 그러한 상황에서 느꼈을 법한 심정, 감정에 대하여 얘기해보자.
(2) 부조리한 현실로 인하여 분노를 느껴본 적이 있는가? 그 경험에 대하여 얘기해보자.
(3) 사회적 부조리에 대하여 분노해야 할까, 아니면 침묵하고 외면해야 할까?
해설읽기
시에는 시인의 목소리가 전면으로 드러난다. 아무리 시에 등장하는 인물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려고 노력해도 시인의 간섭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는 없다. 그래서 시를 읽을 때는 시인의 목소리와 시 속 인물의 목소리를 구분하여 읽어낼 필요가 있다.
여기에 인용된 세 수 중 두 편의 시에도 중국고전시가를 대표하는 두보라는 대시인의 목소리와 함께 두보가 전달하고자 하는 시 속 인물의 목소리가 함께 드러나 있다. 「신혼별」에는 갓 결혼한 신부의 목소리가 드러나 있고 「석호리」에는 세 아들이 다 징집되어 전장으로 끌려간 할머니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신안리」에는 징집 담당 관리의 목소리가 일부 담겨 있지만 대부분은 두보 자신의 목소리이다. 따라서 「신혼별」과 「석호리」를 읽을 때에는 두보와 시 속 인물의 목소리를 구분하여 읽어내는 것이 필요하고, 나아가 두보에 의해 다 전달되지 않은 그들의 목소리를 유추하고 상상해서 복원해보는 활동이 필요하다.
「신혼별」에 담겨 있는 신부의 목소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두보는 큰 뜻과 역량을 지녔음에도 뜻을 펼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하여 평생을 빈한하게 산 전형적인 “회재불우(懷才不遇)”형 문인지식인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평생 강한 우국충정의 자장 속에 놓여 있었다. 따라서 자신의 시에 타인의 목소리를 담을 때도 기본적으로 강한 우국충정이라는 필터를 통과시켰다. 그러한 두보의 모습은 「신안리」에 잘 담겨 있다. 신안 고을은 마을 규모가 작다 보니 반복되는 징집으로 인해 22세가 넘는 장정은 이미 다 징집되었다. 그런데 또 상급 행정기관인 부로부터 무조건 몇 명씩을 더 징집해오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그러자 나이가 차지 않은 어린 청소년을 징집하고자 한다. 마침 그곳을 지나던 두보가 그 정경을 목도하고는 그러한 사리에 어긋난, 비인간적인 징집에 대해 읊은 것이 바로 「신안리」이다. 그런데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고발이 중심이 되던 서술이 갈수록 조정, 그러니까 국가를 대변하는 목소리로 바뀌어 간다. 그러고는 군왕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징집되어 소속될 군대의 지도자인 곽자의 장군의 훌륭함은 믿을 만하다는 말로 시를 갈무리한다. 「신혼별」과 「석호리」에도 자신이 잘못한 것 하나 없는데, 잘못이 있다면 평민으로 태어났다는 죄밖에 없는데 그 어이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신부나 할머니의 목소리에는 조정, 그러니까 지배층에 대한 분노나 울분 같은 감성이 전혀 묻어나 있지 않다. 그래서 적잖은 논자들이 두보의 사회 비판 시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하였다.
그런데 두보의 사회 비판 시에 이러저러한 한계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데 그 치고 만다면 우리가 그의 시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바가 별로 없게 된다. 그러한 한계를 지녔음을 충분히 감안하면서 그의 시에서 읽어낼 수 있는 최대치를 말이 되게끔 읽어내면 된다. 이러한 취지에서 「신혼별」과 「석호리」에 담겨 있는 신부와 할머니의 목소리를 ‘생성적으로’ 읽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서 생성적으로 읽는다고 함은 시에 담겨 있는 그들의 목소리를 토대로 시에 담기지 않았지만 ‘있음직한’ 목소리를 추론을 통해 재구성해가면서 읽는 것을 가리킨다. 이를테면 “오늘 저녁나절에 결혼했는데 신랑이 내일 새벽에 징집 당해 생이별을 당하는 신부의 심정이 과연 「신혼별」에 담겨 있는 목소리 정도로 표출되고 말았을까?” 같은 질문을 던져본다는 것이다. “아들 셋 중 둘이 전사했다는 소식을 불과 얼마 전에 들었는데 다시 연로한 남편이 징집 당하게 된 상황에 처한 할머니의 목소리가 「석호리」에 담겨 있는 정도로 표출되고 말았을까?” 같은 질문도 던져본다는 것이다. 또 “본인도 이미 할머니로서 이미 노동력이 상실된 처지이면서도 할아버지 대신 징집 당하겠다고 나서기로 결정한 심정은 어떠했을까?”, “차라리 신랑을 따라 종군을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할 때 신부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신혼 생각은 하지 마시고, 힘써 군사 일에 전념하시길 하며 당부하는 신부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신부나 할머니는 국가에 대해, 사회 현실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품고 있었던 것일까?” 등의 물음도 던져본다는 것이다. 그랬을 때 시에 표출되어 있는 심정이나 감정 등에 국한되지 않고, 시 속 인물이 실제로 겪고 지녔을 법한 심정이나 감정 등을 생생하게 재구성해볼 수 있게 된다.
그들이 지녔을 법한 심정이나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원망, 절망감, 좌절감, 무기력감 등과 같은 말로 다 포괄할 수 있을까? 이러한 심정이나 감정에 예컨대 ‘엄청난’, ‘크나큰’ 같은 수식어를 붙인다고 하여 그들이 직면한 불행과 고통 등이 온전히 전달될 수 있을까? 더군다나 그 불행과 고통은 그들 자신이 잘못해서 초래된 것도 아닌 데 말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헤어날 수 없는 거대한 힘에 압박당하고 그로 인해 불행해지고 곤경에 처했을 때의 심정을, 또 야기된 감정을 과연 언어로 표현하고 전달할 수 있을까?
키워드
국가 폭력, 두보, 전쟁, 징집, 현실 비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