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맥락
‘나’는 한 신문에 장편소설을 연재하고 원고료 200원을 받게 된다. 당시 200원은 옷과 구두, 금반지를 모두 살 수 있을 만큼 큰돈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가난했던 ‘나’는 학비를 제때 내지 못해 학교에서 눈치를 보았던 기억, 친구들은 모두 새 옷을 해 입고 유행하는 양산을 사는데 혼자서만 아무것도 가지지 못해 서러웠던 기억들을 떠올리며 원고료로 무엇을 살까 행복한 상상에 빠진다. 그러나 ‘나’의 남편은 원고료 200원을 모두 가난하고 병든 동지들을 돕는 데 써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가 남편의 제안에 선뜻 동의하지 않자 화를 내며 폭력을 쓰기에 이른다. ‘나’는 남편과 헤어져서 혼자 살아갈 것을 결심하지만, 이혼하고 고향에 돌아가면 받게 될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생각하니 걱정이 앞선다. 기댈 곳이 남편밖에 없다는 사실에 외로움을 느끼지만, 한편으로는 자신보다 힘들고 괴로운 삶을 살아가는 친구들을 떠올리며 그들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남편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마음을 바꾼 ‘나’는 남편과 화해하고 기쁜 마음으로 친구들을 돕겠다고 결심한다.
고전본문
남편은 대답이 없는 나를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약간 거세인 음성으로,
“그래 당신은 그 돈을 어떻게 썼으면 좋을 듯싶소?”
그 물음에 나는 혀를 깨물고 참았던 눈물이 샘솟듯 쏟아지더구나. 그 순간에 남편이야말로 돌로 깎아놓은 듯 그렇게도 답답하고 안타깝게 내 눈에 비치어지더구나. 무엇보다도 제가 결혼 당시에 있어서도 남들이 다 하는 결혼반지 하나 못 해주었고 구두 한 켤레 못 사주지 않았겠니. 물론 그것이야 제가 돈이 없어서 그리한 것이니 내가 그만한 것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돈이 생긴 오늘에 그것도 남편이 번 것도 아니요, 내 손으로 번 돈을 가지고 평생의 원이던 반지나 혹은 구두를 선선히 해 신으라는 것이 떳떳한 일이 아니겠니. 그런데 이 등신 같은 사내는 그런 것은 염두에도 먹지 않는 모양이더라. 나는 이것이 무엇보다도 원망스러웠다.
(…)
나는 마침내 어린애같이 입을 벌리고 울지 않았겠니. 남편은 벌떡 일어나며 욍 소리가 나도록 나의 뺨을 후려치누나. 가뜩이나 울분에 못 이겨 울던 나는 악이 있는 대로 쓸어나더구나.
“왜 때려. 날 왜 때려!”
나는 달려들지 않았겠니. 남편은 호랑이 같은 눈을 번쩍이며 재차 달려들더니 나의 머리끄댕이를 치는 바람에 등불까지 왱그렁젱 하고 깨지더구나. 따라서 온 방 안에 석유내가 확 뿜기누나.
“죽여라, 죽여라.”
나는 목이 메어 소리쳤다. 이제야말로 이 사나이와는 마지막이다 싶더라.
(…)
나는 그때 또다시 더운 눈물을 푹푹 쏟았다. 동시에 그 호랑이 같은 사나이가 넙적넙쩍 지껄이던 말을 문득 생각하였다. 그러고 흥식의 부인이며 그 어린 것이 헐벗은 모양, 또는 뼈만 남은 응호의 얼굴이 무시무시하리만큼 떠오르는구나. 남편을 감옥에 보내고 떠는 그들 모자! 감옥에서 심장병을 얻어가지고 나와서 신음하는 응호! 내 손에 쥐어진 이백여 원…… 이것이면 그들을 구할 수가 있는 것이다. 나는 아직까지 몸이 성하다. 그러고 헐벗지는 않았다. 이 위에 무엇을 더 바라는 것이 허영 그것이 아니냐! 나는 갑자기 이때까지 어떤 위태한 꿈을 꾸고 있었다는 것을 확실히 알았다.
[출전] 강경애, 「원고료 이백 원」
토론하기
(1) 남편이 ‘나’의 뺨을 때린 이유는 무엇일까?
(2) ‘나’는 원고료 200원을 어디에 쓰는 것이 좋을까?
(3) ‘나’가 마음을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해설읽기
강경애의 「원고료 이백 원」은 주인공이 후배 K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쓰인 글이다. 주인공은 소설가이자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에 관여하고 있는 인물로, 남편과 함께 넉넉하지 않은 생활을 유지하던 중 신문에 장편소설을 연재해주기로 하고 원고료로 거금 200원을 받게 된다. 어렸을 때부터 가난이 몸에 배어 있던 그는 처음으로 수중에 들어온 목돈, 그것도 혼자 힘으로 번 돈을 어디에 쓸지 행복한 상상에 빠진다. 학교 다니던 시절 친구들이 뽐내곤 했던 새 옷과 양산을 혼자서만 가져보지 못하고 그들을 부러워했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기 때문이다. 생활고를 겪는 병든 동지들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도 한편으로는 들지만, 그보다는 털옷과 구두, 금반지를 사서 지금까지의 궁핍한 생활을 보상받고 싶다는 마음이 더욱 크다. 그러나 남편은 주인공의 이런 마음을 ‘모던걸’의 허영과 사치로 폄하하며 주인공을 때리고 집에서 쫓아내기에 이른다.
집에서 쫓겨난 주인공은 자신의 심정을 이해하고 공감해주기는커녕 본인의 생각만 고집하며 폭력을 쓴 남편을 원망한다. 그는 남편과 헤어질 것을 결심하지만 이혼 후에 자신에게 가해질 비난의 시선을 감내하기 어렵다는 생각에 이른다. 당시에는 이혼한 여성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매우 낮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소설의 주인공과 같이 학교 교육을 마친 지식인 여성은 소위 ‘모던걸’이라고 불리며 사람들의 동경을 받기도 했지만, 동시에 더 엄격한 도덕적 잣대로 평가받았다. 자신을 불쌍하게 여길 어머니와 고향 사람들의 시선, 이혼하고 돌아온 ‘모던걸’에게 쏟아질 비난을 떠올리며 자신이 있을 곳은 결국 남편의 곁밖에 없다는 생각에 외로움을 느낀다. 동시에 과연 이런 것을 과연 부부 사이의 애정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을 갖는다. 그러나 주인공이 결정을 바꿔 남편의 뜻을 따르게 되는 계기 또한 여기에 있다. 그는 자신의 불행을 상상하던 중 자신보다 더 큰 불행을 겪고 있는 동지들에 대한 공감과 동정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가난하지만 아직은 결코 불행하다고 할 수 없는 자신의 생활을 돌보는 대신, 자기보다 훨씬 비참하게 살아가고 있는 동지들을 돕는 것이 더 의미 있는 일임을 깨닫는다. 주인공은 곧바로 이 결정을 알리며 집안으로 돌아가고 남편은 아내의 결정을 반기며 그녀를 위로한다.
주인공은 자신의 깨달음을 전하며, 후배 K에게도 자기 개인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대신 사회와 민족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며 교훈적인 어투로 글을 마치고 있다. 자신의 고통을 돌아보다가 문득 더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로 시선을 돌리게 되는 것은 물론 의미 있는 일이다. 그리고 비록 결론적으로 주인공이 남편의 결정에 뜻을 따르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남편의 설득과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주인공 스스로 그 이유를 찾았기 때문이라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주인공이 이러한 결심을 하게 된 계기가 아내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남편의 가부장적 태도와 이혼한 여성에게 부당하게 가해지는 사회적 시선들로 인한 것이라는 사실 또한 결코 부인할 수 없다. 작가는 이처럼 사회주의적 가치를 지향하는 지식인 여성이 겪게 되는 곤란들을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그려냄으로써 조선 사회가 가진 여러 모순과 그것이 여성들에게만 유독 엄격하게 적용된다는 사실을 함께 폭로하고 있다.
키워드
전후맥락
‘나’는 한 신문에 장편소설을 연재하고 원고료 200원을 받게 된다. 당시 200원은 옷과 구두, 금반지를 모두 살 수 있을 만큼 큰돈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가난했던 ‘나’는 학비를 제때 내지 못해 학교에서 눈치를 보았던 기억, 친구들은 모두 새 옷을 해 입고 유행하는 양산을 사는데 혼자서만 아무것도 가지지 못해 서러웠던 기억들을 떠올리며 원고료로 무엇을 살까 행복한 상상에 빠진다. 그러나 ‘나’의 남편은 원고료 200원을 모두 가난하고 병든 동지들을 돕는 데 써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가 남편의 제안에 선뜻 동의하지 않자 화를 내며 폭력을 쓰기에 이른다. ‘나’는 남편과 헤어져서 혼자 살아갈 것을 결심하지만, 이혼하고 고향에 돌아가면 받게 될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생각하니 걱정이 앞선다. 기댈 곳이 남편밖에 없다는 사실에 외로움을 느끼지만, 한편으로는 자신보다 힘들고 괴로운 삶을 살아가는 친구들을 떠올리며 그들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남편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마음을 바꾼 ‘나’는 남편과 화해하고 기쁜 마음으로 친구들을 돕겠다고 결심한다.
고전본문
남편은 대답이 없는 나를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약간 거세인 음성으로,
“그래 당신은 그 돈을 어떻게 썼으면 좋을 듯싶소?”
그 물음에 나는 혀를 깨물고 참았던 눈물이 샘솟듯 쏟아지더구나. 그 순간에 남편이야말로 돌로 깎아놓은 듯 그렇게도 답답하고 안타깝게 내 눈에 비치어지더구나. 무엇보다도 제가 결혼 당시에 있어서도 남들이 다 하는 결혼반지 하나 못 해주었고 구두 한 켤레 못 사주지 않았겠니. 물론 그것이야 제가 돈이 없어서 그리한 것이니 내가 그만한 것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돈이 생긴 오늘에 그것도 남편이 번 것도 아니요, 내 손으로 번 돈을 가지고 평생의 원이던 반지나 혹은 구두를 선선히 해 신으라는 것이 떳떳한 일이 아니겠니. 그런데 이 등신 같은 사내는 그런 것은 염두에도 먹지 않는 모양이더라. 나는 이것이 무엇보다도 원망스러웠다.
(…)
나는 마침내 어린애같이 입을 벌리고 울지 않았겠니. 남편은 벌떡 일어나며 욍 소리가 나도록 나의 뺨을 후려치누나. 가뜩이나 울분에 못 이겨 울던 나는 악이 있는 대로 쓸어나더구나.
“왜 때려. 날 왜 때려!”
나는 달려들지 않았겠니. 남편은 호랑이 같은 눈을 번쩍이며 재차 달려들더니 나의 머리끄댕이를 치는 바람에 등불까지 왱그렁젱 하고 깨지더구나. 따라서 온 방 안에 석유내가 확 뿜기누나.
“죽여라, 죽여라.”
나는 목이 메어 소리쳤다. 이제야말로 이 사나이와는 마지막이다 싶더라.
(…)
나는 그때 또다시 더운 눈물을 푹푹 쏟았다. 동시에 그 호랑이 같은 사나이가 넙적넙쩍 지껄이던 말을 문득 생각하였다. 그러고 흥식의 부인이며 그 어린 것이 헐벗은 모양, 또는 뼈만 남은 응호의 얼굴이 무시무시하리만큼 떠오르는구나. 남편을 감옥에 보내고 떠는 그들 모자! 감옥에서 심장병을 얻어가지고 나와서 신음하는 응호! 내 손에 쥐어진 이백여 원…… 이것이면 그들을 구할 수가 있는 것이다. 나는 아직까지 몸이 성하다. 그러고 헐벗지는 않았다. 이 위에 무엇을 더 바라는 것이 허영 그것이 아니냐! 나는 갑자기 이때까지 어떤 위태한 꿈을 꾸고 있었다는 것을 확실히 알았다.
[출전] 강경애, 「원고료 이백 원」
토론하기
(1) 남편이 ‘나’의 뺨을 때린 이유는 무엇일까?
(2) ‘나’는 원고료 200원을 어디에 쓰는 것이 좋을까?
(3) ‘나’가 마음을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해설읽기
강경애의 「원고료 이백 원」은 주인공이 후배 K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쓰인 글이다. 주인공은 소설가이자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에 관여하고 있는 인물로, 남편과 함께 넉넉하지 않은 생활을 유지하던 중 신문에 장편소설을 연재해주기로 하고 원고료로 거금 200원을 받게 된다. 어렸을 때부터 가난이 몸에 배어 있던 그는 처음으로 수중에 들어온 목돈, 그것도 혼자 힘으로 번 돈을 어디에 쓸지 행복한 상상에 빠진다. 학교 다니던 시절 친구들이 뽐내곤 했던 새 옷과 양산을 혼자서만 가져보지 못하고 그들을 부러워했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기 때문이다. 생활고를 겪는 병든 동지들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도 한편으로는 들지만, 그보다는 털옷과 구두, 금반지를 사서 지금까지의 궁핍한 생활을 보상받고 싶다는 마음이 더욱 크다. 그러나 남편은 주인공의 이런 마음을 ‘모던걸’의 허영과 사치로 폄하하며 주인공을 때리고 집에서 쫓아내기에 이른다.
집에서 쫓겨난 주인공은 자신의 심정을 이해하고 공감해주기는커녕 본인의 생각만 고집하며 폭력을 쓴 남편을 원망한다. 그는 남편과 헤어질 것을 결심하지만 이혼 후에 자신에게 가해질 비난의 시선을 감내하기 어렵다는 생각에 이른다. 당시에는 이혼한 여성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매우 낮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소설의 주인공과 같이 학교 교육을 마친 지식인 여성은 소위 ‘모던걸’이라고 불리며 사람들의 동경을 받기도 했지만, 동시에 더 엄격한 도덕적 잣대로 평가받았다. 자신을 불쌍하게 여길 어머니와 고향 사람들의 시선, 이혼하고 돌아온 ‘모던걸’에게 쏟아질 비난을 떠올리며 자신이 있을 곳은 결국 남편의 곁밖에 없다는 생각에 외로움을 느낀다. 동시에 과연 이런 것을 과연 부부 사이의 애정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을 갖는다. 그러나 주인공이 결정을 바꿔 남편의 뜻을 따르게 되는 계기 또한 여기에 있다. 그는 자신의 불행을 상상하던 중 자신보다 더 큰 불행을 겪고 있는 동지들에 대한 공감과 동정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가난하지만 아직은 결코 불행하다고 할 수 없는 자신의 생활을 돌보는 대신, 자기보다 훨씬 비참하게 살아가고 있는 동지들을 돕는 것이 더 의미 있는 일임을 깨닫는다. 주인공은 곧바로 이 결정을 알리며 집안으로 돌아가고 남편은 아내의 결정을 반기며 그녀를 위로한다.
주인공은 자신의 깨달음을 전하며, 후배 K에게도 자기 개인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대신 사회와 민족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며 교훈적인 어투로 글을 마치고 있다. 자신의 고통을 돌아보다가 문득 더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로 시선을 돌리게 되는 것은 물론 의미 있는 일이다. 그리고 비록 결론적으로 주인공이 남편의 결정에 뜻을 따르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남편의 설득과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주인공 스스로 그 이유를 찾았기 때문이라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주인공이 이러한 결심을 하게 된 계기가 아내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남편의 가부장적 태도와 이혼한 여성에게 부당하게 가해지는 사회적 시선들로 인한 것이라는 사실 또한 결코 부인할 수 없다. 작가는 이처럼 사회주의적 가치를 지향하는 지식인 여성이 겪게 되는 곤란들을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그려냄으로써 조선 사회가 가진 여러 모순과 그것이 여성들에게만 유독 엄격하게 적용된다는 사실을 함께 폭로하고 있다.
키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