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푸즈(小福子)의 자살 소식을 듣고 절망에 빠진 샹즈(祥子)는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되는대로 살면서 급기야 주변 사람들에게 사기를 치는 지경까지 타락한다. 그에게서 과거의 성실하고 강직한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초여름의 어느 날, 총살을 앞둔 죄수의 조리돌림 소식으로 베이징 시내가 술렁이는데, 그 죄수는 바로 차오(曹) 선생의 학생이자 급진적 사회주의자였던 롼밍(阮明)이다.
고전본문
“왔다!”
누군가 고함을 질렀고 곧바로 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무리가 마치 기계인간처럼 한 보, 한 보 앞으로 전진했다. 왔어! 사람들의 눈이 반짝거리며 저마다 무슨 말인가를 중얼거렸다. 웅성거리는 사람들과 역한 땀 냄새가 거리를 가득 메웠다. 예교의 나라 백성들이 이렇듯 살인하는 모습을 즐기고 있었다. (중략)
“형씨들, 우리 저 사람 응원 좀 해볼까?”
사방팔방에서 “좋지!”라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마치 무대 위 배우에게 갈채를 보내는 것처럼 멸시와 야유, 비난의 소리가 쏟아졌다. 그래도 롼밍은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고개조차 들지 않았다. 어떤 사람은 안달이 난 것 같았다. 이렇게 고분고분한 죄수가 정말 맘에 들지 않는 듯 비집고 나가 길거리에 퉤퉤 침을 뱉었다. 롼밍은 여전히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사람들은 점점 기운이 빠졌지만 그래도 그냥 흩어지는 게 아쉬웠다. 만일 그가 갑자기 ‘20년이 지난 뒤에도 사내 대장부’라는 노래를 부르거나, 주점에서 백주 두 병과 고기조림 한 접시를 시켜달라고 하면? (중략)
이처럼 떠들썩한 시간에 샹즈는 혼자 고개를 숙인 채 덕승문 성벽을 천천히 걷고 있었다. (중략) 사람들이 모두 거리로 롼밍을 보러 갔을 때, 샹즈는 조용한 성 자락에 숨어 있었다. 어떻게 해서든지 더 조용하고 더 어두운 곳으로 찾아 들었다. 그는 시내를 활보할 수 없었다. 롼밍을 팔았기 때문이다. (중략)
롼밍은 공무원이 된 후 그가 지금껏 타도해야 된다고 생각했던 일들에 흠뻑 빠져들었다. 돈은 사람을 추악한 사회로 이끌고, 고상한 이상을 내팽개치며, 기꺼이 지옥행을 택하게 만든다. 그는 비싸고 화려한 옷을 입고, 계집질에 도박, 심지어 아편까지 손대기 시작했다. 양심이란 걸 발견했을 때 그는 이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극악한 사회가 그를 해친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지만 그 모든 것을 사회 탓으로 돌렸다. 유혹이 너무 컸기 때문에 저항할 수 없었다는 변명이었다. 가면 갈수록 쓸 돈이 궁색해진 그는 치열한 사상을 떠올렸다. 그러나 이런 사상을 위해 분연히 떨쳐 일어난 것이 아니라 사상을 빌미로 돈을 구할 생각이었다. 사상을 돈과 맞바꾸는 것, 학생 시절 선생과의 친분을 통해 학점을 얻었던 방법이나 마찬가지였다. 나태한 사상은 인간성과 병립할 수 없다. 돈으로 맞바꿀 수 있는 모든 것은 조만간 반드시 팔아버리게 마련이었다. 그는 장려금을 받았다. 혁명 선전에 급급한 기관은 신중하게 전사를 선택할 수 없었고, 의기투합하길 원하는 사람은 모두 동지라고 간주했다. 돈을 받은 사람들은 수단을 불문하고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 기관에 보고를 해야 되기 때문이었다. 롼밍 역시 공짜로 돈을 받을 수 없었다. 그는 인력거꾼 조직 일에 참가했다. 샹즈는 이미 깃발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노련한 시위 전문가였다. 이렇게 해서 롼밍은 샹즈를 알게 되었다.
롼밍은 돈을 위해 사상을 팔았고, 샹즈는 돈을 위해 사상을 받아들였다. 롼밍은 만일의 경우 자신이 샹즈를 희생시킬 수도 있다는 걸 잘 알았다. 샹즈는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지만 필요해지자 롼밍을 팔았다. 돈을 위해 일했으니 더 많은 돈에 약할 수밖에 없었다. 충성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롼밍은 자신의 사상을 믿었다. 사상에 대한 치열함으로 자신의 모든 죄악을 용서할 수 있었다. 샹즈는 롼밍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가 누리는 생활이 부럽기도 했다.
‘나도 돈이 더 많으면, 롼씨처럼 며칠 신나게 지낼 수 있을 텐데!’ 돈은 롼밍의 인격을 깎아내렸고, 돈은 샹즈의 눈을 멀게 했다. 그는 롼밍을 60원에 팔아먹었다. 롼밍이 원하던 것은 군중의 역량이었고, 샹즈가 원한 건 롼밍과 같은 향락이었다. 롼밍의 피는 운동 자금 위에 뿌려졌고, 샹즈는 돈을 허리춤에 쑤셔넣었다.
토론하기
(1) 롼밍은 과거에 의도치 않게 샹즈에게 해를 끼친 적이 있다. 과거 롼밍의 어떤 악행이 샹즈에게 어떤 해악을 가했는지 말해보자.
(2) 학창시절 학폭 가해자로 지목되어 성공 가도에서 미끄러지는 연예인들을 종종 볼 수 있다. 한편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도 잘 먹고 잘사는 사람들도 많다. 인과응보, 사필귀정이란 존재하는가?
해설읽기
인용문은 롼밍(阮明)이라는 한 정치범이 총살당하기 전 조리돌림 당하는 모습을 구경하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온 베이징 시내가 떠들썩한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당사자에게는 목숨이 달린 일이지만, 구경꾼들은 죄수가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형벌이 그의 죄에 합당한지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고, 재미난 구경거리로만 여기며 죄수를 조롱한다. 라오서는 “예교의 나라 백성들이 이렇듯 살인하는 모습을 즐기고 있었다”는 말로 국민성을 비판하고 있다. 이 장면은 「아Q정전」에서 아Q가 처형장으로 끌려가며 조리돌림 당하는 모습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20년이 지난 뒤에도 사내 대장부’는 아Q가 처형장으로 끌려가면서 부르던 노래다. 대략 ‘나는 비록 지금 이 자리에서 죽지만 20년이 지나 다시 태어나도 지금과 같은 대장부의 기개로 의연히 맞서겠다’라는 뜻으로, 과거 중국에서 역모죄 등으로 처형당하거나 무림의 고수가 적수에게 죽임을 당할 때 흔히 하던 대사다.
하지만 샹즈는 이 좋은 ‘구경거리’를 함께 즐기지 못하고 조용하고 어두운 곳을 찾아 숨어들었다. 왜냐하면 자신이 팔아 넘겨서 롼밍이 처형당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롼밍은 혁명 선전을 명목으로 조직(공산당 또는 국민당 좌파로 추정)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고, 성과를 보이기 위해 인력거꾼 시위대를 조직하다 샹즈를 알게 되었다. 정치선전에 돈이 동원되는 모습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공적 단체를 수익 모델로 삼아 사리사욕을 채우는 롼밍 같은 정치인과 그들에게서 떨어지는 떡고물을 바라며 움직이는 우매한 민중을 흔히 볼 수 있다. 어느 쪽이든 돈의 노예가 되어 양심은 일찌감치 팔아버린 상황이다.
샹즈는 깃발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받는 푼돈에 만족하지 못하고, 결국 롼밍을 (국민당 우파 또는 북양정부에) 팔아넘겼다. 자신을 아끼고 믿어주는 사람들에게 사기를 치는 것도 모자라 사람 목숨까지 팔아넘긴 샹즈의 행동은 분명 잘못된 것이지만, 비열하고 타락한 롼밍의 모습에는 동정의 여지가 없다. 심지어 롼밍은 샹즈를 타락의 길로 떠밀어 넣은 장본인이기도 하다. 샹즈는 과거 차오(曹) 선생네 집에서 전세 인력거를 끌면서 성실히 돈을 모아 낙타를 판 돈에 보태어 중고나마 자신의 인력거를 살 꿈을 꾸고 있었다. 하지만 사회주의자였던 차오 선생에게 어느 날 형사의 미행이 따라붙고, 차오 선생은 무사히 다른 집으로 피신했으나 샹즈는 차오 선생을 잡으러 왔던 형사에게 전 재산을 빼앗기고 만다. 이것이 결정적 계기가 되어 샹즈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후뉴와 결혼하고 이때부터 점점 타락의 늪에 빠지게 되었다. 그때 차오 선생을 밀고한 자가 바로 롼밍이었다. 원래 차오 선생은 몇몇 대학에 강의를 나갔는데, 평소 친하게 지내던 골수 사회주의 학생 롼밍이 그에게 낙제점을 받자 앙심을 품고 차오 선생이 학생들에게 과격한 사상을 전하고 있다고 음해했던 것이다. 물론 샹즈와 롼밍은 서로의 깊은 악연을 알지 못했지만, 남에게 해코지하면 그 죗값은 언제든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사실을 느끼게 한다.
키워드
돈, 악연, 양심, 운명, 인과응보, 정치활동, 조리돌림
전후맥락
샤오푸즈(小福子)의 자살 소식을 듣고 절망에 빠진 샹즈(祥子)는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되는대로 살면서 급기야 주변 사람들에게 사기를 치는 지경까지 타락한다. 그에게서 과거의 성실하고 강직한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초여름의 어느 날, 총살을 앞둔 죄수의 조리돌림 소식으로 베이징 시내가 술렁이는데, 그 죄수는 바로 차오(曹) 선생의 학생이자 급진적 사회주의자였던 롼밍(阮明)이다.
고전본문
“왔다!”
누군가 고함을 질렀고 곧바로 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무리가 마치 기계인간처럼 한 보, 한 보 앞으로 전진했다. 왔어! 사람들의 눈이 반짝거리며 저마다 무슨 말인가를 중얼거렸다. 웅성거리는 사람들과 역한 땀 냄새가 거리를 가득 메웠다. 예교의 나라 백성들이 이렇듯 살인하는 모습을 즐기고 있었다. (중략)
“형씨들, 우리 저 사람 응원 좀 해볼까?”
사방팔방에서 “좋지!”라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마치 무대 위 배우에게 갈채를 보내는 것처럼 멸시와 야유, 비난의 소리가 쏟아졌다. 그래도 롼밍은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고개조차 들지 않았다. 어떤 사람은 안달이 난 것 같았다. 이렇게 고분고분한 죄수가 정말 맘에 들지 않는 듯 비집고 나가 길거리에 퉤퉤 침을 뱉었다. 롼밍은 여전히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사람들은 점점 기운이 빠졌지만 그래도 그냥 흩어지는 게 아쉬웠다. 만일 그가 갑자기 ‘20년이 지난 뒤에도 사내 대장부’라는 노래를 부르거나, 주점에서 백주 두 병과 고기조림 한 접시를 시켜달라고 하면? (중략)
이처럼 떠들썩한 시간에 샹즈는 혼자 고개를 숙인 채 덕승문 성벽을 천천히 걷고 있었다. (중략) 사람들이 모두 거리로 롼밍을 보러 갔을 때, 샹즈는 조용한 성 자락에 숨어 있었다. 어떻게 해서든지 더 조용하고 더 어두운 곳으로 찾아 들었다. 그는 시내를 활보할 수 없었다. 롼밍을 팔았기 때문이다. (중략)
롼밍은 공무원이 된 후 그가 지금껏 타도해야 된다고 생각했던 일들에 흠뻑 빠져들었다. 돈은 사람을 추악한 사회로 이끌고, 고상한 이상을 내팽개치며, 기꺼이 지옥행을 택하게 만든다. 그는 비싸고 화려한 옷을 입고, 계집질에 도박, 심지어 아편까지 손대기 시작했다. 양심이란 걸 발견했을 때 그는 이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극악한 사회가 그를 해친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지만 그 모든 것을 사회 탓으로 돌렸다. 유혹이 너무 컸기 때문에 저항할 수 없었다는 변명이었다. 가면 갈수록 쓸 돈이 궁색해진 그는 치열한 사상을 떠올렸다. 그러나 이런 사상을 위해 분연히 떨쳐 일어난 것이 아니라 사상을 빌미로 돈을 구할 생각이었다. 사상을 돈과 맞바꾸는 것, 학생 시절 선생과의 친분을 통해 학점을 얻었던 방법이나 마찬가지였다. 나태한 사상은 인간성과 병립할 수 없다. 돈으로 맞바꿀 수 있는 모든 것은 조만간 반드시 팔아버리게 마련이었다. 그는 장려금을 받았다. 혁명 선전에 급급한 기관은 신중하게 전사를 선택할 수 없었고, 의기투합하길 원하는 사람은 모두 동지라고 간주했다. 돈을 받은 사람들은 수단을 불문하고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 기관에 보고를 해야 되기 때문이었다. 롼밍 역시 공짜로 돈을 받을 수 없었다. 그는 인력거꾼 조직 일에 참가했다. 샹즈는 이미 깃발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노련한 시위 전문가였다. 이렇게 해서 롼밍은 샹즈를 알게 되었다.
롼밍은 돈을 위해 사상을 팔았고, 샹즈는 돈을 위해 사상을 받아들였다. 롼밍은 만일의 경우 자신이 샹즈를 희생시킬 수도 있다는 걸 잘 알았다. 샹즈는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지만 필요해지자 롼밍을 팔았다. 돈을 위해 일했으니 더 많은 돈에 약할 수밖에 없었다. 충성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롼밍은 자신의 사상을 믿었다. 사상에 대한 치열함으로 자신의 모든 죄악을 용서할 수 있었다. 샹즈는 롼밍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가 누리는 생활이 부럽기도 했다.
‘나도 돈이 더 많으면, 롼씨처럼 며칠 신나게 지낼 수 있을 텐데!’ 돈은 롼밍의 인격을 깎아내렸고, 돈은 샹즈의 눈을 멀게 했다. 그는 롼밍을 60원에 팔아먹었다. 롼밍이 원하던 것은 군중의 역량이었고, 샹즈가 원한 건 롼밍과 같은 향락이었다. 롼밍의 피는 운동 자금 위에 뿌려졌고, 샹즈는 돈을 허리춤에 쑤셔넣었다.
토론하기
(1) 롼밍은 과거에 의도치 않게 샹즈에게 해를 끼친 적이 있다. 과거 롼밍의 어떤 악행이 샹즈에게 어떤 해악을 가했는지 말해보자.
(2) 학창시절 학폭 가해자로 지목되어 성공 가도에서 미끄러지는 연예인들을 종종 볼 수 있다. 한편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도 잘 먹고 잘사는 사람들도 많다. 인과응보, 사필귀정이란 존재하는가?
해설읽기
인용문은 롼밍(阮明)이라는 한 정치범이 총살당하기 전 조리돌림 당하는 모습을 구경하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온 베이징 시내가 떠들썩한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당사자에게는 목숨이 달린 일이지만, 구경꾼들은 죄수가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형벌이 그의 죄에 합당한지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고, 재미난 구경거리로만 여기며 죄수를 조롱한다. 라오서는 “예교의 나라 백성들이 이렇듯 살인하는 모습을 즐기고 있었다”는 말로 국민성을 비판하고 있다. 이 장면은 「아Q정전」에서 아Q가 처형장으로 끌려가며 조리돌림 당하는 모습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20년이 지난 뒤에도 사내 대장부’는 아Q가 처형장으로 끌려가면서 부르던 노래다. 대략 ‘나는 비록 지금 이 자리에서 죽지만 20년이 지나 다시 태어나도 지금과 같은 대장부의 기개로 의연히 맞서겠다’라는 뜻으로, 과거 중국에서 역모죄 등으로 처형당하거나 무림의 고수가 적수에게 죽임을 당할 때 흔히 하던 대사다.
하지만 샹즈는 이 좋은 ‘구경거리’를 함께 즐기지 못하고 조용하고 어두운 곳을 찾아 숨어들었다. 왜냐하면 자신이 팔아 넘겨서 롼밍이 처형당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롼밍은 혁명 선전을 명목으로 조직(공산당 또는 국민당 좌파로 추정)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고, 성과를 보이기 위해 인력거꾼 시위대를 조직하다 샹즈를 알게 되었다. 정치선전에 돈이 동원되는 모습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공적 단체를 수익 모델로 삼아 사리사욕을 채우는 롼밍 같은 정치인과 그들에게서 떨어지는 떡고물을 바라며 움직이는 우매한 민중을 흔히 볼 수 있다. 어느 쪽이든 돈의 노예가 되어 양심은 일찌감치 팔아버린 상황이다.
샹즈는 깃발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받는 푼돈에 만족하지 못하고, 결국 롼밍을 (국민당 우파 또는 북양정부에) 팔아넘겼다. 자신을 아끼고 믿어주는 사람들에게 사기를 치는 것도 모자라 사람 목숨까지 팔아넘긴 샹즈의 행동은 분명 잘못된 것이지만, 비열하고 타락한 롼밍의 모습에는 동정의 여지가 없다. 심지어 롼밍은 샹즈를 타락의 길로 떠밀어 넣은 장본인이기도 하다. 샹즈는 과거 차오(曹) 선생네 집에서 전세 인력거를 끌면서 성실히 돈을 모아 낙타를 판 돈에 보태어 중고나마 자신의 인력거를 살 꿈을 꾸고 있었다. 하지만 사회주의자였던 차오 선생에게 어느 날 형사의 미행이 따라붙고, 차오 선생은 무사히 다른 집으로 피신했으나 샹즈는 차오 선생을 잡으러 왔던 형사에게 전 재산을 빼앗기고 만다. 이것이 결정적 계기가 되어 샹즈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후뉴와 결혼하고 이때부터 점점 타락의 늪에 빠지게 되었다. 그때 차오 선생을 밀고한 자가 바로 롼밍이었다. 원래 차오 선생은 몇몇 대학에 강의를 나갔는데, 평소 친하게 지내던 골수 사회주의 학생 롼밍이 그에게 낙제점을 받자 앙심을 품고 차오 선생이 학생들에게 과격한 사상을 전하고 있다고 음해했던 것이다. 물론 샹즈와 롼밍은 서로의 깊은 악연을 알지 못했지만, 남에게 해코지하면 그 죗값은 언제든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사실을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