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맥락
『예기(禮記)』에 들어있는 「악기(樂記)」는 중국의 음악이론서 중 가장 오래된 저술에 해당한다. 유가의 입장에서 서술된 이 책은 예술에 대해 윤리적인 시각으로 접근하여 음악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이는 후대에 유가 예술론이 예술의 사회적인 기능을 중시하는 데 영향을 주게 된다. 그러면서도 이 책은 예술의 근원적 문제를 다루어 음악의 본질을 비롯해 예술의 근원이 어디로부터 시작되며 예술의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를 이론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고전본문
무릇 음(音)의 발생은 사람의 마음으로 말미암아 생겨난다.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는 것은 외부 대상이 그렇게 하도록 만들어서이다. 마음이 외부 대상에 감응하여 움직이기 때문에 소리(聲)로 나타난다. 소리가 서로 호응하기 때문에 변화가 생겨나고, 변화가 곡조[方]를 이루면 이를 음이라 이른다. 음을 배열하여 악기로 연주하면서 간척(干戚)과 우모(羽旄)*를 쥐고 춤을 추면 이를 악(樂)이라 이른다.
악이란 음으로 말미암아 생겨나니 그 근본은 사람의 마음이 외부 대상에 감응하는 데 있다. 이 때문에 슬픈 마음을 느끼는 사람은 그 소리가 애절하면서 쇠잔하고, 즐거운 마음을 느끼는 사람은 그 소리가 왕성하면서 느긋하고, 기쁜 마음을 느끼는 사람은 그 소리가 힘차게 발생하면서 퍼지고, 성난 마음을 느끼는 사람은 그 소리가 거칠면서 사납고, 공경하는 마음을 느끼는 사람은 그 소리가 곧으면서 바르고, 사랑하는 마음을 느끼는 사람은 그 소리가 온화하면서 부드럽다. 이 여섯 가지는 본성이 아니라 외부 대상에 감응한 뒤에 움직인 것이다.
이 때문에 선왕(先王)은 외부 대상에 의해 감응하는 것에 신중히 하였고 그래서 예(禮)로써 사람들의 뜻을 이끌었고, 악으로써 사람들의 소리를 조화롭게 하고, 정치(政)로써 사람들의 행실을 일관되게 하고, 형벌(刑)로써 그 사악함을 방지하였다. 예·악·형벌·정치는 그 궁극은 한 가지이니, 이로써 백성들의 마음을 같게 하여 다스리는 도를 내었다.
–『예기』, 「악기」 중에서
* 간척(干戚)과 우모(羽旄) : 간척은 방패·도끼, 우모는 깃털·쇠꼬리털. 무(武)와 문(文)을 상징하는 춤이다.
토론하기
(1) 본문에 따르면 악(樂)은 어떻게 생겨나서 어떤 체계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일까? 그리고 요즘의 음악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2) 음악이 사람의 마음에 영향을 준다면, 어떤 점에서 그러할까?
(3) 음악을 감상하다 보면 자신의 감정 상태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가령, 같은 음악이라고 해도 감정에 따라 달리 느껴질 수도 있고, 노래를 부르거나 악기를 연주할 때에도 감정 상태에 따라 다른 느낌을 자아낸다. 이런 경험을 서로 말해보자.
해설읽기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음악을 ‘악(樂)’으로 불렀다. ‘악’에는 노래와 춤, 악기 연주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종교적 제례의식에서 신을 향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악기를 두드리던 원시 가무와 연관되어 일종의 종합예술의 형태를 이루는 것이 특징적이다. 그렇다면 ‘악’은 어떻게 생겨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악기」에서는 사람의 마음이 무언가에 감응하여 움직이면 소리(聲)로 나타나며, 소리가 서로 호응하면서 변화하여 곡조[方]를 이루면 그것이 ‘음’이며, 음의 선율을 악기로 연주하며 춤을 추면 이를 악(樂)이라 한다고 설명했다. ‘음’과 ‘악을 연결시켜 설명하면서 음악의 근원을 사람의 마음으로 본 것은 상당히 날카로운 지적인데, 이런 관점에 의하면 예술은 외부 대상에 대한 반응으로 생겨난 감정의 표현에 해당한다. 그런데 감정의 표현은 어떤 형식을 갖추어야만 비로소 예술이 될 수 있는데, 그것이 「악기」에서는 음(音) – 악(樂)의 체계로 설명되었다. 쉽게 말하면, 사람의 마음과 외부 대상의 반응으로 생겨난 음에 곡조를 붙여 노래를 부르고 이 노래에 곁들여진 악기가 연주되면서 춤을 추는 종합 예술의 형식을 갖춘 것이 악(樂)이라는 것이다.
다음으로 「악기」에는 예술 창작의 동인을 사람의 마음에 두면서, 예술과 마음의 상관관계를 다루고 있다. 다시 말해 음악을 창작하는 자가 그 마음속에 품고 있는 감정에 따라 그 음악의 느낌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슬픈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 부르는 노래나 연주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슬픈 감정을 불러일으키며, 사랑하는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 부르는 노래나 연주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온화하고 부드러운 감정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것은 음악이 감상자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가에 대한 문제와도 관련되는데, 우리가 슬픈 음악을 듣다보면 나도 모르게 울적해지고, 신나는 음악에는 저절로 어깨를 들썩이게 되는 것이 그런 사례가 될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이는 거꾸로 감상자의 면에서 예술 선택에도 관여한다. 그래서 감상자가 슬픈 감정을 느낄 때는 더욱 더 슬픈 음악에 빠져들고 싶고, 즐거운 감정을 느낄 때에는 보다 신나는 음악이 귓가에 맴도는 것도 우리 마음의 상태에 따라 특정 음악에 쉽게 동하게 되는 이치를 담고 있다.
그러한 관점에서 「악기」는 감상 과정 중 작품이 감상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제기하는데, 예를 들어 해로운 음악을 자주 듣게 되면 사람의 마음에 해로운 영향을 끼치게 되고, 이로운 음악을 자주 듣게 되면 사람의 마음에 유익한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악기」에서는 듣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음악의 감화력에 주목하여 음악을 통한 교육의 효과를 중시하는 입장으로 논의를 전개시키게 된다.
키워드
<악기(樂記 )>, 감응, 감정, 노래, 마음, 소리(音), 악기 , 춤
전후맥락
『예기(禮記)』에 들어있는 「악기(樂記)」는 중국의 음악이론서 중 가장 오래된 저술에 해당한다. 유가의 입장에서 서술된 이 책은 예술에 대해 윤리적인 시각으로 접근하여 음악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이는 후대에 유가 예술론이 예술의 사회적인 기능을 중시하는 데 영향을 주게 된다. 그러면서도 이 책은 예술의 근원적 문제를 다루어 음악의 본질을 비롯해 예술의 근원이 어디로부터 시작되며 예술의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를 이론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고전본문
무릇 음(音)의 발생은 사람의 마음으로 말미암아 생겨난다.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는 것은 외부 대상이 그렇게 하도록 만들어서이다. 마음이 외부 대상에 감응하여 움직이기 때문에 소리(聲)로 나타난다. 소리가 서로 호응하기 때문에 변화가 생겨나고, 변화가 곡조[方]를 이루면 이를 음이라 이른다. 음을 배열하여 악기로 연주하면서 간척(干戚)과 우모(羽旄)*를 쥐고 춤을 추면 이를 악(樂)이라 이른다.
악이란 음으로 말미암아 생겨나니 그 근본은 사람의 마음이 외부 대상에 감응하는 데 있다. 이 때문에 슬픈 마음을 느끼는 사람은 그 소리가 애절하면서 쇠잔하고, 즐거운 마음을 느끼는 사람은 그 소리가 왕성하면서 느긋하고, 기쁜 마음을 느끼는 사람은 그 소리가 힘차게 발생하면서 퍼지고, 성난 마음을 느끼는 사람은 그 소리가 거칠면서 사납고, 공경하는 마음을 느끼는 사람은 그 소리가 곧으면서 바르고, 사랑하는 마음을 느끼는 사람은 그 소리가 온화하면서 부드럽다. 이 여섯 가지는 본성이 아니라 외부 대상에 감응한 뒤에 움직인 것이다.
이 때문에 선왕(先王)은 외부 대상에 의해 감응하는 것에 신중히 하였고 그래서 예(禮)로써 사람들의 뜻을 이끌었고, 악으로써 사람들의 소리를 조화롭게 하고, 정치(政)로써 사람들의 행실을 일관되게 하고, 형벌(刑)로써 그 사악함을 방지하였다. 예·악·형벌·정치는 그 궁극은 한 가지이니, 이로써 백성들의 마음을 같게 하여 다스리는 도를 내었다.
–『예기』, 「악기」 중에서
* 간척(干戚)과 우모(羽旄) : 간척은 방패·도끼, 우모는 깃털·쇠꼬리털. 무(武)와 문(文)을 상징하는 춤이다.
토론하기
(1) 본문에 따르면 악(樂)은 어떻게 생겨나서 어떤 체계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일까? 그리고 요즘의 음악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2) 음악이 사람의 마음에 영향을 준다면, 어떤 점에서 그러할까?
(3) 음악을 감상하다 보면 자신의 감정 상태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가령, 같은 음악이라고 해도 감정에 따라 달리 느껴질 수도 있고, 노래를 부르거나 악기를 연주할 때에도 감정 상태에 따라 다른 느낌을 자아낸다. 이런 경험을 서로 말해보자.
해설읽기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음악을 ‘악(樂)’으로 불렀다. ‘악’에는 노래와 춤, 악기 연주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종교적 제례의식에서 신을 향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악기를 두드리던 원시 가무와 연관되어 일종의 종합예술의 형태를 이루는 것이 특징적이다. 그렇다면 ‘악’은 어떻게 생겨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악기」에서는 사람의 마음이 무언가에 감응하여 움직이면 소리(聲)로 나타나며, 소리가 서로 호응하면서 변화하여 곡조[方]를 이루면 그것이 ‘음’이며, 음의 선율을 악기로 연주하며 춤을 추면 이를 악(樂)이라 한다고 설명했다. ‘음’과 ‘악을 연결시켜 설명하면서 음악의 근원을 사람의 마음으로 본 것은 상당히 날카로운 지적인데, 이런 관점에 의하면 예술은 외부 대상에 대한 반응으로 생겨난 감정의 표현에 해당한다. 그런데 감정의 표현은 어떤 형식을 갖추어야만 비로소 예술이 될 수 있는데, 그것이 「악기」에서는 음(音) – 악(樂)의 체계로 설명되었다. 쉽게 말하면, 사람의 마음과 외부 대상의 반응으로 생겨난 음에 곡조를 붙여 노래를 부르고 이 노래에 곁들여진 악기가 연주되면서 춤을 추는 종합 예술의 형식을 갖춘 것이 악(樂)이라는 것이다.
다음으로 「악기」에는 예술 창작의 동인을 사람의 마음에 두면서, 예술과 마음의 상관관계를 다루고 있다. 다시 말해 음악을 창작하는 자가 그 마음속에 품고 있는 감정에 따라 그 음악의 느낌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슬픈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 부르는 노래나 연주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슬픈 감정을 불러일으키며, 사랑하는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 부르는 노래나 연주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온화하고 부드러운 감정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것은 음악이 감상자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가에 대한 문제와도 관련되는데, 우리가 슬픈 음악을 듣다보면 나도 모르게 울적해지고, 신나는 음악에는 저절로 어깨를 들썩이게 되는 것이 그런 사례가 될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이는 거꾸로 감상자의 면에서 예술 선택에도 관여한다. 그래서 감상자가 슬픈 감정을 느낄 때는 더욱 더 슬픈 음악에 빠져들고 싶고, 즐거운 감정을 느낄 때에는 보다 신나는 음악이 귓가에 맴도는 것도 우리 마음의 상태에 따라 특정 음악에 쉽게 동하게 되는 이치를 담고 있다.
그러한 관점에서 「악기」는 감상 과정 중 작품이 감상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제기하는데, 예를 들어 해로운 음악을 자주 듣게 되면 사람의 마음에 해로운 영향을 끼치게 되고, 이로운 음악을 자주 듣게 되면 사람의 마음에 유익한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악기」에서는 듣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음악의 감화력에 주목하여 음악을 통한 교육의 효과를 중시하는 입장으로 논의를 전개시키게 된다.
키워드
<악기(樂記 )>, 감응, 감정, 노래, 마음, 소리(音), 악기 , 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