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맥락
원문에 이어지는 글에서는 이른바 마음이나 신, 혼 등으로 불리는 정신적 존재는 형체는 없지만 영명한 지성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영명의 체’, ‘영체’ 등으로 지칭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고전본문
‘신(神)’과 ‘형(形)’이 신묘하게 결합하여 사람이 된다. ‘신’은 형체가 없고 이름도 없다. 정신은 ‘형체’가 없기 때문에 ‘신’이라고 불렸다.【귀신의 ‘신(神)’ 자를 빌린 것이다】 심은 피를 조절하는 기관으로, [‘신’과 ‘형’을] 신이하게 결합시키는 매개이다. 그래서 그 이름을 빌려 정신을 ‘심’이라고 불렀다. 【심은 본래 다섯 장기 가운데 하나로, 간이나 폐와 같은 글자이다.】 사람이 죽은 뒤에 형체를 떠나는 것을 ‘혼’이라고 불렀다. 맹자는 정신을 ‘대체(大體)’라고 불렀고 불가에서는 ‘법신(法身)’이라고 불렀으니, 정신을 문자로 (표현하는) 고유 명칭은 없었다.
-『맹자요의』의 「등문공상」 중에서
‘신’과 ‘형’이 신이하게 결합하여 사람이 된다. 그러므로 옛 경전에서 그것을 총칭하여 ‘몸[身]’이라고 하고 또 나[己]라고 하였는데, 이른바 ‘허령지각(虛靈知覺)’이라는 것을 한 글자만으로 가리키는 명칭은 없었다. 후세에 그것을 분석하여 설명하고자 하는 자가 다른 글자를 빌려오기도 하고 낱글자를 나란히 조합하기도 하였다. (이 때) ‘심(心)’이니, ‘신(神)’이니, ‘령(靈)’이니 ‘혼(魂)’이니 하는 것들은 모두 빌려온 말이었다. 맹자가 형체가 없는 것을 ‘대체’라고 하고 형체가 있는 것을 ‘소체’라고 한 것이나, 불교에서 형체가 없는 것을 ‘법신’이라고 하고 형체가 있는 것을 ‘색신(色身)’이라고 한 것은 모두 낱글자를 조합한 말이었다. (……) 진실로 다섯 장기 가운데 피와 기(氣)를 주관하는 것이 심이다. 신과 형이 묘합하여 작용을 일으키는 곳마다 피와 기를 필요로 한다. 이러한 까닭에 (후세 사람들은) 피와 기를 주관하는 곳의 (이름을) 빌려 속마음[內衷]의 통칭으로 삼은 것이지, ‘일곱 개의 구멍이 뚫려 있고 감처럼 매달려 있는 것(* 심장을 지칭)’이 바로 나의 ‘속마음’이라고 말한 것은 아니다. (…)
-『심경밀험』의 「심성총의」 중에서
토론하기
(1) 정약용은 인간을 정신과 육신이 신묘하게 결합된 존재라고 설명하였다. 이 말과 ‘인간은 영혼과 육신으로 결합된 존재’라고 주장하는 그리스도교와 얼마만큼 유사한가?
(2) 인간은 정신과 육체, 혹은 영혼과 육신으로 결합되었다고 보는 근대 이전 동서양의 주장이 얼마나 타당한지 논의해보자.
(3) 인간은 마음과 육신의 결합으로 이루어졌다고 가정한다면, 이들의 결합 방식은 어떠할지 가설을 세워보자.
해설읽기
인간은 정신과 육신이 결합된 존재이다. 옛날에는 인간의 ‘정신’을 별도로 지칭하는 고유 명사가 없었다.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귀신이라는 합성어에서 한 글자를 빌려와 정신을 ‘신(神)’이라고 부르거나, 정신과 육신을 결합하는 심장에서 그 글자를 빌려와 ‘심(心)’이라고 불렀다. 이후에는 정신을 혼이라고 부르거나 대체나 법신으로 부르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 단어들도 그것을 의미하는 고유 명사는 아니었다.
또한 눈에 보이지 않지만 다양한 능력을 발휘하는 정신은 옛날부터 ‘허령지각’이라는 표현으로만 묘사되었을 뿐, 그것을 단독으로 가리키는 용어는 없었다. 때문에 후세 사람들은 정신과 유사한 의미의 ‘심’이니 ‘신’이니, ‘령’이니, ‘혼’이니, ‘대체’니, ‘법신’이니 하는 말을 끌어와 그것을 표현한 것이다.
이처럼 정약용은 정신을 의미하는 기존의 한자 용어를 가차어나 유의어라고 설명하고, 정신의 진정한 표현이 아님을 강조하였다. 특히 심은 본래 피와 생명 에너지를 주관하는 장기를 가리키는 말에 불과하였다. 심장은 정신과 육신을 연동하는 매개체인 피와 생명 에너지를 주관하는 신체 기관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심장에서 신체를 주재하는 정신을 연상하게 되었고 이후에는 ‘심’이라는 글자가 정신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통용된 것이다. 그러므로 심의 원래 뜻은 형체 없이 활발하게 작용하는 정신과 무관하였다. 정약용이 말하는 정신은 이익이 말한 ‘심장에 깃들어 온갖 정신 작용을 일으키는 심’이 아니며, 심장의 비유적 표현인 심이라는 용어로도 정확히 규정될 수 없는 어떤 것이다.
그렇다면 육신을 주재하는 정신은 ‘뇌’의 작용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정약용의 의학 저술인 『의령』 중에는 「뇌론」이라는 제목의 글이 있는데, 이는 이익의 「서국의」를 그대로 베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정약용은 이익과 달리 자신의 의견을 덧붙이지 않았을뿐더러, 글 옆에 ‘지우기로 한다[當刪]’라고 적어 놓은 것으로 보아, 그가 이익처럼 뇌를 운동과 감각의 주재로 보았다고 말할 수 없다. 다만 정약용은 기억하고 추론하며, 선을 좋아하고 악을 싫어하는 정신 주체인 ‘영명(靈明)한 체(體)’, 혹은 ‘영체(靈體)’라는 용어를 재차 제시하여 정신을 뇌에도 심에도 귀속시키지 않는다. 이는 동아시아와 유럽의 세계관에서 보기 드문 새로운 인간 이해였다고 말할 수 있다.
키워드
가치어, 뇌, 대체, 령, 법신, 색신, 신, 심, 심장, 유의어, 허령지각, 형, 혼
전후맥락
원문에 이어지는 글에서는 이른바 마음이나 신, 혼 등으로 불리는 정신적 존재는 형체는 없지만 영명한 지성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영명의 체’, ‘영체’ 등으로 지칭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고전본문
‘신(神)’과 ‘형(形)’이 신묘하게 결합하여 사람이 된다. ‘신’은 형체가 없고 이름도 없다. 정신은 ‘형체’가 없기 때문에 ‘신’이라고 불렸다.【귀신의 ‘신(神)’ 자를 빌린 것이다】 심은 피를 조절하는 기관으로, [‘신’과 ‘형’을] 신이하게 결합시키는 매개이다. 그래서 그 이름을 빌려 정신을 ‘심’이라고 불렀다. 【심은 본래 다섯 장기 가운데 하나로, 간이나 폐와 같은 글자이다.】 사람이 죽은 뒤에 형체를 떠나는 것을 ‘혼’이라고 불렀다. 맹자는 정신을 ‘대체(大體)’라고 불렀고 불가에서는 ‘법신(法身)’이라고 불렀으니, 정신을 문자로 (표현하는) 고유 명칭은 없었다.
-『맹자요의』의 「등문공상」 중에서
‘신’과 ‘형’이 신이하게 결합하여 사람이 된다. 그러므로 옛 경전에서 그것을 총칭하여 ‘몸[身]’이라고 하고 또 나[己]라고 하였는데, 이른바 ‘허령지각(虛靈知覺)’이라는 것을 한 글자만으로 가리키는 명칭은 없었다. 후세에 그것을 분석하여 설명하고자 하는 자가 다른 글자를 빌려오기도 하고 낱글자를 나란히 조합하기도 하였다. (이 때) ‘심(心)’이니, ‘신(神)’이니, ‘령(靈)’이니 ‘혼(魂)’이니 하는 것들은 모두 빌려온 말이었다. 맹자가 형체가 없는 것을 ‘대체’라고 하고 형체가 있는 것을 ‘소체’라고 한 것이나, 불교에서 형체가 없는 것을 ‘법신’이라고 하고 형체가 있는 것을 ‘색신(色身)’이라고 한 것은 모두 낱글자를 조합한 말이었다. (……) 진실로 다섯 장기 가운데 피와 기(氣)를 주관하는 것이 심이다. 신과 형이 묘합하여 작용을 일으키는 곳마다 피와 기를 필요로 한다. 이러한 까닭에 (후세 사람들은) 피와 기를 주관하는 곳의 (이름을) 빌려 속마음[內衷]의 통칭으로 삼은 것이지, ‘일곱 개의 구멍이 뚫려 있고 감처럼 매달려 있는 것(* 심장을 지칭)’이 바로 나의 ‘속마음’이라고 말한 것은 아니다. (…)
-『심경밀험』의 「심성총의」 중에서
토론하기
(1) 정약용은 인간을 정신과 육신이 신묘하게 결합된 존재라고 설명하였다. 이 말과 ‘인간은 영혼과 육신으로 결합된 존재’라고 주장하는 그리스도교와 얼마만큼 유사한가?
(2) 인간은 정신과 육체, 혹은 영혼과 육신으로 결합되었다고 보는 근대 이전 동서양의 주장이 얼마나 타당한지 논의해보자.
(3) 인간은 마음과 육신의 결합으로 이루어졌다고 가정한다면, 이들의 결합 방식은 어떠할지 가설을 세워보자.
해설읽기
인간은 정신과 육신이 결합된 존재이다. 옛날에는 인간의 ‘정신’을 별도로 지칭하는 고유 명사가 없었다.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귀신이라는 합성어에서 한 글자를 빌려와 정신을 ‘신(神)’이라고 부르거나, 정신과 육신을 결합하는 심장에서 그 글자를 빌려와 ‘심(心)’이라고 불렀다. 이후에는 정신을 혼이라고 부르거나 대체나 법신으로 부르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 단어들도 그것을 의미하는 고유 명사는 아니었다.
또한 눈에 보이지 않지만 다양한 능력을 발휘하는 정신은 옛날부터 ‘허령지각’이라는 표현으로만 묘사되었을 뿐, 그것을 단독으로 가리키는 용어는 없었다. 때문에 후세 사람들은 정신과 유사한 의미의 ‘심’이니 ‘신’이니, ‘령’이니, ‘혼’이니, ‘대체’니, ‘법신’이니 하는 말을 끌어와 그것을 표현한 것이다.
이처럼 정약용은 정신을 의미하는 기존의 한자 용어를 가차어나 유의어라고 설명하고, 정신의 진정한 표현이 아님을 강조하였다. 특히 심은 본래 피와 생명 에너지를 주관하는 장기를 가리키는 말에 불과하였다. 심장은 정신과 육신을 연동하는 매개체인 피와 생명 에너지를 주관하는 신체 기관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심장에서 신체를 주재하는 정신을 연상하게 되었고 이후에는 ‘심’이라는 글자가 정신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통용된 것이다. 그러므로 심의 원래 뜻은 형체 없이 활발하게 작용하는 정신과 무관하였다. 정약용이 말하는 정신은 이익이 말한 ‘심장에 깃들어 온갖 정신 작용을 일으키는 심’이 아니며, 심장의 비유적 표현인 심이라는 용어로도 정확히 규정될 수 없는 어떤 것이다.
그렇다면 육신을 주재하는 정신은 ‘뇌’의 작용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정약용의 의학 저술인 『의령』 중에는 「뇌론」이라는 제목의 글이 있는데, 이는 이익의 「서국의」를 그대로 베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정약용은 이익과 달리 자신의 의견을 덧붙이지 않았을뿐더러, 글 옆에 ‘지우기로 한다[當刪]’라고 적어 놓은 것으로 보아, 그가 이익처럼 뇌를 운동과 감각의 주재로 보았다고 말할 수 없다. 다만 정약용은 기억하고 추론하며, 선을 좋아하고 악을 싫어하는 정신 주체인 ‘영명(靈明)한 체(體)’, 혹은 ‘영체(靈體)’라는 용어를 재차 제시하여 정신을 뇌에도 심에도 귀속시키지 않는다. 이는 동아시아와 유럽의 세계관에서 보기 드문 새로운 인간 이해였다고 말할 수 있다.
키워드
가치어, 뇌, 대체, 령, 법신, 색신, 신, 심, 심장, 유의어, 허령지각, 형, 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