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맥락
인용문은 유가에서 말하는 성인이 왜 인류에게 필요한 존재인지를 역사를 통해 주장하는 대목이다. 유가와 대척점에 놓였던 도가는 모든 인위적 활동과 소산은 참된 것이 아니라며 부정하였고, 불교 또한 인간세상을 비롯한 우주 삼라만상을 모두 허상으로 보았다. 따라서 유가에서 인류의 문명화와 진보에 결정적 역할을 미쳤다고 평가하는 성인도 도가나 불교에서는 다 부정의 대상이었다. 이렇게 성인이 부정되면 성인이 밝힌 도도 부정되고, 그러면 성인이 밝힌 도를 집대성했다는 평가를 받는 공자도 부정될 수밖에 없게 된다. 한유는 이러한 도가와 불교의 비판에 적극 대응하여 성인의 공헌은 부정할 수도 없고 그들이 밝힌 도 덕분에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었음을 설파하였다. 인용문은 이러한 논술의 한 대목이다.
고전본문
옛날에는 사람들의 피해가 많았는데 성인(聖人)이 나타나 함께 살아가며 도와주는 도리를 가르쳤고 임금이 되고 스승이 되어 벌레와 뱀, 들짐승, 날짐승을 몰아내고 중원(中原, 중국)에서 살게 하였다. 사람들이 추워하니 그들에게 옷 짓는 법을 알려주었고, 배고픔을 겪자 그들에게 음식을 마련하는 법을 알려주었으며, 나무에 거처하다가 떨어지기도 하고 땅에서 살다가 병에 걸리기도 하자 집 짓는 법을 알려주었다. 그들에게 기술을 가르쳐서 기물이 넉넉케 하였고, 그들에게 장사를 가르쳐서 각자 갖고 있는 것을 없는 것과 교환케 하였다. 그들에게 의술과 약을 가르쳐주어 일찍 죽는 사람을 구제케 하였고, 그들에게 장례와 제례를 마련해주어 은혜를 오래 기리도록 했다. 예법을 만들어주어 사회적 질서를 정하게 했고, 음악을 만들어주어 답답하고 울적한 마음을 풀게 하였다. 정령(政令)*을 만들어주어 게으르고 나태한 자를 다스리게 했고, 형벌을 만들어주어 제멋대로이고 함부로 행동하는 자들을 제거케 하였다. 서로 속이게 되자 신표와 도장, 저울을 만들어 서로 미덥게 하였고, 서로 강탈함에 성곽과 갑옷, 병기 등을 만들어 스스로를 지키게 하였다. 재해가 이르자 그들에게 대비책을 가르쳤고 환란이 이르면 그들에게 방비책을 알려주었다. 지금 도가와 불교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성인이 죽지 않으면 큰 도둑이 그치지 않고 도량형을 해체하고 저울을 부수어 버려야만 백성이 다투지 않게 된다.” 아! 그들은 심사숙고하지 않는구나. 만약 옛날에 성인이 없었다면 인류는 일찌감치 멸망했을 것이다. 왜인가? 깃과 털, 비늘, 껍질이 없이 추위나 더위에서 살아야 하고, 발톱이나 이빨 없이 동물들과 먹이를 다투어야 하기 때문이다. – 한유, 「원도」
* 정령(政令) : 군주 등이 내리는 법률에 준하는 명령.
토론하기
(1) 위 인용문을 토대로 성인이 사람들에게 가르쳐 준 것은 무엇인가? 그것들을 대표할 수 있는 단어를 꼽아보자.
(2) 자신이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익힌 기술을 더 낫게 발전시켰던 경험을 얘기해보자. 그때 새로운 기술은 어떻게 익힐 수 있었고, 기술 발전은 또 어떻게 실현했는지도 얘기해보자.
(3) 인류가 인간답게 살기 위해, 이를테면 동물 등과 달리 문명을 일구고 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하여 논의해보자.
해설읽기
인류는 문명을 어떻게 빚어내고 갱신해가며 누리게 되었을까? 이에 대한 답변의 하나는 문명은 진화의 소산이라는 관점이다. 태초의 인류가 자신들이 처한 자연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자손을 어떻게 해서든 더 많이 번식하기 위하여 노력한 결과 문명을 창출해냈다는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수없이 많았을 시행착오를 거쳤을 것이다. 그러나 인류는 마침내 문명을 일구어냈고 그것이 끊임없는 갱신과 발전의 과정을 밟으면서 드디어 만물의 영장이라는 수준에 올라서게 되었다는 관점이다.
그런가 하면 누구로부턴가 배워서 문명을 지니게 되었다는 견해도 있다. 한자권에서는 그 ‘누구’를 성인(聖人)이라는 말로 지시해왔다. 태곳적에 당시 사람들과는 차원이 다른 역량을 지닌 인물이 나타나서 사람들에게 문명을 가르쳐주었다는 것이다. 가령 황제(黃帝)라는 이는 사람들에게 수레 제작법을 가르쳐주었고, 신농(神農)이라는 이는 농경과 의술, 약을 가르쳐주었다는 식이다. 또 유소씨(有巢氏)와 수인씨(燧人氏)라는 인물도 있었다. 『한비자(韓非子)』라는 고전에 보면 이러한 증언이 실려 있다.
“저 먼 옛날, 사람은 적고 날짐승과 들짐승이 많았다. 사람들은 날짐승과 들짐승, 벌레와 뱀을 감당하지 못했다. 이때 성인이 나와 나무를 엮어 집을 만들어 주자 여러 해악에서 벗어나게 되니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여 천하의 왕으로 삼고는 유소씨라고 불렀다. 당시 사람들은 열매와 씨앗, 조개 따위를 먹었는데 비린내와 악취로 속이 상해 사람들 다수가 병을 앓았다. 이때 성인이 나와 부싯돌로 불을 지펴 비린내를 제거해 주니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여 천하의 왕으로 삼고는 수인씨라고 불렀다.”(「오두(五蠹)」)
여기서 ‘유소(有巢)’는 ‘둥지를 만들다’라는 뜻으로 즉 집을 지어주었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집 짓는 법을 가르쳐주었다는 말이고, ‘수인(燧人)’은 ‘부싯돌을 지닌 사람’이라는 뜻으로 사람들에게 불 다루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는 말이다. 모두가 당시 사람들이 겪고 있던 어려움을 해결해줌으로써 적잖은 이로움을 안겨준, 인간이 동물같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문명이라는 혜택을 가져다준 문화 영웅들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들을 군주로 추대했다. 황제나 신농, 유소씨, 수인씨 모두가 역사 기록에 태곳적에 정치를 무척 잘했던 성군으로 등장하게 된 까닭이다.
결국 인간은 성인이 ‘가르쳐준 바’ 덕분에 자연 상태에서 또 야만 상태에서 벗어나 인간다움을 구현하면서 살아갈 수 있게 되었음이다. 문명을 성인으로부터 배웠다는 것은 신화나 전설에 불과할 뿐이고, 다시 말해 역사적 사실이 아니고 진화를 통해 일구어낸 것이라고 여겨도 마찬가지다. 진화를 통해 새롭게 ‘익힌 바’ 덕분에 인간은 문명을 이룰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인간답게 살 수 있었음이다. 결국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게 된 데는 인간이 본래부터 지니는 역량 외에 후천적으로 ‘배운 바’, ‘익힌 바’가 관건적 역할을 수행했던 것이다. 이를 무엇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역사를 보면 인류는 그것을 ‘기술’이라는 말로 포괄하여 지칭하였다. 곧 인간이 인간일 수 있었던 까닭은 기술 덕분이었음이다. 그래서 이러한 명제를 만들 수 있다. “‘인간’이라고 쓰고 ‘인간+기술’이라고 읽어야 한다”는 명제 말이다. 기술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었다는 뜻이다.
키워드
과학 기술, 문명의 이기, 문화 영웅, 성인(聖人), 원도(原道), 인간다움, 한비자, 한유
전후맥락
인용문은 유가에서 말하는 성인이 왜 인류에게 필요한 존재인지를 역사를 통해 주장하는 대목이다. 유가와 대척점에 놓였던 도가는 모든 인위적 활동과 소산은 참된 것이 아니라며 부정하였고, 불교 또한 인간세상을 비롯한 우주 삼라만상을 모두 허상으로 보았다. 따라서 유가에서 인류의 문명화와 진보에 결정적 역할을 미쳤다고 평가하는 성인도 도가나 불교에서는 다 부정의 대상이었다. 이렇게 성인이 부정되면 성인이 밝힌 도도 부정되고, 그러면 성인이 밝힌 도를 집대성했다는 평가를 받는 공자도 부정될 수밖에 없게 된다. 한유는 이러한 도가와 불교의 비판에 적극 대응하여 성인의 공헌은 부정할 수도 없고 그들이 밝힌 도 덕분에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었음을 설파하였다. 인용문은 이러한 논술의 한 대목이다.
고전본문
옛날에는 사람들의 피해가 많았는데 성인(聖人)이 나타나 함께 살아가며 도와주는 도리를 가르쳤고 임금이 되고 스승이 되어 벌레와 뱀, 들짐승, 날짐승을 몰아내고 중원(中原, 중국)에서 살게 하였다. 사람들이 추워하니 그들에게 옷 짓는 법을 알려주었고, 배고픔을 겪자 그들에게 음식을 마련하는 법을 알려주었으며, 나무에 거처하다가 떨어지기도 하고 땅에서 살다가 병에 걸리기도 하자 집 짓는 법을 알려주었다. 그들에게 기술을 가르쳐서 기물이 넉넉케 하였고, 그들에게 장사를 가르쳐서 각자 갖고 있는 것을 없는 것과 교환케 하였다. 그들에게 의술과 약을 가르쳐주어 일찍 죽는 사람을 구제케 하였고, 그들에게 장례와 제례를 마련해주어 은혜를 오래 기리도록 했다. 예법을 만들어주어 사회적 질서를 정하게 했고, 음악을 만들어주어 답답하고 울적한 마음을 풀게 하였다. 정령(政令)*을 만들어주어 게으르고 나태한 자를 다스리게 했고, 형벌을 만들어주어 제멋대로이고 함부로 행동하는 자들을 제거케 하였다. 서로 속이게 되자 신표와 도장, 저울을 만들어 서로 미덥게 하였고, 서로 강탈함에 성곽과 갑옷, 병기 등을 만들어 스스로를 지키게 하였다. 재해가 이르자 그들에게 대비책을 가르쳤고 환란이 이르면 그들에게 방비책을 알려주었다. 지금 도가와 불교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성인이 죽지 않으면 큰 도둑이 그치지 않고 도량형을 해체하고 저울을 부수어 버려야만 백성이 다투지 않게 된다.” 아! 그들은 심사숙고하지 않는구나. 만약 옛날에 성인이 없었다면 인류는 일찌감치 멸망했을 것이다. 왜인가? 깃과 털, 비늘, 껍질이 없이 추위나 더위에서 살아야 하고, 발톱이나 이빨 없이 동물들과 먹이를 다투어야 하기 때문이다. – 한유, 「원도」
* 정령(政令) : 군주 등이 내리는 법률에 준하는 명령.
토론하기
(1) 위 인용문을 토대로 성인이 사람들에게 가르쳐 준 것은 무엇인가? 그것들을 대표할 수 있는 단어를 꼽아보자.
(2) 자신이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익힌 기술을 더 낫게 발전시켰던 경험을 얘기해보자. 그때 새로운 기술은 어떻게 익힐 수 있었고, 기술 발전은 또 어떻게 실현했는지도 얘기해보자.
(3) 인류가 인간답게 살기 위해, 이를테면 동물 등과 달리 문명을 일구고 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하여 논의해보자.
해설읽기
인류는 문명을 어떻게 빚어내고 갱신해가며 누리게 되었을까? 이에 대한 답변의 하나는 문명은 진화의 소산이라는 관점이다. 태초의 인류가 자신들이 처한 자연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자손을 어떻게 해서든 더 많이 번식하기 위하여 노력한 결과 문명을 창출해냈다는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수없이 많았을 시행착오를 거쳤을 것이다. 그러나 인류는 마침내 문명을 일구어냈고 그것이 끊임없는 갱신과 발전의 과정을 밟으면서 드디어 만물의 영장이라는 수준에 올라서게 되었다는 관점이다.
그런가 하면 누구로부턴가 배워서 문명을 지니게 되었다는 견해도 있다. 한자권에서는 그 ‘누구’를 성인(聖人)이라는 말로 지시해왔다. 태곳적에 당시 사람들과는 차원이 다른 역량을 지닌 인물이 나타나서 사람들에게 문명을 가르쳐주었다는 것이다. 가령 황제(黃帝)라는 이는 사람들에게 수레 제작법을 가르쳐주었고, 신농(神農)이라는 이는 농경과 의술, 약을 가르쳐주었다는 식이다. 또 유소씨(有巢氏)와 수인씨(燧人氏)라는 인물도 있었다. 『한비자(韓非子)』라는 고전에 보면 이러한 증언이 실려 있다.
“저 먼 옛날, 사람은 적고 날짐승과 들짐승이 많았다. 사람들은 날짐승과 들짐승, 벌레와 뱀을 감당하지 못했다. 이때 성인이 나와 나무를 엮어 집을 만들어 주자 여러 해악에서 벗어나게 되니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여 천하의 왕으로 삼고는 유소씨라고 불렀다. 당시 사람들은 열매와 씨앗, 조개 따위를 먹었는데 비린내와 악취로 속이 상해 사람들 다수가 병을 앓았다. 이때 성인이 나와 부싯돌로 불을 지펴 비린내를 제거해 주니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여 천하의 왕으로 삼고는 수인씨라고 불렀다.”(「오두(五蠹)」)
여기서 ‘유소(有巢)’는 ‘둥지를 만들다’라는 뜻으로 즉 집을 지어주었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집 짓는 법을 가르쳐주었다는 말이고, ‘수인(燧人)’은 ‘부싯돌을 지닌 사람’이라는 뜻으로 사람들에게 불 다루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는 말이다. 모두가 당시 사람들이 겪고 있던 어려움을 해결해줌으로써 적잖은 이로움을 안겨준, 인간이 동물같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문명이라는 혜택을 가져다준 문화 영웅들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들을 군주로 추대했다. 황제나 신농, 유소씨, 수인씨 모두가 역사 기록에 태곳적에 정치를 무척 잘했던 성군으로 등장하게 된 까닭이다.
결국 인간은 성인이 ‘가르쳐준 바’ 덕분에 자연 상태에서 또 야만 상태에서 벗어나 인간다움을 구현하면서 살아갈 수 있게 되었음이다. 문명을 성인으로부터 배웠다는 것은 신화나 전설에 불과할 뿐이고, 다시 말해 역사적 사실이 아니고 진화를 통해 일구어낸 것이라고 여겨도 마찬가지다. 진화를 통해 새롭게 ‘익힌 바’ 덕분에 인간은 문명을 이룰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인간답게 살 수 있었음이다. 결국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게 된 데는 인간이 본래부터 지니는 역량 외에 후천적으로 ‘배운 바’, ‘익힌 바’가 관건적 역할을 수행했던 것이다. 이를 무엇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역사를 보면 인류는 그것을 ‘기술’이라는 말로 포괄하여 지칭하였다. 곧 인간이 인간일 수 있었던 까닭은 기술 덕분이었음이다. 그래서 이러한 명제를 만들 수 있다. “‘인간’이라고 쓰고 ‘인간+기술’이라고 읽어야 한다”는 명제 말이다. 기술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었다는 뜻이다.
키워드
과학 기술, 문명의 이기, 문화 영웅, 성인(聖人), 원도(原道), 인간다움, 한비자, 한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