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맥락
묘국(猫國)에 바람이 부는 ‘움직이는 계절[動季]’이 오면 지주들은 미혹나무 잎[迷葉]을 수확하여 도시로 가지고 간다. ‘나’는 다셰(大蠍)가 미혹나무 잎을 수확하고 그것을 무사히 묘국의 수도인 묘성(猫城)으로 옮기도록 도와준다. 그 과정에서 광국(光國) 외국인을 만나 묘성 서쪽에 외국인들끼리 따로 모여 사는 곳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묘인과 묘성을 조금 더 깊고 가까이 관찰하고 싶었던 나는 외국인 거주구역으로 가지 않고 다셰의 집에서 머물기를 원한다. 하지만 미혹나무 잎을 집안으로 다 옮기고 나자 다셰는 볼 일이 끝났다는 듯 고맙다는 인사 한 마디는커녕 내가 집에서 머무는 것, 심지어 잠깐 구경만 하겠다는 것조차 갖은 핑계를 대며 거절한다. ‘나’는 다셰의 집에서 그의 아들인 샤오셰(小蠍)를 알게 되고, 아버지를 대신해서 문화사업을 관장하는 샤오셰의 도움을 받아 학교, 박물관, 도서관 등을 둘러볼 기회를 얻는다.
고전본문
나는 한 무리의 아이들을 따라 어느 학교에 도착했다. 그 학교는 커다란 문이 하나 있고 사방으로 담벼락이 공터를 둘러싸고 있었다. 아이들은 모두 안으로 들어가고 나는 문밖에서 지켜봤다. 땅바닥을 뒹구는 아이, 담벼락을 기어오르는 아이, 담벼락에 그림을 그리는 아이, 담 모퉁이에서 서로의 비밀을 자세히 살피는 아이 등 모두가 쾌활한 모습이었다. 선생님은 없었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마침내 어른 셋이 나타났다. 해골 모형처럼 비쩍 마른 것이 마치 태어나서 지금껏 한 번도 배불리 먹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그들은 손으로 담벼락을 짚고 천천히 발을 끌었는데 미풍이 불어올 때마다 딱 멈춰 서서 한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들은 천천히 교문 안으로 들어갔다. 아이들은 여전히 뒹굴고 기어오르고 떠들고 비밀 이야기를 나누었다. 세 사람은 땅바닥에 앉아 입을 벌리고 숨을 돌렸다. 아이들이 더욱 시끄럽게 떠들었다. 세 사람은 학생들로부터 미움을 사게 될까봐 두려운 듯 눈을 감고 귀를 막았다. 또 다시 얼마나 지났을까. 세 사람이 일제히 일어나 아이들에게 앉으라고 타일렀다. 학생들은 영원히 앉지 않으리라 결심한 듯했다. 또 다시 최소 한 시간 가량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앉지 않았다. 다행히 세 명의 선생——그들은 분명 선생이었을 것이다——이 나를 한 눈에 알아봤다. “문 밖에 외국인이 있다!” 고작 이 한 마디를 했을 뿐인데 아이들은 모두 담벼락을 향해 바로 앉고 아무도 감히 고개를 돌리지 못했다.
세 명의 선생 중 가운데 있는 사람이 교장 같았다. 그가 “먼저 국가 제창!”이라고 말했다. 아무도 부르지 않고 다들 멍하니 있었다. 교장은 다시 “다음은 황제에 대하여 경례!”라고 했다. 아무도 경례하지 않고 다들 멍하게 있을 뿐이었다. “신령님께 묵념!” 이쯤 되자 학생들은 외국인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렸는지 서로 밀치며 욕을 하기 시작했다. “외국인이 있다니까!” 모두들 다시 조용해졌다. “교장 선생님의 훈화 말씀이 있겠습니다.” 교장이 앞으로 성큼 한 걸음 나와 모두의 뒤통수를 향해 말했다.
“오늘은 여러분의 대학 졸업날입니다. 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입니까!”
나는 거의 기절할 뻔했다. 이 조무래기들이……대학 졸업이라고? 그래도 일단 감정적으로 동요하지 말고 잘 들어보자.
교장은 계속해서 말했다.
“여러분이 이 최고 학부를 졸업하다니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입니까! 이곳을 졸업하는 여러분은 모든 것을 이해하게 되었고, 모든 지식을 갖추게 되었으며, 앞으로 국가 대사는 여러분의 어깨에 달려있으니, 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입니까?” 교장은 길고도 가락이 있는 하품을 했다. “이상!”
두 명의 교사는 있는 힘껏 박수를 치고 학생들은 다시 떠들어댔다.
“외국인!” 다시 조용해졌다. “선생님들의 훈화 말씀이 있겠습니다.”
두 교사는 한참을 서로 사양하더니 결국 얼굴이 말린 호박처럼 비쩍 마른 교사가 앞으로 한 걸음 나왔다. 내가 보기에 이 교사는 비관주의자 같았다. 두 눈가에 커다란 눈물방울이 달려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아주 가련하고 애처롭게 말했다.
“여러분, 오늘 이 최고 학부를 졸업하다니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입니까!” 그의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떨어졌다. “우리나라의 학교는 모두 최고 학부입니다. 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입니까!” 눈물이 또 한 방울 떨어졌다. “여러분, 교장 선생님과 선생님들의 은혜를 잊지 마세요. 우리가 여러분의 선생이 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영광인지요. 하지만 어제 제 아내가 굶어 죽었답니다. 이 얼마나…….” 그의 눈물이 빗방울처럼 쏟아져 내렸다. 그는 한참을 버티다가 다시 말을 꺼냈다. “여러분, 선생님들의 은혜를 잊지 마세요. 돈이 많은 사람은 돈으로 좀 도와주고, 미혹나무 잎이 많은 사람은 미혹나무 잎으로 좀 도와주고요. 우리가 25년 동안 봉급을 받지 못했다는 건 여러분도 대충 알고 있죠? 여러분…….” 그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졸업장 수여가 있겠습니다.”
교장은 담벼락 밑에서 얇은 돌조각들을 옮겨왔다. 돌조각 위에는 무슨 글자들이 새겨진 것 같았는데 자세히 보이진 않았다. 교장은 돌조각을 발 앞에 두고 말했다. “이번 졸업식은 모두가 일등이니 얼마나 영광스럽습니까! 졸업장을 여기에 둘 테니 여러분은 아무거나 가져가세요. 다들 일등이니까 앞뒤 순서를 따질 필요가 없습니다. 그럼, 해산.”
교장과 다른 선생은 땅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비관주의자를 일으켜 세우고 천천히 걸어나갔다. 학생들은 졸업장을 챙기지도 않고 담벼락을 기어오르거나 땅바닥을 뒹굴며 난장판을 벌였다.
뭐지, 이 상황은? 난 어리둥절해서 죽을 것 같았다. 돌아가서 샤오셰에게 물어봐야겠다.
– 라오서의 『고양이 나라 이야기(猫城記)』(1933) 제17장
토론하기
(1) 묘국은 지난 200년 간의 교육개혁을 거치며 시험이 서서히 폐지되어 수업을 듣든 말든 때가 되면 졸업을 시킨 결과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대학을 졸업하는 기이한 광경을 연출하였다. 묘국의 망가진 교육제도가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에 대해 토론해보자.
(2) 만약 초등학교 입학부터 대학 또는 고등학교 졸업까지의 과정이 무의미/무가치한 것이 아니라면 그 속에서 무엇이 이루어져야 할까?
(3) 요즘 흔히 ‘교권의 실추’를 말한다. 본문에 등장하는 교사들은 권위가 전혀 없고 학생들을 통제하지 못한다. 교사가 학생들에 대한 통제력을 잃은 상황에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교사의 권위 또는 통제권이 어느 정도까지 인정되어야 할까? ‘학생의 인권’과 ‘교사의 권위’는 양립할 수 없을까?
해설읽기
‘나’는 샤오셰가 문화기관이 모여 있다고 알려준 거리로 나가 발길 닿는 대로 관찰을 시작하다가 한 무리의 아이들을 따라 어느 학교에 도착한다. 그 학교는 커다란 교문에 사방이 담벼락으로 둘러싸인 공터가 전부였다. 그곳 아이들은 땅바닥을 뒹굴거나 담벼락을 기어오르거나 담벼락에 낙서를 하는 등등 ‘쾌활하게’ 놀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의 ‘쾌활함’은 이내 ‘무질서함’으로 드러난다. 한참 뒤에 교사로 추정되는 어른 셋이 나타났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시끄럽게 떠드는 아이들은 무질서 그 자체다. 비쩍 말라서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세 사람에게 교사로서의 권위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아이들을 전혀 통제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중 한 명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쏟으며 학생들에게 동정을 구걸하기도 한다. 아이들의 난장판은 결국 “문 밖에 외국인이 있다!”는 말 한 마디로 간신히 정리된다. 보통 묘인들은 외국인을 몹시 두려워했으며 그건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는 ‘교권 붕괴’가 운위되는 오늘날 교실에서 교사가 학급 상황을 통제하지 못해 경찰 등과 같은 외부의 공권력을 빌려올 수밖에 없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국가 제창’, ‘황제에 대한 경례’, ‘신령님께 묵념’…이 일련의 의식을 마치고 교장이 내뱉은 “오늘은 여러분의 대학 졸업날”이라는 말에 ‘나’는 귀를 의심한다. 예닐곱 살 ‘조무래기’들이 대학졸업장을 받다니 무슨 영문인가? 기이한 졸업식을 끝까지 지켜보고도 의문이 풀리지 않은 ‘나’는 집에 돌아가 샤오셰에게 그 이유를 물어본다. 알고 보니 그건 초등학교 졸업식도 아니고 입학식이었다. 예닐곱살 아이들이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대학졸업장을 받게 된 배경에는 200여 년 전 외국으로부터 도입한 교육제도의 실패가 있었다.
묘국의 현실과 동떨어진 교육은 학생들의 사회진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고, 다양한 진로가 막힌 졸업생에게는 관료(오늘날로 치면 고위공무원)가 되거나 교원이 되는 두 가지 길 밖에 주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관료가 되는 길은 돈 있고 권력 있는 소수에게만 열려 있었고, 그렇지 못한 대다수는 교원 자리를 찾아 몰려들었다. 그러다 황제, 정치인, 군인들이 점점 교육 예산을 삭감하면서 교원들은 수업 대신 봉급 지불 운동에 전념하기 시작했고, 학생들은 그러한 선생님의 모습에 존경심이 사라지며 수업을 안 듣는 습관이 생겼다. 신교육 시행 초기에는 학교가 몇 개의 등급으로 나뉘고, 학생들은 단계별로 시험을 쳐야 졸업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교육개혁’을 거듭하면서 서서히 시험이 폐지되어 수업을 듣는 것과 무관하게 졸업장이 수여되더니, 극단적으로 수업이 없어져버렸다.
묘국은 이와 같은 방법으로 화성의 각 나라 가운데 대학 졸업생 배출 1위라는 영예를 얻었다. 이 방법은 황제와 교사, 학생과 학부모 모두에게 ‘이점’을 가져다주었다. 황제는 교육 예산을 지출할 필요가 없어졌고, 교육받은 학생들이 자신의 뜻에 반대하며 맞서는 골칫거리도 사라졌다. 교사는 모두 최고 학부의 대학교수가 되었고 가르치는 학생들은 모두 일등이 되었다. 하지만 일등은 뒤에 이등, 삼등부터 꼴등까지 줄 서 있을 때라야 의미가 있다. 교장이 “이번 졸업식은 모두가 일등”이라며 졸업장을 나누어주지만 졸업장에는 이름이 적혀 있지 않으며 아무도 졸업장을 소중하게 집으로 가져가지 않는다.
학생은 묘국에서 태어나 일찍 죽지만 않는다면 예닐곱살의 나이에 대학 졸업 ‘자격’을 얻었고, 학부모는 똑똑한 자녀를 둔 것을 자랑스러워 하는 한편 자녀교육비 문제가 해결되었다. 묘국에서 학교는 더 이상 배우기 위해 가는 곳이 아니라 자격증을 얻기 위해 가는 곳이 되었다. 하지만 모두에게 이롭다는 것은 샤오셰의 비아냥일 뿐 현실은 교육제도의 처절한 붕괴와 그로 인해 마지막 희망이 사라진 묘국의 어두운 미래였다. 묘국의 상황은 1930년대 중국의 현실을 다소 과장해서 풍자하고 있지만 오늘날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학교에 책걸상이나 칠판 하나 없이 담벼락과 공터만 남은 이유는 25년 동안 봉급을 받지 못한 교장과 교사들이 학교의 재산과 설비를 야금야금 팔아버렸기 때문이다. 학교에 더 이상 팔 물건이 남아있지 않자 교원들은 굶어 죽을 날만 기다리며 학생들에게 동정을 구걸하기도 한다. 그에게 교사답지 못함을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생계가 인륜을 압도하는 어두운 현실에서 어제 부인이 굶어 죽었는데도 상을 치르기는커녕 출근을 할 수밖에 없는 사정도 딱하다.
학교에서 참교육이 사라지면서 가정교사를 둘 형편이 안 되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배움의 기회를 상실했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교장과 교사라는 직함은 관직에 오르는 사다리로서 여전히 유용했기에, 공장에서 제품 찍어내듯 쏟아지는 ‘대학졸업생’은 너도나도 교원이 되기 위해 경쟁하고, 무너진 교육체계 속에서 묘인의 인격은 대를 거듭할수록 퇴보한다.
키워드
고양이별, 교육, 묘국, 미혹나무, 외국인, 입학, 졸업
전후맥락
묘국(猫國)에 바람이 부는 ‘움직이는 계절[動季]’이 오면 지주들은 미혹나무 잎[迷葉]을 수확하여 도시로 가지고 간다. ‘나’는 다셰(大蠍)가 미혹나무 잎을 수확하고 그것을 무사히 묘국의 수도인 묘성(猫城)으로 옮기도록 도와준다. 그 과정에서 광국(光國) 외국인을 만나 묘성 서쪽에 외국인들끼리 따로 모여 사는 곳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묘인과 묘성을 조금 더 깊고 가까이 관찰하고 싶었던 나는 외국인 거주구역으로 가지 않고 다셰의 집에서 머물기를 원한다. 하지만 미혹나무 잎을 집안으로 다 옮기고 나자 다셰는 볼 일이 끝났다는 듯 고맙다는 인사 한 마디는커녕 내가 집에서 머무는 것, 심지어 잠깐 구경만 하겠다는 것조차 갖은 핑계를 대며 거절한다. ‘나’는 다셰의 집에서 그의 아들인 샤오셰(小蠍)를 알게 되고, 아버지를 대신해서 문화사업을 관장하는 샤오셰의 도움을 받아 학교, 박물관, 도서관 등을 둘러볼 기회를 얻는다.
고전본문
나는 한 무리의 아이들을 따라 어느 학교에 도착했다. 그 학교는 커다란 문이 하나 있고 사방으로 담벼락이 공터를 둘러싸고 있었다. 아이들은 모두 안으로 들어가고 나는 문밖에서 지켜봤다. 땅바닥을 뒹구는 아이, 담벼락을 기어오르는 아이, 담벼락에 그림을 그리는 아이, 담 모퉁이에서 서로의 비밀을 자세히 살피는 아이 등 모두가 쾌활한 모습이었다. 선생님은 없었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마침내 어른 셋이 나타났다. 해골 모형처럼 비쩍 마른 것이 마치 태어나서 지금껏 한 번도 배불리 먹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그들은 손으로 담벼락을 짚고 천천히 발을 끌었는데 미풍이 불어올 때마다 딱 멈춰 서서 한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들은 천천히 교문 안으로 들어갔다. 아이들은 여전히 뒹굴고 기어오르고 떠들고 비밀 이야기를 나누었다. 세 사람은 땅바닥에 앉아 입을 벌리고 숨을 돌렸다. 아이들이 더욱 시끄럽게 떠들었다. 세 사람은 학생들로부터 미움을 사게 될까봐 두려운 듯 눈을 감고 귀를 막았다. 또 다시 얼마나 지났을까. 세 사람이 일제히 일어나 아이들에게 앉으라고 타일렀다. 학생들은 영원히 앉지 않으리라 결심한 듯했다. 또 다시 최소 한 시간 가량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앉지 않았다. 다행히 세 명의 선생——그들은 분명 선생이었을 것이다——이 나를 한 눈에 알아봤다. “문 밖에 외국인이 있다!” 고작 이 한 마디를 했을 뿐인데 아이들은 모두 담벼락을 향해 바로 앉고 아무도 감히 고개를 돌리지 못했다.
세 명의 선생 중 가운데 있는 사람이 교장 같았다. 그가 “먼저 국가 제창!”이라고 말했다. 아무도 부르지 않고 다들 멍하니 있었다. 교장은 다시 “다음은 황제에 대하여 경례!”라고 했다. 아무도 경례하지 않고 다들 멍하게 있을 뿐이었다. “신령님께 묵념!” 이쯤 되자 학생들은 외국인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렸는지 서로 밀치며 욕을 하기 시작했다. “외국인이 있다니까!” 모두들 다시 조용해졌다. “교장 선생님의 훈화 말씀이 있겠습니다.” 교장이 앞으로 성큼 한 걸음 나와 모두의 뒤통수를 향해 말했다.
“오늘은 여러분의 대학 졸업날입니다. 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입니까!”
나는 거의 기절할 뻔했다. 이 조무래기들이……대학 졸업이라고? 그래도 일단 감정적으로 동요하지 말고 잘 들어보자.
교장은 계속해서 말했다.
“여러분이 이 최고 학부를 졸업하다니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입니까! 이곳을 졸업하는 여러분은 모든 것을 이해하게 되었고, 모든 지식을 갖추게 되었으며, 앞으로 국가 대사는 여러분의 어깨에 달려있으니, 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입니까?” 교장은 길고도 가락이 있는 하품을 했다. “이상!”
두 명의 교사는 있는 힘껏 박수를 치고 학생들은 다시 떠들어댔다.
“외국인!” 다시 조용해졌다. “선생님들의 훈화 말씀이 있겠습니다.”
두 교사는 한참을 서로 사양하더니 결국 얼굴이 말린 호박처럼 비쩍 마른 교사가 앞으로 한 걸음 나왔다. 내가 보기에 이 교사는 비관주의자 같았다. 두 눈가에 커다란 눈물방울이 달려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아주 가련하고 애처롭게 말했다.
“여러분, 오늘 이 최고 학부를 졸업하다니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입니까!” 그의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떨어졌다. “우리나라의 학교는 모두 최고 학부입니다. 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입니까!” 눈물이 또 한 방울 떨어졌다. “여러분, 교장 선생님과 선생님들의 은혜를 잊지 마세요. 우리가 여러분의 선생이 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영광인지요. 하지만 어제 제 아내가 굶어 죽었답니다. 이 얼마나…….” 그의 눈물이 빗방울처럼 쏟아져 내렸다. 그는 한참을 버티다가 다시 말을 꺼냈다. “여러분, 선생님들의 은혜를 잊지 마세요. 돈이 많은 사람은 돈으로 좀 도와주고, 미혹나무 잎이 많은 사람은 미혹나무 잎으로 좀 도와주고요. 우리가 25년 동안 봉급을 받지 못했다는 건 여러분도 대충 알고 있죠? 여러분…….” 그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졸업장 수여가 있겠습니다.”
교장은 담벼락 밑에서 얇은 돌조각들을 옮겨왔다. 돌조각 위에는 무슨 글자들이 새겨진 것 같았는데 자세히 보이진 않았다. 교장은 돌조각을 발 앞에 두고 말했다. “이번 졸업식은 모두가 일등이니 얼마나 영광스럽습니까! 졸업장을 여기에 둘 테니 여러분은 아무거나 가져가세요. 다들 일등이니까 앞뒤 순서를 따질 필요가 없습니다. 그럼, 해산.”
교장과 다른 선생은 땅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비관주의자를 일으켜 세우고 천천히 걸어나갔다. 학생들은 졸업장을 챙기지도 않고 담벼락을 기어오르거나 땅바닥을 뒹굴며 난장판을 벌였다.
뭐지, 이 상황은? 난 어리둥절해서 죽을 것 같았다. 돌아가서 샤오셰에게 물어봐야겠다.
– 라오서의 『고양이 나라 이야기(猫城記)』(1933) 제17장
토론하기
(1) 묘국은 지난 200년 간의 교육개혁을 거치며 시험이 서서히 폐지되어 수업을 듣든 말든 때가 되면 졸업을 시킨 결과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대학을 졸업하는 기이한 광경을 연출하였다. 묘국의 망가진 교육제도가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에 대해 토론해보자.
(2) 만약 초등학교 입학부터 대학 또는 고등학교 졸업까지의 과정이 무의미/무가치한 것이 아니라면 그 속에서 무엇이 이루어져야 할까?
(3) 요즘 흔히 ‘교권의 실추’를 말한다. 본문에 등장하는 교사들은 권위가 전혀 없고 학생들을 통제하지 못한다. 교사가 학생들에 대한 통제력을 잃은 상황에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교사의 권위 또는 통제권이 어느 정도까지 인정되어야 할까? ‘학생의 인권’과 ‘교사의 권위’는 양립할 수 없을까?
해설읽기
‘나’는 샤오셰가 문화기관이 모여 있다고 알려준 거리로 나가 발길 닿는 대로 관찰을 시작하다가 한 무리의 아이들을 따라 어느 학교에 도착한다. 그 학교는 커다란 교문에 사방이 담벼락으로 둘러싸인 공터가 전부였다. 그곳 아이들은 땅바닥을 뒹굴거나 담벼락을 기어오르거나 담벼락에 낙서를 하는 등등 ‘쾌활하게’ 놀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의 ‘쾌활함’은 이내 ‘무질서함’으로 드러난다. 한참 뒤에 교사로 추정되는 어른 셋이 나타났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시끄럽게 떠드는 아이들은 무질서 그 자체다. 비쩍 말라서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세 사람에게 교사로서의 권위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아이들을 전혀 통제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중 한 명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쏟으며 학생들에게 동정을 구걸하기도 한다. 아이들의 난장판은 결국 “문 밖에 외국인이 있다!”는 말 한 마디로 간신히 정리된다. 보통 묘인들은 외국인을 몹시 두려워했으며 그건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는 ‘교권 붕괴’가 운위되는 오늘날 교실에서 교사가 학급 상황을 통제하지 못해 경찰 등과 같은 외부의 공권력을 빌려올 수밖에 없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국가 제창’, ‘황제에 대한 경례’, ‘신령님께 묵념’…이 일련의 의식을 마치고 교장이 내뱉은 “오늘은 여러분의 대학 졸업날”이라는 말에 ‘나’는 귀를 의심한다. 예닐곱 살 ‘조무래기’들이 대학졸업장을 받다니 무슨 영문인가? 기이한 졸업식을 끝까지 지켜보고도 의문이 풀리지 않은 ‘나’는 집에 돌아가 샤오셰에게 그 이유를 물어본다. 알고 보니 그건 초등학교 졸업식도 아니고 입학식이었다. 예닐곱살 아이들이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대학졸업장을 받게 된 배경에는 200여 년 전 외국으로부터 도입한 교육제도의 실패가 있었다.
묘국의 현실과 동떨어진 교육은 학생들의 사회진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고, 다양한 진로가 막힌 졸업생에게는 관료(오늘날로 치면 고위공무원)가 되거나 교원이 되는 두 가지 길 밖에 주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관료가 되는 길은 돈 있고 권력 있는 소수에게만 열려 있었고, 그렇지 못한 대다수는 교원 자리를 찾아 몰려들었다. 그러다 황제, 정치인, 군인들이 점점 교육 예산을 삭감하면서 교원들은 수업 대신 봉급 지불 운동에 전념하기 시작했고, 학생들은 그러한 선생님의 모습에 존경심이 사라지며 수업을 안 듣는 습관이 생겼다. 신교육 시행 초기에는 학교가 몇 개의 등급으로 나뉘고, 학생들은 단계별로 시험을 쳐야 졸업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교육개혁’을 거듭하면서 서서히 시험이 폐지되어 수업을 듣는 것과 무관하게 졸업장이 수여되더니, 극단적으로 수업이 없어져버렸다.
묘국은 이와 같은 방법으로 화성의 각 나라 가운데 대학 졸업생 배출 1위라는 영예를 얻었다. 이 방법은 황제와 교사, 학생과 학부모 모두에게 ‘이점’을 가져다주었다. 황제는 교육 예산을 지출할 필요가 없어졌고, 교육받은 학생들이 자신의 뜻에 반대하며 맞서는 골칫거리도 사라졌다. 교사는 모두 최고 학부의 대학교수가 되었고 가르치는 학생들은 모두 일등이 되었다. 하지만 일등은 뒤에 이등, 삼등부터 꼴등까지 줄 서 있을 때라야 의미가 있다. 교장이 “이번 졸업식은 모두가 일등”이라며 졸업장을 나누어주지만 졸업장에는 이름이 적혀 있지 않으며 아무도 졸업장을 소중하게 집으로 가져가지 않는다.
학생은 묘국에서 태어나 일찍 죽지만 않는다면 예닐곱살의 나이에 대학 졸업 ‘자격’을 얻었고, 학부모는 똑똑한 자녀를 둔 것을 자랑스러워 하는 한편 자녀교육비 문제가 해결되었다. 묘국에서 학교는 더 이상 배우기 위해 가는 곳이 아니라 자격증을 얻기 위해 가는 곳이 되었다. 하지만 모두에게 이롭다는 것은 샤오셰의 비아냥일 뿐 현실은 교육제도의 처절한 붕괴와 그로 인해 마지막 희망이 사라진 묘국의 어두운 미래였다. 묘국의 상황은 1930년대 중국의 현실을 다소 과장해서 풍자하고 있지만 오늘날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학교에 책걸상이나 칠판 하나 없이 담벼락과 공터만 남은 이유는 25년 동안 봉급을 받지 못한 교장과 교사들이 학교의 재산과 설비를 야금야금 팔아버렸기 때문이다. 학교에 더 이상 팔 물건이 남아있지 않자 교원들은 굶어 죽을 날만 기다리며 학생들에게 동정을 구걸하기도 한다. 그에게 교사답지 못함을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생계가 인륜을 압도하는 어두운 현실에서 어제 부인이 굶어 죽었는데도 상을 치르기는커녕 출근을 할 수밖에 없는 사정도 딱하다.
학교에서 참교육이 사라지면서 가정교사를 둘 형편이 안 되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배움의 기회를 상실했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교장과 교사라는 직함은 관직에 오르는 사다리로서 여전히 유용했기에, 공장에서 제품 찍어내듯 쏟아지는 ‘대학졸업생’은 너도나도 교원이 되기 위해 경쟁하고, 무너진 교육체계 속에서 묘인의 인격은 대를 거듭할수록 퇴보한다.
키워드
고양이별, 교육, 묘국, 미혹나무, 외국인, 입학,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