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맥락
불경죄로 고발 당하여 법정에 선 소크라테스는 오래 전부터 아테네 시민들 사이에서 “지혜로운 자(sophos)”라는 말을 들어왔다. 그런데 이 “지혜로운 자”라는 말에는 긍정적인 의미도 들어있지만, ‘돈을 받고 덕을 가르치는 자’, 혹은 ‘궤변론자’를 일컫는 소피스트(sophistes)를 함축하는 부정적인 의미 또한 들어있다. 소크라테스는 이 부정적인 소문이 현재 자신에 대해 이루어진 고발에 영향을 끼쳤으리라 생각하고, 이 소문의 원인을 밝혀 오해를 풀고자 한다.
고전본문
여러분은 아마 카이레폰을 알 것입니다. […] 그런 그가 한번은 델피에 가서는 ⓵ 감히 신탁에 다음과 같은 것을 물었다고 합니다. – 앞서도 말했지만 부디 소란을 피우지 말아주세요! – 그러니까 그는 나보다 더 지혜로운 사람이 있는지를 물었던 것입니다. 그랬더니 퓌티아가 나보다 더 지혜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대답했답니다. […] 그 말을 듣고 나는 마음속으로 다음과 같이 생각했습니다. ⓶ ‘신은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이며, 그가 낸 이 수수께끼는 도대체 무슨 뜻일까? 나는 나 자신인 크든 작든 어떤 것에 대해서도 지혜롭지 않다는 걸 알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도 내가 가장 지혜롭다고 주장한다면, 신은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신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거늘. 그건 신에게 허용되는 일이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오랜 시간 동안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를 놓고 고심했습니다. 결국 그것을 탐색해보기로 어렵사리 방향을 잡았지요.
토론하기
(1) 고대 그리스의 신전인 델피 신전에는 “너 자신을 알라”라는 신들의 경고가 새겨져 있다. 흔히 소크라테스가 한 말로 잘못 전해지고 있는 말이지만, 위의 대목을 참고하여 신전에 새겨진 경구의 의미를 생각해보자.
(2)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지혜에 관한 신탁을 전해 듣고 깜짝 놀라서 ‘신에게는 거짓말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중얼거린다. 그런데 신에게 허용되지 않는 것이 과연 있을까? 만일 신에게 허용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신이 전지전능하다’는 관념은 잘못된 것일까? 거꾸로 만일 신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면, 거짓말을 비롯한 세상의 온갖 나쁜 일도 신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해설읽기
소크라테스는 신을 믿지 않았다는 불경의 죄로 고발당하여 법정에 섰다. 그런데 그에 대해서는 아주 오래 전부터 사람들 사이에서 안 좋은 소문이 돌고 있었다. 그것은 소크라테스가 ‘지혜로운 사람으로서 자연을 탐구할 뿐만 아니라 약한 주장을 강한 주장으로 바꿀 수 있는 무시무시한 언변을 지닌 자’라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을 둘러싼 이 오래 된 소문이 지금의 고발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 보고, 자기가 어떻게 해서 ‘지혜로운 자’라는 평판을 얻게 되었는지를 해명하려고 시도한다.
소크라테스에 따르면, 그 평판의 기원은 인간이 아니라 바로 신으로부터 유래한 것이었다. 카이레폰이라는 친구가 델피라는 도시를 여행했을 때, 그곳의 신전에 들러 소크라테스보다 더 지혜로운 사람이 있는지를 신에게 물었고, 델피의 신은 영매인 퓌티아의 입을 통해 소크라테스보다 더 지혜로운 사람은 없다고 답했다는 것이다(⓵). 신이 영매(靈媒)나 무당을 매개로 하여 자신의 뜻을 전하는 것을 신탁(神託)이라고 하는데, 위의 대목에 따르면, 델피의 신은 소크라테스가 인간들 가운데 가장 지혜롭다고 응답한 셈이다. 하지만 정작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소크라테스는 혼란에 빠졌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그는 지금까지 자신이 지혜롭기는커녕 무지하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 것은 자신이 지혜롭다는 응답이 인간이 아닌 신의 말이라는 데 있다. 왜냐하면 그가 알기로 신은 거짓말을 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는 이것을 좀 더 강하게 표현하여 신에게는 거짓말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한다(⓶). 소크라테스의 자기 확신과 신탁의 내용은 서로 대립 관계 하에 놓이게 된다. 신탁은 소크라테스가 인간들 가운데 가장 지혜롭다고 답했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스스로 무지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만일 소크라테스가 맞다면 신이 틀린 것이다. 그러나 신에게는 거짓말이 허용되지 않는다. 반면에 신탁이 맞다면 소크라테스의 자기 확신이 틀린 것이 된다. 하지만 스스로에 대한 앎만큼 자명한 것은 없다. 이러한 딜레마 앞에서 소크라테스는 덮어놓고 신탁의 권위를 인정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자기 확신을 내세우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는 신탁의 응답이 과연 참인지를 검증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소크라테스가 신탁의 내용에 당황해했다는 이 짧은 일화는 예로부터 철학자들과 종교인들 사이에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우선 “신에게는 거짓말이 허용되지 않는다”라는 대목이 문제시 되었다. 그리스의 전통 신화에는 다양한 신들이 등장하는데, 그들은 대부분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그 행동이나 성격도 인간과 유사하게 그려졌다. 신들이 인간과 구별되는 점은 늙지도 죽지도 않고, 인간에 비해 훨씬 더 강력하며, 미래를 비롯하여 더 많은 것들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도덕적인 면에서 신들은 인간과 비슷하게 묘사되곤 했다. 그래서 신들은 인간처럼 질투를 하거나, 속임수를 쓰기도 하고, 간통이나 납치를 벌이기도 했다. 소크라테스가 보기에 도덕적으로 부정적인 측면은 신의 속성에 속할 수 없는 것이었다. 신은 그 능력에 있어서만 우월한 것이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우월한 존재여야 했다. 그런 의미에서 도덕적으로 부정적인 함축을 담고 있는 거짓말은 신들에게 속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러한 주장은 신의 도덕적 위상을 새롭게 바라보았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이었겠지만, 동시대인들에게는 전통 신화 속의 신들의 권위에 대한 도전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신에게 거짓말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주장은 신의 한계를 의미하며, 중세 이후 전지전능한 신 관념과 대립되면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키워드
거짓, 선과 악, 신, 신탁, 전능함
전후맥락
불경죄로 고발 당하여 법정에 선 소크라테스는 오래 전부터 아테네 시민들 사이에서 “지혜로운 자(sophos)”라는 말을 들어왔다. 그런데 이 “지혜로운 자”라는 말에는 긍정적인 의미도 들어있지만, ‘돈을 받고 덕을 가르치는 자’, 혹은 ‘궤변론자’를 일컫는 소피스트(sophistes)를 함축하는 부정적인 의미 또한 들어있다. 소크라테스는 이 부정적인 소문이 현재 자신에 대해 이루어진 고발에 영향을 끼쳤으리라 생각하고, 이 소문의 원인을 밝혀 오해를 풀고자 한다.
고전본문
여러분은 아마 카이레폰을 알 것입니다. […] 그런 그가 한번은 델피에 가서는 ⓵ 감히 신탁에 다음과 같은 것을 물었다고 합니다. – 앞서도 말했지만 부디 소란을 피우지 말아주세요! – 그러니까 그는 나보다 더 지혜로운 사람이 있는지를 물었던 것입니다. 그랬더니 퓌티아가 나보다 더 지혜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대답했답니다. […] 그 말을 듣고 나는 마음속으로 다음과 같이 생각했습니다. ⓶ ‘신은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이며, 그가 낸 이 수수께끼는 도대체 무슨 뜻일까? 나는 나 자신인 크든 작든 어떤 것에 대해서도 지혜롭지 않다는 걸 알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도 내가 가장 지혜롭다고 주장한다면, 신은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신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거늘. 그건 신에게 허용되는 일이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오랜 시간 동안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를 놓고 고심했습니다. 결국 그것을 탐색해보기로 어렵사리 방향을 잡았지요.
토론하기
(1) 고대 그리스의 신전인 델피 신전에는 “너 자신을 알라”라는 신들의 경고가 새겨져 있다. 흔히 소크라테스가 한 말로 잘못 전해지고 있는 말이지만, 위의 대목을 참고하여 신전에 새겨진 경구의 의미를 생각해보자.
(2)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지혜에 관한 신탁을 전해 듣고 깜짝 놀라서 ‘신에게는 거짓말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중얼거린다. 그런데 신에게 허용되지 않는 것이 과연 있을까? 만일 신에게 허용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신이 전지전능하다’는 관념은 잘못된 것일까? 거꾸로 만일 신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면, 거짓말을 비롯한 세상의 온갖 나쁜 일도 신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해설읽기
소크라테스는 신을 믿지 않았다는 불경의 죄로 고발당하여 법정에 섰다. 그런데 그에 대해서는 아주 오래 전부터 사람들 사이에서 안 좋은 소문이 돌고 있었다. 그것은 소크라테스가 ‘지혜로운 사람으로서 자연을 탐구할 뿐만 아니라 약한 주장을 강한 주장으로 바꿀 수 있는 무시무시한 언변을 지닌 자’라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을 둘러싼 이 오래 된 소문이 지금의 고발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 보고, 자기가 어떻게 해서 ‘지혜로운 자’라는 평판을 얻게 되었는지를 해명하려고 시도한다.
소크라테스에 따르면, 그 평판의 기원은 인간이 아니라 바로 신으로부터 유래한 것이었다. 카이레폰이라는 친구가 델피라는 도시를 여행했을 때, 그곳의 신전에 들러 소크라테스보다 더 지혜로운 사람이 있는지를 신에게 물었고, 델피의 신은 영매인 퓌티아의 입을 통해 소크라테스보다 더 지혜로운 사람은 없다고 답했다는 것이다(⓵). 신이 영매(靈媒)나 무당을 매개로 하여 자신의 뜻을 전하는 것을 신탁(神託)이라고 하는데, 위의 대목에 따르면, 델피의 신은 소크라테스가 인간들 가운데 가장 지혜롭다고 응답한 셈이다. 하지만 정작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소크라테스는 혼란에 빠졌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그는 지금까지 자신이 지혜롭기는커녕 무지하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 것은 자신이 지혜롭다는 응답이 인간이 아닌 신의 말이라는 데 있다. 왜냐하면 그가 알기로 신은 거짓말을 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는 이것을 좀 더 강하게 표현하여 신에게는 거짓말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한다(⓶). 소크라테스의 자기 확신과 신탁의 내용은 서로 대립 관계 하에 놓이게 된다. 신탁은 소크라테스가 인간들 가운데 가장 지혜롭다고 답했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스스로 무지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만일 소크라테스가 맞다면 신이 틀린 것이다. 그러나 신에게는 거짓말이 허용되지 않는다. 반면에 신탁이 맞다면 소크라테스의 자기 확신이 틀린 것이 된다. 하지만 스스로에 대한 앎만큼 자명한 것은 없다. 이러한 딜레마 앞에서 소크라테스는 덮어놓고 신탁의 권위를 인정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자기 확신을 내세우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는 신탁의 응답이 과연 참인지를 검증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소크라테스가 신탁의 내용에 당황해했다는 이 짧은 일화는 예로부터 철학자들과 종교인들 사이에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우선 “신에게는 거짓말이 허용되지 않는다”라는 대목이 문제시 되었다. 그리스의 전통 신화에는 다양한 신들이 등장하는데, 그들은 대부분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그 행동이나 성격도 인간과 유사하게 그려졌다. 신들이 인간과 구별되는 점은 늙지도 죽지도 않고, 인간에 비해 훨씬 더 강력하며, 미래를 비롯하여 더 많은 것들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도덕적인 면에서 신들은 인간과 비슷하게 묘사되곤 했다. 그래서 신들은 인간처럼 질투를 하거나, 속임수를 쓰기도 하고, 간통이나 납치를 벌이기도 했다. 소크라테스가 보기에 도덕적으로 부정적인 측면은 신의 속성에 속할 수 없는 것이었다. 신은 그 능력에 있어서만 우월한 것이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우월한 존재여야 했다. 그런 의미에서 도덕적으로 부정적인 함축을 담고 있는 거짓말은 신들에게 속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러한 주장은 신의 도덕적 위상을 새롭게 바라보았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이었겠지만, 동시대인들에게는 전통 신화 속의 신들의 권위에 대한 도전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신에게 거짓말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주장은 신의 한계를 의미하며, 중세 이후 전지전능한 신 관념과 대립되면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키워드
거짓, 선과 악, 신, 신탁, 전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