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맥락
헤시오도스는 『신들의 계보』에서 평화의 탄생에 대해서도 신화적 설명을 제시한다. 그는 평화, 즉 에이레네를 제우스와 테미스가 낳은 호라이 여신들 중 막내딸로 묘사하는데, 에이레네의 탄생에 이르기까지, 세계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 형성되었다고 한다.
하늘의 신 우라노스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와 결합하여 12명의 티탄들과 각기 3명씩의 헤카톤케이르 그리고 퀴클롭스들을 잉태시킨다. 그러나 그는 통치자의 자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자식들이 세상에 나오지 못하도록 성적 결합 상태를 유지했다. 결국 가이아는 티탄들과 연합하여 우라노스의 성기를 거세하여 속박에서 풀려나고, 중심 역할을 담당한 막내 크로노스가 우라노스의 뒤를 이어 세계의 2대 지배자가 된다. 그러나 크로노스도 권력을 다른 신에게 넘겨주고 싶지 않아 다른 부류의 형제들인 헤카톤케이르와 퀴클롭스 삼형제를 가이아의 자궁 속에서 꺼내주지 않는 한편, 아내 레아가 출산을 하는 즉시 자식들을 집어 삼켰다. 그러자 레아도 크로노스를 속이기로 마음먹고, 막내 제우스를 낳았을 때, 제우스 대신 큼직한 돌을 보자기에 싸서 크로노스에게 건네는 대신, 제우스를 아버지 몰래 지상에서 자라도록 한다. 장성한 제우스는 아버지 크로노스의 뱃속에서 자신의 형제자매들을 구출한 뒤, 티탄 신들과 전쟁을 벌여 승리함으로써 세계의 새로운 통치자가 된다. 이후 제우스는 여신들과의 결혼함으로써 여러 자식 세대의 신들을 낳게 되는데, 에이레네의 탄생이 설명되는 곳은 바로 이 대목이다.
고전본문
가장 박식한 메티스를 첫 번째 아내로 삼았다. 그러나 그녀가 빛나는 눈의 여신 아테나를 낳기로 정해져 있을 때, 그는 꾀와 아첨하는 말로 속여 그녀를 자기 몸속에 넣었다.
영민한 가이아와 별과 같이 번쩍이는 우라노스를 따라. 불멸하는 신들 가운데 다른 신이 제우스 대신 왕이 되지 못하도록 이들이 그에게 그렇게 말해주었으니까.
메티스는 영리한 아이들을 낳게 되어 있었으니까. 비록 우선 그녀는 기백과 슬기에서 아비에 못지않은 빛나는 눈의 처녀 트리토게네이아를 낳지만, 그 다음으로 거만한 마음을 가지고 있고 신들과 인간들의 왕이 될 운명인 자식을 낳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제우스는 한발 앞서 메티스를 당신 몸속에 넣으셨다. 두 번째로 그는 윤기있는 테미스와 혼인했는데, 그녀는 호라이를, 즉 에우노미아, 디케 그리고 번영하는 에이레네를 낳았으니, 그들이 필멸하는 인간들의 일을 돌본다.
(『신들의 계보』, 886-906.)
토론하기
(1)『신들의 계보』는 평화의 여신 에이레네의 탄생기를 담고 있다. 위 이야기를 토대로, 평화의 상태를 달성하기 위하여 갖추어야 할 조건에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보자.
(2)평화의 필요조건으로 무엇을 추가로 제시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고, 평화를 위한 조건들로 언급한 모든 것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지 논거와 함께 이야기해보자.
해설읽기
헤시오도스는 에이레네를 제우스가 테미스와 결합해 낳은 딸로 묘사하고 있다. 테미스는 제우스의 두 번째 아내이자 우라노스와 가이아의 딸이다. 그녀는 여성 티탄들과 자매지간이기 때문에 제우스의 첫 번째 부인인 메티스보다도 오래된 여신이다. ‘테미스θέμις’는 법률들 가운데 성문법의 존재 이전부터 사회의 기반으로서 관습에 의해 굳어진 관습법이나 신 혹은 왕의 판결 등을 뜻한다. 즉, 여신 테미스는 예스러운 의미에서 법률의 알레고리이다. 그러한 그녀의 권능은 작게는 인간 세계의 자연법과 불문법에 미쳤고 크게는 우주 전체의 작동원리나 규칙과 관련이 있었다. 계절의 변화와 같은 자연의 순환도 테미스의 관할이었다.
테미스는 제우스와 결합해 호라이Ὥραι와 모이라이Μοῖραι를 낳는데 에이레네가 속해있는 그룹은 호라이 여신들 쪽이다. 이들은 계절을 담당하는 세 명의 여신들로, 초창기 그들은 테미스의 권능을 이어받아 계절의 순환을 관장하고 확고한 법칙에 따라 움직이며 질서를 벗어나거나 속이지 않고 정직한 성격을 가진 여신들이었지만, 나중에는 점차 아프로디테를 수행하는 보조 여신들로 격하되는 경향이 있다. 호라이 세 자매는 에우노미아Εὐνουμία와 디케Δίκῃ 그리고 에이레네Εἰρήνη로 이루어져 있다. 에우노미아는 규칙과 질서 또는 그에 대한 준수를, 디케와 에이레네는 각기 정의와 평화를 의미한다.
에이레네가 제우스의 두 번째 부인인 테미스가 낳은 호라이 중 막내로 그려진다는 사실은 평화가 여러 바람직한 가치들이 조화와 화합을 이루어 달성되는 이상적 상태임을 시사한다. 이는 평화를 단순히 전쟁의 반대나 부재로 이해하는 단순한 관점에서 지성적으로 한 걸음 진보한 이해 방식이다. 에이레네가 태어나기에 앞서 메티스와 그로부터 얻은 아테나 그리고 테미스와 그녀에게서 나온 에우노미아와 디케의 탄생이 선행되었다. 그리고 이들은 각기 지혜와 전쟁 및 승리 그리고 법률과 준법, 정의의 알레고리들이었다. 이제 우리는 헤시오도스의 신화 속 신명을 각 신들이 의미하는 가치로 치환하고 정리해볼 수 있다. 그로부터 평화란, ‘공동체가 밖으로는 지혜에서 비롯되는 전쟁에서의 승리를 뒷받침할 수 있고, 안으로는 법률에 토대를 두는 가운데 시민들이 그것을 준수하여 정의를 올바르게 추구할 수 있을 때 달성되는 가치‘로서 여러 바람직한 덕목들이 이루는 조화와 화합의 상태라는 메시지를 유추해볼 수 있다.
키워드
에이레네, 원인, 전쟁, 조건, 평화, 폴레모스, 헤시오도스
전후맥락
헤시오도스는 『신들의 계보』에서 평화의 탄생에 대해서도 신화적 설명을 제시한다. 그는 평화, 즉 에이레네를 제우스와 테미스가 낳은 호라이 여신들 중 막내딸로 묘사하는데, 에이레네의 탄생에 이르기까지, 세계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 형성되었다고 한다.
하늘의 신 우라노스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와 결합하여 12명의 티탄들과 각기 3명씩의 헤카톤케이르 그리고 퀴클롭스들을 잉태시킨다. 그러나 그는 통치자의 자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자식들이 세상에 나오지 못하도록 성적 결합 상태를 유지했다. 결국 가이아는 티탄들과 연합하여 우라노스의 성기를 거세하여 속박에서 풀려나고, 중심 역할을 담당한 막내 크로노스가 우라노스의 뒤를 이어 세계의 2대 지배자가 된다. 그러나 크로노스도 권력을 다른 신에게 넘겨주고 싶지 않아 다른 부류의 형제들인 헤카톤케이르와 퀴클롭스 삼형제를 가이아의 자궁 속에서 꺼내주지 않는 한편, 아내 레아가 출산을 하는 즉시 자식들을 집어 삼켰다. 그러자 레아도 크로노스를 속이기로 마음먹고, 막내 제우스를 낳았을 때, 제우스 대신 큼직한 돌을 보자기에 싸서 크로노스에게 건네는 대신, 제우스를 아버지 몰래 지상에서 자라도록 한다. 장성한 제우스는 아버지 크로노스의 뱃속에서 자신의 형제자매들을 구출한 뒤, 티탄 신들과 전쟁을 벌여 승리함으로써 세계의 새로운 통치자가 된다. 이후 제우스는 여신들과의 결혼함으로써 여러 자식 세대의 신들을 낳게 되는데, 에이레네의 탄생이 설명되는 곳은 바로 이 대목이다.
고전본문
가장 박식한 메티스를 첫 번째 아내로 삼았다. 그러나 그녀가 빛나는 눈의 여신 아테나를 낳기로 정해져 있을 때, 그는 꾀와 아첨하는 말로 속여 그녀를 자기 몸속에 넣었다.
영민한 가이아와 별과 같이 번쩍이는 우라노스를 따라. 불멸하는 신들 가운데 다른 신이 제우스 대신 왕이 되지 못하도록 이들이 그에게 그렇게 말해주었으니까.
메티스는 영리한 아이들을 낳게 되어 있었으니까. 비록 우선 그녀는 기백과 슬기에서 아비에 못지않은 빛나는 눈의 처녀 트리토게네이아를 낳지만, 그 다음으로 거만한 마음을 가지고 있고 신들과 인간들의 왕이 될 운명인 자식을 낳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제우스는 한발 앞서 메티스를 당신 몸속에 넣으셨다. 두 번째로 그는 윤기있는 테미스와 혼인했는데, 그녀는 호라이를, 즉 에우노미아, 디케 그리고 번영하는 에이레네를 낳았으니, 그들이 필멸하는 인간들의 일을 돌본다.
(『신들의 계보』, 886-906.)
토론하기
(1)『신들의 계보』는 평화의 여신 에이레네의 탄생기를 담고 있다. 위 이야기를 토대로, 평화의 상태를 달성하기 위하여 갖추어야 할 조건에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보자.
(2)평화의 필요조건으로 무엇을 추가로 제시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고, 평화를 위한 조건들로 언급한 모든 것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지 논거와 함께 이야기해보자.
해설읽기
헤시오도스는 에이레네를 제우스가 테미스와 결합해 낳은 딸로 묘사하고 있다. 테미스는 제우스의 두 번째 아내이자 우라노스와 가이아의 딸이다. 그녀는 여성 티탄들과 자매지간이기 때문에 제우스의 첫 번째 부인인 메티스보다도 오래된 여신이다. ‘테미스θέμις’는 법률들 가운데 성문법의 존재 이전부터 사회의 기반으로서 관습에 의해 굳어진 관습법이나 신 혹은 왕의 판결 등을 뜻한다. 즉, 여신 테미스는 예스러운 의미에서 법률의 알레고리이다. 그러한 그녀의 권능은 작게는 인간 세계의 자연법과 불문법에 미쳤고 크게는 우주 전체의 작동원리나 규칙과 관련이 있었다. 계절의 변화와 같은 자연의 순환도 테미스의 관할이었다.
테미스는 제우스와 결합해 호라이Ὥραι와 모이라이Μοῖραι를 낳는데 에이레네가 속해있는 그룹은 호라이 여신들 쪽이다. 이들은 계절을 담당하는 세 명의 여신들로, 초창기 그들은 테미스의 권능을 이어받아 계절의 순환을 관장하고 확고한 법칙에 따라 움직이며 질서를 벗어나거나 속이지 않고 정직한 성격을 가진 여신들이었지만, 나중에는 점차 아프로디테를 수행하는 보조 여신들로 격하되는 경향이 있다. 호라이 세 자매는 에우노미아Εὐνουμία와 디케Δίκῃ 그리고 에이레네Εἰρήνη로 이루어져 있다. 에우노미아는 규칙과 질서 또는 그에 대한 준수를, 디케와 에이레네는 각기 정의와 평화를 의미한다.
에이레네가 제우스의 두 번째 부인인 테미스가 낳은 호라이 중 막내로 그려진다는 사실은 평화가 여러 바람직한 가치들이 조화와 화합을 이루어 달성되는 이상적 상태임을 시사한다. 이는 평화를 단순히 전쟁의 반대나 부재로 이해하는 단순한 관점에서 지성적으로 한 걸음 진보한 이해 방식이다. 에이레네가 태어나기에 앞서 메티스와 그로부터 얻은 아테나 그리고 테미스와 그녀에게서 나온 에우노미아와 디케의 탄생이 선행되었다. 그리고 이들은 각기 지혜와 전쟁 및 승리 그리고 법률과 준법, 정의의 알레고리들이었다. 이제 우리는 헤시오도스의 신화 속 신명을 각 신들이 의미하는 가치로 치환하고 정리해볼 수 있다. 그로부터 평화란, ‘공동체가 밖으로는 지혜에서 비롯되는 전쟁에서의 승리를 뒷받침할 수 있고, 안으로는 법률에 토대를 두는 가운데 시민들이 그것을 준수하여 정의를 올바르게 추구할 수 있을 때 달성되는 가치‘로서 여러 바람직한 덕목들이 이루는 조화와 화합의 상태라는 메시지를 유추해볼 수 있다.
키워드
에이레네, 원인, 전쟁, 조건, 평화, 폴레모스, 헤시오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