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식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지식을 습득하지 않으면 사회에서 도태되기 쉽다. 그래서 우리는 남에게 뒤지지 않으려고 지식을 열심히 쌓는다. 여러 지식에 대한 수요 때문에 지식을 파는 사업이 번창한다. 여기서 우리는 물건을 쌓듯이 지식 창고에 잡다한 지식을 쌓는 우리의 세태를 한 번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서양의 근대 지식인들은 인간의 지식이 발전하는 것을 보면서 멋진 미래를 상상했다. 하지만 루소와 같이 당대 지식들의 낙관론을 비판하는 지식인들도 있었다. 중국의 노자도 지식이 늘어가는 것에 대해서 걱정했다. 지식의 발전과 확대는 분명 인간에게 유용하다. 하지만 많은 지식이 반드시 우리를 이롭게 하는지 동시에 생각해 보자.
베이컨은 인류를 해로운 미신과 편견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큰 계획을 세웠다. <신기관>은 그 계획를 구체화하기 위한 방법을 기술한 책이다. 이 책의 초반부는 유명한 네 가지 우상에 대한 내용으로 되어 있다. 우상은 인간의 객관적, 과학적 사고를 방해하는 뿌리깊은 편견들을 의미한다. 종족의 우상은 모든 인간이 감정과 충동에 이끌리는 성향을 의미하고, 동굴의 우상은 개개인들이 특수한 환경에서 얻게 되는 편견을 의미한다. 시장의 우상은 언어의 기만적 힘을 말하고, 극장의 우상은 불합리한 전통을 맹목적으로 따르려는 성향을 의미한다. 베이컨은 그 이전의 학문들이 네 우상론에서 말하는 여러 뿌리 깊은 잘못된 성향에 물들어 있다고 진단하고, 자신의 새로운 지적 기획의의 청사진을 제시한다.
고전본문
지금까지 학문에 종사해온 사람들은 실험을 하는 사람들 아니면 독단에 빠져 있는 사람 둘 중의 하나이다. 실험에 종사한 사람들을 개미에 비유할 수 있다. 그들은 수집하고 사용하는 것만 한다. 추론가들은 거미를 닮았다. 그들은 자기가 갖고 있는 재료로 집을 짓는다. 하지만 꿀벌은 둘 사이의 중간의 길을 취한다. 그것은 정원이나 들판의 꽃들에서 재료를 모아서, 자기 힘으로 그것을 변형시켜 소화한다. 참된 철학이 하는 일은 이와 다르지 않다. 참된 철학은 정신의 힘에만 또는 주로 그것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역시 그것은 자연사와 기계적 실험으로부터 재료를 취해서 기억 속에 있는 그대로 비축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지성 속에 축적되어 변형되고 소화된다. 따라서 이 두 능력, 즉 순수한 결합을 통해서 경험적인 것과 이성적인 것 사이의 결합 (아직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은)이 상당히 기대될 수 있을 것이다.
-프랜시스 베이컨, <신기관> 1권 중에서
토론하기
1) 위의 글에서 개미, 거미, 꿀벌이 의미하는 바를 말해 봅시다.
(2) 베이컨이 세 종류의 지식인을 구분한 것과 각 지식인의 특성에 대한 설명에 동의하십니까?
(3) 학습자의 입장에서 베이컨의 새로운 지식의 청사진에 동의하십니까?
해설읽기
서양 중세 기독교 사회에서는 신의 계시, 더 구체적으로 성서가 진리의 척도로 여겨졌고, 성서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은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는 일이었다. 문예부흥(Renaissance)과 종교개혁을 거치면서 교회와 성서의 절대적 권위가 점점 침식당하게 되었다. 이제 지식인들은 신에 대한 문제보다는 인간 자체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특히, 신이 아닌 인간이 진리의 척도가 되었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 지식이 획득되고, 어떤 기준으로 그 지식이 진리인지를 판단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흔히, 합리론이라고 부르는 흐름에서는 인간의 이성이 생산해 낸 지식이 참된 지식이라고 생각했다. 반면, 경험론이라고 부르는 흐름에서는 인간의 감각기관으로 획득한 경험적인 지식이 진리의 기초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반적으로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은 바로 두 번째 경험론의 선구자로 알려져 있다.
베이컨의 새로운 학문 기획을 표현한 책이 바로 <신기관>(Nuvum Organum)이라는 책이다. 우리 오르가눔(Organum)이라는 단어가 한글로 기관이라고 번역되었 있지만, 오르가움은 원래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을 일컫는 말이었다. 논리학은 사고의 방법, 도구를 의미하기 때문에 노붐 오르가눔이라는 책 제목이 담고 있는 뜻은 새로운 방법론, 새로운 학문적 도구이다.
위의 글은 베이컨이 자신이 지향하는 근대적인 지식인 상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내용이다. 그가 공격하는 두 부류는 지식의 근본을 경험에서만 찾거나, 이성이나 계시에서 찾는 부류들이다. 경험만이 지식의 기반이라고 생각하는 부류는 개미에 비유되는데 개미처럼 자료를 수집하여 그것을 사용하는 부류이다. 다른 부류는 스콜라 신학자와 이성주의 철학자들이다. 이들은 거미가 자기 안에 있는 것을 가지고 조화로운 집을 짓듯이, 이성이나 계시에서 비롯된 원리들을 통해서 지성의 체계를 세우는 데에만 관심을 갖는다. 베이컨이 보기에 이 부류는 경험적인 세계와 동떨어진 채로 검증할 수 없는 원리들을 독단적으로 내세우는 부류들이다. 베이컨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과학적 지식은 경험을 기초로 하되 이성적 원리를 통해서 안내를 받는 지식이다. 이는 마치 벌이 이리저리 옮겨 다니면서 재료를 취한 다음 그것을 자신의 방식으로 소화하고 변형시키는 것 비유된다.
베이컨이 미래 지식인 상으로서 꿀벌과 같은 지식인을 생각하는 것은, 학문의 발전을 위한 그의 구상과 관련되어 있다. 경험을 통해 얻은 자료를 축적한다고 해서 지식이 증대되는 것이 아니다. 역시, 중세 말의 스콜라 신학자들이나 이성주의자들처럼 경험과 무관한 사변(思辨)에 빠지는 것도 인류를 개선시키지 못한다. 그는 이 극단적 경향 사이에서 중간의 길을 택한다. 흔히, 귀납법이라고 불리는 그의 학문 방법론은 관찰과 경험을 지식의 기초로 삼고, 실험을 통하여 과학적 원리를 찾아내어 새로운 지식을 생산해 내는 방식이다. 다시 이 새로운 지식은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에 적용되어 또 다른 새로운 지식을 얻어낼 수 있는 기초가 된다. 이런 식으로 과학적 학문이 발전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베이컨의 구상이었다.
*사변(思辨)-감각적 경험을 넘어 지성의 논리와 추론을 통해 궁극적인 원리를 찾아내려는 정신적 시도
키워드
전후맥락
베이컨은 인류를 해로운 미신과 편견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큰 계획을 세웠다. <신기관>은 그 계획를 구체화하기 위한 방법을 기술한 책이다. 이 책의 초반부는 유명한 네 가지 우상에 대한 내용으로 되어 있다. 우상은 인간의 객관적, 과학적 사고를 방해하는 뿌리깊은 편견들을 의미한다. 종족의 우상은 모든 인간이 감정과 충동에 이끌리는 성향을 의미하고, 동굴의 우상은 개개인들이 특수한 환경에서 얻게 되는 편견을 의미한다. 시장의 우상은 언어의 기만적 힘을 말하고, 극장의 우상은 불합리한 전통을 맹목적으로 따르려는 성향을 의미한다. 베이컨은 그 이전의 학문들이 네 우상론에서 말하는 여러 뿌리 깊은 잘못된 성향에 물들어 있다고 진단하고, 자신의 새로운 지적 기획의의 청사진을 제시한다.
고전본문
지금까지 학문에 종사해온 사람들은 실험을 하는 사람들 아니면 독단에 빠져 있는 사람 둘 중의 하나이다. 실험에 종사한 사람들을 개미에 비유할 수 있다. 그들은 수집하고 사용하는 것만 한다. 추론가들은 거미를 닮았다. 그들은 자기가 갖고 있는 재료로 집을 짓는다. 하지만 꿀벌은 둘 사이의 중간의 길을 취한다. 그것은 정원이나 들판의 꽃들에서 재료를 모아서, 자기 힘으로 그것을 변형시켜 소화한다. 참된 철학이 하는 일은 이와 다르지 않다. 참된 철학은 정신의 힘에만 또는 주로 그것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역시 그것은 자연사와 기계적 실험으로부터 재료를 취해서 기억 속에 있는 그대로 비축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지성 속에 축적되어 변형되고 소화된다. 따라서 이 두 능력, 즉 순수한 결합을 통해서 경험적인 것과 이성적인 것 사이의 결합 (아직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은)이 상당히 기대될 수 있을 것이다.
-프랜시스 베이컨, <신기관> 1권 중에서
토론하기
1) 위의 글에서 개미, 거미, 꿀벌이 의미하는 바를 말해 봅시다.
(2) 베이컨이 세 종류의 지식인을 구분한 것과 각 지식인의 특성에 대한 설명에 동의하십니까?
(3) 학습자의 입장에서 베이컨의 새로운 지식의 청사진에 동의하십니까?
해설읽기
서양 중세 기독교 사회에서는 신의 계시, 더 구체적으로 성서가 진리의 척도로 여겨졌고, 성서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은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는 일이었다. 문예부흥(Renaissance)과 종교개혁을 거치면서 교회와 성서의 절대적 권위가 점점 침식당하게 되었다. 이제 지식인들은 신에 대한 문제보다는 인간 자체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특히, 신이 아닌 인간이 진리의 척도가 되었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 지식이 획득되고, 어떤 기준으로 그 지식이 진리인지를 판단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흔히, 합리론이라고 부르는 흐름에서는 인간의 이성이 생산해 낸 지식이 참된 지식이라고 생각했다. 반면, 경험론이라고 부르는 흐름에서는 인간의 감각기관으로 획득한 경험적인 지식이 진리의 기초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반적으로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은 바로 두 번째 경험론의 선구자로 알려져 있다.
베이컨의 새로운 학문 기획을 표현한 책이 바로 <신기관>(Nuvum Organum)이라는 책이다. 우리 오르가눔(Organum)이라는 단어가 한글로 기관이라고 번역되었 있지만, 오르가움은 원래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을 일컫는 말이었다. 논리학은 사고의 방법, 도구를 의미하기 때문에 노붐 오르가눔이라는 책 제목이 담고 있는 뜻은 새로운 방법론, 새로운 학문적 도구이다.
위의 글은 베이컨이 자신이 지향하는 근대적인 지식인 상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내용이다. 그가 공격하는 두 부류는 지식의 근본을 경험에서만 찾거나, 이성이나 계시에서 찾는 부류들이다. 경험만이 지식의 기반이라고 생각하는 부류는 개미에 비유되는데 개미처럼 자료를 수집하여 그것을 사용하는 부류이다. 다른 부류는 스콜라 신학자와 이성주의 철학자들이다. 이들은 거미가 자기 안에 있는 것을 가지고 조화로운 집을 짓듯이, 이성이나 계시에서 비롯된 원리들을 통해서 지성의 체계를 세우는 데에만 관심을 갖는다. 베이컨이 보기에 이 부류는 경험적인 세계와 동떨어진 채로 검증할 수 없는 원리들을 독단적으로 내세우는 부류들이다. 베이컨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과학적 지식은 경험을 기초로 하되 이성적 원리를 통해서 안내를 받는 지식이다. 이는 마치 벌이 이리저리 옮겨 다니면서 재료를 취한 다음 그것을 자신의 방식으로 소화하고 변형시키는 것 비유된다.
베이컨이 미래 지식인 상으로서 꿀벌과 같은 지식인을 생각하는 것은, 학문의 발전을 위한 그의 구상과 관련되어 있다. 경험을 통해 얻은 자료를 축적한다고 해서 지식이 증대되는 것이 아니다. 역시, 중세 말의 스콜라 신학자들이나 이성주의자들처럼 경험과 무관한 사변(思辨)에 빠지는 것도 인류를 개선시키지 못한다. 그는 이 극단적 경향 사이에서 중간의 길을 택한다. 흔히, 귀납법이라고 불리는 그의 학문 방법론은 관찰과 경험을 지식의 기초로 삼고, 실험을 통하여 과학적 원리를 찾아내어 새로운 지식을 생산해 내는 방식이다. 다시 이 새로운 지식은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에 적용되어 또 다른 새로운 지식을 얻어낼 수 있는 기초가 된다. 이런 식으로 과학적 학문이 발전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베이컨의 구상이었다.
*사변(思辨)-감각적 경험을 넘어 지성의 논리와 추론을 통해 궁극적인 원리를 찾아내려는 정신적 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