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희랍인들은 시인들이 들려주는 시를 듣고 그것을 암송하는 것을 일종의 교양 교육으로 여겼다. 그들은 인간을 육체와 영혼의 결합물로 바라보았고 이러한 사고방식을 심신이원론이라고 부르는데, 이때 옛 사람들은 육체에 대한 교육으로 체육을, 영혼에 대한 교육으로 음악을 활용했다. 오늘날의 우리들에게 음악은 버튼 한 번으로 손쉽게 재생할 수 있고, 굳이 내가 틀지 않더라도 거리에 나가면 여기저기서 흘러나올뿐더러 가격조차 비싸지 않은 흔한 즐길거리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러한 음악이 교양교육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대체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음악이 인격 형성에 미치는 교육적 영향
고대 희랍인들은 기초 인성 교육의 수단으로 음악을 활용했고 이러한 생각은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작품들 속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음악은 우리의 인격과 내면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이러한 물음에 대해 옛 사람들은 음악의 선율과 화음마다 고유한 감정을 표현하므로 바람직한 음악을 통해서 바람직한 성격과 감정을 유도하고 그러한 음악에 아이들을 반복적으로 노출시킴으로써, 그 음악을 통해 유도되길 기대했던 성격과 감정의 상태에 놓이는 것을 ‘습관화’할 수 있다고 대답했을 것이다.
감상자는 자신의 영혼/내면의 움직임과 닮은 음악을 선택한다
가끔씩 듣고 싶지 않아도 꼭 들어야 하는 노래들이 있었다. 어릴 적 학교에 입학했더니 꼭 알고 있어야 한다며 반복해서 듣기를 숙제로 내주고 그것도 모자라 음악 시간에 지겹도록 따라 불러야 했던 노래가 있다. 그건 학교 교가였다. 하지만 이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일반적으로 음악은 감상자에 의해서 선택된다. 사람들은 자기 영혼의 지배적인 움직임과 유사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음악을 선택하는 것 같다. 즉, 우리는 어떤 예술작품 속에서 자신의 삶과 영혼이 느껴질 때 그것을 선택하고 인상 깊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10대 중반 한창 발랄할 무렵의 청소년들에게 밀레의 만종을 보여준다면, 대부분은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 그림 속에서 자신의 삶과 영혼이 느껴지고 공명할만한 요소를 찾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아이들이 훌쩍 자라서 어른이 되고 자식을 잃은 경험이 있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되었을 때 같은 그림을 보여준다면, 이번에는 예전과 달리 큰 감흥을 느낄 수도 있다. 이제 그들은 ‘저 두 부부는 무엇을 위해 마음깊이 기도하고 있을까?’, ‘저 부부도 자식을 잃고 기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저들이 서 있는 자리 앞에 그들의 자식이 묻혀있겠지..’와 같은 생각을 하며 그림 속 상황에 감정을 이입하고 동화된다. 그때부터 ‘만종’은 그 부부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갈 것이다. 이 사례를 통해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우리가 어떤 예술 작품을 선택하는 경우에 우리는 자신의 삶과 영혼이 그 작품에서 느껴지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가 으레 자기 영혼 또는 내면의 움직임과 유사한 방식으로 운동하는 대상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요컨대, 인간은 자기 영혼 혹은 내면의 모습과 닮은 대상을 선택한다.
때로는 선택된 음악에 내재된 움직임이 감상자의 영혼을 변화시킨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때로는 인간의 영혼이 외부의 음악에 의해서 반대로 영향을 받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음악을 듣는 사람은 자기 영혼의 움직임과 닮은 음악을 선호하고 그에 따라서 기존 방식의 운동이 강화된다. 이를테면, 우울함을 지배적인 감정으로 가진 사람은 우울하고 어두운 느낌의 음악을 선호하게 되고 그것을 들음으로써 우울한 기분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음악이 표현하는 영혼의 움직임을 따라서 듣는 사람의 영혼이 변화하도록 유도되기도 한다. 울적한 마음에 우울한 노래를 듣기 시작했는데 점차 경쾌하고 신나는 노래를 듣게 됨으로써 기분이 나아지게 되는 경우를 사례로 들 수 있겠다. 음악을 이용한 심리치료가 이런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집중력 향상이나 긴장 완화 또는 수면 보조를 위해 사용하는 뇌파 유도 장치도 동일한 원리로 작동한다. 불면증 환자에게 숙면을 취할 경우에 나오는 뇌파의 음원을 들려주고 환자의 뇌파를 숙면 상태의 뇌파와 유사해지도록 유도하고 수험생에게 고도로 집중한 상태에서 나오는 뇌파의 음원을 들려줘서 동일한 상태로 진입하도록 유도한다. 유도하려는 상태를 외부에 만들어 반복적으로 노출시키면 그것에 동화되어 기대했던 변화가 내부의 상태가 바뀌는 것이다. 언젠가 한 선생님께서 해주셨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아무리 심성이 착한 아이라도 1년만 주머니에 손 넣고 껌 씹으며 건들거리며 걷도록 시키면 십중팔구 건달이 될 수밖에 없다며 해주신 말씀이다,
‘모션이 이모션을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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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열, 교육, 아리스토텔레스, 예술, 음악, 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