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맥락
노파를 살해한 후 부정할 수 없는 양심의 가책으로 괴로워하던 라스콜니코프는 이기적인 자신과 달리 가족을 위해 무한히 스스로를 희생하는 소냐를 찾아가 자신의 죄를 고백한다. 평소 라스콜니코프의 선한 인품을 알고 있던 소냐는 충격을 받지만, 그의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참을성 있게 들어준다. 라스콜니코프는 자신의 범죄에 대해 그동안 펼치던 화려한 논리적 변명의 이면에 숨겨진 부끄러운 내면적 동기를 소냐에게 털어놓는다. 소냐는 라스콜니코프의 고통에 공감하며 그에게 온 세상에 대해 죄를 인정하라고 충고한다. 결국 자수하여 재판을 받고 유형생활을 하면서도 라스콜니코프는 여전히 혼자만의 논리에 갇혀 자신의 죄를 깨닫지 못한다. 하지만 조건 없이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의 고통을 함께 나누는 소냐는 이기적이고 오만한 라스콜니코프의 마음에 변화를 이끌어낸다.
고전본문
“난 나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해본 적이 있었지! 예를 들어, 나폴레옹이 내 입장이었다고 하고, 그가 출세길을 개척하려고, 툴롱도, 이집트 원정도, 몽블랑도 넘지 않고, 그런 빛나는 업적 대신에 어떤 늙어 찌들은, 말단 관리의 과부가 가지고 있는 장롱 속에서 돈을 훔치기 위해서는, 출세를 위해서 말이야, 그 노파를 죽이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면 나폴레옹은 그런 짓을 감행했을까? 그것이 빛나는 일도 아니고, 게다가 죄스러운 일이라고 주저하지는 않았을까? 이게 바로 내가 고민했던 문제였단 말이오, 그래 난, 결과적으로 나폴레옹이라면 주저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이런 짓이 훌륭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조차도 하지 않았으리라고 생각되었고, 따라서 나는 부끄러운 생각마저 느끼게 되었어. 만약 다른 방도가 없었다면 그는 물론 생각에 잠길 것도 없이 망설이지 않고 단숨에 교살해 버렸을 거요. 그래서 나도…망설이는 것을 집어치우고…내 독단으로 죽여 버렸던 거야… (중략)
난 말이야, 소냐,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은 일체 뒤로 미루고 죽여 놓고 보자고 생각했던 거야, 나 때문에, 나 한 사람을 위해서 죽이고 싶어졌던 거야! 난 이것을 거짓말로 덮어두고 싶지는 않았어! 난 나의 어머니를 돕기 위해서 살인을 한 것은 아니었어! 그랬었다면, 그야말로 어리석고 허망한 일이었다고 할 수밖에 없을 거야! 내가 살인을 저지른 것은 돈과 권력을 입수하여 인류의 은인이 되고 싶어서 한 짓이 아니란 말이야! 이것도 어리석은 일이야! 난 그저 죽였을 뿐이야! 나 자신을 위해서, 나만을 위해 죽였어! (중략) 난 그때 완전히 다른 생각,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었어! 난 그 어떤 아주 다른 것을 규명해 보고 싶었던 거요! 어떤 다른 것이 나를 그렇게 움직인 셈이야. 난 그때 모두가 이[虱]냐, 아니면 인간이냐?… 그것을 규명하고 싶었던 거야, 일각이라도 빨리 규명하고 싶었어! 내가 건널 수 있느냐, 어떠냐? 난 벌벌 떨기만 하는 생물이냐, 아니면 권리를 가진 인간이냐를…”
“죽이는 권리를? 사람을 죽이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건가요?” 소냐는 딱 소리가 나게 손뼉을 치고 이렇게 외쳤다. (중략)
“잘 들어요, 소냐, 난 당신에게 한 가지 분명히 알려주고 싶은 게 있소. 난 그때 악마에게 이끌려 그곳으로 갔지만 나중에 그 악마로부터 넌 거기에 갈 권리가 없다, 넌 누구나와 마찬가지로 한 마리의 이에 지나지 않는다는 충고를 받았다는 것을! 난 악마에게 우롱당한 셈이야, 그렇기 때문에 난 지금 이렇게 당신에게 올 수 있었던 거요, 자, 이 손님을 맞아줘요! 내가 이가 아니었더라면 이렇게 당신에게 올 리도 없지 않겠소! 사실은, 그때 내가 그 노파에게 간 것은 다만 시험해 보려고 갔던 것뿐이오… (중략) 정말 내가 노파를 죽인 것일까? 난 나 자신을 죽인 것이지 노파를 죽인 것은 아니야! 그때 난 단번에 나 자신을 죽여버린 거요, 영원히!… 그 노파를 죽인 것은 악마였소, 난 악마였어… 이제 괜찮아, 이제 상관하지 않아도 돼! 소냐, 나를 그냥 내버려둬요!” 그는 발작적으로 무서운 고독감에 휩쓸리면서 갑자기 이렇게 외쳤다. “나를 상관하지 말아 줘!” (중략)
“어떻게 해야 좋으냐고요?” 그녀는 벌떡 일어나더니 눈물이 흥건히 괸 눈을 번득이기 시작했다. “어서 일어나세요!” (중략) “지금 곧, 지금 당장 나가서 네거리에 서서 절을 하고, 당신이 피로 더럽힌 이 대지에 입 맞추세요. 그리고 온 세상 사람을 향하여 고개를 숙이고 모두에게 들릴 정도로 큰 소리로 ‘나는 사람을 죽였습니다!’하고 외치세요. 그렇게 하면 하느님은 당신에게 새로운 생명을 주실 거에요, 가시겠지요?”
(중략)
그녀는 곧 모든 것을 이해했다. 그녀의 눈은 그지없는 행복으로 빛났다. 그녀는 깨달았던 것이다. 그가 자기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그지없이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마침내 그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두 사람은 한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두 사람의 눈에는 눈물이 괴어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안색은 창백했고 지쳐 빠진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 창백한 얼굴에는 새롭게 되살아난 미래의 서광이 빛나고 있었다. 두 사람을 부활케 한 것은 사랑이었고, 두 사람의 마음은 서로 상대편 마음의, 결코 마르지 않는 생명의 샘이 되었다. (중략) 그는 갱생(更生)했다. 자신도 그것을 깨달았다. 다시 태어난, 완전히 새로운 자신의 생명으로 그것을 느끼고 있었다. (중략) 지금 이 최초의 감격을 겪은 그의 눈에는 모든 것이, 자신의 범죄, 선고나 유형까지도 모습뿐인, 자신의 일 같지 않은 괴상한 일로 보였다. 그러나 그는 이날 밤, 더 이상 길게 생각할 수 없었고, 어떤 일에도 생각을 집중할 수도 없었다. 다만 느낄 수 있었을 뿐이다. 변증법을 대신하여 삶이 찾아왔다. 그러므로 그의 의식 속에는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그 무엇이 마땅히 생겨났어야 했다.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죄와 벌』중에서
토론하기
(1) 왜 라스콜니코프가 살인을 저질렀는지에 대한 여러분 자신의 생각은 무엇인가? 혹은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살인 범죄 중 하나를 예로 들어 범인이 왜 살인을 했다고 생각하는지 여러분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해 보라.
(2) 라스콜니코프는 자신의 고통을 함께 짊어진 소냐의 진정한 사랑에 감화를 받아 마음에 변화를 일으킨다. 이같은 ‘함께 고통받음’,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共感)이 공동체의 삶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그 이유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무엇인가? 굳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3) 라스콜니코프의 도덕적 각성을 “갱생(更生)”이라고 정의한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또한 “변증법을 대신하여 삶이 찾아왔다”라는 구절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해설읽기
살인을 저지르고 무의식적인 양심의 가책에 시달리던 라스콜니코프는 소냐를 찾아와 괴로움을 털어놓는다. 그는 비범한 초인이 위대한 목적을 위해 상도(常道)를 초월할 수 있다는 자신의 독자적인 논리에 기대려 했지만, 실상 자신이 인류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만 비범인(非凡人)이고자 하는 자신의 욕망이 살인의 동기였음을 고백한다. 뛰어난 지성을 가졌지만 빈곤과 무력감에 시달리던 라스콜니코프는 위대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벌벌 떨기만 하는 피조물이냐, 아니면 권리를 가진 인간이냐”를 확인하기 위해, 즉 자기 존재의 의미를 증명하기 위해 대중을 구속하는 도덕률을 넘어서는 행동을 했던 것이다. 인류 전체를 위해 범죄를 행한 것이 아니라, 초인이고자 하는 목적으로 범죄를 행한 라스콜니코프의 행위는 자신의 논리에 비추어 보아도 인과관계가 역전되는 모순을 가지고 있다. 그의 살인은 결국 인류를 위한 선(善)이 아니라 존재의 의미를 확인하려는 스스로의 이기적인 욕망을 만족하기 위해서였음을 털어놓으며 라스콜니코프는 소냐 앞에 무릎을 꿇는다. 사회의 도덕률을 넘어선 그가 확인한 것은 오히려 자신이 비범한 천재가 아니라 평범한 대중의 한 사람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는 살인이라는 엄청난 범죄를 불러온 이기주의적 욕망이 악마의 유혹이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논리로 무장한 법대생 라스콜니코프는 왜 무지하고 나이 어린 매춘부 소냐 앞에서 죄를 고백한 것일까? 그것은 우선 첫째로, 그는 살인자가 됨으로써 매춘부인 소냐와 마찬가지로 사회에서 가장 낮고 비천한 존재가 되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몸을 파는 소냐와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버린 라스콜니코프는 낮은 존재로서 서로 대칭을 이룬다. 그에게 소냐는 가장 동등한 대화상대가 된 것이다. 둘째, 내면적으로 소냐는 라스콜니코프와 반대편에 서 있기 때문이다. 완전히 이기주의적 욕망으로 타인의 목숨을 해친 라스콜니코프와 반대로 소냐는 완전한 이타주의적 희생에 자신을 내어놓았다. 라스콜니코프는 초인의 높이까지 올라가서 절대적으로 자신을 증명하려 했지만, 소냐는 자신을 끊임없이 낮추며 절대적으로 자신을 부정한다. 객관적으로는 동등하지만, 윤리적으로는 완전히 상반된 존재인 소냐를 통해 도스토옙스키는 라스콜니코프의 이기주의와 도덕적 타락을 뚜렷이 비추어 보일 수 있는 것이다.
소냐는 어떻게 라스콜니코프를 감화한 것일까? 소냐에게는 그와 같은 이성과 논리가 없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합리주의와 이성을 넘어선 공감(共感)이 있다. 그녀는 모든 것을 조건 없이 끌어안는다. 타인의 고통에 대한 이처럼 절대적인 공감과 연민이 라스콜니코프로 하여금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하는 변증법의 논리를 넘어 도덕적 각성에 도달하게 한 것이다. 라스콜니코프는 논리와 이성으로는 결코 자신의 죄를 인정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과 고통을 함께 하는 소냐의 사랑을 통해 과거의 자신이 갖지 못한 도덕적 이념을 품게 됨으로써 새로운 인간으로 갱생하게 된다.
키워드
갱생, 권리를 가진 인간, 나폴레옹, 독단, 변증법, 부활, 사랑, 삶, 인류의 은인
전후맥락
노파를 살해한 후 부정할 수 없는 양심의 가책으로 괴로워하던 라스콜니코프는 이기적인 자신과 달리 가족을 위해 무한히 스스로를 희생하는 소냐를 찾아가 자신의 죄를 고백한다. 평소 라스콜니코프의 선한 인품을 알고 있던 소냐는 충격을 받지만, 그의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참을성 있게 들어준다. 라스콜니코프는 자신의 범죄에 대해 그동안 펼치던 화려한 논리적 변명의 이면에 숨겨진 부끄러운 내면적 동기를 소냐에게 털어놓는다. 소냐는 라스콜니코프의 고통에 공감하며 그에게 온 세상에 대해 죄를 인정하라고 충고한다. 결국 자수하여 재판을 받고 유형생활을 하면서도 라스콜니코프는 여전히 혼자만의 논리에 갇혀 자신의 죄를 깨닫지 못한다. 하지만 조건 없이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의 고통을 함께 나누는 소냐는 이기적이고 오만한 라스콜니코프의 마음에 변화를 이끌어낸다.
고전본문
“난 나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해본 적이 있었지! 예를 들어, 나폴레옹이 내 입장이었다고 하고, 그가 출세길을 개척하려고, 툴롱도, 이집트 원정도, 몽블랑도 넘지 않고, 그런 빛나는 업적 대신에 어떤 늙어 찌들은, 말단 관리의 과부가 가지고 있는 장롱 속에서 돈을 훔치기 위해서는, 출세를 위해서 말이야, 그 노파를 죽이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면 나폴레옹은 그런 짓을 감행했을까? 그것이 빛나는 일도 아니고, 게다가 죄스러운 일이라고 주저하지는 않았을까? 이게 바로 내가 고민했던 문제였단 말이오, 그래 난, 결과적으로 나폴레옹이라면 주저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이런 짓이 훌륭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조차도 하지 않았으리라고 생각되었고, 따라서 나는 부끄러운 생각마저 느끼게 되었어. 만약 다른 방도가 없었다면 그는 물론 생각에 잠길 것도 없이 망설이지 않고 단숨에 교살해 버렸을 거요. 그래서 나도…망설이는 것을 집어치우고…내 독단으로 죽여 버렸던 거야… (중략)
난 말이야, 소냐,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은 일체 뒤로 미루고 죽여 놓고 보자고 생각했던 거야, 나 때문에, 나 한 사람을 위해서 죽이고 싶어졌던 거야! 난 이것을 거짓말로 덮어두고 싶지는 않았어! 난 나의 어머니를 돕기 위해서 살인을 한 것은 아니었어! 그랬었다면, 그야말로 어리석고 허망한 일이었다고 할 수밖에 없을 거야! 내가 살인을 저지른 것은 돈과 권력을 입수하여 인류의 은인이 되고 싶어서 한 짓이 아니란 말이야! 이것도 어리석은 일이야! 난 그저 죽였을 뿐이야! 나 자신을 위해서, 나만을 위해 죽였어! (중략) 난 그때 완전히 다른 생각,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었어! 난 그 어떤 아주 다른 것을 규명해 보고 싶었던 거요! 어떤 다른 것이 나를 그렇게 움직인 셈이야. 난 그때 모두가 이[虱]냐, 아니면 인간이냐?… 그것을 규명하고 싶었던 거야, 일각이라도 빨리 규명하고 싶었어! 내가 건널 수 있느냐, 어떠냐? 난 벌벌 떨기만 하는 생물이냐, 아니면 권리를 가진 인간이냐를…”
“죽이는 권리를? 사람을 죽이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건가요?” 소냐는 딱 소리가 나게 손뼉을 치고 이렇게 외쳤다. (중략)
“잘 들어요, 소냐, 난 당신에게 한 가지 분명히 알려주고 싶은 게 있소. 난 그때 악마에게 이끌려 그곳으로 갔지만 나중에 그 악마로부터 넌 거기에 갈 권리가 없다, 넌 누구나와 마찬가지로 한 마리의 이에 지나지 않는다는 충고를 받았다는 것을! 난 악마에게 우롱당한 셈이야, 그렇기 때문에 난 지금 이렇게 당신에게 올 수 있었던 거요, 자, 이 손님을 맞아줘요! 내가 이가 아니었더라면 이렇게 당신에게 올 리도 없지 않겠소! 사실은, 그때 내가 그 노파에게 간 것은 다만 시험해 보려고 갔던 것뿐이오… (중략) 정말 내가 노파를 죽인 것일까? 난 나 자신을 죽인 것이지 노파를 죽인 것은 아니야! 그때 난 단번에 나 자신을 죽여버린 거요, 영원히!… 그 노파를 죽인 것은 악마였소, 난 악마였어… 이제 괜찮아, 이제 상관하지 않아도 돼! 소냐, 나를 그냥 내버려둬요!” 그는 발작적으로 무서운 고독감에 휩쓸리면서 갑자기 이렇게 외쳤다. “나를 상관하지 말아 줘!” (중략)
“어떻게 해야 좋으냐고요?” 그녀는 벌떡 일어나더니 눈물이 흥건히 괸 눈을 번득이기 시작했다. “어서 일어나세요!” (중략) “지금 곧, 지금 당장 나가서 네거리에 서서 절을 하고, 당신이 피로 더럽힌 이 대지에 입 맞추세요. 그리고 온 세상 사람을 향하여 고개를 숙이고 모두에게 들릴 정도로 큰 소리로 ‘나는 사람을 죽였습니다!’하고 외치세요. 그렇게 하면 하느님은 당신에게 새로운 생명을 주실 거에요, 가시겠지요?”
(중략)
그녀는 곧 모든 것을 이해했다. 그녀의 눈은 그지없는 행복으로 빛났다. 그녀는 깨달았던 것이다. 그가 자기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그지없이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마침내 그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두 사람은 한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두 사람의 눈에는 눈물이 괴어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안색은 창백했고 지쳐 빠진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 창백한 얼굴에는 새롭게 되살아난 미래의 서광이 빛나고 있었다. 두 사람을 부활케 한 것은 사랑이었고, 두 사람의 마음은 서로 상대편 마음의, 결코 마르지 않는 생명의 샘이 되었다. (중략) 그는 갱생(更生)했다. 자신도 그것을 깨달았다. 다시 태어난, 완전히 새로운 자신의 생명으로 그것을 느끼고 있었다. (중략) 지금 이 최초의 감격을 겪은 그의 눈에는 모든 것이, 자신의 범죄, 선고나 유형까지도 모습뿐인, 자신의 일 같지 않은 괴상한 일로 보였다. 그러나 그는 이날 밤, 더 이상 길게 생각할 수 없었고, 어떤 일에도 생각을 집중할 수도 없었다. 다만 느낄 수 있었을 뿐이다. 변증법을 대신하여 삶이 찾아왔다. 그러므로 그의 의식 속에는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그 무엇이 마땅히 생겨났어야 했다.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죄와 벌』중에서
토론하기
(1) 왜 라스콜니코프가 살인을 저질렀는지에 대한 여러분 자신의 생각은 무엇인가? 혹은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살인 범죄 중 하나를 예로 들어 범인이 왜 살인을 했다고 생각하는지 여러분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해 보라.
(2) 라스콜니코프는 자신의 고통을 함께 짊어진 소냐의 진정한 사랑에 감화를 받아 마음에 변화를 일으킨다. 이같은 ‘함께 고통받음’,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共感)이 공동체의 삶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그 이유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무엇인가? 굳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3) 라스콜니코프의 도덕적 각성을 “갱생(更生)”이라고 정의한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또한 “변증법을 대신하여 삶이 찾아왔다”라는 구절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해설읽기
살인을 저지르고 무의식적인 양심의 가책에 시달리던 라스콜니코프는 소냐를 찾아와 괴로움을 털어놓는다. 그는 비범한 초인이 위대한 목적을 위해 상도(常道)를 초월할 수 있다는 자신의 독자적인 논리에 기대려 했지만, 실상 자신이 인류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만 비범인(非凡人)이고자 하는 자신의 욕망이 살인의 동기였음을 고백한다. 뛰어난 지성을 가졌지만 빈곤과 무력감에 시달리던 라스콜니코프는 위대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벌벌 떨기만 하는 피조물이냐, 아니면 권리를 가진 인간이냐”를 확인하기 위해, 즉 자기 존재의 의미를 증명하기 위해 대중을 구속하는 도덕률을 넘어서는 행동을 했던 것이다. 인류 전체를 위해 범죄를 행한 것이 아니라, 초인이고자 하는 목적으로 범죄를 행한 라스콜니코프의 행위는 자신의 논리에 비추어 보아도 인과관계가 역전되는 모순을 가지고 있다. 그의 살인은 결국 인류를 위한 선(善)이 아니라 존재의 의미를 확인하려는 스스로의 이기적인 욕망을 만족하기 위해서였음을 털어놓으며 라스콜니코프는 소냐 앞에 무릎을 꿇는다. 사회의 도덕률을 넘어선 그가 확인한 것은 오히려 자신이 비범한 천재가 아니라 평범한 대중의 한 사람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는 살인이라는 엄청난 범죄를 불러온 이기주의적 욕망이 악마의 유혹이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논리로 무장한 법대생 라스콜니코프는 왜 무지하고 나이 어린 매춘부 소냐 앞에서 죄를 고백한 것일까? 그것은 우선 첫째로, 그는 살인자가 됨으로써 매춘부인 소냐와 마찬가지로 사회에서 가장 낮고 비천한 존재가 되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몸을 파는 소냐와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버린 라스콜니코프는 낮은 존재로서 서로 대칭을 이룬다. 그에게 소냐는 가장 동등한 대화상대가 된 것이다. 둘째, 내면적으로 소냐는 라스콜니코프와 반대편에 서 있기 때문이다. 완전히 이기주의적 욕망으로 타인의 목숨을 해친 라스콜니코프와 반대로 소냐는 완전한 이타주의적 희생에 자신을 내어놓았다. 라스콜니코프는 초인의 높이까지 올라가서 절대적으로 자신을 증명하려 했지만, 소냐는 자신을 끊임없이 낮추며 절대적으로 자신을 부정한다. 객관적으로는 동등하지만, 윤리적으로는 완전히 상반된 존재인 소냐를 통해 도스토옙스키는 라스콜니코프의 이기주의와 도덕적 타락을 뚜렷이 비추어 보일 수 있는 것이다.
소냐는 어떻게 라스콜니코프를 감화한 것일까? 소냐에게는 그와 같은 이성과 논리가 없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합리주의와 이성을 넘어선 공감(共感)이 있다. 그녀는 모든 것을 조건 없이 끌어안는다. 타인의 고통에 대한 이처럼 절대적인 공감과 연민이 라스콜니코프로 하여금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하는 변증법의 논리를 넘어 도덕적 각성에 도달하게 한 것이다. 라스콜니코프는 논리와 이성으로는 결코 자신의 죄를 인정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과 고통을 함께 하는 소냐의 사랑을 통해 과거의 자신이 갖지 못한 도덕적 이념을 품게 됨으로써 새로운 인간으로 갱생하게 된다.
키워드
갱생, 권리를 가진 인간, 나폴레옹, 독단, 변증법, 부활, 사랑, 삶, 인류의 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