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맥락
사람은 왜 태어나서 어떻게 살다가 어디로 가는가? 이 질문은 너무 근본적이기 때문에, 인간이 지상에서 사라질 때까지 풀리지 않은 채 영원한 물음으로 반복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를 자연과학의 시각에서 던지면 좀 달라진다. 사람은 어떻게 태어나 어떤 과정을 거치며 살아가는지는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기적 유전자>는 생물의 삶을 유전자의 보존과 증식을 위한 것으로 본다. 그렇게 보면 모든 생물을 유전자의 운반체일 뿐이다. 그리고 이 점에서 인간도 다를 바 없다. 한마디로 유전자 기계다.
전체 13장 중 전반부인 4장까지 대략 이런 주장을 하는데, 독자들 중에는 삶의 모든 순간이 경쟁이고 다른 모든 존재들이 경쟁자라는 이 책의 대전제에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꽤 있다. 그래서 5장인 「공경-안정성과 이기적 기계」의 첫머리에서 이 문제와 관련하여 크게 두 가지를 지적한다. 첫째, 다른 종의 성원들과는 간접적인 과정과 경로를 거쳐 끊임없이 상호 작용하며 영향을 주고받는다. 둘째, 같은 종의 성원들과는 먹이, 서식지, 생활 패턴 등이 동일하기 때문에 더 직접적이고 강렬하게 경쟁을 벌인다. 이 두 가지는 직접 관찰되는 경우도 있지만, 더 많은 경우는 간접적으로 관찰되거나 논리적으로 유추할 수 있다.
이 대목 다음부터 책 끝까지는 게임이론(5장)이나 유전자의 행동 방식(6장) 등을 설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가족 계획’(7장), ‘암수 전쟁’(9장) 등 구체적인 현상들을 새로운 각도로 해석해보인다.
고전본문
한 생존 기계의 입장에서 보면, 자기의 아이나 가까운 친척이 아닌 다른 생존 기계는 바위나 냇물이나 한 조각의 먹이 같은 환경의 일부다. 그것은 방해물일 수도 있고 이용 대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바위나 냇물과 다른 점은 반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또한 미래를 책임질 불멸의 유전자를 갖고 있는 생존 기계이며, 그 유전자를 지키기 위해 어떤 일도 서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연 선택은 환경을 가장 잘 이용하도록 자기의 생존 기계를 제어하는 유전자를 선호한다. 이것은 같은 종이거나 다른 종이거나 상관없이 다른 생존 기계를 가장 잘 이용하는 것도 포함한다.
생존 기계들이 서로의 생활에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두더지와 지빠귀는 먹거나 먹히지도 않고 서로 교미하는 것도 아니고, 생활 공간을 놓고 싸우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그들을 완전히 독립된 존재로 간주해서는 안된다. 그들은 무엇인가를, 예를 들자면 지렁이를 놓고 다투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는 두더지와 지빠귀가 지렁이를 가지고 줄다리기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사실 지빠귀는 평생 동안 두더지를 한 번도 못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두더지의 개체군을 근절시켰다면 지빠귀는 큰 영향을 받을지도 모른다. 비록 어떤 영향이 어떻게 미칠 것인지, 또는 어떠한 간접 경로를 통해 그 영향력이 미칠 것인지 상세하게 추측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여러 종의 생존 기계는 다양한 방법으로 다른 생존 기계에 영향을 준다. 그들은 포식자와 피식자의 관계일 수도 있고, 기생자와 숙주의 관계일 수도 있으며, 희소 자원을 놓고 싸우는 경쟁 관계일 수도 있다. 또 벌이 꽃가루 운반자로서 꽃에게 이용당하는 경우와 같이 특수한 방법으로 이용당할 수도 있다.
같은 종의 생존 기계끼리는 더 직접적인 방법으로 서로의 생활에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자기 중에 속하는 개체군의 반은 잠재적으로 교미 상대이며, 또한 잠재적으로 자기의 자손을 낳고 열심히 길러 줄, 착취 대상인 부모가 될 수 있는 개체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같은 종의 구성원이 서로 매우 닮아 있고, 같은 장소에서 같은 생활 수단으로 유전자를 지키는 기계이므로, 생활에 필요한 모든 자원에 대해서 직접적인 경쟁 상대가 되기 때문이다. 한 마리의 지빠귀에게 두더지가 경쟁 상대일 수도 있지만 다른 지빠귀만큼 치열한 경쟁 상대는 아니다. 두더지와 지빠귀는 지렁이를 놓고 다툼 수도 있으나, 지빠귀끼리는 지렁이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것을 놓고 싸운다. 동성끼리라면 교미 상대를 놓고서도 다툴 것이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일반적으로 수놈들이 암놈을 놓고 싸우는데, 이것은 한 수놈이 경쟁 상대인 수놈에게 해로운 짓을 함으로써 자신의 유전자에게 이득을 가져다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기적 유전자』 5장 첫부분 중에서
토론하기
(1) 도킨스는 같은 종이든 다른 종이든 모두 나의 경쟁상대일 수 있다는 점을 생생하게 표현했습니다. 그렇지만 같은 종이든 다른 종이든 나와 협력할 파트너이기도 할 거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2) 벌이 꽃가루 운반자로서 꽃에게 이용당하는 경우는, 동시에 벌이 꽃으로부터 맛있고 향기로운 꿀을 제공받는 경우기도 합니다. 주변에서 이러한 상호 이익 제공 관계를 자주 관찰할 수 있나요? 예컨대 어떤 경우가 있었나요?
(3) 두더지와 지빠귀는 간접 경로를 통해 서로 영향을 끼칠 수도 있습니다. 예컨대 살충제를 뿌리면 특정 해충은 없앨 수 있지만, 그 해충이 막아주던 다른 해충들이 번성해서 더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는 경우와 마찬가지입니다. 이처럼 몇 단계를 거쳐 서로 영향을 주는 사례에는 또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인간 사회의 경우와 자연계의 경우로 나누어서 이야기해보세요.
해설읽기
이 책은 생물 개체 하나하나를 생존 기계라고 보고, 이 기계는 자신에게 속한 유전자 모두에게 최선이라면 무엇이든 실행하게 만들어진 이기적 기계라고 가정한다. 이 경우 대부분의 다른 생물들은 무생물 환경과 다를 바 없다. 그것이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나의 생존에 도움이 되느냐 아니냐로만 구별되기 때문이다. 단, 생물은 그것이 내게 능동적으로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생물과 다르다. 유전자는 동물처럼 눈이 없기 때문에 다른 생존 기계가 자기 생존 기계와 같은 종인지 다른 종인지도 따지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저 상대를 가장 잘 이용할 수 있을지에만 몰두한다. 유전자의 이해관계를 최대로 실현하려는 생존 기계는 그런 점에서 눈이 있지만 맹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겉보기에는 어떤 두 생물이 무관해 보이지만(가령 나와 민물의 송어 혹은 저 숲속의 오소리나 고사리 등) 자세히 조사해보면 사실은 둘 이상의 생물들이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 직간접적으로 뒤얽혀 있는 경우도 많다. 거의 모든 생물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치열하게 상호 이용하려 애쓴다는 말은 이런 복잡한 경우까지 모두 포함해서 하는 말이다. 두더지와 지빠귀가 치열한 경쟁 관계에 있다는 말을 단순하게 이해해서, 이 둘이 지렁이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거냐고 비판해서는 곤란하다. 자연선택은 간접적인 경로를 포함해 매우 복잡한 여러 단계를 통해 작동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른 종류의 생물 간에 영향 관계(특히, 경쟁 관계)가 있으리라는 것은 자연스레 상상된다. 그러니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더 치열한 건 같은 종의 생존 기계 간에서 벌어진다. 이건 좀 특이하니 생각을 해보자. 우선, 생물의 가장 중요한 행위 중 하나인 번식을 생각해보자. 가령 같은 수놈끼리라면 암놈을 두고 치열한 경쟁 관계에 있고, 암놈이라면 잠재적으로 자기의 자손을 낳고 열심히 길러 줄, 착취 대상인 부모가 될 수 있는 개체이기 때문이다. 그뿐이 아니다. 같은 종이기 때문에 먹이와 서식지, 행동 패턴 등이 거의 똑같다. 그래서 불가피하게 매 시간 갈등 및 영향 관계 속에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같은 종에 속하는 생물들은 거의 동일한 유전자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는 경쟁 관계에 있다. 생물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유전자들의 보존과 증식을 위해서이기 때문에, 맹목적일 정도로 강렬하고 끝없이 계속된다. 홉스는 인간 사회에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잠재적으로 깔려 있다고 보았지만, 생물계 전체가 ‘모든 생물에 대한 모든 생물의 투쟁’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이다.
키워드
개체군, 기생자, 생존기계, 숙주, 유전자, 이득, 자연선택, 포식자, 피식자자
전후맥락
사람은 왜 태어나서 어떻게 살다가 어디로 가는가? 이 질문은 너무 근본적이기 때문에, 인간이 지상에서 사라질 때까지 풀리지 않은 채 영원한 물음으로 반복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를 자연과학의 시각에서 던지면 좀 달라진다. 사람은 어떻게 태어나 어떤 과정을 거치며 살아가는지는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기적 유전자>는 생물의 삶을 유전자의 보존과 증식을 위한 것으로 본다. 그렇게 보면 모든 생물을 유전자의 운반체일 뿐이다. 그리고 이 점에서 인간도 다를 바 없다. 한마디로 유전자 기계다.
전체 13장 중 전반부인 4장까지 대략 이런 주장을 하는데, 독자들 중에는 삶의 모든 순간이 경쟁이고 다른 모든 존재들이 경쟁자라는 이 책의 대전제에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꽤 있다. 그래서 5장인 「공경-안정성과 이기적 기계」의 첫머리에서 이 문제와 관련하여 크게 두 가지를 지적한다. 첫째, 다른 종의 성원들과는 간접적인 과정과 경로를 거쳐 끊임없이 상호 작용하며 영향을 주고받는다. 둘째, 같은 종의 성원들과는 먹이, 서식지, 생활 패턴 등이 동일하기 때문에 더 직접적이고 강렬하게 경쟁을 벌인다. 이 두 가지는 직접 관찰되는 경우도 있지만, 더 많은 경우는 간접적으로 관찰되거나 논리적으로 유추할 수 있다.
이 대목 다음부터 책 끝까지는 게임이론(5장)이나 유전자의 행동 방식(6장) 등을 설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가족 계획’(7장), ‘암수 전쟁’(9장) 등 구체적인 현상들을 새로운 각도로 해석해보인다.
고전본문
한 생존 기계의 입장에서 보면, 자기의 아이나 가까운 친척이 아닌 다른 생존 기계는 바위나 냇물이나 한 조각의 먹이 같은 환경의 일부다. 그것은 방해물일 수도 있고 이용 대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바위나 냇물과 다른 점은 반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또한 미래를 책임질 불멸의 유전자를 갖고 있는 생존 기계이며, 그 유전자를 지키기 위해 어떤 일도 서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연 선택은 환경을 가장 잘 이용하도록 자기의 생존 기계를 제어하는 유전자를 선호한다. 이것은 같은 종이거나 다른 종이거나 상관없이 다른 생존 기계를 가장 잘 이용하는 것도 포함한다.
생존 기계들이 서로의 생활에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두더지와 지빠귀는 먹거나 먹히지도 않고 서로 교미하는 것도 아니고, 생활 공간을 놓고 싸우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그들을 완전히 독립된 존재로 간주해서는 안된다. 그들은 무엇인가를, 예를 들자면 지렁이를 놓고 다투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는 두더지와 지빠귀가 지렁이를 가지고 줄다리기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사실 지빠귀는 평생 동안 두더지를 한 번도 못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두더지의 개체군을 근절시켰다면 지빠귀는 큰 영향을 받을지도 모른다. 비록 어떤 영향이 어떻게 미칠 것인지, 또는 어떠한 간접 경로를 통해 그 영향력이 미칠 것인지 상세하게 추측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여러 종의 생존 기계는 다양한 방법으로 다른 생존 기계에 영향을 준다. 그들은 포식자와 피식자의 관계일 수도 있고, 기생자와 숙주의 관계일 수도 있으며, 희소 자원을 놓고 싸우는 경쟁 관계일 수도 있다. 또 벌이 꽃가루 운반자로서 꽃에게 이용당하는 경우와 같이 특수한 방법으로 이용당할 수도 있다.
같은 종의 생존 기계끼리는 더 직접적인 방법으로 서로의 생활에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자기 중에 속하는 개체군의 반은 잠재적으로 교미 상대이며, 또한 잠재적으로 자기의 자손을 낳고 열심히 길러 줄, 착취 대상인 부모가 될 수 있는 개체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같은 종의 구성원이 서로 매우 닮아 있고, 같은 장소에서 같은 생활 수단으로 유전자를 지키는 기계이므로, 생활에 필요한 모든 자원에 대해서 직접적인 경쟁 상대가 되기 때문이다. 한 마리의 지빠귀에게 두더지가 경쟁 상대일 수도 있지만 다른 지빠귀만큼 치열한 경쟁 상대는 아니다. 두더지와 지빠귀는 지렁이를 놓고 다툼 수도 있으나, 지빠귀끼리는 지렁이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것을 놓고 싸운다. 동성끼리라면 교미 상대를 놓고서도 다툴 것이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일반적으로 수놈들이 암놈을 놓고 싸우는데, 이것은 한 수놈이 경쟁 상대인 수놈에게 해로운 짓을 함으로써 자신의 유전자에게 이득을 가져다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기적 유전자』 5장 첫부분 중에서
토론하기
(1) 도킨스는 같은 종이든 다른 종이든 모두 나의 경쟁상대일 수 있다는 점을 생생하게 표현했습니다. 그렇지만 같은 종이든 다른 종이든 나와 협력할 파트너이기도 할 거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2) 벌이 꽃가루 운반자로서 꽃에게 이용당하는 경우는, 동시에 벌이 꽃으로부터 맛있고 향기로운 꿀을 제공받는 경우기도 합니다. 주변에서 이러한 상호 이익 제공 관계를 자주 관찰할 수 있나요? 예컨대 어떤 경우가 있었나요?
(3) 두더지와 지빠귀는 간접 경로를 통해 서로 영향을 끼칠 수도 있습니다. 예컨대 살충제를 뿌리면 특정 해충은 없앨 수 있지만, 그 해충이 막아주던 다른 해충들이 번성해서 더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는 경우와 마찬가지입니다. 이처럼 몇 단계를 거쳐 서로 영향을 주는 사례에는 또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인간 사회의 경우와 자연계의 경우로 나누어서 이야기해보세요.
해설읽기
이 책은 생물 개체 하나하나를 생존 기계라고 보고, 이 기계는 자신에게 속한 유전자 모두에게 최선이라면 무엇이든 실행하게 만들어진 이기적 기계라고 가정한다. 이 경우 대부분의 다른 생물들은 무생물 환경과 다를 바 없다. 그것이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나의 생존에 도움이 되느냐 아니냐로만 구별되기 때문이다. 단, 생물은 그것이 내게 능동적으로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생물과 다르다. 유전자는 동물처럼 눈이 없기 때문에 다른 생존 기계가 자기 생존 기계와 같은 종인지 다른 종인지도 따지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저 상대를 가장 잘 이용할 수 있을지에만 몰두한다. 유전자의 이해관계를 최대로 실현하려는 생존 기계는 그런 점에서 눈이 있지만 맹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겉보기에는 어떤 두 생물이 무관해 보이지만(가령 나와 민물의 송어 혹은 저 숲속의 오소리나 고사리 등) 자세히 조사해보면 사실은 둘 이상의 생물들이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 직간접적으로 뒤얽혀 있는 경우도 많다. 거의 모든 생물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치열하게 상호 이용하려 애쓴다는 말은 이런 복잡한 경우까지 모두 포함해서 하는 말이다. 두더지와 지빠귀가 치열한 경쟁 관계에 있다는 말을 단순하게 이해해서, 이 둘이 지렁이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거냐고 비판해서는 곤란하다. 자연선택은 간접적인 경로를 포함해 매우 복잡한 여러 단계를 통해 작동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른 종류의 생물 간에 영향 관계(특히, 경쟁 관계)가 있으리라는 것은 자연스레 상상된다. 그러니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더 치열한 건 같은 종의 생존 기계 간에서 벌어진다. 이건 좀 특이하니 생각을 해보자. 우선, 생물의 가장 중요한 행위 중 하나인 번식을 생각해보자. 가령 같은 수놈끼리라면 암놈을 두고 치열한 경쟁 관계에 있고, 암놈이라면 잠재적으로 자기의 자손을 낳고 열심히 길러 줄, 착취 대상인 부모가 될 수 있는 개체이기 때문이다. 그뿐이 아니다. 같은 종이기 때문에 먹이와 서식지, 행동 패턴 등이 거의 똑같다. 그래서 불가피하게 매 시간 갈등 및 영향 관계 속에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같은 종에 속하는 생물들은 거의 동일한 유전자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는 경쟁 관계에 있다. 생물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유전자들의 보존과 증식을 위해서이기 때문에, 맹목적일 정도로 강렬하고 끝없이 계속된다. 홉스는 인간 사회에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잠재적으로 깔려 있다고 보았지만, 생물계 전체가 ‘모든 생물에 대한 모든 생물의 투쟁’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이다.
키워드
개체군, 기생자, 생존기계, 숙주, 유전자, 이득, 자연선택, 포식자, 피식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