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뒤 맥락]
『종의 기원』 「서문」의 맨 처음 대목이다. 출간 당시(1859년)는 아직 창조론이 압도적으로 우위였고 중상류층 지식인 중 진화론에 찬성하는 학자는 거의 없었다. 있었다 해도 공개적인 서적으로 출판까지 하는 경우는 더더욱 없었다. 그래서 찰스 다윈은 진화론이 옳다는 확신을 가지고도 오래도록 추가 연구를 거듭하면서 책 출간을 미뤄왔다. 『종의 기원』은 진화론을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주장하는 방대한 책이었기 때문에, 「서문」은 그동안의 연구 과정을 회고하며 시작한다. 특히 생물의 여러 종들이 어떻게 비롯되었는가 하는 ‘종의 기원’ 문제는 ‘신비 중의 신비’라 일컬어지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조차 알기 힘든 문제였다. 그래서 다윈은 자신이 남아메리카 탐험 시 크게 감명받았던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후 어떤 문제들에 주목했는지를 소박하면서도 분명히 제시한다.
[고전본문]
박물학자로서 영국 해군 ‘비글호’에 승선해 남아메리카를 탐험했을 때, 나는 그곳에 사는 생물의 분포 및 과거에 서식했던 생물들과 현존하는 생물들의 지질학적 관련성에 대한 여러 사실을 보고 크게 감명받았다. 나는 내가 알게 된 이 사실들이 종의 기원 – 어떤 위대한 철학자가 말했던 것처럼 신비 중의 신비인 것 – 에 대한 의문을 해결하는 데 어느 정도 실마리를 제공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귀국한 이후 1837년, 나는 이 의문과 조금이라도 관련되어 보이는 온갖 종류의 사실들을 차곡차곡 수집해 차근차근 검토하면 뭔가 감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5년 동안 이 문제에 몰두해 작업한 끝에 짧게나마 몇 가지 내용을 정리할 수 있었다. 1844년에 이것을 좀 더 상세하게 풀어써 결론에 대한 요약문을 만들었는데, 그즈음 나는 내가 내린 결론에 대해 거의 확신하게 되었다. (…) 생물 상호 간의 유연(類緣) 관계와 그들의 발생학적 관계, 지리적 분포, 지질학적 천이(遷移) 그리고 그 외의 여러 가지 사실들을 숙고하는 박물학자라면, 종의 기원 문제와 관련하여 종은 따로따로 창조된 것이 아니라 변종과 마찬가지로 다른 종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결론은 비록 그 이유가 지당하다 해도, 이 세계에 존재하는 무수한 종들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그리고 경탄을 금치 못할 만큼 완전한 구조와 상호 적응성은 어떻게 획득되었는지에 대해 확실히 설명하지 못하는 한, 그러한 결론은 만족할 만한 것이 못 될 것이다.
『종의 기원』 「서문」 중에서
토론하기
(1) 외국에 나가 처음 보는 동식물들을 보았을 때 생물은 결국 같은 생물이라고 느껴졌나요? 아니면 같은 생물이라도 얼마나 다양한지에 놀랐나요?
(2) 비글호 항해부터 이후 끊임없는 자료수집과 장기 간에 걸친 연구, 그리하여 마침내 종의 기원의 출간에 이르기기까지의 과정은 오늘날에도 큰 감동을 줍니다. 나에게도 이렇게 일생동안 알아보고 싶은 주제가 있나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3) 인간은 다른 동물들에게는 없는 특징들이 있는 듯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진화의 상물이고, 생물이자 동물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는 것도 같습니다. 과연 인간만의 특징은 존재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그런 특징은, 생물의 모든 종이 저마다 특징을 갖고 있는 것처럼, 인간의 특징도 그저 인간이라는 종의 특징일 뿐일까요?
해설읽기
박물학자(博物學者)는 근대 이전에 자연에 대해 폭넓게 연구한 학자를 가리키는 단어다. 오늘날이라면 최소한 ‘생물학자+광물학자’에 해당한다. 다윈은 종의 기원의 맨 처음인 「서론」을 자신이 영국 해군 ‘비글호’에 승선해 남아메리카를 탐험하던 때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유럽에서는 보지도 못하던 다양한 생물들이 어떻게 분포하고 있는지, 또 발견된 화석들을 통해서는 과거에 어떤 생물들이 어떻게 서식하고 있었는지 등 다양한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현생 생물들의 분포와 아득한 옛날 거기 서식하던 생물들의 모습이, 그 지역의 지질학적 사실들과 어떤 관게가 있느냐에 대해서였다.
종의 기원이 출간된 19세기 중반(1859년)에는 서양의 과학이 크게 발달하여 지구와 생물 탄생의 비밀까지 어쩌면 밝혀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게 만들었다. 그래서 당시의 위대한 철학자(허셸)는 ‘종의 기원’ 문제를 신비 중의 신비라고 불렀던 것이다.
경험론의 나라인 영국의 과학자답게 다윈은, 이런 중대한 문제에 대해서도 역시나 온갖 종류의 사실들을 차곡차곡 수집해 그것을 차근차근 검토하면 뭔가 감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1831년부터 1836년까지 비글호 항해를 마치고 귀국한 뒤 5년 동안 이 문제에 몰두해 작업한 끝에 그는 1842년과 1844년 짧은 개요와 요약문을 작성하였다. 이런 일은 물론 자신이 어느 정도는 확실한 결론에 도달했다고 느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매우 다양하여 전혀 관계가 없을 듯 보이는 많은 생물들이 실은 해부학적으로는 가까운 친척 관계(유연(類緣) 관계)에 있다는 사실, 게다가 그들이 발생학적으로나 지리적 관계에 있어 무척 가깝다든지 등 여러 사실들을 숙고함으로써, 그는 세상의 수많은 종들은 따로따로 창조된 것이 아니라 다른 종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즉, 생물들은 창조된 게 아니라 진화했다는 결론이었다.
이는 나름대로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었지만, 생명이 과시하는 놀라운 신비는 너무도 기묘하고 또 생물의 종류는 너무나도 많아서 과연 그것이 진화에 의해 달성될 수 있는 것인지 한없이 신비로운 의문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래서 이 세계에 존재하는 무수한 종들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그리고 완벽에 가까운 구조와 생물들 간의 상호 적응성은 어떻게 획득되었는지를 설득력있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막연한 느낌이나 추리를 넘어 지구 환경에서 생물들이 진화해온 매커니즘을 밝혀내야만 한다. 믿을 수 없는 것으로만 여겨져온 신비를 놀라운 자연의 이치로 바꾸어야만 하는 것이다.
*박물학자 – 오늘날의 생물학자 및 광물학자에 해당.
[앞뒤 맥락]
『종의 기원』 「서문」의 맨 처음 대목이다. 출간 당시(1859년)는 아직 창조론이 압도적으로 우위였고 중상류층 지식인 중 진화론에 찬성하는 학자는 거의 없었다. 있었다 해도 공개적인 서적으로 출판까지 하는 경우는 더더욱 없었다. 그래서 찰스 다윈은 진화론이 옳다는 확신을 가지고도 오래도록 추가 연구를 거듭하면서 책 출간을 미뤄왔다. 『종의 기원』은 진화론을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주장하는 방대한 책이었기 때문에, 「서문」은 그동안의 연구 과정을 회고하며 시작한다. 특히 생물의 여러 종들이 어떻게 비롯되었는가 하는 ‘종의 기원’ 문제는 ‘신비 중의 신비’라 일컬어지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조차 알기 힘든 문제였다. 그래서 다윈은 자신이 남아메리카 탐험 시 크게 감명받았던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후 어떤 문제들에 주목했는지를 소박하면서도 분명히 제시한다.
[고전본문]
박물학자로서 영국 해군 ‘비글호’에 승선해 남아메리카를 탐험했을 때, 나는 그곳에 사는 생물의 분포 및 과거에 서식했던 생물들과 현존하는 생물들의 지질학적 관련성에 대한 여러 사실을 보고 크게 감명받았다. 나는 내가 알게 된 이 사실들이 종의 기원 – 어떤 위대한 철학자가 말했던 것처럼 신비 중의 신비인 것 – 에 대한 의문을 해결하는 데 어느 정도 실마리를 제공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귀국한 이후 1837년, 나는 이 의문과 조금이라도 관련되어 보이는 온갖 종류의 사실들을 차곡차곡 수집해 차근차근 검토하면 뭔가 감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5년 동안 이 문제에 몰두해 작업한 끝에 짧게나마 몇 가지 내용을 정리할 수 있었다. 1844년에 이것을 좀 더 상세하게 풀어써 결론에 대한 요약문을 만들었는데, 그즈음 나는 내가 내린 결론에 대해 거의 확신하게 되었다. (…) 생물 상호 간의 유연(類緣) 관계와 그들의 발생학적 관계, 지리적 분포, 지질학적 천이(遷移) 그리고 그 외의 여러 가지 사실들을 숙고하는 박물학자라면, 종의 기원 문제와 관련하여 종은 따로따로 창조된 것이 아니라 변종과 마찬가지로 다른 종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결론은 비록 그 이유가 지당하다 해도, 이 세계에 존재하는 무수한 종들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그리고 경탄을 금치 못할 만큼 완전한 구조와 상호 적응성은 어떻게 획득되었는지에 대해 확실히 설명하지 못하는 한, 그러한 결론은 만족할 만한 것이 못 될 것이다.
『종의 기원』 「서문」 중에서
토론하기
(1) 외국에 나가 처음 보는 동식물들을 보았을 때 생물은 결국 같은 생물이라고 느껴졌나요? 아니면 같은 생물이라도 얼마나 다양한지에 놀랐나요?
(2) 비글호 항해부터 이후 끊임없는 자료수집과 장기 간에 걸친 연구, 그리하여 마침내 종의 기원의 출간에 이르기기까지의 과정은 오늘날에도 큰 감동을 줍니다. 나에게도 이렇게 일생동안 알아보고 싶은 주제가 있나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3) 인간은 다른 동물들에게는 없는 특징들이 있는 듯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진화의 상물이고, 생물이자 동물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는 것도 같습니다. 과연 인간만의 특징은 존재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그런 특징은, 생물의 모든 종이 저마다 특징을 갖고 있는 것처럼, 인간의 특징도 그저 인간이라는 종의 특징일 뿐일까요?
해설읽기
박물학자(博物學者)는 근대 이전에 자연에 대해 폭넓게 연구한 학자를 가리키는 단어다. 오늘날이라면 최소한 ‘생물학자+광물학자’에 해당한다. 다윈은 종의 기원의 맨 처음인 「서론」을 자신이 영국 해군 ‘비글호’에 승선해 남아메리카를 탐험하던 때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유럽에서는 보지도 못하던 다양한 생물들이 어떻게 분포하고 있는지, 또 발견된 화석들을 통해서는 과거에 어떤 생물들이 어떻게 서식하고 있었는지 등 다양한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현생 생물들의 분포와 아득한 옛날 거기 서식하던 생물들의 모습이, 그 지역의 지질학적 사실들과 어떤 관게가 있느냐에 대해서였다.
종의 기원이 출간된 19세기 중반(1859년)에는 서양의 과학이 크게 발달하여 지구와 생물 탄생의 비밀까지 어쩌면 밝혀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게 만들었다. 그래서 당시의 위대한 철학자(허셸)는 ‘종의 기원’ 문제를 신비 중의 신비라고 불렀던 것이다.
경험론의 나라인 영국의 과학자답게 다윈은, 이런 중대한 문제에 대해서도 역시나 온갖 종류의 사실들을 차곡차곡 수집해 그것을 차근차근 검토하면 뭔가 감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1831년부터 1836년까지 비글호 항해를 마치고 귀국한 뒤 5년 동안 이 문제에 몰두해 작업한 끝에 그는 1842년과 1844년 짧은 개요와 요약문을 작성하였다. 이런 일은 물론 자신이 어느 정도는 확실한 결론에 도달했다고 느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매우 다양하여 전혀 관계가 없을 듯 보이는 많은 생물들이 실은 해부학적으로는 가까운 친척 관계(유연(類緣) 관계)에 있다는 사실, 게다가 그들이 발생학적으로나 지리적 관계에 있어 무척 가깝다든지 등 여러 사실들을 숙고함으로써, 그는 세상의 수많은 종들은 따로따로 창조된 것이 아니라 다른 종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즉, 생물들은 창조된 게 아니라 진화했다는 결론이었다.
이는 나름대로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었지만, 생명이 과시하는 놀라운 신비는 너무도 기묘하고 또 생물의 종류는 너무나도 많아서 과연 그것이 진화에 의해 달성될 수 있는 것인지 한없이 신비로운 의문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래서 이 세계에 존재하는 무수한 종들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그리고 완벽에 가까운 구조와 생물들 간의 상호 적응성은 어떻게 획득되었는지를 설득력있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막연한 느낌이나 추리를 넘어 지구 환경에서 생물들이 진화해온 매커니즘을 밝혀내야만 한다. 믿을 수 없는 것으로만 여겨져온 신비를 놀라운 자연의 이치로 바꾸어야만 하는 것이다.
*박물학자 – 오늘날의 생물학자 및 광물학자에 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