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뒤 맥락]
책을 얘기하기 전에 먼저 보이저 1호에 대해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이것은 태양계 무인 성간 탐사선(interstellar probe)으로 1977년 발사된 이래로 지금까지도 자신의 임무를 수행 중이다. 1979년에는 목성을, 1980년 11월 12일에는 토성을 지나가면서 이 행성들과 그 위성들에 관한 많은 자료와 사진을 전송했다. 이 엄청난 성공을 전후로 ‘코스모스’라는 이름의 다큐멘터리가 1980년 9월, 같은 이름의 책 『코스모스』가 같은 해 10월에 출간되었다. 이것이 우주 시대 세계인들의 귀와 눈을 사로잡은 코스모스의 탄생이었다.
책의 전반부는 고대부터 우주로의 항해를 꿈꾼 인류가 지금까지 밟아온 여정이다. 근대 이래로 천문학이 급속히 발달하면서 우리는 우주 전체상을 상상하고 또 탐구했다. 그 결과 이제는 별들의 탄생과 죽음까지 알게 되었다(9장 「별들의 삶과 죽음」). 그리고 『코스모스』는 10장부터 후반에 접어들어 우주의 장래 운명에서부터 외계 생명의 존재 여부까지 상상의 나래를 활짝 편다. ‘고전 본문’은 이렇게 전반부와 후반부가 갈리는 10장의 서두 부분이다. 대폭발 이후 어떤 단순한 법칙들로부터 은하가 구성되고 이어서 태양계와 지구, 그리고 마침내 생명과 의식을 가진 존재까지 창발되기에 이르렀는지 간명하고도 웅혼한 문체로 기술한다.
[고전본문]
대폭발(빅뱅)이 있은지 약 10억년이 지나자 우주 물질 분포에 비균질 구조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즉, 덩어리가 생기기 시작했아. 아마 대폭발 자체가 완벽하게 균일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이런 덩어리들은 여타 지역보다 밀도가 약간 높았으므로 주위에 있던 밀도가 희박한 물질을 중력으로 끌어당길 수 있었다. (…) 중력 수축이 진행됨에 따라 원시 은하들의 회전 속도는 점점 더 빨라졌다. 그것은 각운동량이 보존되기 때문이다. 회전하는 물체는 회전축에 수직한 방향으로 원심력을 느낀다. 그러므로 회전하는 기체 구름은 중력이 원심력에 상쇄되는 적도 방향보다 회전축 방향으로 빨리 수축한다. 따라서 회전하는 가스구름은 중력 수축이 진행됨에 따라 점차 납작한 모습의 회전 원반체로 변하다가 결국 나선 은하가 된다. (중략) 우주 공간을 눈여겨보면 하나의 거푸집에서 찍어 낸 것처럼 모양이 아주 비슷한 은하들이 우주 도처에 널려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은하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중력의 법칙과 각운동량 보존 법칙이 우주 어디에서든지 그대로 성립하기 때문이다. 중력 법칙과 각운동량 보존 법칙은 지상에서는 물체의 낙하 운동과 피겨스케이트 선수의 회전 묘기를 각각 지배한다. 지구라는 미세한 세상에서 성립하던 이 두 법칙이 거대한 천상 세계에서도 그대로 성립하여 은하의 형성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이다. (중략) 그러므로 다양한 크기의 구조물들이 여기저기에서 만들어지는데 이때 초신성 폭발이 결정적 기여를 한다. 이것이 바로 우주 진화의 대서사시이다. 대폭발에서 은하단, 은하, 항성, 행성으로 이어지고, 결국 이 행성에서 생명이 출현하게 되고 이 생명은 곧 지능을 가진 생물로 진화하게 된다. 물질에서 출현한 생물이 의식을 지니게 되면서 자신의 기원을 대폭발의 순간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니, 이것이 우주의 대서사시가 아니고 또 무엇이겠는가!
『코스모스』 10장 초반 중에서
토론하기
(1) 초기 우주의 물질 분포가 약간은 불균질했기 때문에 은하가 생겨나고 태양계와 지구를 거쳐 생명 및 의식을 가진 존재까지 진화했다고 합니다. 만일 빅뱅 직후의 물질 분포가 완벽에 가깝게 균질했다면 오늘날 우주의 모습은 어땠을까요? 반대로, 물질 분포가 심하게 불균질했다면 또 어땠을까요?
(2) 중력 법칙은 물체의 낙하를 지배하고 각운동량 법칙은 피겨 스케이트 선수의 회전 묘기를 지배합니다. 그런데 이 두 법칙이 우주 초기에 은하가 형성될 때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본문을 참고하면서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 건지 상호 토론해봅시다.
(3) 중력 법칙과 각운동량 법칙 등 몇 가지 법칙에 의해 우주 전체의 진화와 함께 생명 및 의식을 가진 존재의 진화를 설명합니다. 이는 자연법칙의 필연성을 벗어나는 건 아니겠지만 그렇게만 설명하기에는 우주가 너무 광대하고 우주의 다양성이 너무도 엄청납니다. 우리는 이렇게 된 과정을 필연과 우연 중 어느 쪽에 더 비중을 두어 이해해야 할까요? 필연으로 설명해야 할 것과 우연으로 설명하는 게 더 나은 경우를 나누어서 생각해보세요.
해설읽기
초기 우주에서 물질과 에너지들은 완전히 균질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중력이 작동하여 밀도가 높았던 부분 쪽으로 낮았던 물질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큰 덩어리들은 점점 더 커지고 우주에는 여기 저기 공백 지대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고 있던 원시 은하들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회전하였다. 이는 무거운 쪽으로 딸려 들어가는 중력과 회전체의 각운동량이 늘 보존된다는 각운동량 법칙이 합해져서 더 빠른 속도의 회전 운동이 발생한 것이다. 그러면서 원시 은하들은 점점 더 수축되면서 초고밀도에 초고온의 덩어리가 되었다. 여기에 원심력이 작용하는데, 놀이공원의 회전원반을 탈 때 몸이 바깥쪽으로 흩어져나갈 듯한 원심력은 누구나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원심력은 회전원반의 중심축에 가까울수록 매우 약해지고 중심축에서 멀어져 원반의 가장자리쪽으로 갈수록 엄청나게 세진다. 그러므로 회전하는 기체 구름은 (중력이 원심력에 상쇄되는) 적도 방향보다 회전축 방향으로 빨리 수축한다. 그래서 납작한 원반체의 모습을 띠다가 결국 나선 은하가 된다. 수많은 은하들의 모습이 비슷비슷한 이유는 모두 이러한 메커니즘을 통해 산출되었기 때문이다. 우주는 모두 중력의 법칙과 각운동량 보존 법칙의 자손인 것이다. 이렇게 고밀도에 고온으로 압축된 물체는 초신성으로 폭발해 무거운 원소들을 생산해 온 우주에 뿌린다. 오늘날 지구에 존재하는 철보다 무거운 원소들은 대다수가 이런 초신성 폭발의 산물이다. 대폭발에서 은하단, 은하, 항성, 행성으로 이어지고, 결국 생물이 출현하고 더 나아가 지능을 갖춘 생물까지 진화하였다. 그리고 그 생물이 이 우주의 전 과정을 생각할 수 있게 되었고, 새로운 우주로의 항해를 시작하였다. 우주가 낳은 자식이 성장하여 우주를 새롭게 항해하려는 것이다. 이 ‘고전 본문’에 나오는 모든 단어를 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이 근사하고 웅장한 서사시에 가슴이 뛰지 않을 삶은 거의 없을 것이다.
*각운동량 : 물리학에는 운동량 보존법칙이 있다. 이는 직선운동을 하는 물체의 경우에 해당한다(그래서 이런 운동량을 선운동량이라 부른다). 한편 회전운동을 하는 물체의 운동량은 각운동량이라 불리며, 이 각운동량 역시 보존된다.
[앞뒤 맥락]
책을 얘기하기 전에 먼저 보이저 1호에 대해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이것은 태양계 무인 성간 탐사선(interstellar probe)으로 1977년 발사된 이래로 지금까지도 자신의 임무를 수행 중이다. 1979년에는 목성을, 1980년 11월 12일에는 토성을 지나가면서 이 행성들과 그 위성들에 관한 많은 자료와 사진을 전송했다. 이 엄청난 성공을 전후로 ‘코스모스’라는 이름의 다큐멘터리가 1980년 9월, 같은 이름의 책 『코스모스』가 같은 해 10월에 출간되었다. 이것이 우주 시대 세계인들의 귀와 눈을 사로잡은 코스모스의 탄생이었다.
책의 전반부는 고대부터 우주로의 항해를 꿈꾼 인류가 지금까지 밟아온 여정이다. 근대 이래로 천문학이 급속히 발달하면서 우리는 우주 전체상을 상상하고 또 탐구했다. 그 결과 이제는 별들의 탄생과 죽음까지 알게 되었다(9장 「별들의 삶과 죽음」). 그리고 『코스모스』는 10장부터 후반에 접어들어 우주의 장래 운명에서부터 외계 생명의 존재 여부까지 상상의 나래를 활짝 편다. ‘고전 본문’은 이렇게 전반부와 후반부가 갈리는 10장의 서두 부분이다. 대폭발 이후 어떤 단순한 법칙들로부터 은하가 구성되고 이어서 태양계와 지구, 그리고 마침내 생명과 의식을 가진 존재까지 창발되기에 이르렀는지 간명하고도 웅혼한 문체로 기술한다.
[고전본문]
대폭발(빅뱅)이 있은지 약 10억년이 지나자 우주 물질 분포에 비균질 구조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즉, 덩어리가 생기기 시작했아. 아마 대폭발 자체가 완벽하게 균일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이런 덩어리들은 여타 지역보다 밀도가 약간 높았으므로 주위에 있던 밀도가 희박한 물질을 중력으로 끌어당길 수 있었다. (…) 중력 수축이 진행됨에 따라 원시 은하들의 회전 속도는 점점 더 빨라졌다. 그것은 각운동량이 보존되기 때문이다. 회전하는 물체는 회전축에 수직한 방향으로 원심력을 느낀다. 그러므로 회전하는 기체 구름은 중력이 원심력에 상쇄되는 적도 방향보다 회전축 방향으로 빨리 수축한다. 따라서 회전하는 가스구름은 중력 수축이 진행됨에 따라 점차 납작한 모습의 회전 원반체로 변하다가 결국 나선 은하가 된다. (중략) 우주 공간을 눈여겨보면 하나의 거푸집에서 찍어 낸 것처럼 모양이 아주 비슷한 은하들이 우주 도처에 널려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은하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중력의 법칙과 각운동량 보존 법칙이 우주 어디에서든지 그대로 성립하기 때문이다. 중력 법칙과 각운동량 보존 법칙은 지상에서는 물체의 낙하 운동과 피겨스케이트 선수의 회전 묘기를 각각 지배한다. 지구라는 미세한 세상에서 성립하던 이 두 법칙이 거대한 천상 세계에서도 그대로 성립하여 은하의 형성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이다. (중략) 그러므로 다양한 크기의 구조물들이 여기저기에서 만들어지는데 이때 초신성 폭발이 결정적 기여를 한다. 이것이 바로 우주 진화의 대서사시이다. 대폭발에서 은하단, 은하, 항성, 행성으로 이어지고, 결국 이 행성에서 생명이 출현하게 되고 이 생명은 곧 지능을 가진 생물로 진화하게 된다. 물질에서 출현한 생물이 의식을 지니게 되면서 자신의 기원을 대폭발의 순간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니, 이것이 우주의 대서사시가 아니고 또 무엇이겠는가!
『코스모스』 10장 초반 중에서
토론하기
(1) 초기 우주의 물질 분포가 약간은 불균질했기 때문에 은하가 생겨나고 태양계와 지구를 거쳐 생명 및 의식을 가진 존재까지 진화했다고 합니다. 만일 빅뱅 직후의 물질 분포가 완벽에 가깝게 균질했다면 오늘날 우주의 모습은 어땠을까요? 반대로, 물질 분포가 심하게 불균질했다면 또 어땠을까요?
(2) 중력 법칙은 물체의 낙하를 지배하고 각운동량 법칙은 피겨 스케이트 선수의 회전 묘기를 지배합니다. 그런데 이 두 법칙이 우주 초기에 은하가 형성될 때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본문을 참고하면서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 건지 상호 토론해봅시다.
(3) 중력 법칙과 각운동량 법칙 등 몇 가지 법칙에 의해 우주 전체의 진화와 함께 생명 및 의식을 가진 존재의 진화를 설명합니다. 이는 자연법칙의 필연성을 벗어나는 건 아니겠지만 그렇게만 설명하기에는 우주가 너무 광대하고 우주의 다양성이 너무도 엄청납니다. 우리는 이렇게 된 과정을 필연과 우연 중 어느 쪽에 더 비중을 두어 이해해야 할까요? 필연으로 설명해야 할 것과 우연으로 설명하는 게 더 나은 경우를 나누어서 생각해보세요.
해설읽기
초기 우주에서 물질과 에너지들은 완전히 균질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중력이 작동하여 밀도가 높았던 부분 쪽으로 낮았던 물질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큰 덩어리들은 점점 더 커지고 우주에는 여기 저기 공백 지대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고 있던 원시 은하들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회전하였다. 이는 무거운 쪽으로 딸려 들어가는 중력과 회전체의 각운동량이 늘 보존된다는 각운동량 법칙이 합해져서 더 빠른 속도의 회전 운동이 발생한 것이다. 그러면서 원시 은하들은 점점 더 수축되면서 초고밀도에 초고온의 덩어리가 되었다. 여기에 원심력이 작용하는데, 놀이공원의 회전원반을 탈 때 몸이 바깥쪽으로 흩어져나갈 듯한 원심력은 누구나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원심력은 회전원반의 중심축에 가까울수록 매우 약해지고 중심축에서 멀어져 원반의 가장자리쪽으로 갈수록 엄청나게 세진다. 그러므로 회전하는 기체 구름은 (중력이 원심력에 상쇄되는) 적도 방향보다 회전축 방향으로 빨리 수축한다. 그래서 납작한 원반체의 모습을 띠다가 결국 나선 은하가 된다. 수많은 은하들의 모습이 비슷비슷한 이유는 모두 이러한 메커니즘을 통해 산출되었기 때문이다. 우주는 모두 중력의 법칙과 각운동량 보존 법칙의 자손인 것이다. 이렇게 고밀도에 고온으로 압축된 물체는 초신성으로 폭발해 무거운 원소들을 생산해 온 우주에 뿌린다. 오늘날 지구에 존재하는 철보다 무거운 원소들은 대다수가 이런 초신성 폭발의 산물이다. 대폭발에서 은하단, 은하, 항성, 행성으로 이어지고, 결국 생물이 출현하고 더 나아가 지능을 갖춘 생물까지 진화하였다. 그리고 그 생물이 이 우주의 전 과정을 생각할 수 있게 되었고, 새로운 우주로의 항해를 시작하였다. 우주가 낳은 자식이 성장하여 우주를 새롭게 항해하려는 것이다. 이 ‘고전 본문’에 나오는 모든 단어를 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이 근사하고 웅장한 서사시에 가슴이 뛰지 않을 삶은 거의 없을 것이다.
*각운동량 : 물리학에는 운동량 보존법칙이 있다. 이는 직선운동을 하는 물체의 경우에 해당한다(그래서 이런 운동량을 선운동량이라 부른다). 한편 회전운동을 하는 물체의 운동량은 각운동량이라 불리며, 이 각운동량 역시 보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