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뒤 맥락]
다윈은 오랜 시간 동안 우연한 사건이 여러번 일어났다는 가정만으로는 생명계의 어마어마한 다양성은 물론이고, 그 생물들 간의 정교하기 그지없는 조화 또한 설득력있게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또한 당시로서는 진화론을 확신시킬만한 증거들도 충분치는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부족하나마 진화론을 지지해 줄 수 있는 근거들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조직하여 주장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창조론은 왜 그냥 부족한 이론이 아니라 잘못되고 모순된 이론인지를 강렬하게 논증하였다. 이제 책의 마지막에 이르러 다윈은 진화론이 새로운 시대의 세계관이자 인생관일 수 있다고 호소한다. 신화나 종교보다 극적이고 화려하진 않지만, 이 세상에 태어나 한번 뿐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현실적이면서도 자기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세계관으로서 진화론을 제시한다. 신화 못지 않게 장엄한 현대인의 세계관으로서.
[고전본문]
수많은 종류의 생물들이 자라나고 있고, 덤불에서 노래하는 새들과 여기저기를 날아다니는 곤충들 그리고 축축한 땅 위를 기어다니는 벌레들로 가득 차 있는 뒤얽힌 둑을 지긋이 관찰해 보면 참으로 흥미롭다. 또한 서로 너무나도 다르고, 매우 복잡한 방식으로 서로 얽혀 있는, 정교하게 구성된 이런 형태들이 모두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법칙에 의해 탄생되었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면 흥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 같은 법칙들은 넓은 의미에서 보자면, 번식을 동반하는 성장, 번식과 거의 동일한 것으로 간주되는 대물림, 외부적 생활 조건의 직간접적인 작용과 사용 및 불용에 의한 가변성, 생존 투쟁을 초래하는 높은 개체 증가율, 자연선택의 결과로 나타난 형질 분기와 덜 개량된 형태들의 멸절을 포함한다.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최고의 대상인 고등 동물은 이 법칙들의 직접적 결과물로서 자연의 전쟁 및 기근과 죽음으로부터 탄생한 것들이다. 처음에 몇몇 또는 하나의 형태로 숨결이 불어 넣어진 생명이 불변의 중력 법칙에 따라 이 행성이 회전하는 동안 여러 가지 힘을 통해 그토록 단순한 시작에서부터 가장 아름답고 경이로우며 한계가 없는 형태로 전개되어 왔고 지금도 전개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전개될 것이라는, 생명에 대한 이런 시각에는 장엄함이 깃들어 있다.
『종의 기원』 마지막 부분
토론하기
(1) 다윈은 다양하기 그지없는 생물들의 세계와 그런 생물들이 서로 복잡하게 뒤얽혀 있는 패턴이 모두 일상적인 법칙에 의해 탄생했다고 합니다. 법칙과 생물들의 다양한 및 복잡성 사이에 무엇이 작동했길래 이런 경이로운 세계로 진화해올 수 있었을까요?
(2) ‘덜 개량된 형태들의 멸절’이란 결국 환경에 덜 적합한 특징을 가진 생물들이 완전히 없어진다는 뜻입니다. ‘자연의 전쟁 및 기근과 죽음’ 또한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우리는 이런 세상에 어떤 의미를 두고 살아가야 할까요?
(3) 생명의 놀라운 신비는 다윈에 따르면 모두 일상적인 법칙에 의해 탄생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인류는 오래도록 이를 발견하지 못하고 엉뚱한 공상에서 헤맸던 걸까요? 무엇이 인류의 전진을 가로막았던 걸까요?
해설읽기
『종의 기원』의 마지막 단락이다. 책 전체의 모든 논의를 고밀도로 집약하여 진화론의 세계상을 장엄하면서도 섬세하게, 그러면서도 박력있게 표현하였다. 다윈은 진화론이 단순히 창조론을 부정하고 모든 게 비천한 물질들의 작용이라고 치부해버리는 차가운 과학 이론이라 여기지 않았다. 또 그렇게 얘기해서는 기독교에 여전히 호의를 품고 있는 당시 독자들의 마음을 살 수 없다는 걸 명약관화하게 알고 있었다. 그래서 생명의 진화는 한편으로 무상하면서도 무한히 다양하고, 또 한편으로는 잔혹한 생존 투쟁이 있지만 동시에 장엄한 아름다움이 있다는 걸 제시하고자 했다.
첫째, 그는 무한할 정도로 다양한 생물의 종류와 그들 간의 절묘할 정도로 복잡한 관계를 이야기하며, 그 모든 것이 우리가 주위에서 늘 발견하는 일상적인 법칙들의 산물이라고 속삭인다.
둘째, 그 법칙들 중 중요한 것은 생존 투쟁을 초래하는 높은 개체 증가율이다. 그렇기 때문에 생물들의 일부 혹은 다수는 사망할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생존에 더 적합한 개체들이 더 많이 살아남을 것이다. 더 유리한 형질을 가진 개체들이 갈수록 더 번성해가는 이치다. 이와 동시에 덜 개량된 개체들은 절멸된다.
세째, 진화의 특별한 산물인 고등 동물은 바로 이런 법칙들과 자연의 전쟁 및 기근과 죽음으로부터 탄생하였다. 그런 점에서 생명의 역사는 단순한 악도 아니고 단순한 선도 아닌 것이다.
넷째는 시간의 문제다. 원시적인 생명이 어찌어찌 탄생하였고 거기에 불변의 중력 법칙에 따르며 지구의 기나긴 세월이 흘러온 결과, 셀 수 없이 많은 종류의 생물들이 진화해왔고 지금도 진화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진화해갈 것이다. 어떤가, 이런 생명관은 공상적이거나 무지몽매했던 전통 사회의 믿음과 달리 현실적이면서도 장엄하지 않은가!
종교나 신화는 일상과 자연법칙과 기적적인 일들을 대립적인 것이라고 주입시켜왔다. 하지만 지금 다윈은 그 세 가지가 대립되기는커녕 서로를 증폭시키면서 고도의 하모니를 이뤄 경이로운 생명 세계를 산출해왔다고,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이라고 노래한다. 이것이 진화론이라는 새로운 세계상이며, 이후 인류의 역사는 이 상의 바탕으로 진전되어 왔다. 『종의 기원』은 세계를 바꾼 책이다.
[앞뒤 맥락]
다윈은 오랜 시간 동안 우연한 사건이 여러번 일어났다는 가정만으로는 생명계의 어마어마한 다양성은 물론이고, 그 생물들 간의 정교하기 그지없는 조화 또한 설득력있게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또한 당시로서는 진화론을 확신시킬만한 증거들도 충분치는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부족하나마 진화론을 지지해 줄 수 있는 근거들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조직하여 주장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창조론은 왜 그냥 부족한 이론이 아니라 잘못되고 모순된 이론인지를 강렬하게 논증하였다. 이제 책의 마지막에 이르러 다윈은 진화론이 새로운 시대의 세계관이자 인생관일 수 있다고 호소한다. 신화나 종교보다 극적이고 화려하진 않지만, 이 세상에 태어나 한번 뿐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현실적이면서도 자기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세계관으로서 진화론을 제시한다. 신화 못지 않게 장엄한 현대인의 세계관으로서.
[고전본문]
수많은 종류의 생물들이 자라나고 있고, 덤불에서 노래하는 새들과 여기저기를 날아다니는 곤충들 그리고 축축한 땅 위를 기어다니는 벌레들로 가득 차 있는 뒤얽힌 둑을 지긋이 관찰해 보면 참으로 흥미롭다. 또한 서로 너무나도 다르고, 매우 복잡한 방식으로 서로 얽혀 있는, 정교하게 구성된 이런 형태들이 모두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법칙에 의해 탄생되었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면 흥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 같은 법칙들은 넓은 의미에서 보자면, 번식을 동반하는 성장, 번식과 거의 동일한 것으로 간주되는 대물림, 외부적 생활 조건의 직간접적인 작용과 사용 및 불용에 의한 가변성, 생존 투쟁을 초래하는 높은 개체 증가율, 자연선택의 결과로 나타난 형질 분기와 덜 개량된 형태들의 멸절을 포함한다.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최고의 대상인 고등 동물은 이 법칙들의 직접적 결과물로서 자연의 전쟁 및 기근과 죽음으로부터 탄생한 것들이다. 처음에 몇몇 또는 하나의 형태로 숨결이 불어 넣어진 생명이 불변의 중력 법칙에 따라 이 행성이 회전하는 동안 여러 가지 힘을 통해 그토록 단순한 시작에서부터 가장 아름답고 경이로우며 한계가 없는 형태로 전개되어 왔고 지금도 전개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전개될 것이라는, 생명에 대한 이런 시각에는 장엄함이 깃들어 있다.
『종의 기원』 마지막 부분
토론하기
(1) 다윈은 다양하기 그지없는 생물들의 세계와 그런 생물들이 서로 복잡하게 뒤얽혀 있는 패턴이 모두 일상적인 법칙에 의해 탄생했다고 합니다. 법칙과 생물들의 다양한 및 복잡성 사이에 무엇이 작동했길래 이런 경이로운 세계로 진화해올 수 있었을까요?
(2) ‘덜 개량된 형태들의 멸절’이란 결국 환경에 덜 적합한 특징을 가진 생물들이 완전히 없어진다는 뜻입니다. ‘자연의 전쟁 및 기근과 죽음’ 또한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우리는 이런 세상에 어떤 의미를 두고 살아가야 할까요?
(3) 생명의 놀라운 신비는 다윈에 따르면 모두 일상적인 법칙에 의해 탄생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인류는 오래도록 이를 발견하지 못하고 엉뚱한 공상에서 헤맸던 걸까요? 무엇이 인류의 전진을 가로막았던 걸까요?
해설읽기
『종의 기원』의 마지막 단락이다. 책 전체의 모든 논의를 고밀도로 집약하여 진화론의 세계상을 장엄하면서도 섬세하게, 그러면서도 박력있게 표현하였다. 다윈은 진화론이 단순히 창조론을 부정하고 모든 게 비천한 물질들의 작용이라고 치부해버리는 차가운 과학 이론이라 여기지 않았다. 또 그렇게 얘기해서는 기독교에 여전히 호의를 품고 있는 당시 독자들의 마음을 살 수 없다는 걸 명약관화하게 알고 있었다. 그래서 생명의 진화는 한편으로 무상하면서도 무한히 다양하고, 또 한편으로는 잔혹한 생존 투쟁이 있지만 동시에 장엄한 아름다움이 있다는 걸 제시하고자 했다.
첫째, 그는 무한할 정도로 다양한 생물의 종류와 그들 간의 절묘할 정도로 복잡한 관계를 이야기하며, 그 모든 것이 우리가 주위에서 늘 발견하는 일상적인 법칙들의 산물이라고 속삭인다.
둘째, 그 법칙들 중 중요한 것은 생존 투쟁을 초래하는 높은 개체 증가율이다. 그렇기 때문에 생물들의 일부 혹은 다수는 사망할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생존에 더 적합한 개체들이 더 많이 살아남을 것이다. 더 유리한 형질을 가진 개체들이 갈수록 더 번성해가는 이치다. 이와 동시에 덜 개량된 개체들은 절멸된다.
세째, 진화의 특별한 산물인 고등 동물은 바로 이런 법칙들과 자연의 전쟁 및 기근과 죽음으로부터 탄생하였다. 그런 점에서 생명의 역사는 단순한 악도 아니고 단순한 선도 아닌 것이다.
넷째는 시간의 문제다. 원시적인 생명이 어찌어찌 탄생하였고 거기에 불변의 중력 법칙에 따르며 지구의 기나긴 세월이 흘러온 결과, 셀 수 없이 많은 종류의 생물들이 진화해왔고 지금도 진화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진화해갈 것이다. 어떤가, 이런 생명관은 공상적이거나 무지몽매했던 전통 사회의 믿음과 달리 현실적이면서도 장엄하지 않은가!
종교나 신화는 일상과 자연법칙과 기적적인 일들을 대립적인 것이라고 주입시켜왔다. 하지만 지금 다윈은 그 세 가지가 대립되기는커녕 서로를 증폭시키면서 고도의 하모니를 이뤄 경이로운 생명 세계를 산출해왔다고,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이라고 노래한다. 이것이 진화론이라는 새로운 세계상이며, 이후 인류의 역사는 이 상의 바탕으로 진전되어 왔다. 『종의 기원』은 세계를 바꾼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