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는 1928년 케임브릿지 대학의 여성 단과대학인 뉴넘과 거튼에서 ”여성과 픽션“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 강연내용은 좀 더 다듬어져서 1929년 <자기만의 방>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이 책은 1970년대 이후 페미니즘과 페미니즘 문학비평의 바이블이 되었고 수많은 논의를 불러일으켰다. 여기서 울프는 ”여성과 픽션“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한다. 첫째, ”여성 작가들이 픽션(소설)을 어떻게 써왔는가를 살펴보는 관점이다. 여성작가들을 중심으로 문학사를 재검토해 보는 것이다. 둘째, 여성에 관한 픽션들, 다시 말해, 여성에 관한 문화적 담론과 편견들을 검토한다. 마지막으로, 문학이 여성을 어떤 모습으로 그려냈는가를 살펴보고, 나아가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여성상에 대해 탐색하고 있다.
엘리자베스 시대에 셰익스피어의 희곡과 같은 걸작을 쓴 여성이 없었다는 사실을 두고, 여성이 남성보다 열등하기 때문이라는 전통적인 주장에 대해 울프는 논리적으로 반박하기보다 픽션을 통해 우회적인 접근을 한다. 쥬디스라는 셰익스피어의 가상의 여동생을 설정해 당시 여성의 삶의 현실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이 이야기를 통해 울프는 위대한 문학작품이 한 사람의 천재성만이 아니라 축적된 문화적 전통과 물리적 환경이 갖춰져야 탄생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나아가 여성이 글을 쓰기 위해서는 방해받지 않고 사색하고 글을 쓸 수 있는 ”자기만의 방“과 생계 때문에 원하지 않는 일로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고 창작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일년에 500파운드“의 수입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고전본문
셰익스피어 시대에 여성이 셰익스피어 희곡을 쓴다는 것은 아주 완전히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말이지요. 실제 일어났던 일을 찾기 힘드니. 이를테면 셰익스피어에게 쥬디스라는 이름을 가진 놀랄 만한 재능을 가진 누이동생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상상해 봅시다 […] 그녀는 오빠만큼이나 모험을 좋아하고 상상력이 풍부하며 세상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했지요. 하지만 아무도 그녀를 학교에 보내주지 않았습니다. 호라티우스와 버질을 읽는 것은 고사하고 문법과 논리학을 배울 기회도 없었지요. 그녀는 가끔 책 한 권을, 아마도 오빠 책 중의 하나를 집어 들고 몇 페이지를 읽었지요, 하지만 곧, 부모님이 들어와 양말을 깁고 스튜를 만드는 데 신경을 쓰라고 하며, 책과 논문같은 것을 붙들고 멍하니 시간을 보내지 말라고 말했지요. […] 그녀는 아마 몰래 사과 창고에서 몇 쪽의 글을 썼지만 조심스레 그것을 감추고 불태워버렸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녀는 곧 십 대가 다 가기도 전에 이웃 양모업자의 아들과 약혼을 하게 되었지요. 결혼은 싫다고 그녀는 울부짖었고 그것 때문에 아버지에게 심하게 맞았습니다. […] 자신이 지닌 재능의 힘에 이끌려 그녀는 조그마한 소지품 보따리를 꾸려서 어느 여름밤에 밧줄을 타고 내려와 런던으로 가는 길을 택했습니다. 그때 그녀의 나이는 열일곱도 채 안 되었지요. 울타리에서 노래하는 새들도 그녀보다 더 음악적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녀는 오빠와 같은 재능이 있어서, 말의 음률에 대한 가장 민감한 귀을 가지고 있었지요. 오빠처럼 그녀도 연극을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무대 입구에 서서 연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지요. 남자들은 그녀의 면전에서 웃어댔고 뚱뚱하고 입이 가벼운 감독은 깔깔대고 웃었습니다. […] 그러나 그녀의 천재성은 픽션에 있었으며 남자 여자들의 삶과 그들의 생활 방식을 탐구해서 풍족하게 먹고살고 싶었습니다. 그녀는 매우 젊었고,얼굴이 셰익스피어라는 그 시인과 이상하게 닮아 똑같은 회색 눈과 둥근 눈썹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마침내 닉 그린이라는 무대 감독이 그녀에게 연민을 느꼈습니다. 그녀는 그 남자의 아이를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어느 겨울 밤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지금은 엘리펀트 앤 캐슬 거리의 버스들이 정차하는 어느 교차로에 묻혔습니다. 여인의 육체에 갇혀 있는 시인의 정신이 가진 분노와 격렬함을 누가 가늠할 수 있을까요?
셰익스피어 시절에 어떤 여성이 셰익스피어와 같은 재능을 가졌다면 아마도 이야기는 대충 이런 식으로 전개되었을 겁니다. […] 내가 꾸며낸 셰익스피어의 이야기를 다시 훑어볼 때 그 안에서 사실이라고 생각되는 점은 16세기에 커다란 재능을 갖고 태어난 여성은 누구라도 틀림없이 미치게 되어 스스로를 쏘아 죽이거나,아니면 마을 밖의 어떤 외딴 오두막집에서 절반은 마녀 절반은 마법사가 되어 두려움 속에서 조롱을 받으며 여생을 마쳤을 거라는 것이지요.
토론하기
(1) 왜 셰익스피어시대의 여성은 셰익스피어와 같은 작품을 쓰지 않았을까?
(2) 열악한 사회환경을 극복하고 여성이 재능을 꽃피운 예는 없었을까?
(3) 울프는 왜 셰익스피어의 여동생 이야기를 지어냈을까?
해설읽기
[해설1]
이 질문은 <자기만의 방>의 가장 중요한 주제 중 하나입니다. 여성이 셰익스피어의 걸작들과 같은 작품을 쓰지 못한 것은 여성이 남성보다 열등하다는 것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이 글의 화자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문제에 접근합니다. 당시 여성이 처한 경제적 사회적 상황에 눈을 돌려 과연 그들이 글을 쓸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를 알아보는 것입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가로 여겨지는 셰익스피어와 같은 재능을 여성이 타고 났을 때 과연 그 재능을 꽃피울 수 있었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그리고 차분히 그런 여성이 당대에 어떤 삶을 살았을지 역사적 사실에 입각해 추론해 봅니다. 결론은 셰익스피어 시대에 태어난 여성은 셰익스피어와 같은 걸작은 커녕 글을 쓰기조차도 어려웠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당시의 남성과 여성은 시작부터 전혀 다른 종류의 삶을 살아야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여성은 교육도 받을 수 없었고, 세상을 알고 경험할 수 있는 폭이 상당히 제한되어 있었습니다. 또한 여성의 순결이 중시되어 집 밖에 함부로 돌아 다니거나 사람들을 자유롭게 만날 수 없었습니다. 더욱이 가사와 육아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홀로 사색하고 작품을 쓰는 작가의 활동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었으니까요.
[해설2]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만의 방>에서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글쓰기를 시도했던 여러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줍니다. 뉴캐슬 공작부인 마거릿 캐번디시와 윈칠시어 부인 등 17-18세기 여성 문인들을 예로 드는데, 이들은 귀족이며, 아이가 없으며, 글쓰기를 좋아하는 아내의 남다른 취미를 묵인해 주는 아량 넓은 남편을 만났다는 공통점을 가졌습니다. 이들은 산문을 쓰고 시를 썼지만 조야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당대의 대부분의 여성들이 누릴 수 없었던 경제적 사회적 특권과 자유를 향유했던 이런 여성들조차도 제대로 된 글을 쓸 수 없었던 데는 교육과 경험이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글 쓰는 여성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편견이 한몫을 했습니다. 19세기에 들어 브론테 자매와 같은 여성 작가들이 등장하는데 울프는 여성의 처지에 대한 작가 샤롯 브론테의 분노가 날 것 그대로 주인공에 투영되어 소설 <제인에어>의 작품성을 망가뜨렸다고 안타까워합니다. 반면에 <오만과 편견> <지성과 감성> 등의 소설로 유명한 제인 오스틴의 경우 부정적 감정을 작품에 전혀 드러내지 않고 셰익스피어에게서나 볼 수 있는 균형잡힌 예술성을 성취했다고 극찬합니다. 제인 오스틴은 결혼하지 않았고 아이도 갖지 않은 채 작은 마을에서 조용히 작품을 썼는데, 울프는 만일 오스틴같은 작가가 당시의 다른 남성 작가들과 같이 좋은 교육을 받고 폭넓은 사회 경험을 할 수 있었더라면 춸씬 더 휼륭한 작품을 남기지 않았을까 추측해 보기도 합니다.
[해설3]
쥬디스 셰익스피어는 가상의 인물입니다. 울프는 <자기만의 방>에서 ”때로는 허구가 사실보다 더 진실을 잘 전달해 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는 이러한 방식이 더 효과적일 때만 많다고요. 그 이유는 첫째, 과거 셰익스피어 시대에 여성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기록이 별로 남아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엘리자베스 1세 여왕과 같은 정치적 인물의 경우는 예외지만요. 여성이 과거 역사에 기록되는 경우는 많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일반 여성들이 어떤 생각을 하면서 하루하루 살아갔는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당시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여성이 드물었고, 이런 보통 여성들이 옷은 몇 벌 가졌고, 얼마나 자주 세탁을 하고, 아이들에게는 어떤 음식을 해 먹였는지 그런 기록은 찾기 어렵답니다. 둘째, 그런 기록이 남아 있더라도 여성이 어떤 감정을 느꼈고, 무엇을 꿈꾸며 살았는지를 읽어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허구는 기록되지 않은 역사서술의 공백을 그럼직한 상상력으로 메꾸어 우리에게 생생하게 잊혀진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마법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키워드
글쓰기, 돈, 버지니아 울프, 셰익스피어, 여성, 자기만의 방
전후맥락
버지니아 울프는 1928년 케임브릿지 대학의 여성 단과대학인 뉴넘과 거튼에서 ”여성과 픽션“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 강연내용은 좀 더 다듬어져서 1929년 <자기만의 방>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이 책은 1970년대 이후 페미니즘과 페미니즘 문학비평의 바이블이 되었고 수많은 논의를 불러일으켰다. 여기서 울프는 ”여성과 픽션“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한다. 첫째, ”여성 작가들이 픽션(소설)을 어떻게 써왔는가를 살펴보는 관점이다. 여성작가들을 중심으로 문학사를 재검토해 보는 것이다. 둘째, 여성에 관한 픽션들, 다시 말해, 여성에 관한 문화적 담론과 편견들을 검토한다. 마지막으로, 문학이 여성을 어떤 모습으로 그려냈는가를 살펴보고, 나아가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여성상에 대해 탐색하고 있다.
엘리자베스 시대에 셰익스피어의 희곡과 같은 걸작을 쓴 여성이 없었다는 사실을 두고, 여성이 남성보다 열등하기 때문이라는 전통적인 주장에 대해 울프는 논리적으로 반박하기보다 픽션을 통해 우회적인 접근을 한다. 쥬디스라는 셰익스피어의 가상의 여동생을 설정해 당시 여성의 삶의 현실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이 이야기를 통해 울프는 위대한 문학작품이 한 사람의 천재성만이 아니라 축적된 문화적 전통과 물리적 환경이 갖춰져야 탄생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나아가 여성이 글을 쓰기 위해서는 방해받지 않고 사색하고 글을 쓸 수 있는 ”자기만의 방“과 생계 때문에 원하지 않는 일로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고 창작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일년에 500파운드“의 수입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고전본문
셰익스피어 시대에 여성이 셰익스피어 희곡을 쓴다는 것은 아주 완전히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말이지요. 실제 일어났던 일을 찾기 힘드니. 이를테면 셰익스피어에게 쥬디스라는 이름을 가진 놀랄 만한 재능을 가진 누이동생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상상해 봅시다 […] 그녀는 오빠만큼이나 모험을 좋아하고 상상력이 풍부하며 세상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했지요. 하지만 아무도 그녀를 학교에 보내주지 않았습니다. 호라티우스와 버질을 읽는 것은 고사하고 문법과 논리학을 배울 기회도 없었지요. 그녀는 가끔 책 한 권을, 아마도 오빠 책 중의 하나를 집어 들고 몇 페이지를 읽었지요, 하지만 곧, 부모님이 들어와 양말을 깁고 스튜를 만드는 데 신경을 쓰라고 하며, 책과 논문같은 것을 붙들고 멍하니 시간을 보내지 말라고 말했지요. […] 그녀는 아마 몰래 사과 창고에서 몇 쪽의 글을 썼지만 조심스레 그것을 감추고 불태워버렸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녀는 곧 십 대가 다 가기도 전에 이웃 양모업자의 아들과 약혼을 하게 되었지요. 결혼은 싫다고 그녀는 울부짖었고 그것 때문에 아버지에게 심하게 맞았습니다. […] 자신이 지닌 재능의 힘에 이끌려 그녀는 조그마한 소지품 보따리를 꾸려서 어느 여름밤에 밧줄을 타고 내려와 런던으로 가는 길을 택했습니다. 그때 그녀의 나이는 열일곱도 채 안 되었지요. 울타리에서 노래하는 새들도 그녀보다 더 음악적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녀는 오빠와 같은 재능이 있어서, 말의 음률에 대한 가장 민감한 귀을 가지고 있었지요. 오빠처럼 그녀도 연극을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무대 입구에 서서 연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지요. 남자들은 그녀의 면전에서 웃어댔고 뚱뚱하고 입이 가벼운 감독은 깔깔대고 웃었습니다. […] 그러나 그녀의 천재성은 픽션에 있었으며 남자 여자들의 삶과 그들의 생활 방식을 탐구해서 풍족하게 먹고살고 싶었습니다. 그녀는 매우 젊었고,얼굴이 셰익스피어라는 그 시인과 이상하게 닮아 똑같은 회색 눈과 둥근 눈썹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마침내 닉 그린이라는 무대 감독이 그녀에게 연민을 느꼈습니다. 그녀는 그 남자의 아이를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어느 겨울 밤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지금은 엘리펀트 앤 캐슬 거리의 버스들이 정차하는 어느 교차로에 묻혔습니다. 여인의 육체에 갇혀 있는 시인의 정신이 가진 분노와 격렬함을 누가 가늠할 수 있을까요?
셰익스피어 시절에 어떤 여성이 셰익스피어와 같은 재능을 가졌다면 아마도 이야기는 대충 이런 식으로 전개되었을 겁니다. […] 내가 꾸며낸 셰익스피어의 이야기를 다시 훑어볼 때 그 안에서 사실이라고 생각되는 점은 16세기에 커다란 재능을 갖고 태어난 여성은 누구라도 틀림없이 미치게 되어 스스로를 쏘아 죽이거나,아니면 마을 밖의 어떤 외딴 오두막집에서 절반은 마녀 절반은 마법사가 되어 두려움 속에서 조롱을 받으며 여생을 마쳤을 거라는 것이지요.
토론하기
(1) 왜 셰익스피어시대의 여성은 셰익스피어와 같은 작품을 쓰지 않았을까?
(2) 열악한 사회환경을 극복하고 여성이 재능을 꽃피운 예는 없었을까?
(3) 울프는 왜 셰익스피어의 여동생 이야기를 지어냈을까?
해설읽기
[해설1]
이 질문은 <자기만의 방>의 가장 중요한 주제 중 하나입니다. 여성이 셰익스피어의 걸작들과 같은 작품을 쓰지 못한 것은 여성이 남성보다 열등하다는 것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이 글의 화자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문제에 접근합니다. 당시 여성이 처한 경제적 사회적 상황에 눈을 돌려 과연 그들이 글을 쓸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를 알아보는 것입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가로 여겨지는 셰익스피어와 같은 재능을 여성이 타고 났을 때 과연 그 재능을 꽃피울 수 있었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그리고 차분히 그런 여성이 당대에 어떤 삶을 살았을지 역사적 사실에 입각해 추론해 봅니다. 결론은 셰익스피어 시대에 태어난 여성은 셰익스피어와 같은 걸작은 커녕 글을 쓰기조차도 어려웠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당시의 남성과 여성은 시작부터 전혀 다른 종류의 삶을 살아야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여성은 교육도 받을 수 없었고, 세상을 알고 경험할 수 있는 폭이 상당히 제한되어 있었습니다. 또한 여성의 순결이 중시되어 집 밖에 함부로 돌아 다니거나 사람들을 자유롭게 만날 수 없었습니다. 더욱이 가사와 육아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홀로 사색하고 작품을 쓰는 작가의 활동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었으니까요.
[해설2]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만의 방>에서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글쓰기를 시도했던 여러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줍니다. 뉴캐슬 공작부인 마거릿 캐번디시와 윈칠시어 부인 등 17-18세기 여성 문인들을 예로 드는데, 이들은 귀족이며, 아이가 없으며, 글쓰기를 좋아하는 아내의 남다른 취미를 묵인해 주는 아량 넓은 남편을 만났다는 공통점을 가졌습니다. 이들은 산문을 쓰고 시를 썼지만 조야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당대의 대부분의 여성들이 누릴 수 없었던 경제적 사회적 특권과 자유를 향유했던 이런 여성들조차도 제대로 된 글을 쓸 수 없었던 데는 교육과 경험이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글 쓰는 여성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편견이 한몫을 했습니다. 19세기에 들어 브론테 자매와 같은 여성 작가들이 등장하는데 울프는 여성의 처지에 대한 작가 샤롯 브론테의 분노가 날 것 그대로 주인공에 투영되어 소설 <제인에어>의 작품성을 망가뜨렸다고 안타까워합니다. 반면에 <오만과 편견> <지성과 감성> 등의 소설로 유명한 제인 오스틴의 경우 부정적 감정을 작품에 전혀 드러내지 않고 셰익스피어에게서나 볼 수 있는 균형잡힌 예술성을 성취했다고 극찬합니다. 제인 오스틴은 결혼하지 않았고 아이도 갖지 않은 채 작은 마을에서 조용히 작품을 썼는데, 울프는 만일 오스틴같은 작가가 당시의 다른 남성 작가들과 같이 좋은 교육을 받고 폭넓은 사회 경험을 할 수 있었더라면 춸씬 더 휼륭한 작품을 남기지 않았을까 추측해 보기도 합니다.
[해설3]
쥬디스 셰익스피어는 가상의 인물입니다. 울프는 <자기만의 방>에서 ”때로는 허구가 사실보다 더 진실을 잘 전달해 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는 이러한 방식이 더 효과적일 때만 많다고요. 그 이유는 첫째, 과거 셰익스피어 시대에 여성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기록이 별로 남아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엘리자베스 1세 여왕과 같은 정치적 인물의 경우는 예외지만요. 여성이 과거 역사에 기록되는 경우는 많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일반 여성들이 어떤 생각을 하면서 하루하루 살아갔는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당시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여성이 드물었고, 이런 보통 여성들이 옷은 몇 벌 가졌고, 얼마나 자주 세탁을 하고, 아이들에게는 어떤 음식을 해 먹였는지 그런 기록은 찾기 어렵답니다. 둘째, 그런 기록이 남아 있더라도 여성이 어떤 감정을 느꼈고, 무엇을 꿈꾸며 살았는지를 읽어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허구는 기록되지 않은 역사서술의 공백을 그럼직한 상상력으로 메꾸어 우리에게 생생하게 잊혀진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마법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