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맥락
어려서 고아가 된 제인은 친척집에 맡겨졌는데 아이답지 않게 고집 세고 예쁘지도 귀엽지도 않아서 구박받으며 지낸다. 제인을 싫어하는 외숙모는 그녀를 로우드 자선학교에 보내고, 제인은 거기서도 힘겨운 나날을 보낸다. 마침내 졸업을 하고 자립하기 위해 일자리를 찾아 정착한 곳이 부유한 로체스터의 쏜필드 저택이었다. 제인은 로체스터의 사생아로 보이는 아델의 교육을 맡았고, 집안 살림을 관장하는 페어팩스부인은 제인을 아껴주었다. 쏜필드 저택에서 제인은 난생처음 따듯한 사람에 둘러싸여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로체스터와 사랑에 빠지게 된 제인은 결혼식날 로테스터에게 부인이 있고 정신질환을 앓는 부인은 남몰래 쏜필드 저택의 밀실에 숨겨진 채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충격을 받은 제인은 쏜필드를 떠나 황야를 헤매다 쓰러지고 신심깊은 리버스 목사에게 구원을 받아 그의 자매들과 함께 살게 된다. 다음에 인용된 부분은 쏜필드에 온 제인이 처음 누리는 따듯한 인간관계에도 불구하고 더 넓은 세상과 경험을 갈망하는 장면이다.
고전본문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나를 비난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비난해도 상관없다. 이따금씩 혼자 정원을 거닐다가, 때론 저택 정문까지 걸어 내려가 길을 쳐다보거나, 대론 아델이 유모와 노는 동안 페어팩스 부인이 식품저장실에서 젤리를 만드는 동안 세 개의 계단을 올라가 다락방의 천장에 난 문을 열고 함석지붕으로 나가 멀리 흩어져 있는 산과 들, 그리고 희미한 지평선을 바라볼 때, 그럴 때면 나는 한계를 넘는 시력을 열망하게 된다.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아직 본 적은 없는, 생명력 넘치는 분주한 세상, 도회지와 지방들까지 눈이 닿을 수 있기를 갈망했다. 내가 경험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실제로 경험해 보고, 이곳에서 접촉하는 사람들 말고 나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과 만나고, 다양한 성격의 사람들과 교류하며 지내고 싶었다.
누가 나를 비난할까? 틀림없이 많은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만족할 줄 모른다고. 그렇지만 나는 어쩔 수가 없다. 타고난 성격이 가만히 있지 못하고 때론 고통스러울 만큼 나를 몰아댔다. 그럴 때 유일한 해결책은 3층 복도를 왔다 갔다하며 그곳의 조용하고 쓸쓸한 분위기 속에서 안심하고 눈앞에 떠오르는 멋진 환상에 취하는 것이다. 환상은 수없이 많고 화려했다. 내 마음은 격정에 부풀었고 […] 그 중에서 제일은 결코 끝나지 않는 이야기에 내면의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그 이야기들은 내 상상력이 빚어낸 것인데 현실 생활에서는 아무리 원해도 경험하지 못하는 여러 사건들과, 생활, 열정, 감정들을 계속 신나게 들려준다. 인간은 평온함에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고 아무리 말해봤자 소용없다. 인간은 행동해야 하고, 행동할 수 없다면 기회를 만들어내야 한다. 수백만의 사람들인 나보다 더 변화가 없는 운명에 처해 있고, 수백만이 스스로의 운명에 말없이 반기를 들고 있을 것이다. 정치적인 반항 외에도 얼마난 많은 반항이,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수많은 군중들의 삶 속에 숙성되고 있는지 누가 알겠는가. 일반적으로 여성은 조용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여성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감정을 가지고 있다. 남자 형제들과 마찬가지로 능력을 발휘하고 노력을 경주할 영역을 필요로 한다. 여성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엄격하게 속박하게나 너무 내리누르면 힘들어 한다. 그러니 여자는 푸딩을 만들고, 양말을 짜거나 피아노를 치고 장갑에 수나 놓고 있으면 된다고 말하는 것은 좀 더 많은 특권을 누리는 동료 인간인 남성들의 속좁은 견해인 것이다. 관습이 여성에게 허용한하는것 이상을 하려고 하거나 배우려 든다고 비난하고 조소하는 것은 몰지각한 일이다.
-<제인 에어>의 12장 앞부분 중에서-
토론하기
(1) 인용된 본문에서 제인은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세상 사람들이 비난하겠지만 상관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왜 제인은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많고 다양한 경험을 원하는 것일까? 그리고 왜 그것이 비난받을 일이었을까?
(2) 인용된 글에서 제인은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상황에 대해 분개한다. 제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전통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와 역할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해설읽기
이 부분은 소설 『제인 에어』의 12장의 일부인데, 쏜필드 저택에 머물게 된 제인이 자신을 둘러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감상을 서술하는 부분이다. 저택 관리인인 페어팩스 부인과 아델을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인에게 호의적이었고, 저택과 장원과 그 너머의 마을이나 자연경관도 제인에게는 만족스러운 것이었다. 적어도 처음에는 그러했다. 제인이 그간 겪어온 삶을 생각해 보면, 쏜필드에서의 생활은 어느 때보다 풍요롭고 안정된 것이었다. 그럼에도 제인은 만족하지 못하는 자신의 깊은 내면의 갈망을 드러낸다. 아델과 페어팩스 부인과 함께 있지 않을 때, 혼자만의 여유가 생기면 제인은 저택의 옥상으로 올라가 저 너머 가보지 못한 세상을 보고 경험해 보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힌다. 그럴 때면 외딴 시골의 저택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사람없는 한적한 복도를 거닐며 상상의 나래를 한껏 펼치고 환상을 탐닉하는 것 뿐이었다. 제인은 마치 감옥에 갇힌 사람처럼 불안하게 서성이며 때론 높은 곳에서 먼 곳을 동경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녀는 죄수가 아니지만 자신이 처한 사회적 환경에 갖혀있다. 고아이며 경제적 여유가 없고, 더욱이 여성이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제인이 분노하고 절망하는 것은 여성에게 지워진 사회적 문화적 관습의 질곡이다. 여자는 가사 일에 만족하고 주어진 틀 안에서 조용히 살아가야 한다는 기존의 통념에 말없이 항거하는 것이다. 제인의 불만은 저자 샬럿 브론테의 억눌린 분노의 표출이기도 하다.
작가이자 평론가였던 버지니아 울프는 샬럿 브론테가 작품 한 중간에 뜬금없이 작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 작품의 예술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울프는 샬럿 브론테는 작품 속 인물과 작가 자신 간의 거리를 유지하는데 실패했다고 보았다. 앞서 인용된 부분이 그 대표적인 예다. 비록 작품의 완성도 부분에서는 흠이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샬럿 브론테가 제인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분명하다. 19세기 당시의 소설 여주인공은 전형적으로 예쁘고 순결하고, 순종적이며,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는 인물이 대부분이었다. 이에 반해 제인은 예쁘지 않고 고집스러우며, 세상사에 대해 뚜렷한 자기 의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비록 작고 보잘 것 없는 존재라도, 비록 가진 것없는 여성이라도 존엄한 인간이며 남성과 마찬가지로 감정이 있고, 고통을 느끼며,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지적 정서적 갈망을 채우고 싶어한다고 세상을 향해 외친다.
제인은 여성이 일반적으로 조용한 존재라는 것은 사회적인 편견일 뿐이고, 여성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희로애락을 느끼는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항변한다. 여성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희로애락을 느끼는 감정이 있으며, 남성과 마찬가지로 재능을 닦고 펼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정제되지 않은 거칠고 조야한 화법이지만 일종의 여성권리 선언문으로 볼 수 있다. 소설 『제인 에어』는 1847년에 처음 출판되었다. 이 보다 앞서 메리 울스턴그래프트는 1892년에 『여성권리장전』을 썼다. 울스터크래프트는 여성도 남성과 같은 인간으로 여성을 교육하지 않고 재능을 발휘할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인류에게도 커다란 손실이라 역설했다. 반세기가 지나 샬럿 브론테는 울스턴크래프트와 같은 맥락에서 여성에 대한 사회적 억압에 대해 비판하고 여성의 자유와 권리를 옹호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19세기 영국은 가부장적 사회로 여성의 자리는 오직 “가정”에 국한되어 있었다. 작가 브론테는 제인을 통해 여성에게 지워진 사회적 문화적 제한에 대해 비판하고 나아가 “수백만이 스스로의 운명에 말없이 반기를 들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가부장제의 질곡에 갖혀 고통받던 여성들은 극단적인 경우 분노와 광기로 고통받는다. 쏜필드 저택의 밀실에 감금되어 있는 로테스터의 아내 버사는 고통 속에 살아가는 여성의 비참한 상태에 대한 상징으로 볼 수 있다.
소설 『제인 에어』의 주인공 은 제인이지만 일부 비평가들은 밀실에 갖혀있는 로체스터의 미친 아내 버사를 제인의 더블로 해석하기도 한다. 여성으로서 자신의 삶을 개척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회적 인물인 제인과 가부장제의 질곡에서 희생되어 분노와 광기로 미쳐버린 버사는 마치 지킬박사와 하이드씨와 같이 제인의 무의식을 체화한 인물로 보는 것이다. 작가 브론테가 의식적으로 구성한 것은 아닐지라도 상당히 설득력있고 흥미로운 해석이라 할 수 있다. 19세기 당시의 분위기에 비추어 볼 때 제인의 독립적인 생활태도와 남성에 의지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려는 모습은 상당히 급진적이다. 또한 로체스터의 중혼, 리버스 목사가 여성을 대하는 태도, 결혼 후 미쳐버린 버사의 모습을 통해 샬롯 브론테는 당대의 성차별적 문화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키워드
가부장제, 광기, 교육, 여성, 종교, 페미니즘
전후맥락
어려서 고아가 된 제인은 친척집에 맡겨졌는데 아이답지 않게 고집 세고 예쁘지도 귀엽지도 않아서 구박받으며 지낸다. 제인을 싫어하는 외숙모는 그녀를 로우드 자선학교에 보내고, 제인은 거기서도 힘겨운 나날을 보낸다. 마침내 졸업을 하고 자립하기 위해 일자리를 찾아 정착한 곳이 부유한 로체스터의 쏜필드 저택이었다. 제인은 로체스터의 사생아로 보이는 아델의 교육을 맡았고, 집안 살림을 관장하는 페어팩스부인은 제인을 아껴주었다. 쏜필드 저택에서 제인은 난생처음 따듯한 사람에 둘러싸여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로체스터와 사랑에 빠지게 된 제인은 결혼식날 로테스터에게 부인이 있고 정신질환을 앓는 부인은 남몰래 쏜필드 저택의 밀실에 숨겨진 채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충격을 받은 제인은 쏜필드를 떠나 황야를 헤매다 쓰러지고 신심깊은 리버스 목사에게 구원을 받아 그의 자매들과 함께 살게 된다. 다음에 인용된 부분은 쏜필드에 온 제인이 처음 누리는 따듯한 인간관계에도 불구하고 더 넓은 세상과 경험을 갈망하는 장면이다.
고전본문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나를 비난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비난해도 상관없다. 이따금씩 혼자 정원을 거닐다가, 때론 저택 정문까지 걸어 내려가 길을 쳐다보거나, 대론 아델이 유모와 노는 동안 페어팩스 부인이 식품저장실에서 젤리를 만드는 동안 세 개의 계단을 올라가 다락방의 천장에 난 문을 열고 함석지붕으로 나가 멀리 흩어져 있는 산과 들, 그리고 희미한 지평선을 바라볼 때, 그럴 때면 나는 한계를 넘는 시력을 열망하게 된다.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아직 본 적은 없는, 생명력 넘치는 분주한 세상, 도회지와 지방들까지 눈이 닿을 수 있기를 갈망했다. 내가 경험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실제로 경험해 보고, 이곳에서 접촉하는 사람들 말고 나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과 만나고, 다양한 성격의 사람들과 교류하며 지내고 싶었다.
누가 나를 비난할까? 틀림없이 많은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만족할 줄 모른다고. 그렇지만 나는 어쩔 수가 없다. 타고난 성격이 가만히 있지 못하고 때론 고통스러울 만큼 나를 몰아댔다. 그럴 때 유일한 해결책은 3층 복도를 왔다 갔다하며 그곳의 조용하고 쓸쓸한 분위기 속에서 안심하고 눈앞에 떠오르는 멋진 환상에 취하는 것이다. 환상은 수없이 많고 화려했다. 내 마음은 격정에 부풀었고 […] 그 중에서 제일은 결코 끝나지 않는 이야기에 내면의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그 이야기들은 내 상상력이 빚어낸 것인데 현실 생활에서는 아무리 원해도 경험하지 못하는 여러 사건들과, 생활, 열정, 감정들을 계속 신나게 들려준다. 인간은 평온함에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고 아무리 말해봤자 소용없다. 인간은 행동해야 하고, 행동할 수 없다면 기회를 만들어내야 한다. 수백만의 사람들인 나보다 더 변화가 없는 운명에 처해 있고, 수백만이 스스로의 운명에 말없이 반기를 들고 있을 것이다. 정치적인 반항 외에도 얼마난 많은 반항이,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수많은 군중들의 삶 속에 숙성되고 있는지 누가 알겠는가. 일반적으로 여성은 조용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여성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감정을 가지고 있다. 남자 형제들과 마찬가지로 능력을 발휘하고 노력을 경주할 영역을 필요로 한다. 여성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엄격하게 속박하게나 너무 내리누르면 힘들어 한다. 그러니 여자는 푸딩을 만들고, 양말을 짜거나 피아노를 치고 장갑에 수나 놓고 있으면 된다고 말하는 것은 좀 더 많은 특권을 누리는 동료 인간인 남성들의 속좁은 견해인 것이다. 관습이 여성에게 허용한하는것 이상을 하려고 하거나 배우려 든다고 비난하고 조소하는 것은 몰지각한 일이다.
-<제인 에어>의 12장 앞부분 중에서-
토론하기
(1) 인용된 본문에서 제인은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세상 사람들이 비난하겠지만 상관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왜 제인은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많고 다양한 경험을 원하는 것일까? 그리고 왜 그것이 비난받을 일이었을까?
(2) 인용된 글에서 제인은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상황에 대해 분개한다. 제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전통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와 역할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해설읽기
이 부분은 소설 『제인 에어』의 12장의 일부인데, 쏜필드 저택에 머물게 된 제인이 자신을 둘러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감상을 서술하는 부분이다. 저택 관리인인 페어팩스 부인과 아델을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인에게 호의적이었고, 저택과 장원과 그 너머의 마을이나 자연경관도 제인에게는 만족스러운 것이었다. 적어도 처음에는 그러했다. 제인이 그간 겪어온 삶을 생각해 보면, 쏜필드에서의 생활은 어느 때보다 풍요롭고 안정된 것이었다. 그럼에도 제인은 만족하지 못하는 자신의 깊은 내면의 갈망을 드러낸다. 아델과 페어팩스 부인과 함께 있지 않을 때, 혼자만의 여유가 생기면 제인은 저택의 옥상으로 올라가 저 너머 가보지 못한 세상을 보고 경험해 보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힌다. 그럴 때면 외딴 시골의 저택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사람없는 한적한 복도를 거닐며 상상의 나래를 한껏 펼치고 환상을 탐닉하는 것 뿐이었다. 제인은 마치 감옥에 갇힌 사람처럼 불안하게 서성이며 때론 높은 곳에서 먼 곳을 동경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녀는 죄수가 아니지만 자신이 처한 사회적 환경에 갖혀있다. 고아이며 경제적 여유가 없고, 더욱이 여성이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제인이 분노하고 절망하는 것은 여성에게 지워진 사회적 문화적 관습의 질곡이다. 여자는 가사 일에 만족하고 주어진 틀 안에서 조용히 살아가야 한다는 기존의 통념에 말없이 항거하는 것이다. 제인의 불만은 저자 샬럿 브론테의 억눌린 분노의 표출이기도 하다.
작가이자 평론가였던 버지니아 울프는 샬럿 브론테가 작품 한 중간에 뜬금없이 작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 작품의 예술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울프는 샬럿 브론테는 작품 속 인물과 작가 자신 간의 거리를 유지하는데 실패했다고 보았다. 앞서 인용된 부분이 그 대표적인 예다. 비록 작품의 완성도 부분에서는 흠이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샬럿 브론테가 제인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분명하다. 19세기 당시의 소설 여주인공은 전형적으로 예쁘고 순결하고, 순종적이며,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는 인물이 대부분이었다. 이에 반해 제인은 예쁘지 않고 고집스러우며, 세상사에 대해 뚜렷한 자기 의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비록 작고 보잘 것 없는 존재라도, 비록 가진 것없는 여성이라도 존엄한 인간이며 남성과 마찬가지로 감정이 있고, 고통을 느끼며,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지적 정서적 갈망을 채우고 싶어한다고 세상을 향해 외친다.
제인은 여성이 일반적으로 조용한 존재라는 것은 사회적인 편견일 뿐이고, 여성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희로애락을 느끼는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항변한다. 여성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희로애락을 느끼는 감정이 있으며, 남성과 마찬가지로 재능을 닦고 펼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정제되지 않은 거칠고 조야한 화법이지만 일종의 여성권리 선언문으로 볼 수 있다. 소설 『제인 에어』는 1847년에 처음 출판되었다. 이 보다 앞서 메리 울스턴그래프트는 1892년에 『여성권리장전』을 썼다. 울스터크래프트는 여성도 남성과 같은 인간으로 여성을 교육하지 않고 재능을 발휘할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인류에게도 커다란 손실이라 역설했다. 반세기가 지나 샬럿 브론테는 울스턴크래프트와 같은 맥락에서 여성에 대한 사회적 억압에 대해 비판하고 여성의 자유와 권리를 옹호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19세기 영국은 가부장적 사회로 여성의 자리는 오직 “가정”에 국한되어 있었다. 작가 브론테는 제인을 통해 여성에게 지워진 사회적 문화적 제한에 대해 비판하고 나아가 “수백만이 스스로의 운명에 말없이 반기를 들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가부장제의 질곡에 갖혀 고통받던 여성들은 극단적인 경우 분노와 광기로 고통받는다. 쏜필드 저택의 밀실에 감금되어 있는 로테스터의 아내 버사는 고통 속에 살아가는 여성의 비참한 상태에 대한 상징으로 볼 수 있다.
소설 『제인 에어』의 주인공 은 제인이지만 일부 비평가들은 밀실에 갖혀있는 로체스터의 미친 아내 버사를 제인의 더블로 해석하기도 한다. 여성으로서 자신의 삶을 개척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회적 인물인 제인과 가부장제의 질곡에서 희생되어 분노와 광기로 미쳐버린 버사는 마치 지킬박사와 하이드씨와 같이 제인의 무의식을 체화한 인물로 보는 것이다. 작가 브론테가 의식적으로 구성한 것은 아닐지라도 상당히 설득력있고 흥미로운 해석이라 할 수 있다. 19세기 당시의 분위기에 비추어 볼 때 제인의 독립적인 생활태도와 남성에 의지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려는 모습은 상당히 급진적이다. 또한 로체스터의 중혼, 리버스 목사가 여성을 대하는 태도, 결혼 후 미쳐버린 버사의 모습을 통해 샬롯 브론테는 당대의 성차별적 문화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키워드
가부장제, 광기, 교육, 여성, 종교, 페미니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