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맥락
부유한 가문의 영애와의 결혼을 앞둔 젊은 공작 네흘류도프는 배심원으로 참석한 재판에서 젊은 시절 마음에 들어 유혹하였다가 곧바로 외면해버린 하녀 카튜샤와 대면한다. 그녀는 놀랍게도 살인사건의 피고인으로 출석해 있었다. 네흘류도프는 비록 하녀의 신분이었지만 귀족 가정에서 비교적 안정된 생활을 하던 카튜샤가 자신의 행위로 인해 임신을 하게 되고 일하던 집에서도 쫓겨나 좋지 못한 환경에서 생활하며 떳떳지 못한 일을 하며 타락하게 된 것이 자신의 책임임을 통감한다. 힘없고 보잘것없는 신분의 카튜샤에 대한 재판은 제대로 된 심리 없이 진행되고 카튜샤는 억울하게 중형을 받고 시베리아로 유형을 가게 된다. 이에 네흘류도프는 양심의 가책에 몹시 괴로워하던 중 또 다른 재판에서 젊은이가 생활고에 의해 저지른 좀도둑질에 중형을 선고받는 것을 목격한다. 검사와 판사, 그리고 배심원들은 어려운 환경에 의해 범죄자가 되어버린 젊은이에게 일말의 동정심도 느끼지 못하며 사건이 일어나게 된 전후 사정과 피고의 상황, 그리고 그가 저지른 죄의 경중에 관한 고려 없이 그저 범죄자로만 취급하며 빨리 재판절차를 진행하여 끝내려는 태도를 보인다. 작은 좀도둑질이었지만 공범이 죽어버린 상황에서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고 제대로 된 심리도 받지 못한 채 엄한 처벌을 받게 된 가련한 청년을 보고 네흘류도프는 그간 귀족으로서 편안한 삶을 누리며 미처 깨닫지 못한 사회의 모순에 눈을 뜬다.
고전본문
오늘의 사건은 가택 침입 절도에 관한 것이었다. <중략> 이 젊은이는 친구와 함께 광의 자물쇠를 부수고 그 안으로 들어가 3루블 67코페이카 정도 되는 헌 돗자리를 훔쳤다는 혐의로 기소된 것이었다. <중략> 그들은 곧 체포되어 모든 것을 숨김없이 자백했다. 그래서 두 사람 다 수감되었는데 친구인 자물쇠 공장 직공은 재판을 기다리던 중에 죽고 말았다. 결국 젊은이 혼자 사회로부터 격리할 필요가 있는 위험한 존재로서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자도 어제의 그 여죄수만큼이나 위험한 존재인 모양이로군.’ 눈앞에서 진행되는 일들에 귀를 기울이면서 네흘류도프는 생각했다. ‘이들을 위험하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위험하지 않단 말인가? 나는 방탕하고 위선자이고 거짓말쟁이다. 모두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내가 어떤 인간인지 알면서도 비웃지 않고 오히려 존경하고 있지 않은가? 또 설사 저 젊은이가 이 법정에 있는 사람 누구보다도 가장 크게 사회에 악영향을 끼칠 인간이라 해도 우리의 상식에 비추어 보아 이미 붙잡혀 여기 와 있는 이상 이 젊은이에게 무엇을 할 필요가 있을까. 이 젊은이는 문제시될 만한 흉악범이 아닌, 우리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평범한 인간이다. 그가 지금 그런 인간이 되어버린 것은 환경이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젊은이가 더이상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이런 불행한 인간을 만들어내는 매개체인 나쁜 환경을 없애야 한다는 건 두말할 나위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 우리는 죄를 저지르고도 잡히지 않은 족히 수천 명의 사람들을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공교롭게 어쩌다 걸려든 한 젊은이를 체포해 감옥에 넣고는 무기력하고 불건강하고 아무 의미도 없는 노동 조건에 옭아매고 역시 무기력하고 인생의 의미를 상실한 사람들의 무리 속에 몰아넣고 있다. 관비로 모스크바 현에서 이르쿠츠크 현의 타락한 인간 사회로 추방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 우리는 이러한 인간들이 생겨나는 환경을 없애기 위해서 아무러한 조치도 취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이런 인간들을 만들어내는 시설을 장려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 시설이란 바로 큰 공장, 작업장, 음식점, 술집, 유곽 등이다. 그런데도 이런 장소를 폐쇄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를 필요로 하고 권장하며 시설을 정비해 주고 있는 지경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한 사람이 아닌 수백만의 인간을 방출하고 있으면서도 어쩌다 한 사람이라도 체포하면 마치 사회에 무슨 커다란 업적이라도 이루어놓은 양 의기양양해하고 이로써 이제 안심이다, <중략> 그 젊은이는 모스크바 현에서 이르쿠츠크 현으로 추방되었다, 이렇게만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대령과 함께 나란히 앉은 네흘류도프는 변호인과 검사보, 재판장의 각각 억양이 다른 말소리를 들으면서, 또 그들의 자신만만한 몸짓을 쳐다보면서 또렷하고 명확하게 자기의 생각을 펼쳐나가고 있었다. ‘이러한 위선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무수한 노력이 소모되었던가,’
네흘류도프는 웅장한 법정이며 초상화, 촛대, 안락의자, 법복, 두꺼운 책, 창문 등 여기저기를 둘러보고서는 이 건물이 거대하다는 것을, 그리고 이를 둘러싸고 있는 갖가지 제도는 훨씬 더 거대하다는 것을 문득 생각해 냈다. <중략> ‘지금 우리가 겨우 자신의 안전과 편리를 위해서 필요로 하는 손이나 발을 바라보는 정도로밖에 가치를 인정치 않는 이들 내버려진 사람들을 돕는데 이와 같은 위선을 위해 소비하는 노력의 백분의 일만 쏟는다면? 이 젊은이만 하더라도,’ 하고 네흘류도프는 두려운 표정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지난날 생활의 궁핍 때문에 시골에서 도시로 나왔을 때 누군가 그를 동정하여 조금이라도 도와줄 만한 사람이 있었더라면, 아니 젊은이가 도시 생활을 시작한 뒤에 공장에서 하루 열두 시간 이상 노동을 가고 난 후 동료들에게 이끌려 선술집에 출입하게 됐을 때라도 누구든, 그런데 출입하면 못쓰네, 바냐, 좋을 것 하나 없어, 하고 친절하게 충고해 주기만 했더라면 이 젊은이는 술집에 드나들거나 이처럼 나쁜 짓을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견습공으로 일하면서 이 도시에서 마치 조그만 짐승처럼 생활하고 이가 머리에 끓지 않도록 짧게 이발을 하고 다른 직공들의 심부름을 하며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동안 그를 동정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가 도시생활을 하면서 동료들이나 선배들로부터 알게 된 것이라곤, 사람을 속이고 술을 마시고 욕지거리를 하고 사람을 때리고 못된 짓을 하는 자만이 남보다 우세한 인간이라는 것이었다. 그가 이러한 불건전한 노동과 음주, 방탕으로 건강을 잃고 타락하여 미치광이처럼 꿈이라도 꾸듯이 거리를 방황하다가 어느 낯선 집 광 안으로 숨어 들어가 누구에게도 소용없는 돗자리를 훔쳐 잡혔을 때, 궁핍을 전혀 모르는 교양 있는 우리는 이 젊은이를 이같은 처지로 몰아넣은 원인을 제거할 생각은 하지 않고 오직 이 젊은이를 처벌함으로써 사건을 해결지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얼마나 무서운 일이냐! 잔혹성과 부조리는 이런 경우 어느 쪽이 더 비중이 큰지 알 수 없으나 어쨌든 둘 다 극한 상황에 다다른 것이다.’
네흘류도프는 <중략> 자신이 떠올린 이런 사실에 스스로 놀랐다. 자기가 여태껏 이런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생활해 왔다는 사실과, 또 다른 사람들도 이런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레프 톨스토이, [부활] 중에서
토론하기
(1) 네흘류도프는 평범한 인간이 범죄자가 되는 원인이 주로 사회의 좋지 못한 나쁜 환경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한가? 좋은 환경에서는 범죄자가 생겨나지 않는가?
(2) 여러분이 범죄자가 나쁜 환경으로 인해 생겨난다는 네흘류도프의 생각에 동의한다면 범죄자에 대한 사회적 책임은 어디까지라고 생각하는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평범한 사람이 범죄자가 되는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해설읽기
[부활]의 주된 사건은 이기적이고 방탕한 삶을 살며 정략 결혼을 앞두고 있던 젊은 귀족 네흘류도프 공작이 재판의 배심원으로 나갔다가 청년 시절 농락했던 하녀 카튜샤 마슬로바를 살인사건의 피고인으로 만나게 되어 깊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그녀의 인생에 책임을 지고 죄를 참회하기 위해 시베리아로 유형을 떠나는 그녀를 따라가 결혼하여 평생을 보살피기로 결심한다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 소설은 다만 네흘류도프의 양심 고백과 회오의 이야기만을 담아내고 있지 않다. 젊은 귀족이 참회를 통해 사회적 모순에 대해 각성하는 모습을 그려내는 동시에 톨스토이는 당대 러시아 사회를 병들게 한 여러 사회적 병폐를 깊숙이 조명한다. 네흘류도프는 카튜샤의 재판에 관여하면서 당시 재판제도의 문제점에 관해 깨닫게 된다. 카튜샤 역시 재판절차의 오류로 인하여 배심원들이 잘못된 결론을 내리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무지하고 힘없는 피고인이기 때문에 재판장을 비롯한 어느 누구도 이를 문제삼지 않았던 것이다. 이러한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네흘류도프는 도처에서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이 피고인이 되었을 때 재판이 얼마나 무성의하게 이루어지는지를 목격하게 된다.
또다시 다른 재판에 배심원으로 참석하게 된 네흘류도프는 한 젊은이가 좀도둑질로 인해 중형을 선고받을 상황에 처한 것을 보고 된다. 네흘류도프는 그가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 사회의 밑바닥을 전전하다 우연히 범죄에 휘말리게 되었다는 사정, 그가 훔치려던 물건의 가치가 그리 크지 않다는 점, 그리고 물건의 주인조차도 젊은이의 도둑질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 등은 재판에서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자신의 죄를 있는 그대로 인정한 그는 검사에 의해 공동체의 삶에 해악을 끼치므로 사회로부터 격리되어야 할 범죄자로만 취급되는 현실을 부당하게 느끼며 이와 같은 잔혹한 처벌이 과연 사회적 정의의 구현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을 품는다. 또한 네흘류도프는 부당한 재판을 받는 젊은이를 통해 사람이 범죄자가 되는 이유가 그의 개인적 품성이나 자질보다 그가 처한 사회적 환경에 있다고 생각한다.
[부활]이 당대 형사재판과 관련하여 제기하고 있는 문제의식, 예를 들어 높은 비용으로 능력있는 변호사를 사느냐 아니냐에 따라 피고인이 선고받는 형이 엄청나게 차이가 나게 되는 등의 재판과 관련된 사회적 모순에 관한 문제의식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물음일 것이다.
키워드
나쁜 환경, 동정, 부조리, 사회로부터 격리, 악영향, 위선, 위험한 존재, 잔혹, 재판, 법정, 절도, 제도, 처벌, 충고, 평범한 인간, 내버려진 사람들, 흉악범범
전후맥락
부유한 가문의 영애와의 결혼을 앞둔 젊은 공작 네흘류도프는 배심원으로 참석한 재판에서 젊은 시절 마음에 들어 유혹하였다가 곧바로 외면해버린 하녀 카튜샤와 대면한다. 그녀는 놀랍게도 살인사건의 피고인으로 출석해 있었다. 네흘류도프는 비록 하녀의 신분이었지만 귀족 가정에서 비교적 안정된 생활을 하던 카튜샤가 자신의 행위로 인해 임신을 하게 되고 일하던 집에서도 쫓겨나 좋지 못한 환경에서 생활하며 떳떳지 못한 일을 하며 타락하게 된 것이 자신의 책임임을 통감한다. 힘없고 보잘것없는 신분의 카튜샤에 대한 재판은 제대로 된 심리 없이 진행되고 카튜샤는 억울하게 중형을 받고 시베리아로 유형을 가게 된다. 이에 네흘류도프는 양심의 가책에 몹시 괴로워하던 중 또 다른 재판에서 젊은이가 생활고에 의해 저지른 좀도둑질에 중형을 선고받는 것을 목격한다. 검사와 판사, 그리고 배심원들은 어려운 환경에 의해 범죄자가 되어버린 젊은이에게 일말의 동정심도 느끼지 못하며 사건이 일어나게 된 전후 사정과 피고의 상황, 그리고 그가 저지른 죄의 경중에 관한 고려 없이 그저 범죄자로만 취급하며 빨리 재판절차를 진행하여 끝내려는 태도를 보인다. 작은 좀도둑질이었지만 공범이 죽어버린 상황에서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고 제대로 된 심리도 받지 못한 채 엄한 처벌을 받게 된 가련한 청년을 보고 네흘류도프는 그간 귀족으로서 편안한 삶을 누리며 미처 깨닫지 못한 사회의 모순에 눈을 뜬다.
고전본문
오늘의 사건은 가택 침입 절도에 관한 것이었다. <중략> 이 젊은이는 친구와 함께 광의 자물쇠를 부수고 그 안으로 들어가 3루블 67코페이카 정도 되는 헌 돗자리를 훔쳤다는 혐의로 기소된 것이었다. <중략> 그들은 곧 체포되어 모든 것을 숨김없이 자백했다. 그래서 두 사람 다 수감되었는데 친구인 자물쇠 공장 직공은 재판을 기다리던 중에 죽고 말았다. 결국 젊은이 혼자 사회로부터 격리할 필요가 있는 위험한 존재로서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자도 어제의 그 여죄수만큼이나 위험한 존재인 모양이로군.’ 눈앞에서 진행되는 일들에 귀를 기울이면서 네흘류도프는 생각했다. ‘이들을 위험하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위험하지 않단 말인가? 나는 방탕하고 위선자이고 거짓말쟁이다. 모두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내가 어떤 인간인지 알면서도 비웃지 않고 오히려 존경하고 있지 않은가? 또 설사 저 젊은이가 이 법정에 있는 사람 누구보다도 가장 크게 사회에 악영향을 끼칠 인간이라 해도 우리의 상식에 비추어 보아 이미 붙잡혀 여기 와 있는 이상 이 젊은이에게 무엇을 할 필요가 있을까. 이 젊은이는 문제시될 만한 흉악범이 아닌, 우리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평범한 인간이다. 그가 지금 그런 인간이 되어버린 것은 환경이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젊은이가 더이상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이런 불행한 인간을 만들어내는 매개체인 나쁜 환경을 없애야 한다는 건 두말할 나위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 우리는 죄를 저지르고도 잡히지 않은 족히 수천 명의 사람들을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공교롭게 어쩌다 걸려든 한 젊은이를 체포해 감옥에 넣고는 무기력하고 불건강하고 아무 의미도 없는 노동 조건에 옭아매고 역시 무기력하고 인생의 의미를 상실한 사람들의 무리 속에 몰아넣고 있다. 관비로 모스크바 현에서 이르쿠츠크 현의 타락한 인간 사회로 추방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 우리는 이러한 인간들이 생겨나는 환경을 없애기 위해서 아무러한 조치도 취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이런 인간들을 만들어내는 시설을 장려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 시설이란 바로 큰 공장, 작업장, 음식점, 술집, 유곽 등이다. 그런데도 이런 장소를 폐쇄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를 필요로 하고 권장하며 시설을 정비해 주고 있는 지경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한 사람이 아닌 수백만의 인간을 방출하고 있으면서도 어쩌다 한 사람이라도 체포하면 마치 사회에 무슨 커다란 업적이라도 이루어놓은 양 의기양양해하고 이로써 이제 안심이다, <중략> 그 젊은이는 모스크바 현에서 이르쿠츠크 현으로 추방되었다, 이렇게만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대령과 함께 나란히 앉은 네흘류도프는 변호인과 검사보, 재판장의 각각 억양이 다른 말소리를 들으면서, 또 그들의 자신만만한 몸짓을 쳐다보면서 또렷하고 명확하게 자기의 생각을 펼쳐나가고 있었다. ‘이러한 위선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무수한 노력이 소모되었던가,’
네흘류도프는 웅장한 법정이며 초상화, 촛대, 안락의자, 법복, 두꺼운 책, 창문 등 여기저기를 둘러보고서는 이 건물이 거대하다는 것을, 그리고 이를 둘러싸고 있는 갖가지 제도는 훨씬 더 거대하다는 것을 문득 생각해 냈다. <중략> ‘지금 우리가 겨우 자신의 안전과 편리를 위해서 필요로 하는 손이나 발을 바라보는 정도로밖에 가치를 인정치 않는 이들 내버려진 사람들을 돕는데 이와 같은 위선을 위해 소비하는 노력의 백분의 일만 쏟는다면? 이 젊은이만 하더라도,’ 하고 네흘류도프는 두려운 표정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지난날 생활의 궁핍 때문에 시골에서 도시로 나왔을 때 누군가 그를 동정하여 조금이라도 도와줄 만한 사람이 있었더라면, 아니 젊은이가 도시 생활을 시작한 뒤에 공장에서 하루 열두 시간 이상 노동을 가고 난 후 동료들에게 이끌려 선술집에 출입하게 됐을 때라도 누구든, 그런데 출입하면 못쓰네, 바냐, 좋을 것 하나 없어, 하고 친절하게 충고해 주기만 했더라면 이 젊은이는 술집에 드나들거나 이처럼 나쁜 짓을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견습공으로 일하면서 이 도시에서 마치 조그만 짐승처럼 생활하고 이가 머리에 끓지 않도록 짧게 이발을 하고 다른 직공들의 심부름을 하며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동안 그를 동정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가 도시생활을 하면서 동료들이나 선배들로부터 알게 된 것이라곤, 사람을 속이고 술을 마시고 욕지거리를 하고 사람을 때리고 못된 짓을 하는 자만이 남보다 우세한 인간이라는 것이었다. 그가 이러한 불건전한 노동과 음주, 방탕으로 건강을 잃고 타락하여 미치광이처럼 꿈이라도 꾸듯이 거리를 방황하다가 어느 낯선 집 광 안으로 숨어 들어가 누구에게도 소용없는 돗자리를 훔쳐 잡혔을 때, 궁핍을 전혀 모르는 교양 있는 우리는 이 젊은이를 이같은 처지로 몰아넣은 원인을 제거할 생각은 하지 않고 오직 이 젊은이를 처벌함으로써 사건을 해결지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얼마나 무서운 일이냐! 잔혹성과 부조리는 이런 경우 어느 쪽이 더 비중이 큰지 알 수 없으나 어쨌든 둘 다 극한 상황에 다다른 것이다.’
네흘류도프는 <중략> 자신이 떠올린 이런 사실에 스스로 놀랐다. 자기가 여태껏 이런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생활해 왔다는 사실과, 또 다른 사람들도 이런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레프 톨스토이, [부활] 중에서
토론하기
(1) 네흘류도프는 평범한 인간이 범죄자가 되는 원인이 주로 사회의 좋지 못한 나쁜 환경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한가? 좋은 환경에서는 범죄자가 생겨나지 않는가?
(2) 여러분이 범죄자가 나쁜 환경으로 인해 생겨난다는 네흘류도프의 생각에 동의한다면 범죄자에 대한 사회적 책임은 어디까지라고 생각하는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평범한 사람이 범죄자가 되는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해설읽기
[부활]의 주된 사건은 이기적이고 방탕한 삶을 살며 정략 결혼을 앞두고 있던 젊은 귀족 네흘류도프 공작이 재판의 배심원으로 나갔다가 청년 시절 농락했던 하녀 카튜샤 마슬로바를 살인사건의 피고인으로 만나게 되어 깊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그녀의 인생에 책임을 지고 죄를 참회하기 위해 시베리아로 유형을 떠나는 그녀를 따라가 결혼하여 평생을 보살피기로 결심한다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 소설은 다만 네흘류도프의 양심 고백과 회오의 이야기만을 담아내고 있지 않다. 젊은 귀족이 참회를 통해 사회적 모순에 대해 각성하는 모습을 그려내는 동시에 톨스토이는 당대 러시아 사회를 병들게 한 여러 사회적 병폐를 깊숙이 조명한다. 네흘류도프는 카튜샤의 재판에 관여하면서 당시 재판제도의 문제점에 관해 깨닫게 된다. 카튜샤 역시 재판절차의 오류로 인하여 배심원들이 잘못된 결론을 내리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무지하고 힘없는 피고인이기 때문에 재판장을 비롯한 어느 누구도 이를 문제삼지 않았던 것이다. 이러한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네흘류도프는 도처에서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이 피고인이 되었을 때 재판이 얼마나 무성의하게 이루어지는지를 목격하게 된다.
또다시 다른 재판에 배심원으로 참석하게 된 네흘류도프는 한 젊은이가 좀도둑질로 인해 중형을 선고받을 상황에 처한 것을 보고 된다. 네흘류도프는 그가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 사회의 밑바닥을 전전하다 우연히 범죄에 휘말리게 되었다는 사정, 그가 훔치려던 물건의 가치가 그리 크지 않다는 점, 그리고 물건의 주인조차도 젊은이의 도둑질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 등은 재판에서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자신의 죄를 있는 그대로 인정한 그는 검사에 의해 공동체의 삶에 해악을 끼치므로 사회로부터 격리되어야 할 범죄자로만 취급되는 현실을 부당하게 느끼며 이와 같은 잔혹한 처벌이 과연 사회적 정의의 구현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을 품는다. 또한 네흘류도프는 부당한 재판을 받는 젊은이를 통해 사람이 범죄자가 되는 이유가 그의 개인적 품성이나 자질보다 그가 처한 사회적 환경에 있다고 생각한다.
[부활]이 당대 형사재판과 관련하여 제기하고 있는 문제의식, 예를 들어 높은 비용으로 능력있는 변호사를 사느냐 아니냐에 따라 피고인이 선고받는 형이 엄청나게 차이가 나게 되는 등의 재판과 관련된 사회적 모순에 관한 문제의식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물음일 것이다.
키워드
나쁜 환경, 동정, 부조리, 사회로부터 격리, 악영향, 위선, 위험한 존재, 잔혹, 재판, 법정, 절도, 제도, 처벌, 충고, 평범한 인간, 내버려진 사람들, 흉악범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