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맥락
시베리아로 유형을 떠나는 카튜샤를 따라가서 그녀를 위해 살며 속죄하기로 결심한 네흘류도프는 카튜샤를 따라 떠나기에 앞서 자신의 토지를 정리하려 한다. 그간의 삶을 돌아보며 자신의 부유한 삶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낀 네흘류도프는 자신이 풍족한 삶을 누린 것이 자신이 소유한 토지에서 농민들이 땀흘려 일한 댓가였고 자신은 아무런 노동 없이 향락만을 즐겼음을 깨닫는다. 이에 그는 자신의 소유지로 가서 그곳의 관리인과 농민들을 만나 토지를 농민들에게 이전하는 방법에 관해 의논하고자 한다. 그곳에서 농민들의 궁핍한 삶을 목격한 네흘류도프는 토지 사유 포기에 관해 더욱더 깊은 확신을 가지게 된다. 그는 자신을 믿지 않으려 하는 농민들에게 토지를 농민에게 나누어주려는 자신의 뜻을 이야기하고 이들을 설득하여 토지 분배의 방법에 관해 논의한다. 처음에 네흘류도프를 의심하던 농민들은 차차 그의 진의를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처음에는 토지를 농민들에게 넘겨주려고 결심하면서도 마음속에서 들려오는 망설임의 목소리를 부정하기 어려웠던 네흘류도프는 결정이 내려진 이후 새롭고 충만한 기쁨을 느끼며 시베리아로의 여정을 준비하기 위해 집으로 돌아간다.
고전본문
‘농민들은 지금 죽음 속에 있다.’ <중략> 그에게 이제 모든 것은 한낮의 태양빛 아래에서처럼 명확해졌다. 농민들이 저마다 이구동성으로 떠들어대는 그들의 궁핍한 생활은 무엇보다도 그들의 모든 생활을 지탱해 주는 유일한 수단인 토지가 지주에게 속해 있기 때문이었다. 또 어린애들이나 노인들이 쉽게 죽어가는 것은 우유가 없기 때문이며, 우유가 없는 것은 가축을 방목하고 보리라든가 건초를 만들어낼 땅이 없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농민들의 궁핍, 그 궁핍의 중요하고도 직접적인 원인은 땅이 그들의 수중에 없고 토지에 대한 특권을 이용하여 농부들의 노동으로 생활해 나가는 지주들 수중에 있기 때문이었다. 이 역시 분명한 사실이었다. 토지 없이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농부들이 경작한 수확물들은 외국에 팔려나가 모자니 단장이니 마차니 청동 제품이니 하는 것들을 사들이는 대로 소비되는 것이다. 분명한 사실이었다. <중략>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일들이었다. 이런 일이 있어선 안 되는 것이었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적어도 자기 자신만은 그러지 않도록 적당한 조치를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꼭 그래야만 한다.’ 그는 주변의 자작나무 가로수길을 왔다갔다 거닐면서 생각했다. ‘학계나 정부 기관, 혹은 신문 등에서 농민들이 빈곤한 이유와 그들의 처지를 향상시키기 위한 방법에 대해서 많은 논의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농민들의 생활 수준을 높이기 위한 가장 바람직한 수단은,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토지를 빼앗지 않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는 새삼 자기가 심취했던 헨리 조지의 근본 사상과 그때의 자신을 생각해 냈다. 그리고 이제껏 그것을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스스로에 대해 깜짝 놀랐다. ‘토지는 절대 사유화할 수 없다. 또한 토지는 물과 공기, 태양과 마찬가지로 매매할 수도 없다. 인간은 토지에 대해서, 그리고 토지가 인간에게 베푸는 온갖 혜택에 대해서 누구나 평등한 권리를 가지는 것이다.’ 이제서야 그는 쿠즈민스코예에서 자신이 행한 토지 처리 문제를 생각할 때 왜 부끄러움을 느꼈는지 깨달았다. 그는 자신을 속였던 것이다. 인간에게 토지에 대한 권리가 주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자신에 대해서는 그 권리를 인정하고 땅의 일부분을 농민들에게 나누어주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편 마음속으로는 자기가 그럴 만한 하등의 권리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결코 그런 일은 없으리라. 그렇다, 쿠즈민스코예에서의 일을 다시 처리하도록 해야겠다. 그래서 그는 다음과 같은 구상을 했다. 즉 토지를 빌려주는 대신 농부들로부터 토지세를 거두지만 그 도조(賭租)를 농부들의 재산으로 인정하여 세금이나 공공 사업비로 지불케 한다는 것이었다. <중략> 중요한 것은 네흘류도프가 토지 사유의 권리를 스스로 포기했다는 점이었다. <중략>
네흘류도프는 먼저 토지 사유에 대한 자기 의견을 들려 주었다. “내 생각에 의하면 토지란,” 하고 그는 말했다. “매매할 수 없는 것이오. 그 이유는 만일 토지를 팔 수 있다면 돈 있는 사람들은 이를 모조리 사버릴 것이고, 만일 토지가 없는 사람들이 이를 이용하게 될 경우에는 그 권리로 자기가 받고 싶은 만큼의 액수를 얼마든지 받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오. 그렇게 된다면 농민들은 남의 땅에 발을 딛고 서 있는 것만으로도 돈을 내야 할 거요.” 그는 스펜서의 논법을 생각해 내고 이를 인용하면서 덧붙였다. <중략> “개인이 토지를 소유한다는 것은 이치에 어긋나는 일이라 생각하고 있소. 그래서 여러분에게 토지를 나눠주려는 거요.” <중략>
“그러나 어떤 방법으로 누구에게 나눠줘야 한단 말이오?” <중략> “어떻게라뇨? 그렇다면 농부건 지주건 모두 똑같이 나눠 받아야겠죠.” 난로 직공이 눈썹을 열심히 움직거리면서 말했다. “별도리 있겠습니까? 사람 머리 수대로 나누는 수밖에요.” 하얀 각반을 찬 맘씨 좋아 보이는 노인이 말했다. 모두들 이 의견이 타당하다는 데 동의하였다. <중략> “이왕 나눌 바에는 너 나 없이 평등하게 나눠 받아야 하지요.” 잠시 생각한 뒤 그 사나이는 굵고 낮은 음성으로 대답했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 거요.” 이에 대한 반론을 미리 가지고 있던 네흘류도프가 말했다. “만일 모든 사람들에게 공정히 나누어준다면 농사일에 경험이 없는 사람들, 다시 말해 지주라든가 하인, 요리사, 관리, 서기, 그 외 도시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자기 몫의 땅을 받아두었다가 다시 그것을 돈 있는 사람들에게 팔아버릴 것이오. 그렇게 되면 토지는 다시 전처럼 돈 많은 사람들에게 넘어가고 말 것이오. 한편 자기 몫의 땅에서 농사짓는 나머지 사람들은 식구가 아무리 늘어나도 땅은 이미 주인이 있기 때문에 결국엔 돈 많은 사람들이 땅을 찾는 사람들을 마음대로 다루게 되는 것이오.” <중략>
네흘류도프는 헨리 조지가 세운 단일세에 대한 이론을 들어 자기의 계획을 설명해 나갔다. “토지란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니오. 하느님의 것일 뿐이오.” 이렇게 첫마디를 꺼냈다. “옳습니다. 그 말씀이 옳습니다.” 몇몇의 목소리가 대답했다. “토지에 개인 소유란 없소. 누구든 토지에 대해 똑같은 권리가 있는 거요. 단지 좋은 토지, 나쁜 토지가 있을 뿐이오. 누구든 좋은 토지를 갖기 원한다는 거요. 한데 이를 공정하게 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겠소? 그것은 좋은 토지를 가진 사람은 그보다 못한 토지를 가진 사람보다 더 많은 땅값을 내면 되는 것이오.” 네흘류도프는 얘기를 계속했다. “그렇다면 누가 누구에게 지불해야 되는가? 이것을 정하기란 매우 어렵소. 더욱이 공동자금을 모을 필요성도 있으니 토지를 가질 사람들은 자기 토지 값만큼의 금액을 공동 자금으로 지불하면 되는 것이오. 그렇게 하면 하나 차별이 없을 거요. 그러니까 좋은 토지를 가지고 싶은 사람은 그보다 못한 토지보다 땅값을 더 지불하고 토지를 가지고 싶지 않은 사람은 땅값을 내지 않으면 된다는 얘기요. 한마디로 토지를 쓰는 사람만이 공동 자금으로 땅값을 낸다는 얘기요.” <중략> “땅값은 너무 비싸서도 너무 싸서도 안 될 거요. 너무 비싸다면 물어내기 바빠서 오히려 손해일 것이고 너무 싸면 서로들 땅을 사들이려 하여 머지않아 다시 토지가 매매될 것이오.”
레프 톨스토이, [부활] 중에서
토론하기
(1) 네흘류도프는 토지란 태양이나, 공기, 물처럼 자연으로부터 온 것이므로 사유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토지를 사유할 수 있는가 없는가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한가?
(2) 토지를 사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근거는 무엇인가? 사유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 근거는 네흘류도프와 동일한 것인가, 아니면 다른 근거가 있는가?
(3) 토지 사유를 포기하고자 하는 네흘류도프의 생각은 헨리 조지의 사상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헨리 조지의 생각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일부 적용되는 토지 공개념에도 반영되어 있다. 우리 사회에서 토지 공개념을 보다 적극적으로 적용한다면 이는 자유주의와 자본주의적 경제 원리에 어긋나게 될까? 이에 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한가?
해설읽기
도덕적 삶을 이상으로 삼았던 톨스토이에게 소수 특권층에 의한 부의 독점은 가장 심각한 사회악 중의 하나로 생각되었다. 민중 대다수가 생활의 수단으로 삼고 있었던 토지 문제는 부의 독점에서 핵심적인 사안이었다. 다만 작가로서뿐 아니라 빈곤, 폭력, 범죄, 정치적 탄압, 종교적 타락 등 사회적 모순에 관하여 목소리를 내는 사상가이자 비판적 지식인이었던 톨스토이는 노동하지 않는 소수 귀족 및 부유층이 토지를 사유함으로써 농민의 빈곤이 초래된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당대 러시아의 사회적 모순에 있어 토지 문제는 평범한 인간의 도덕적 삶과 관련하여 그가 가장 깊이 사유한 주제였다. 토지 문제에 대한 그의 생각은 [부활]을 비롯한 여러 작품에서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 19세기 후반 농노해방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농민들이 지주에게 예속된 상태로 궁핍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상을 보며 톨스토이는 토지사유를 금지하고 직접 농사를 짓는 농민에게 땅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토지 사유에 의해 귀족은 노동 없이 누리는 풍요하고 사치스러운 삶에 의해, 농민은 노동의 대가를 지주에게 빼앗기는 빈곤한 삶에 의해, 모두 도덕적인 삶을 살지 못하게 되는 것이었다. 이러한 토지사유에 대한 비판적인 관점에서 귀족이자 지주였던 톨스토이는 자신이 소유한 토지를 스스로 농민들에게 분배하기도 하였다.
자신이 소유했던 토지를 농민들에게 토지를 분배하고자 결심하고 그 방식을 의논하는 네흘류도프는 이와 같은 톨스토이의 자전적 분신이라고 할 수 있다. 네흘류도프의 생각은 본문에서도 언급되었듯이 그가 일찍이 탐독했던 헨리 조지의 토지론과 단일세 개념에 근거한 것이다. 미국의 경제학자 헨리 조지는 토지란 모든 사회구성원이 함께 사용하도록 주어진 것이므로, 토지를 독점적으로 사유하는 지주에게서 토지 이용 대가를 받아 사회를 위해 사용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저서 [진보와 빈곤]에서는 토지 사유에 대하여 공공의 목적을 넘어서는 이익을 세금으로 징수함으로써 사실상 토지를 공공 개념에 의해 사용하자는 이론이 제시되어 있다. 제한적이며 변동이 없는 재산인 토지의 특성을 고려하여 토지의 사용으로 발생하는 이익은 공공에게 배분되어야 한다고 주장이다. 헨리 조지의 토지론은 우리 사회에서도 자주 논의되는 토지 공개념 논의의 출발이라 할 수 있다.
키워드
공정, 공평, 궁핍, 농민, 단일세, 사유, 지주, 토지, 토지세, 헨리 조지
전후맥락
시베리아로 유형을 떠나는 카튜샤를 따라가서 그녀를 위해 살며 속죄하기로 결심한 네흘류도프는 카튜샤를 따라 떠나기에 앞서 자신의 토지를 정리하려 한다. 그간의 삶을 돌아보며 자신의 부유한 삶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낀 네흘류도프는 자신이 풍족한 삶을 누린 것이 자신이 소유한 토지에서 농민들이 땀흘려 일한 댓가였고 자신은 아무런 노동 없이 향락만을 즐겼음을 깨닫는다. 이에 그는 자신의 소유지로 가서 그곳의 관리인과 농민들을 만나 토지를 농민들에게 이전하는 방법에 관해 의논하고자 한다. 그곳에서 농민들의 궁핍한 삶을 목격한 네흘류도프는 토지 사유 포기에 관해 더욱더 깊은 확신을 가지게 된다. 그는 자신을 믿지 않으려 하는 농민들에게 토지를 농민에게 나누어주려는 자신의 뜻을 이야기하고 이들을 설득하여 토지 분배의 방법에 관해 논의한다. 처음에 네흘류도프를 의심하던 농민들은 차차 그의 진의를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처음에는 토지를 농민들에게 넘겨주려고 결심하면서도 마음속에서 들려오는 망설임의 목소리를 부정하기 어려웠던 네흘류도프는 결정이 내려진 이후 새롭고 충만한 기쁨을 느끼며 시베리아로의 여정을 준비하기 위해 집으로 돌아간다.
고전본문
‘농민들은 지금 죽음 속에 있다.’ <중략> 그에게 이제 모든 것은 한낮의 태양빛 아래에서처럼 명확해졌다. 농민들이 저마다 이구동성으로 떠들어대는 그들의 궁핍한 생활은 무엇보다도 그들의 모든 생활을 지탱해 주는 유일한 수단인 토지가 지주에게 속해 있기 때문이었다. 또 어린애들이나 노인들이 쉽게 죽어가는 것은 우유가 없기 때문이며, 우유가 없는 것은 가축을 방목하고 보리라든가 건초를 만들어낼 땅이 없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농민들의 궁핍, 그 궁핍의 중요하고도 직접적인 원인은 땅이 그들의 수중에 없고 토지에 대한 특권을 이용하여 농부들의 노동으로 생활해 나가는 지주들 수중에 있기 때문이었다. 이 역시 분명한 사실이었다. 토지 없이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농부들이 경작한 수확물들은 외국에 팔려나가 모자니 단장이니 마차니 청동 제품이니 하는 것들을 사들이는 대로 소비되는 것이다. 분명한 사실이었다. <중략>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일들이었다. 이런 일이 있어선 안 되는 것이었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적어도 자기 자신만은 그러지 않도록 적당한 조치를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꼭 그래야만 한다.’ 그는 주변의 자작나무 가로수길을 왔다갔다 거닐면서 생각했다. ‘학계나 정부 기관, 혹은 신문 등에서 농민들이 빈곤한 이유와 그들의 처지를 향상시키기 위한 방법에 대해서 많은 논의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농민들의 생활 수준을 높이기 위한 가장 바람직한 수단은,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토지를 빼앗지 않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는 새삼 자기가 심취했던 헨리 조지의 근본 사상과 그때의 자신을 생각해 냈다. 그리고 이제껏 그것을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스스로에 대해 깜짝 놀랐다. ‘토지는 절대 사유화할 수 없다. 또한 토지는 물과 공기, 태양과 마찬가지로 매매할 수도 없다. 인간은 토지에 대해서, 그리고 토지가 인간에게 베푸는 온갖 혜택에 대해서 누구나 평등한 권리를 가지는 것이다.’ 이제서야 그는 쿠즈민스코예에서 자신이 행한 토지 처리 문제를 생각할 때 왜 부끄러움을 느꼈는지 깨달았다. 그는 자신을 속였던 것이다. 인간에게 토지에 대한 권리가 주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자신에 대해서는 그 권리를 인정하고 땅의 일부분을 농민들에게 나누어주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편 마음속으로는 자기가 그럴 만한 하등의 권리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결코 그런 일은 없으리라. 그렇다, 쿠즈민스코예에서의 일을 다시 처리하도록 해야겠다. 그래서 그는 다음과 같은 구상을 했다. 즉 토지를 빌려주는 대신 농부들로부터 토지세를 거두지만 그 도조(賭租)를 농부들의 재산으로 인정하여 세금이나 공공 사업비로 지불케 한다는 것이었다. <중략> 중요한 것은 네흘류도프가 토지 사유의 권리를 스스로 포기했다는 점이었다. <중략>
네흘류도프는 먼저 토지 사유에 대한 자기 의견을 들려 주었다. “내 생각에 의하면 토지란,” 하고 그는 말했다. “매매할 수 없는 것이오. 그 이유는 만일 토지를 팔 수 있다면 돈 있는 사람들은 이를 모조리 사버릴 것이고, 만일 토지가 없는 사람들이 이를 이용하게 될 경우에는 그 권리로 자기가 받고 싶은 만큼의 액수를 얼마든지 받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오. 그렇게 된다면 농민들은 남의 땅에 발을 딛고 서 있는 것만으로도 돈을 내야 할 거요.” 그는 스펜서의 논법을 생각해 내고 이를 인용하면서 덧붙였다. <중략> “개인이 토지를 소유한다는 것은 이치에 어긋나는 일이라 생각하고 있소. 그래서 여러분에게 토지를 나눠주려는 거요.” <중략>
“그러나 어떤 방법으로 누구에게 나눠줘야 한단 말이오?” <중략> “어떻게라뇨? 그렇다면 농부건 지주건 모두 똑같이 나눠 받아야겠죠.” 난로 직공이 눈썹을 열심히 움직거리면서 말했다. “별도리 있겠습니까? 사람 머리 수대로 나누는 수밖에요.” 하얀 각반을 찬 맘씨 좋아 보이는 노인이 말했다. 모두들 이 의견이 타당하다는 데 동의하였다. <중략> “이왕 나눌 바에는 너 나 없이 평등하게 나눠 받아야 하지요.” 잠시 생각한 뒤 그 사나이는 굵고 낮은 음성으로 대답했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 거요.” 이에 대한 반론을 미리 가지고 있던 네흘류도프가 말했다. “만일 모든 사람들에게 공정히 나누어준다면 농사일에 경험이 없는 사람들, 다시 말해 지주라든가 하인, 요리사, 관리, 서기, 그 외 도시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자기 몫의 땅을 받아두었다가 다시 그것을 돈 있는 사람들에게 팔아버릴 것이오. 그렇게 되면 토지는 다시 전처럼 돈 많은 사람들에게 넘어가고 말 것이오. 한편 자기 몫의 땅에서 농사짓는 나머지 사람들은 식구가 아무리 늘어나도 땅은 이미 주인이 있기 때문에 결국엔 돈 많은 사람들이 땅을 찾는 사람들을 마음대로 다루게 되는 것이오.” <중략>
네흘류도프는 헨리 조지가 세운 단일세에 대한 이론을 들어 자기의 계획을 설명해 나갔다. “토지란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니오. 하느님의 것일 뿐이오.” 이렇게 첫마디를 꺼냈다. “옳습니다. 그 말씀이 옳습니다.” 몇몇의 목소리가 대답했다. “토지에 개인 소유란 없소. 누구든 토지에 대해 똑같은 권리가 있는 거요. 단지 좋은 토지, 나쁜 토지가 있을 뿐이오. 누구든 좋은 토지를 갖기 원한다는 거요. 한데 이를 공정하게 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겠소? 그것은 좋은 토지를 가진 사람은 그보다 못한 토지를 가진 사람보다 더 많은 땅값을 내면 되는 것이오.” 네흘류도프는 얘기를 계속했다. “그렇다면 누가 누구에게 지불해야 되는가? 이것을 정하기란 매우 어렵소. 더욱이 공동자금을 모을 필요성도 있으니 토지를 가질 사람들은 자기 토지 값만큼의 금액을 공동 자금으로 지불하면 되는 것이오. 그렇게 하면 하나 차별이 없을 거요. 그러니까 좋은 토지를 가지고 싶은 사람은 그보다 못한 토지보다 땅값을 더 지불하고 토지를 가지고 싶지 않은 사람은 땅값을 내지 않으면 된다는 얘기요. 한마디로 토지를 쓰는 사람만이 공동 자금으로 땅값을 낸다는 얘기요.” <중략> “땅값은 너무 비싸서도 너무 싸서도 안 될 거요. 너무 비싸다면 물어내기 바빠서 오히려 손해일 것이고 너무 싸면 서로들 땅을 사들이려 하여 머지않아 다시 토지가 매매될 것이오.”
레프 톨스토이, [부활] 중에서
토론하기
(1) 네흘류도프는 토지란 태양이나, 공기, 물처럼 자연으로부터 온 것이므로 사유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토지를 사유할 수 있는가 없는가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한가?
(2) 토지를 사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근거는 무엇인가? 사유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 근거는 네흘류도프와 동일한 것인가, 아니면 다른 근거가 있는가?
(3) 토지 사유를 포기하고자 하는 네흘류도프의 생각은 헨리 조지의 사상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헨리 조지의 생각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일부 적용되는 토지 공개념에도 반영되어 있다. 우리 사회에서 토지 공개념을 보다 적극적으로 적용한다면 이는 자유주의와 자본주의적 경제 원리에 어긋나게 될까? 이에 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한가?
해설읽기
도덕적 삶을 이상으로 삼았던 톨스토이에게 소수 특권층에 의한 부의 독점은 가장 심각한 사회악 중의 하나로 생각되었다. 민중 대다수가 생활의 수단으로 삼고 있었던 토지 문제는 부의 독점에서 핵심적인 사안이었다. 다만 작가로서뿐 아니라 빈곤, 폭력, 범죄, 정치적 탄압, 종교적 타락 등 사회적 모순에 관하여 목소리를 내는 사상가이자 비판적 지식인이었던 톨스토이는 노동하지 않는 소수 귀족 및 부유층이 토지를 사유함으로써 농민의 빈곤이 초래된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당대 러시아의 사회적 모순에 있어 토지 문제는 평범한 인간의 도덕적 삶과 관련하여 그가 가장 깊이 사유한 주제였다. 토지 문제에 대한 그의 생각은 [부활]을 비롯한 여러 작품에서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 19세기 후반 농노해방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농민들이 지주에게 예속된 상태로 궁핍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상을 보며 톨스토이는 토지사유를 금지하고 직접 농사를 짓는 농민에게 땅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토지 사유에 의해 귀족은 노동 없이 누리는 풍요하고 사치스러운 삶에 의해, 농민은 노동의 대가를 지주에게 빼앗기는 빈곤한 삶에 의해, 모두 도덕적인 삶을 살지 못하게 되는 것이었다. 이러한 토지사유에 대한 비판적인 관점에서 귀족이자 지주였던 톨스토이는 자신이 소유한 토지를 스스로 농민들에게 분배하기도 하였다.
자신이 소유했던 토지를 농민들에게 토지를 분배하고자 결심하고 그 방식을 의논하는 네흘류도프는 이와 같은 톨스토이의 자전적 분신이라고 할 수 있다. 네흘류도프의 생각은 본문에서도 언급되었듯이 그가 일찍이 탐독했던 헨리 조지의 토지론과 단일세 개념에 근거한 것이다. 미국의 경제학자 헨리 조지는 토지란 모든 사회구성원이 함께 사용하도록 주어진 것이므로, 토지를 독점적으로 사유하는 지주에게서 토지 이용 대가를 받아 사회를 위해 사용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저서 [진보와 빈곤]에서는 토지 사유에 대하여 공공의 목적을 넘어서는 이익을 세금으로 징수함으로써 사실상 토지를 공공 개념에 의해 사용하자는 이론이 제시되어 있다. 제한적이며 변동이 없는 재산인 토지의 특성을 고려하여 토지의 사용으로 발생하는 이익은 공공에게 배분되어야 한다고 주장이다. 헨리 조지의 토지론은 우리 사회에서도 자주 논의되는 토지 공개념 논의의 출발이라 할 수 있다.
키워드
공정, 공평, 궁핍, 농민, 단일세, 사유, 지주, 토지, 토지세, 헨리 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