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맥락
고전 본문은 시간과 공간이 상대적인 것 이외에 절대적인 것이 있음을 주장하는 대목이다. 『프린키피아』의 거의 맨 처음에 왜 이런 주장을 하는지 알려면 인류의 탐구를 전반적으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뉴턴이 보기에 자연과학을 탐구하는 사람들에는 역사상 세 가지 부류가 있었다. 첫째는 여러 종류의 사물에다 제각각 어떤 신비스러운 성질들을 붙여서, 사물들이 그에 따라서 뭔가 알 수 없는 방법으로 움직인다고 말하는 사람들. 고대의 아리스토텔레스학파가 이랬고, 중세에 부활한 아리스토텔레스학파도 마찬가지였다. 둘째는 모든 물질들이 균질하다고 가정하며, 여러 다양한 물체들의 형태는 그 물체를 구성하는 입자들 사이의 간단하고 단순한 관계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한 사람들이었다. 원자론자들이 대표적인 경우일 것이다. 뉴턴은 이 두 가지 방식으로는 사물의 진짜 구성을 알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는 자연 현상을 관찰하여 보편적인 원리를 추출하고, 실제 현상을 통해 밝혀지지 않은 것은 근본 원리로 받아들이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 원리로부터 모든 것을 도출해내려 했다. 인간들의 가설에서 출발하지 않고 운동 현상으로부터 출발하여 자연의 힘을 연구하고, 이 힘으로부터 또 다른 현상을 증명하려 한 것이다.
고전 본문에서는 이런 취지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출발점, 즉 자연과학은 인간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자연 자체의 보편성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점을 주장한다. 그 핵심은 모든 측정의 근본 바탕인 진정한 시간과 공간을, 인간이 관측하고 측정하는 시간과 공간과 혼동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절대 공간이란 자신의 본성에 따라 존재하며, 외부의 어떤 것과도 관계가 없고, 늘 똑같으며 움직이지 않는다. 이에 대해 상대 공간이란 어떤 움직이는 좌표이거나, 또는 절대 공간을 잰 것이다. 이처럼 절대 공간과 상대 공간은 밀접한 관계가 있긴 하지만, 둘을 혼동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점을 1권 도입부에서 분명히 하고 난 다음 뉴턴은, 이후부터 『프린키피아』의 1, 2권에서는 일반적인 수학 법칙들을 밝히고, 제3권에서는 우주의 구조를 설명해서 실제 예를 보였다. 1, 2권에서 수학적으로 증명한 법칙들을 써서, 제3권에서 천체 현상으로부터 해와 여러 행성들이 물체들에게 어떻게 중력을 가해서 잡아당기고 있는지를 보였던 것이다.
고전본문
나는 시간, 공간, 위치, 운동에 대해서는 정의하지 않았다. 이런 낱말들은 누구나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일반인들은 이러한 양들을, 관찰하고 있는 물체와 자신 사이의 상대적인 관계로 파악하고 있다. 그에 따라서 편견이 생길 수 있다. 이것을 해소하기 위해서, 이러한 개념을 절대와 상대, 진짜와 겉보기, 수학적인 것과 통상적인 것으로 구별할 필요가 있다.
절대적이며 진정한, 그리고 수학적 시간이란 스스로 있으며, 외부의 어떠한 것과도 관계가 없이 자신의 본성에 따라서 균일한 방식으로 흘러간다. 이것을 지속이라고 부를 수도 있다. 상대적인, 통상적인, 그리고 겉보기의 시간이란 움직임에 의해서 감지할 수 있고 잴 수 있는(정확하든, 틀리든 간에 말이다) 시간을 말한다. 우리는 진정한 시간 대신에 이러한 시간을 쓰곤 한다. 시간, 일, 월, 년이 이런 것들이다.
절대 공간이란 자신의 본성에 따라서 있으며, 외부의 어떠한 것과도 관계가 없고, 늘 균등하며 움직이지 않는다. 상대 공간이란 어떤 움직이는 좌표이거나, 또는 절대 공간을 잰 것을 말한다. 물체에 대한 위치를 써서, 우리는 이 공간을 파악한다. 우리는 흔히 이것을 움직이지 않은 공간으로 여긴다. 이러한 예로는 땅속 공간, 공중 공간, 우주 공간을 들 수 있다. 이것들은 모두 지구와의 상대적 위치에 따라서 결정된다. 절대 공간과 상대 공간은 생김새나 크기는 같다. 그러나 이들이 수치상으로 늘 같은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서 지구가 움직이면, 공기가 차지하는 공간은 지구에 대한 상대적 관계로 보면 늘 똑같지만, 공기가 지나는 위치를 절대 공간에서 보면, 어느 때는 어떤 위치에 있다가, 시간이 지나면 그 공간의 다른 어떤 위치에 있게 된다. 그러니 엄밀하게 말하면 공기의 위치는 계속 바뀐다.
(…)
절대 운동이란 물체가 절대 공간의 어떤 위치에서 다른 위치로 옮김을 말한다. 상대 운동이란 물체가 상대 공간의 어떤 위치에서 다른 위치로 옮김을 말한다. 배가 항해를 할 때, 어떤 물체의 상대적 위치란 배에서 그 물체가 차지하는 부분을 말한다. 즉, 그 물체가 채워주고 있는 공간의 그 부분을 말한다. 그러니 그 부분은 배와 같이 움직인다. 그 물체가 상대적으로 가만히 있다는 말은, 그 물체가 배에서 같은 부분, 공간의 그 부분을 계속 차지하고 있음을 뜻한다. 그러나 진짜 절대적으로 가만히 있다는 말은, 어떤 움직이지 않는 절대 공간이 있고 그 속에서 배와 그것이 차지하는 부분 등 모든 것들이 움직이는데, 그 공간에서 그 물체가 차지하는 부분이 계속 똑같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만약 지구가 정말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배에 대해 상대적으로 가만히 있는 물체는, 지구에 대한 배의 속도와 똑같은 속도로, 진짜 절대적으로 그렇게 움직인다. 그러나 만약 지구도 움직이면, 물체의 진짜 절대 움직임은, 움직이지 않는 절대 공간에서 지구가 움직이는 것에 의해서도 생기며, 지구에 대해 배가 상대적으로 움직이는 것에 의해서도 생긴다. 만약 그 물체가 배에서 상대적으로 움직이면, 그 물체의 진짜 움직임은, 움직이지 않는 절대 공간에서 지구의 진짜 움직임, 지구에 대해 상대적으로 배의 움직임, 배에 대해 상대적으로 그 문체의 움직임에 의해서 생긴다. 이 상대적인 움직임들을 더하면 지구에 대해 그 물체의 상대적인 움직임을 알 수 있다.
(…)
절대 운동과 상대 운동을 구별할 수 있는 운동의 원인으로는, 그 운동을 낳도록 물체에 가하는 힘을 들 수 있다. 절대(진짜) 운동은 물체에다 어떤 힘을 가해야만 생기게 하거나 바꿀 수 있다. 상대(겉보기) 운동은 그 물체에다 힘을 가하지 않고도 생기게 하거나 바꿀 수 있다. 왜냐하면 그 물체와 비교하고 있는 다른 물체들에다 힘을 가해서 그들의 움직임을 바꿔놓으면, 물체들 사이의 관계가 바뀌게 되니까, 그 물체들에 대해 상대적으로 가만히 있느냐, 움직이고 있느냐 하는 것이 바뀌게 된다. (…) 어떤 운동의 원인, 결과, 겉보기 차이에서 진짜 운동을 알아내는 방법과 그 역은 이 책에서 자세히 설명하겠다. 내가 이 책을 쓴 목적이 바로 이것이다.
[프린키피아] 중에서
토론하기
(1) 우리는 공간이나 장소를 구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은 보이지도 않고 잡을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 그런 시간이 절대적이라는 게 옳은 걸까요? 아니, 옳고 그르고 이전에 절대 시간이라는 게 존재할 수 있을까요?
(2) 우리 마음의 시간, 기억 속의 과거, 미래의 희망 같은 것들도 과연 상대적인 것과 절대적인 것으로 나눌 수 있을까요? 아니면 그런 것들은 다 상대적인 시간인 걸까요?
(3) 우리는 인간인데 인간과 상대적인 관계에 있지 않은 그런 시간, 공간, 운동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다른 물체들과 비교해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는 알 수 있지만, 그런 모든 것과 무관한 절대적인 위치라는 게 과연 알 수 있는 걸까요?
해설읽기
뉴턴은 천체의 운행 패턴을 모두 수학의 원리에 의해 도출해내려 하였다. 프린키피아의 원제가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인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제목에서 ‘자연철학’이라는 말은, 아직 과학이 철학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되지 못했기 때문에 붙여졌던 말이다. 오늘날의 학문 분류에 따른다면 ‘자연철학’은 자연과학에 매우 가까운 말이다. 자연현상 전체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 및 설명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란 무슨 말인가? 그것은 자연현상을 합리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수학적 원리에서 출발해야 한다, 라는 의미다. 중세까지 앎이 의존하던 종교나 신화를 버리고 오직 수학적 원리만을 붙잡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뉴턴의 사상혁명, 과학혁명이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에 서양은 근대의 문을 활짝 열게된 것이었다.
자, 그렇다면 중요한 자연현상 중에서 특히, 천체의 운행 패턴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와 관련하여 뉴턴은 프린키피아 제 3권에서 이렇게 말했다. “실험 과학에서는”, 인간이 마음대로 이런저런 가설들을 상상하지 말고 “현상을 바탕으로 일반적인 추론을 통해서 가능한 한 정확한 법칙들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와 반대되는 가설들을 상상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래야 한다. 다른 현상이 나타나면, 그것을 참고하여 좀 더 정확한 이론을 만들거나, 만일 그렇지 않다면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시간, 공간, 위치, 운동을 인간들이 “관찰하고 있는 물체와 자신 사이의 상대적인 관계로 파악”해서는 안 된다. 그런 건 인간과의 상대적 관계에서 나타나는 상대적인 시간이다. “절대적이며 진정한, 그리고 수학적 시간이란 스스로 있으며, 외부의 어떠한 것과도 관계가 없이 자신의 본성에 따라서 균일한 방식으로 흘러간다.” 마찬가지로 “절대 공간이란 자신의 본성에 따라서 있으며, 외부의 어떠한 것과도 관계가 없고, 늘 균등하며 움직이지 않는다.” 따옴표 안의 말은 모두 프린키피아에 적혀 있는 뉴턴의 말이다. 뉴턴이 얼마나 엄밀하게 자연 현상을 자연 현상 자체로 밝혀내려 했는지, 그 철저함을 느낄 수 있다. 절대 공간과 사대 공간이 생김새나 크기가 같더라도 절대로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절대 운동이란 물체가 절대 공간의 어떤 위치에서 다른 위치로 옮김을 말한다.” 그러므로 만약 지구가 움직이고 있는 중이라면, 배 안에 실려 있는 “물체의 진짜 절대 움직임은, 움직이지 않는 절대 공간에서 지구가 움직이는 것에 의해서도 생기며, 지구에 대해 배가 상대적으로 움직이는 것에 의해서도 생긴다.” 한 가지 조심할 것은 상대(겉보기) 운동이다. 이 운동의 경우, 언뜻 보기에는 물체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 때에도, 실은 그 물체 주변에 있는 것들이 힘을 받아 일제히 움직이다보니 도리어 그 물체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고속버스나 KTX에 타고 있을 때 순간적으로 창밖이 움직이는 것 같은 착각이 일어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여기까지 읽고나면 뉴턴의 주장이 꽤 그럴 듯해 보인다. 하지만 절대 공간이나 절대 시간, 또는 절대 운동이라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우리는 인간인데 인간과 상대적인 관계에 있지 않은 그런 시간, 공간, 운동을 어떻게 알 수 있느냐는 말이다. 그래서 뉴턴은 마지막 대목에 덧붙였다. 그것을 알아내는 것이야말로 이 책을 쓴 목적이라고. 그리고 어떤 물체에 힘을 가해 발생하는 운동은 진짜 절대적인 운동이라는 구체적인 예도 들어 준다.
본문의 마지막 대목은 뉴턴이 얼마나 강력한 목적과 의도하에 이 책을 썼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어떤 운동의 원인, 결과, 겉보기 차이에서 진짜 운동을 알아내는 방법과 그 역은 이 책에서 자세히 설명하겠다. 내가 이 책을 쓴 목적이 바로 이것이다.” 뉴턴의 단호한 음성이 직접 들리는 듯하다.
키워드
공간, 상대 공간, 상대적 위치, 상대적인 움직임, 시간, 운동, 위치, 절대 공간, 절대 시간, 힘
전후맥락
고전 본문은 시간과 공간이 상대적인 것 이외에 절대적인 것이 있음을 주장하는 대목이다. 『프린키피아』의 거의 맨 처음에 왜 이런 주장을 하는지 알려면 인류의 탐구를 전반적으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뉴턴이 보기에 자연과학을 탐구하는 사람들에는 역사상 세 가지 부류가 있었다. 첫째는 여러 종류의 사물에다 제각각 어떤 신비스러운 성질들을 붙여서, 사물들이 그에 따라서 뭔가 알 수 없는 방법으로 움직인다고 말하는 사람들. 고대의 아리스토텔레스학파가 이랬고, 중세에 부활한 아리스토텔레스학파도 마찬가지였다. 둘째는 모든 물질들이 균질하다고 가정하며, 여러 다양한 물체들의 형태는 그 물체를 구성하는 입자들 사이의 간단하고 단순한 관계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한 사람들이었다. 원자론자들이 대표적인 경우일 것이다. 뉴턴은 이 두 가지 방식으로는 사물의 진짜 구성을 알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는 자연 현상을 관찰하여 보편적인 원리를 추출하고, 실제 현상을 통해 밝혀지지 않은 것은 근본 원리로 받아들이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 원리로부터 모든 것을 도출해내려 했다. 인간들의 가설에서 출발하지 않고 운동 현상으로부터 출발하여 자연의 힘을 연구하고, 이 힘으로부터 또 다른 현상을 증명하려 한 것이다.
고전 본문에서는 이런 취지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출발점, 즉 자연과학은 인간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자연 자체의 보편성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점을 주장한다. 그 핵심은 모든 측정의 근본 바탕인 진정한 시간과 공간을, 인간이 관측하고 측정하는 시간과 공간과 혼동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절대 공간이란 자신의 본성에 따라 존재하며, 외부의 어떤 것과도 관계가 없고, 늘 똑같으며 움직이지 않는다. 이에 대해 상대 공간이란 어떤 움직이는 좌표이거나, 또는 절대 공간을 잰 것이다. 이처럼 절대 공간과 상대 공간은 밀접한 관계가 있긴 하지만, 둘을 혼동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점을 1권 도입부에서 분명히 하고 난 다음 뉴턴은, 이후부터 『프린키피아』의 1, 2권에서는 일반적인 수학 법칙들을 밝히고, 제3권에서는 우주의 구조를 설명해서 실제 예를 보였다. 1, 2권에서 수학적으로 증명한 법칙들을 써서, 제3권에서 천체 현상으로부터 해와 여러 행성들이 물체들에게 어떻게 중력을 가해서 잡아당기고 있는지를 보였던 것이다.
고전본문
나는 시간, 공간, 위치, 운동에 대해서는 정의하지 않았다. 이런 낱말들은 누구나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일반인들은 이러한 양들을, 관찰하고 있는 물체와 자신 사이의 상대적인 관계로 파악하고 있다. 그에 따라서 편견이 생길 수 있다. 이것을 해소하기 위해서, 이러한 개념을 절대와 상대, 진짜와 겉보기, 수학적인 것과 통상적인 것으로 구별할 필요가 있다.
절대적이며 진정한, 그리고 수학적 시간이란 스스로 있으며, 외부의 어떠한 것과도 관계가 없이 자신의 본성에 따라서 균일한 방식으로 흘러간다. 이것을 지속이라고 부를 수도 있다. 상대적인, 통상적인, 그리고 겉보기의 시간이란 움직임에 의해서 감지할 수 있고 잴 수 있는(정확하든, 틀리든 간에 말이다) 시간을 말한다. 우리는 진정한 시간 대신에 이러한 시간을 쓰곤 한다. 시간, 일, 월, 년이 이런 것들이다.
절대 공간이란 자신의 본성에 따라서 있으며, 외부의 어떠한 것과도 관계가 없고, 늘 균등하며 움직이지 않는다. 상대 공간이란 어떤 움직이는 좌표이거나, 또는 절대 공간을 잰 것을 말한다. 물체에 대한 위치를 써서, 우리는 이 공간을 파악한다. 우리는 흔히 이것을 움직이지 않은 공간으로 여긴다. 이러한 예로는 땅속 공간, 공중 공간, 우주 공간을 들 수 있다. 이것들은 모두 지구와의 상대적 위치에 따라서 결정된다. 절대 공간과 상대 공간은 생김새나 크기는 같다. 그러나 이들이 수치상으로 늘 같은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서 지구가 움직이면, 공기가 차지하는 공간은 지구에 대한 상대적 관계로 보면 늘 똑같지만, 공기가 지나는 위치를 절대 공간에서 보면, 어느 때는 어떤 위치에 있다가, 시간이 지나면 그 공간의 다른 어떤 위치에 있게 된다. 그러니 엄밀하게 말하면 공기의 위치는 계속 바뀐다.
(…)
절대 운동이란 물체가 절대 공간의 어떤 위치에서 다른 위치로 옮김을 말한다. 상대 운동이란 물체가 상대 공간의 어떤 위치에서 다른 위치로 옮김을 말한다. 배가 항해를 할 때, 어떤 물체의 상대적 위치란 배에서 그 물체가 차지하는 부분을 말한다. 즉, 그 물체가 채워주고 있는 공간의 그 부분을 말한다. 그러니 그 부분은 배와 같이 움직인다. 그 물체가 상대적으로 가만히 있다는 말은, 그 물체가 배에서 같은 부분, 공간의 그 부분을 계속 차지하고 있음을 뜻한다. 그러나 진짜 절대적으로 가만히 있다는 말은, 어떤 움직이지 않는 절대 공간이 있고 그 속에서 배와 그것이 차지하는 부분 등 모든 것들이 움직이는데, 그 공간에서 그 물체가 차지하는 부분이 계속 똑같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만약 지구가 정말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배에 대해 상대적으로 가만히 있는 물체는, 지구에 대한 배의 속도와 똑같은 속도로, 진짜 절대적으로 그렇게 움직인다. 그러나 만약 지구도 움직이면, 물체의 진짜 절대 움직임은, 움직이지 않는 절대 공간에서 지구가 움직이는 것에 의해서도 생기며, 지구에 대해 배가 상대적으로 움직이는 것에 의해서도 생긴다. 만약 그 물체가 배에서 상대적으로 움직이면, 그 물체의 진짜 움직임은, 움직이지 않는 절대 공간에서 지구의 진짜 움직임, 지구에 대해 상대적으로 배의 움직임, 배에 대해 상대적으로 그 문체의 움직임에 의해서 생긴다. 이 상대적인 움직임들을 더하면 지구에 대해 그 물체의 상대적인 움직임을 알 수 있다.
(…)
절대 운동과 상대 운동을 구별할 수 있는 운동의 원인으로는, 그 운동을 낳도록 물체에 가하는 힘을 들 수 있다. 절대(진짜) 운동은 물체에다 어떤 힘을 가해야만 생기게 하거나 바꿀 수 있다. 상대(겉보기) 운동은 그 물체에다 힘을 가하지 않고도 생기게 하거나 바꿀 수 있다. 왜냐하면 그 물체와 비교하고 있는 다른 물체들에다 힘을 가해서 그들의 움직임을 바꿔놓으면, 물체들 사이의 관계가 바뀌게 되니까, 그 물체들에 대해 상대적으로 가만히 있느냐, 움직이고 있느냐 하는 것이 바뀌게 된다. (…) 어떤 운동의 원인, 결과, 겉보기 차이에서 진짜 운동을 알아내는 방법과 그 역은 이 책에서 자세히 설명하겠다. 내가 이 책을 쓴 목적이 바로 이것이다.
[프린키피아] 중에서
토론하기
(1) 우리는 공간이나 장소를 구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은 보이지도 않고 잡을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 그런 시간이 절대적이라는 게 옳은 걸까요? 아니, 옳고 그르고 이전에 절대 시간이라는 게 존재할 수 있을까요?
(2) 우리 마음의 시간, 기억 속의 과거, 미래의 희망 같은 것들도 과연 상대적인 것과 절대적인 것으로 나눌 수 있을까요? 아니면 그런 것들은 다 상대적인 시간인 걸까요?
(3) 우리는 인간인데 인간과 상대적인 관계에 있지 않은 그런 시간, 공간, 운동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다른 물체들과 비교해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는 알 수 있지만, 그런 모든 것과 무관한 절대적인 위치라는 게 과연 알 수 있는 걸까요?
해설읽기
뉴턴은 천체의 운행 패턴을 모두 수학의 원리에 의해 도출해내려 하였다. 프린키피아의 원제가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인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제목에서 ‘자연철학’이라는 말은, 아직 과학이 철학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되지 못했기 때문에 붙여졌던 말이다. 오늘날의 학문 분류에 따른다면 ‘자연철학’은 자연과학에 매우 가까운 말이다. 자연현상 전체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 및 설명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란 무슨 말인가? 그것은 자연현상을 합리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수학적 원리에서 출발해야 한다, 라는 의미다. 중세까지 앎이 의존하던 종교나 신화를 버리고 오직 수학적 원리만을 붙잡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뉴턴의 사상혁명, 과학혁명이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에 서양은 근대의 문을 활짝 열게된 것이었다.
자, 그렇다면 중요한 자연현상 중에서 특히, 천체의 운행 패턴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와 관련하여 뉴턴은 프린키피아 제 3권에서 이렇게 말했다. “실험 과학에서는”, 인간이 마음대로 이런저런 가설들을 상상하지 말고 “현상을 바탕으로 일반적인 추론을 통해서 가능한 한 정확한 법칙들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와 반대되는 가설들을 상상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래야 한다. 다른 현상이 나타나면, 그것을 참고하여 좀 더 정확한 이론을 만들거나, 만일 그렇지 않다면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시간, 공간, 위치, 운동을 인간들이 “관찰하고 있는 물체와 자신 사이의 상대적인 관계로 파악”해서는 안 된다. 그런 건 인간과의 상대적 관계에서 나타나는 상대적인 시간이다. “절대적이며 진정한, 그리고 수학적 시간이란 스스로 있으며, 외부의 어떠한 것과도 관계가 없이 자신의 본성에 따라서 균일한 방식으로 흘러간다.” 마찬가지로 “절대 공간이란 자신의 본성에 따라서 있으며, 외부의 어떠한 것과도 관계가 없고, 늘 균등하며 움직이지 않는다.” 따옴표 안의 말은 모두 프린키피아에 적혀 있는 뉴턴의 말이다. 뉴턴이 얼마나 엄밀하게 자연 현상을 자연 현상 자체로 밝혀내려 했는지, 그 철저함을 느낄 수 있다. 절대 공간과 사대 공간이 생김새나 크기가 같더라도 절대로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절대 운동이란 물체가 절대 공간의 어떤 위치에서 다른 위치로 옮김을 말한다.” 그러므로 만약 지구가 움직이고 있는 중이라면, 배 안에 실려 있는 “물체의 진짜 절대 움직임은, 움직이지 않는 절대 공간에서 지구가 움직이는 것에 의해서도 생기며, 지구에 대해 배가 상대적으로 움직이는 것에 의해서도 생긴다.” 한 가지 조심할 것은 상대(겉보기) 운동이다. 이 운동의 경우, 언뜻 보기에는 물체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 때에도, 실은 그 물체 주변에 있는 것들이 힘을 받아 일제히 움직이다보니 도리어 그 물체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고속버스나 KTX에 타고 있을 때 순간적으로 창밖이 움직이는 것 같은 착각이 일어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여기까지 읽고나면 뉴턴의 주장이 꽤 그럴 듯해 보인다. 하지만 절대 공간이나 절대 시간, 또는 절대 운동이라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우리는 인간인데 인간과 상대적인 관계에 있지 않은 그런 시간, 공간, 운동을 어떻게 알 수 있느냐는 말이다. 그래서 뉴턴은 마지막 대목에 덧붙였다. 그것을 알아내는 것이야말로 이 책을 쓴 목적이라고. 그리고 어떤 물체에 힘을 가해 발생하는 운동은 진짜 절대적인 운동이라는 구체적인 예도 들어 준다.
본문의 마지막 대목은 뉴턴이 얼마나 강력한 목적과 의도하에 이 책을 썼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어떤 운동의 원인, 결과, 겉보기 차이에서 진짜 운동을 알아내는 방법과 그 역은 이 책에서 자세히 설명하겠다. 내가 이 책을 쓴 목적이 바로 이것이다.” 뉴턴의 단호한 음성이 직접 들리는 듯하다.
키워드
공간, 상대 공간, 상대적 위치, 상대적인 움직임, 시간, 운동, 위치, 절대 공간, 절대 시간,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