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맥락
이 책은 스티븐 호킹이 우주와 물질, 시간과 공간의 역사에 대해 펼치는 방대한 이야기다. 그중에서 고전 본문은 9장 「시간의 화살」의 한 대목에서 뽑은 것이다. 책 전체가 마지막의 짧은 12장 「결론」을 제외하면 총 11장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9장이면 책의 종반부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미 호킹은 앞에서 현대 물리학의 주요 이론들을 다 살펴본 상태다. 특수 상대성 이론 및 일반 상대성 이론과 양자론을 비롯해서 소립자 물리학, 블랙홀, 초끈 이론 등을 다 깔아놓은 상태인 것이다. 특히 시간에 대해서는 우선 뉴턴의 시간관이 있다. 소위 절대 시간이다. 어떤 경우에도 무엇의 간섭도 받지 않고 한결같이, 동일한 간격으로 흐르는 절대시간. 그러나 20세기초의 아인슈타인은 시간의 상대성을 주장하며 절대시간에 파산을 선고했다. 한편, 이 두 시간 사이에 열역학 제2법칙의 시간이 있다. 바로 엔트로피의 시간이다. 시간은 하나의 방향으로만 나아가며, 이를 시간의 화살이라 부른다. 이것이 고전 본문의 내용인 것이다. 9장을 끝내고 호킹은 벌레구멍(웜홀)과 시간여행의 문제(10장), 물리학 전체를 통일하는 문제(11장)까지 기술하고 책을 마무리한다(12장 「결론」)
고전본문
과학법칙은 과거와 미래를 구분하지 않는다. (…) 그러나 일상 생활에서 실시간의 앞방향과 뒷방향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물이 담긴 찻잔이 탁자 위에서 바닥으로 떨어져서 산산조각이 나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만약 당신이 그 장면을 촬영한다면, 그 필름이 앞으로 돌아가고 있는지 뒤로 돌아가고 있는지를 쉽게 구별할 수 있을 것이다. 필름을 거꾸로 돌리게 되면 당신은 부서진 찻잔 조각들이 갑자기 한데 모여서 완벽한 찻잔 모양을 이루면서 바닥에서 솟아 올라 탁자 위로 올라앉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필름이 거꾸로 돌려진 것임을 알 수 있는 까닭은 일상 생활에서는 이런 식의 움직임이 절대로 관찰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면 도자기 제조업자들은 모두 파산하고 말 것이다.
깨어진 찻잔이 다시 온전한 찻잔이 되면서 바닥에서 솟아올라 탁자 위에 얌전히 올라앉는 광경을 볼 수 없는 이유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은 열역학 제2법칙이 그런 일을 금지한다는 것이다. 열역학 제2법칙은 모든 닫힌 체계에서 무질서도 또는 엔트로피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항상 증가한다고 말한다. 다른 식으로 표현하자면, 그것은 일종의 머피의 법칙이다. 모든 일은 항상 잘못되는 경향이 있다! 탁자 위에 놓여있는 온전한 찻잔은 높은 질서의 상태이다. 그러나 바닥에 떨어져 있는 깨어진 찻잔은 무질서한 상태이다. 우리는 쉽게 탁자 위의 과거의 찻잔에서 바닥에 떨어져 깨어진 찻잔이라는 미래의 상태로 갈 수 있지만, 그 역으로는 갈 수 없다.
시간에 따라서 무질서도나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것은 과거와 미래를 구분하고 시간에 방향을 부여하는 이른바 시간의 화살이라는 것의 한 예이다. 시간의 화살에는 최소한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첫번째로 무질서도나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시간의 방향을 가리키는 열역학적 시간의 화살이 있다. 두번째는 심리적 시간의 화살인데 이것은 우리가 시간이 흐른다고 느끼는 방향, 미래가 아니라 과거를 기억하는 방향이다. 마지막으로 우주론적 시간의 화살이 있다. 이것은 우주가 수축하는 것이 아니라 팽창하는 시간의 방향이다. (…) 열역학 제2법칙은 질서 있는 상태보다 무질서한 상태들이 항상 더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에서 기인한다. 예를 들면, 상자 속에 들어있는 그림 맞추기 퍼즐 조각들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그 조각들이 완전한 그림으로 맞춰질 수 있는 배열은 한 가지, 오직 한 가지밖에는 없다. 반면에, 그 조각들이 무질서 상태에 놓여서 하나의 그림을 이루지 못하는 배열은 무수하게 존재한다.
[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 중 9장 「시간의 화살」의 초반
토론하기
(1) 열역학 제2법칙, 즉 엔트로피의 법칙에 따르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우주 전체의 무질서도가 높아진다고 합니다. 그런데 빅뱅 이론 이야길 들어보면 처음엔 초고온 초고밀도였던 단순한 물리적 상태가 점점 진화하여 오늘날과 같은 수많은 은하들, 별들, 행성들이 생겨나고 지구와 생명체들까지 생겨났다고 합니다. 열역학 제2법칙이 우주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는데 이게 어떻게 된 결과일까요?
(2) 시간은 한쪽 방향으로만 흐릅니다. 그렇지만 공간은 상하, 좌우, 앞뒤 이렇게 세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지요. 이를 물리학은 시간 1차원, 공간 3차원이라고도 부릅니다. 만일 시간도 3차원이라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3) 세계 각지의 희한한 신화나 전설들에 보면, 시간이 두 가지가 있다든가, 아니면 세상 어딘가에는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곳이 있다는 식의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현대과학은 전체적으로는 과거와 미래를 구분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열역학 제2법칙은 과거->현재->미래의 순으로만 시간이 흐른다고 합니다. 이런 것도 혹시 시간이 하나가 아니라는 의미일 수 있을까요? 과학의 시간과 신화 및 전설의 시간은 어떻게 다를까요?
해설읽기
뉴턴에서 시작된 근대 물리학은 과학법칙을 제시하였는데, 이는 과거와 미래를 구분하지 않는다. 이게 무슨 말일까? 지구상에서 물체는 대체로 초속 9.8미터의 속도로 낙하하는데, 가령 야구공이 자유낙하하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었다고 하자. 이 동영상을 거꾸로 돌리면 어떻게 보일까? 지상에서 공중으로 던져진 야구공처럼 보일 것이다. 즉, 자유낙하하는 야구공의 가속 영상도, 공중으로 던져진 야구공의 감속 영상도 모두 자연 법칙을 조금도 위배하지 않는다. 야구공이 더 높은 지점에 있는 사진과 더 낮은 지점에 있는 사진을 시간으로 구별할 수도 없다. 두 사진 중 어느 쪽이 과거고 어느 쪽이 미래인지를 구별할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을 가역성이라 부른다.
그러나 일상 생활에서는 시간의 앞방향과 뒷방향이 전혀 다르다. 찻잔이 낙하하여 바닥에서 산산조각나는 장면(장면 1)과 그렇게 조각나기 전 탁자 위에 다소곳이 놓여있는 장면(장면 2)을 비교해보라. 장면 2가 먼저고 장면 1이 나중이다.
자연과학은 그 어떤 분야보다도 현실을 객관적이고 있는 그대로 반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이 경우는 왜 현실과 정반대되는 것일까? 이 문제는 오래도록 과학자들의 골칫거리였다. 그리고 19세기 후반에 이 문제가 드디어 해결되는데, 바로 열역학 제2법칙이 그 해결사였다. 이 법칙은 먼저 닫힌 체계를 상정한다. 체계라는 것은 사물이나 존재 등 자연 대상들을 정교하게 부르는 이름이다. ‘닫힌 체계’란 주변의 다른 어떤 것과도 상호 작용하지 않고 자체 내에서 운행되는 대상 혹은 대상들이라는 뜻이다.
열역학 제2법칙은 모든 닫힌 체계의 경우, 무질서도 또는 엔트로피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증가하거나 아니면 변화하지 않는다고 본다. 즉, 시간이 흐를수록 무질서도가 감소하는 일은 없다는 말이다. 찻잔의 예를 다시 든다면 멀쩡한 찻잔의 상태의 수는 한 가지지만, 그것이 부서지는 상태의 수는 매우 많다. 시간이 흐를수록 세상 만물이 무질서해지는 이유는, 완벽한 질서를 이룬 상태의 수보다 질서가 깨진 상태의 수가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탁자 위 찻잔을 깨뜨리는 것은 너무도 쉽지만(왜냐하면 깨진 상태의 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아무렇게나 떨어뜨려도 그 상태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깨진 찻잔을 원래대로 되돌리려면 오직 한 가지 뿐인 멀쩡한 컵의 상태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극도로 어렵다.
우리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쉽게 구분한다. 그리고 이 순서대로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당연시한다. 하지만 왜 반드시 이 순서대로만 시간이 흐르는지를 합리적으로 설명하기란 무척 어렵다. 그중 하나가 열역학 제2법칙인 것이다. 다른 두 가지가 더 있는데, 그중 우주론적 시간의 화살이라는 것에 대해 설명해보자. 이 설은, 무슨 이유인지 알 수는 없으나 초기 우주가 마치 시계 태엽이 단단히 조여진 상태와 같았으리라 추정한다. 그래서 이후 우주는 자연스레 이 태엽이 풀려가는 과정으로 진행되어 왔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초기 우주가 고도로 질서롭게 시작했다고 상정한다. 마치, 충분히 조여진 태엽은 가만히 두면 풀려가게 되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고도로 질서잡힌 초기 우주는 어떤 다른 원인 없이도 저절로 고도의 질서가 낮은 질서 상태로 흘러가리라는 논리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실제로 우주가 겪어온 역사라는 것이다.
키워드
닫힌 체계, 무질서도, 시간의 화살, 엔트로피, 열역학, 열역학제2법칙
전후맥락
이 책은 스티븐 호킹이 우주와 물질, 시간과 공간의 역사에 대해 펼치는 방대한 이야기다. 그중에서 고전 본문은 9장 「시간의 화살」의 한 대목에서 뽑은 것이다. 책 전체가 마지막의 짧은 12장 「결론」을 제외하면 총 11장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9장이면 책의 종반부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미 호킹은 앞에서 현대 물리학의 주요 이론들을 다 살펴본 상태다. 특수 상대성 이론 및 일반 상대성 이론과 양자론을 비롯해서 소립자 물리학, 블랙홀, 초끈 이론 등을 다 깔아놓은 상태인 것이다. 특히 시간에 대해서는 우선 뉴턴의 시간관이 있다. 소위 절대 시간이다. 어떤 경우에도 무엇의 간섭도 받지 않고 한결같이, 동일한 간격으로 흐르는 절대시간. 그러나 20세기초의 아인슈타인은 시간의 상대성을 주장하며 절대시간에 파산을 선고했다. 한편, 이 두 시간 사이에 열역학 제2법칙의 시간이 있다. 바로 엔트로피의 시간이다. 시간은 하나의 방향으로만 나아가며, 이를 시간의 화살이라 부른다. 이것이 고전 본문의 내용인 것이다. 9장을 끝내고 호킹은 벌레구멍(웜홀)과 시간여행의 문제(10장), 물리학 전체를 통일하는 문제(11장)까지 기술하고 책을 마무리한다(12장 「결론」)
고전본문
과학법칙은 과거와 미래를 구분하지 않는다. (…) 그러나 일상 생활에서 실시간의 앞방향과 뒷방향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물이 담긴 찻잔이 탁자 위에서 바닥으로 떨어져서 산산조각이 나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만약 당신이 그 장면을 촬영한다면, 그 필름이 앞으로 돌아가고 있는지 뒤로 돌아가고 있는지를 쉽게 구별할 수 있을 것이다. 필름을 거꾸로 돌리게 되면 당신은 부서진 찻잔 조각들이 갑자기 한데 모여서 완벽한 찻잔 모양을 이루면서 바닥에서 솟아 올라 탁자 위로 올라앉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필름이 거꾸로 돌려진 것임을 알 수 있는 까닭은 일상 생활에서는 이런 식의 움직임이 절대로 관찰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면 도자기 제조업자들은 모두 파산하고 말 것이다.
깨어진 찻잔이 다시 온전한 찻잔이 되면서 바닥에서 솟아올라 탁자 위에 얌전히 올라앉는 광경을 볼 수 없는 이유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은 열역학 제2법칙이 그런 일을 금지한다는 것이다. 열역학 제2법칙은 모든 닫힌 체계에서 무질서도 또는 엔트로피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항상 증가한다고 말한다. 다른 식으로 표현하자면, 그것은 일종의 머피의 법칙이다. 모든 일은 항상 잘못되는 경향이 있다! 탁자 위에 놓여있는 온전한 찻잔은 높은 질서의 상태이다. 그러나 바닥에 떨어져 있는 깨어진 찻잔은 무질서한 상태이다. 우리는 쉽게 탁자 위의 과거의 찻잔에서 바닥에 떨어져 깨어진 찻잔이라는 미래의 상태로 갈 수 있지만, 그 역으로는 갈 수 없다.
시간에 따라서 무질서도나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것은 과거와 미래를 구분하고 시간에 방향을 부여하는 이른바 시간의 화살이라는 것의 한 예이다. 시간의 화살에는 최소한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첫번째로 무질서도나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시간의 방향을 가리키는 열역학적 시간의 화살이 있다. 두번째는 심리적 시간의 화살인데 이것은 우리가 시간이 흐른다고 느끼는 방향, 미래가 아니라 과거를 기억하는 방향이다. 마지막으로 우주론적 시간의 화살이 있다. 이것은 우주가 수축하는 것이 아니라 팽창하는 시간의 방향이다. (…) 열역학 제2법칙은 질서 있는 상태보다 무질서한 상태들이 항상 더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에서 기인한다. 예를 들면, 상자 속에 들어있는 그림 맞추기 퍼즐 조각들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그 조각들이 완전한 그림으로 맞춰질 수 있는 배열은 한 가지, 오직 한 가지밖에는 없다. 반면에, 그 조각들이 무질서 상태에 놓여서 하나의 그림을 이루지 못하는 배열은 무수하게 존재한다.
[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 중 9장 「시간의 화살」의 초반
토론하기
(1) 열역학 제2법칙, 즉 엔트로피의 법칙에 따르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우주 전체의 무질서도가 높아진다고 합니다. 그런데 빅뱅 이론 이야길 들어보면 처음엔 초고온 초고밀도였던 단순한 물리적 상태가 점점 진화하여 오늘날과 같은 수많은 은하들, 별들, 행성들이 생겨나고 지구와 생명체들까지 생겨났다고 합니다. 열역학 제2법칙이 우주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는데 이게 어떻게 된 결과일까요?
(2) 시간은 한쪽 방향으로만 흐릅니다. 그렇지만 공간은 상하, 좌우, 앞뒤 이렇게 세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지요. 이를 물리학은 시간 1차원, 공간 3차원이라고도 부릅니다. 만일 시간도 3차원이라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3) 세계 각지의 희한한 신화나 전설들에 보면, 시간이 두 가지가 있다든가, 아니면 세상 어딘가에는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곳이 있다는 식의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현대과학은 전체적으로는 과거와 미래를 구분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열역학 제2법칙은 과거->현재->미래의 순으로만 시간이 흐른다고 합니다. 이런 것도 혹시 시간이 하나가 아니라는 의미일 수 있을까요? 과학의 시간과 신화 및 전설의 시간은 어떻게 다를까요?
해설읽기
뉴턴에서 시작된 근대 물리학은 과학법칙을 제시하였는데, 이는 과거와 미래를 구분하지 않는다. 이게 무슨 말일까? 지구상에서 물체는 대체로 초속 9.8미터의 속도로 낙하하는데, 가령 야구공이 자유낙하하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었다고 하자. 이 동영상을 거꾸로 돌리면 어떻게 보일까? 지상에서 공중으로 던져진 야구공처럼 보일 것이다. 즉, 자유낙하하는 야구공의 가속 영상도, 공중으로 던져진 야구공의 감속 영상도 모두 자연 법칙을 조금도 위배하지 않는다. 야구공이 더 높은 지점에 있는 사진과 더 낮은 지점에 있는 사진을 시간으로 구별할 수도 없다. 두 사진 중 어느 쪽이 과거고 어느 쪽이 미래인지를 구별할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을 가역성이라 부른다.
그러나 일상 생활에서는 시간의 앞방향과 뒷방향이 전혀 다르다. 찻잔이 낙하하여 바닥에서 산산조각나는 장면(장면 1)과 그렇게 조각나기 전 탁자 위에 다소곳이 놓여있는 장면(장면 2)을 비교해보라. 장면 2가 먼저고 장면 1이 나중이다.
자연과학은 그 어떤 분야보다도 현실을 객관적이고 있는 그대로 반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이 경우는 왜 현실과 정반대되는 것일까? 이 문제는 오래도록 과학자들의 골칫거리였다. 그리고 19세기 후반에 이 문제가 드디어 해결되는데, 바로 열역학 제2법칙이 그 해결사였다. 이 법칙은 먼저 닫힌 체계를 상정한다. 체계라는 것은 사물이나 존재 등 자연 대상들을 정교하게 부르는 이름이다. ‘닫힌 체계’란 주변의 다른 어떤 것과도 상호 작용하지 않고 자체 내에서 운행되는 대상 혹은 대상들이라는 뜻이다.
열역학 제2법칙은 모든 닫힌 체계의 경우, 무질서도 또는 엔트로피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증가하거나 아니면 변화하지 않는다고 본다. 즉, 시간이 흐를수록 무질서도가 감소하는 일은 없다는 말이다. 찻잔의 예를 다시 든다면 멀쩡한 찻잔의 상태의 수는 한 가지지만, 그것이 부서지는 상태의 수는 매우 많다. 시간이 흐를수록 세상 만물이 무질서해지는 이유는, 완벽한 질서를 이룬 상태의 수보다 질서가 깨진 상태의 수가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탁자 위 찻잔을 깨뜨리는 것은 너무도 쉽지만(왜냐하면 깨진 상태의 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아무렇게나 떨어뜨려도 그 상태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깨진 찻잔을 원래대로 되돌리려면 오직 한 가지 뿐인 멀쩡한 컵의 상태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극도로 어렵다.
우리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쉽게 구분한다. 그리고 이 순서대로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당연시한다. 하지만 왜 반드시 이 순서대로만 시간이 흐르는지를 합리적으로 설명하기란 무척 어렵다. 그중 하나가 열역학 제2법칙인 것이다. 다른 두 가지가 더 있는데, 그중 우주론적 시간의 화살이라는 것에 대해 설명해보자. 이 설은, 무슨 이유인지 알 수는 없으나 초기 우주가 마치 시계 태엽이 단단히 조여진 상태와 같았으리라 추정한다. 그래서 이후 우주는 자연스레 이 태엽이 풀려가는 과정으로 진행되어 왔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초기 우주가 고도로 질서롭게 시작했다고 상정한다. 마치, 충분히 조여진 태엽은 가만히 두면 풀려가게 되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고도로 질서잡힌 초기 우주는 어떤 다른 원인 없이도 저절로 고도의 질서가 낮은 질서 상태로 흘러가리라는 논리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실제로 우주가 겪어온 역사라는 것이다.
키워드
닫힌 체계, 무질서도, 시간의 화살, 엔트로피, 열역학, 열역학제2법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