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맥락
책의 초반에는 고대 이래로 인류가 상상하고 사색했던 우주의 모습과 꿈꾸었던 대우주로의 항해에 대해 신화와 전설을 동원하여 기술한다. 지구의 역사와 다양한 생물들의 역사를 설명하고, 1977년 마침내 우주 공간으로 발사된 우주선 보이저 1호 이야기로 현대 천문학의 발달상을 소개한다. 사실 <코스모스>가 집필된 계기도 바로 이 보이저 1호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앞으로 탐구해 나갈 은하수와 우주 여행을 시간 공간 여행이라는 폭넓은 관점에서 다룬다. 마지막으로 우리 인류와 지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이 질문을 던지면서 책의 종반부인 11장 「미래로 띄운 편지」와 12장 「은하 대백과사전」에서는 외계의 지적 생명이 발견될지, 그들과 우리는 정말 만날 수 있을지를 사색한다. 고전 본문은 그중 11장 전체에서 발췌한 것이다.
고전본문
우주의 저 광막한 암흑의 심연에는 우리 태양계보다 더 젊거나 늙은 별과 행성들이 수없이 많이 존재한다. 아직 확신할 수는 없지만 지구에 생명이 태어나서 지적 능력을 갖추기까지 있었던 일련의 진화 과정이 코스모스 도처에서 현재 이 순간에도 진행중일 것이다. 우리 은하수 은하 하나에만도 100만 개의 다른 세상이 존재한다. (…) 외계 행성에 사는 지적 생물의 생김새가 지구인을 닮았을 가능성의 거의 0이라고 나는 믿는다. 지구의 경우를 보건대 유전적 다양성은 일련의 우발적 사건들에 따라서 결정된다. 그뿐만 아니라 특정 유전자들의 선택 과정도 따지고 보면 우연성을 동반하는 환경적 요인들에 따라 좌우된다. (…) 형태는 비록 우리와 다를 지라도 지적 생명 자체는 분명 외계에 존재할 것이다. (…) 그들 역시 뉴런의 역할을 하는 일종의 소자(素子)를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뉴런이 작동하는 원리는 우리의 뉴런과 다를 수 있다. (…) 외계인의 ‘뉴런’은 물리적으로 서로 붙어 있지 않을 수도 있다. 뉴런과 뉴런이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더라도 전파 신호를 통한 상호 교신이 가능하기 때문에, 지적 개체 하나가 여러 개의 유기체에 분산된 존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이산적(離散的) 존재를 가능케 하는 매체가 반드시 유기체일 필요도 없다. 심지어 행성 여러 개에 분산될 수도 있다.
지구가 하루 한 번씩 자전하므로 지상의 강력한 전파 송신기들도 자동적으로 하늘을 하루에 한 번씩 휩쓴다. 그러므로 외계 문명권의 전파천문학자들이라면 지구의 자전 주기, 즉 하루의 길이를 자신들이 수신한 전파 신호의 시간에 따른 변화에서부터 쉽게 측정할 수 있을 것이다. (…) 지구에서 송신되는 전파 가운데 가장 널리 퍼져 나가고 가장 쉽게 인지될 수 있는 것은 텔레비전 방송 신호이다. (…) 생각하면 참으로 우습기만 하다. 지구인이 우주로 내보내는 방송의 내용이란 것이 아무 생각 없는 수많은 상업 광고, 끊임없이 언급되는 국제 분쟁과 위기, 가족 구성원 간의 지지고 볶는 불화가 고작이라니, 어떻게 우습다고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두 척의 보이저 탐사선이 지금도 별들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각 탐사선에는 구리에 금박을 입힌 레코드판이 한 장씩 실려 있다. (…) 혹시 성간 항해 중인 외계 문명인이 있다면 그들에게 우리의 존재를 알린다는 뜻에서 레코드판에 인간의 유전자, 사람의 두뇌, 우리의 도서관 등에 관한 정보를 약간씩 기술해 뒀다. (…) 이 레코드판에 예순 종류의 언어로 된 사람의 인사말을 수록하고 혹등고래들이 주고받는 인사말 노래도 채록하여 수록했다. 세계각지에 사람들이 서로 보살피고 배우며 도구와 예술품을 만들고 각종 도전에 응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이 레코드판에 수록했다. (…) 보이저 우주선은 우주 공간을 참기 어려울 정도로 느리게 이동한다. (…) 그래도 여태껏 인류가 우주에 진수(進水)시킨 물체들 중에서 보이저가 가장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 보이저가 수년 걸려 움직인 거리를 텔레비전 방송 신호는 수시간에 주파한다. 방금 종영된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토성 근체에 있는 보이저까지 달려가는 데 수시간이면 충분하다. 그후에는 물론 보이저를 앞질러 먼 별들로 향하여 더 빨리 달려간다. (…) 그러므로 지금으로부터 수십 년이나 수백 년 후면 우주 먼 곳에 있는 문명권에서도 우리의 텔레비전 방송을 시청하게 될 것이다. 나는 그들이 우리 방송을 보고 우리를 좋게 평해 주기를 바란다. 결국 우리는 지구라는 특정 지역에서 일어난 물질 진화의 산물이다. 150억 년의 긴 세월을 거쳐 결국 물질은 의식을 갖추게 됐다. 그러나 의식의 산물인 지능은 인간에게 무서운 능력을 부여했다. 인간이 자기 파멸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혜를 갖춘 현명한 존재라고 아직은 확신할 수 없지만 많은 이들이 이러한 파국을 피하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중이다. 우주적 시간 척도에서 볼 때 지극히 짧은 시간이겠지만 우리는 어서 지구를 모든 생명을 존중할 줄 아는 하나의 공동체로 바꿔야 한다. 그리하여 지구상에서 평화를 유지하는 한편, 외계 문명과의 교신을 이룩함으로써 지구 문명도 은하 문명권의 어엿한 구성원이 돼야 할 것이다.
[코스모스] 11장 중에서
토론하기
(1) 우리가 외계 생명체와 교신하고 또 직접 만나게 되었을 때, 대등한 존재로서 공존하게 될까요, 아니면 우리와 동물 혹은 우리와 식물처럼 지배하거나 아니면 거꾸로 그들에게 우리가 지배당하게 될까요?
(2) 설령 외계인이 존재한다 해도, 그들이 우리가 방출하는 전파들을 포착할 수 있을까요? 가령 지구처럼 생물들이 거주하는 행성이라 해도 아직 인간이나 심지어 포유류도 진화하지 않은 상태라면? 아니, 지금보다 10만년 전이나 심지어 1만년 전 상태의 지구와 유사하다면, 그들의 과학 수준은 전파를 포착하기는커녕 전파 개념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외계에 지적 생명체가 존재한다 해도 우리를 인지할 가능성은 로또에 맞을 가능성보다 낮지 않을까요?
(3) 새로운 종류의 존재들과 만나는 일은 상호 발전의 계기가 될 수도 있지만, 둘 중 한쪽에게 파멸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서양인들이 라틴아메리카에 처음 도착했던 15세기 이후, 북미와 중남미는 유럽인들에 의해 대학살을 당하고 대부분 노예가 되어야 했습니다. 서로 잘 알고 있던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는 세계 대전이 두 차례나 벌어졌지요. 우리가 이런 과거를 거울삼아 광대한 은하의 성숙한 일원이 되려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까요?
해설읽기
21세기 들어 천체물리학과 현대 우주론은 눈부시게 발달하였다. 우리는 이제 우주라는 공간이 얼마나 광대무변한지, 또 우주의 시간은 얼마나 장구한지도(무려 138억년전부터 존재했다) 확연히 알게 되었다. 그러므로 지구와 비슷한 조건과 특징을 갖춘 행성들은 우주에 셀 수 없이 많을 것이다. 꼭 인간과 비슷한 생물이 존재할지는 확신할 수 없을지라도, 생명체들이 외계에 존재할 가능성은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매우 높다”고 평가한다. 그 외계 행성에는 지적 생물체도 아마 존재할 터이다. 하지만 생김새를 포함한 그들의 특징이 지구인과 닮았을 가능성은 꽤나 낮을 것이다. 우리가 외계인들을 지구인이나 지구 생물들 이외의 모습으로 상상하기 힘들어 하는 것은 단지 우리가 지구에서만 살아봤기 때문이다.
요컨대 외계 생명체들도 자연법칙을 벗어나지 않는 세계에서 살고 있겠지만, 그러면서도 엄청나게 다양할 것이고, 그래서 우리가 보기에는 매우 기괴하고 놀라울 것이다.
현재 지구인들은 외계인의 모습을 여러 가지로 상상하면서 자신의 다양한 정보들을, 어딘가에 있을 거라 추정되는 외계 생명체들에게 보내고 있다. 그중 하나는 우리가 의도하지 않더라도 빛의 엄청난 속도로 우주 전체로 퍼져나가는 전파다. TV 방송국에서 송신되는 방송 신호가 대표적이다. 또 보이저 탐사선 두 대에 실어 보낸 지구 문명의 여러 물건들도 있다. 당연히 외계 문명인이 지적으로 알아챌 수 있도록 배려한 물건들이다.
이와는 반대 방향의 움직임도 꾸준히 있어 왔다. 대표적인 것이 외계인을 찾는 프로젝트, 바로 SETI(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외계 지적 생명체 탐사)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외계의 지적 생명체(=외계인)가 있다면 지적 생명체는 전파를 사용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우주에서 지구로 날아오는 전파를 분석하여 외계인의 존재를 찾으려는 계획이다. 통상적으로는 1960년 코넬 대학교의 ‘오즈마 계획(Ozma Project)’을 현대 SETI의 시작으로 본다.
우주는 빅뱅 이래 138억년 동안 계속 팽창해왔다. 한데 맨 처음부터 약 70, 80억년이 흐를 시점까지는 팽창 속도가 점차 느려졌고, 그 이후부터는 점점 더 가속 팽창되어 왔다. 따라서 초중기에 우리 은하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던 은하로부터는 어떤 전파 정보도 우리에게 도달할 수 없을 터이다. 반면 비교적 우리 은하에 가까이 있으면서 천천히 멀어진 은하들로부터는 지금쯤 그들로부터 발신된 전파 정보가 우리 태양계에 도달하고 있을 수도 있다. 마치 1000년 전에 북극성으로부터 발광된 빛 정보가, 현재 우리가 보는 북극성이듯 말이다(북극성은 우리로부터 100광년 떨어져 있다). 우리 은하 내에 존재하는 행성들 중 지적 생명체가 살고 있는 곳으로부터는 지금도 다양한 정보들이 날아오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우리의 과학기술이 아직 부족하거나 혹은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아직 없기 때문에 발견을 못하는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다.
끝으로, 우리가 우리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든, 결국 인간은 지구라는 지역에서 진행되어온 물질 진화의 산물이다. 지구 전체의 기후 위기 등, 자해(自害)에 가까운 파국의 위험들도 여럿 도사리고 있지만, 동시에 그 파국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또한 우리다. 우리는 지구라는 좁은 곳에서 아웅다웅 서로를 해치는 대신, 자신의 유지와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성숙한 우주 문명권의 한 구성원이 되어나가야 할 것이다.
키워드
물질, 진화, 보이저 탐사선, 외계 문명인, 유기체, 유전적 다양성, 의식, 전파 천문학, 지능, 지적 생명체, 코스모스
전후맥락
책의 초반에는 고대 이래로 인류가 상상하고 사색했던 우주의 모습과 꿈꾸었던 대우주로의 항해에 대해 신화와 전설을 동원하여 기술한다. 지구의 역사와 다양한 생물들의 역사를 설명하고, 1977년 마침내 우주 공간으로 발사된 우주선 보이저 1호 이야기로 현대 천문학의 발달상을 소개한다. 사실 <코스모스>가 집필된 계기도 바로 이 보이저 1호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앞으로 탐구해 나갈 은하수와 우주 여행을 시간 공간 여행이라는 폭넓은 관점에서 다룬다. 마지막으로 우리 인류와 지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이 질문을 던지면서 책의 종반부인 11장 「미래로 띄운 편지」와 12장 「은하 대백과사전」에서는 외계의 지적 생명이 발견될지, 그들과 우리는 정말 만날 수 있을지를 사색한다. 고전 본문은 그중 11장 전체에서 발췌한 것이다.
고전본문
우주의 저 광막한 암흑의 심연에는 우리 태양계보다 더 젊거나 늙은 별과 행성들이 수없이 많이 존재한다. 아직 확신할 수는 없지만 지구에 생명이 태어나서 지적 능력을 갖추기까지 있었던 일련의 진화 과정이 코스모스 도처에서 현재 이 순간에도 진행중일 것이다. 우리 은하수 은하 하나에만도 100만 개의 다른 세상이 존재한다. (…) 외계 행성에 사는 지적 생물의 생김새가 지구인을 닮았을 가능성의 거의 0이라고 나는 믿는다. 지구의 경우를 보건대 유전적 다양성은 일련의 우발적 사건들에 따라서 결정된다. 그뿐만 아니라 특정 유전자들의 선택 과정도 따지고 보면 우연성을 동반하는 환경적 요인들에 따라 좌우된다. (…) 형태는 비록 우리와 다를 지라도 지적 생명 자체는 분명 외계에 존재할 것이다. (…) 그들 역시 뉴런의 역할을 하는 일종의 소자(素子)를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뉴런이 작동하는 원리는 우리의 뉴런과 다를 수 있다. (…) 외계인의 ‘뉴런’은 물리적으로 서로 붙어 있지 않을 수도 있다. 뉴런과 뉴런이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더라도 전파 신호를 통한 상호 교신이 가능하기 때문에, 지적 개체 하나가 여러 개의 유기체에 분산된 존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이산적(離散的) 존재를 가능케 하는 매체가 반드시 유기체일 필요도 없다. 심지어 행성 여러 개에 분산될 수도 있다.
지구가 하루 한 번씩 자전하므로 지상의 강력한 전파 송신기들도 자동적으로 하늘을 하루에 한 번씩 휩쓴다. 그러므로 외계 문명권의 전파천문학자들이라면 지구의 자전 주기, 즉 하루의 길이를 자신들이 수신한 전파 신호의 시간에 따른 변화에서부터 쉽게 측정할 수 있을 것이다. (…) 지구에서 송신되는 전파 가운데 가장 널리 퍼져 나가고 가장 쉽게 인지될 수 있는 것은 텔레비전 방송 신호이다. (…) 생각하면 참으로 우습기만 하다. 지구인이 우주로 내보내는 방송의 내용이란 것이 아무 생각 없는 수많은 상업 광고, 끊임없이 언급되는 국제 분쟁과 위기, 가족 구성원 간의 지지고 볶는 불화가 고작이라니, 어떻게 우습다고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두 척의 보이저 탐사선이 지금도 별들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각 탐사선에는 구리에 금박을 입힌 레코드판이 한 장씩 실려 있다. (…) 혹시 성간 항해 중인 외계 문명인이 있다면 그들에게 우리의 존재를 알린다는 뜻에서 레코드판에 인간의 유전자, 사람의 두뇌, 우리의 도서관 등에 관한 정보를 약간씩 기술해 뒀다. (…) 이 레코드판에 예순 종류의 언어로 된 사람의 인사말을 수록하고 혹등고래들이 주고받는 인사말 노래도 채록하여 수록했다. 세계각지에 사람들이 서로 보살피고 배우며 도구와 예술품을 만들고 각종 도전에 응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이 레코드판에 수록했다. (…) 보이저 우주선은 우주 공간을 참기 어려울 정도로 느리게 이동한다. (…) 그래도 여태껏 인류가 우주에 진수(進水)시킨 물체들 중에서 보이저가 가장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 보이저가 수년 걸려 움직인 거리를 텔레비전 방송 신호는 수시간에 주파한다. 방금 종영된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토성 근체에 있는 보이저까지 달려가는 데 수시간이면 충분하다. 그후에는 물론 보이저를 앞질러 먼 별들로 향하여 더 빨리 달려간다. (…) 그러므로 지금으로부터 수십 년이나 수백 년 후면 우주 먼 곳에 있는 문명권에서도 우리의 텔레비전 방송을 시청하게 될 것이다. 나는 그들이 우리 방송을 보고 우리를 좋게 평해 주기를 바란다. 결국 우리는 지구라는 특정 지역에서 일어난 물질 진화의 산물이다. 150억 년의 긴 세월을 거쳐 결국 물질은 의식을 갖추게 됐다. 그러나 의식의 산물인 지능은 인간에게 무서운 능력을 부여했다. 인간이 자기 파멸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혜를 갖춘 현명한 존재라고 아직은 확신할 수 없지만 많은 이들이 이러한 파국을 피하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중이다. 우주적 시간 척도에서 볼 때 지극히 짧은 시간이겠지만 우리는 어서 지구를 모든 생명을 존중할 줄 아는 하나의 공동체로 바꿔야 한다. 그리하여 지구상에서 평화를 유지하는 한편, 외계 문명과의 교신을 이룩함으로써 지구 문명도 은하 문명권의 어엿한 구성원이 돼야 할 것이다.
[코스모스] 11장 중에서
토론하기
(1) 우리가 외계 생명체와 교신하고 또 직접 만나게 되었을 때, 대등한 존재로서 공존하게 될까요, 아니면 우리와 동물 혹은 우리와 식물처럼 지배하거나 아니면 거꾸로 그들에게 우리가 지배당하게 될까요?
(2) 설령 외계인이 존재한다 해도, 그들이 우리가 방출하는 전파들을 포착할 수 있을까요? 가령 지구처럼 생물들이 거주하는 행성이라 해도 아직 인간이나 심지어 포유류도 진화하지 않은 상태라면? 아니, 지금보다 10만년 전이나 심지어 1만년 전 상태의 지구와 유사하다면, 그들의 과학 수준은 전파를 포착하기는커녕 전파 개념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외계에 지적 생명체가 존재한다 해도 우리를 인지할 가능성은 로또에 맞을 가능성보다 낮지 않을까요?
(3) 새로운 종류의 존재들과 만나는 일은 상호 발전의 계기가 될 수도 있지만, 둘 중 한쪽에게 파멸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서양인들이 라틴아메리카에 처음 도착했던 15세기 이후, 북미와 중남미는 유럽인들에 의해 대학살을 당하고 대부분 노예가 되어야 했습니다. 서로 잘 알고 있던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는 세계 대전이 두 차례나 벌어졌지요. 우리가 이런 과거를 거울삼아 광대한 은하의 성숙한 일원이 되려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까요?
해설읽기
21세기 들어 천체물리학과 현대 우주론은 눈부시게 발달하였다. 우리는 이제 우주라는 공간이 얼마나 광대무변한지, 또 우주의 시간은 얼마나 장구한지도(무려 138억년전부터 존재했다) 확연히 알게 되었다. 그러므로 지구와 비슷한 조건과 특징을 갖춘 행성들은 우주에 셀 수 없이 많을 것이다. 꼭 인간과 비슷한 생물이 존재할지는 확신할 수 없을지라도, 생명체들이 외계에 존재할 가능성은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매우 높다”고 평가한다. 그 외계 행성에는 지적 생물체도 아마 존재할 터이다. 하지만 생김새를 포함한 그들의 특징이 지구인과 닮았을 가능성은 꽤나 낮을 것이다. 우리가 외계인들을 지구인이나 지구 생물들 이외의 모습으로 상상하기 힘들어 하는 것은 단지 우리가 지구에서만 살아봤기 때문이다.
요컨대 외계 생명체들도 자연법칙을 벗어나지 않는 세계에서 살고 있겠지만, 그러면서도 엄청나게 다양할 것이고, 그래서 우리가 보기에는 매우 기괴하고 놀라울 것이다.
현재 지구인들은 외계인의 모습을 여러 가지로 상상하면서 자신의 다양한 정보들을, 어딘가에 있을 거라 추정되는 외계 생명체들에게 보내고 있다. 그중 하나는 우리가 의도하지 않더라도 빛의 엄청난 속도로 우주 전체로 퍼져나가는 전파다. TV 방송국에서 송신되는 방송 신호가 대표적이다. 또 보이저 탐사선 두 대에 실어 보낸 지구 문명의 여러 물건들도 있다. 당연히 외계 문명인이 지적으로 알아챌 수 있도록 배려한 물건들이다.
이와는 반대 방향의 움직임도 꾸준히 있어 왔다. 대표적인 것이 외계인을 찾는 프로젝트, 바로 SETI(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외계 지적 생명체 탐사)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외계의 지적 생명체(=외계인)가 있다면 지적 생명체는 전파를 사용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우주에서 지구로 날아오는 전파를 분석하여 외계인의 존재를 찾으려는 계획이다. 통상적으로는 1960년 코넬 대학교의 ‘오즈마 계획(Ozma Project)’을 현대 SETI의 시작으로 본다.
우주는 빅뱅 이래 138억년 동안 계속 팽창해왔다. 한데 맨 처음부터 약 70, 80억년이 흐를 시점까지는 팽창 속도가 점차 느려졌고, 그 이후부터는 점점 더 가속 팽창되어 왔다. 따라서 초중기에 우리 은하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던 은하로부터는 어떤 전파 정보도 우리에게 도달할 수 없을 터이다. 반면 비교적 우리 은하에 가까이 있으면서 천천히 멀어진 은하들로부터는 지금쯤 그들로부터 발신된 전파 정보가 우리 태양계에 도달하고 있을 수도 있다. 마치 1000년 전에 북극성으로부터 발광된 빛 정보가, 현재 우리가 보는 북극성이듯 말이다(북극성은 우리로부터 100광년 떨어져 있다). 우리 은하 내에 존재하는 행성들 중 지적 생명체가 살고 있는 곳으로부터는 지금도 다양한 정보들이 날아오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우리의 과학기술이 아직 부족하거나 혹은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아직 없기 때문에 발견을 못하는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다.
끝으로, 우리가 우리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든, 결국 인간은 지구라는 지역에서 진행되어온 물질 진화의 산물이다. 지구 전체의 기후 위기 등, 자해(自害)에 가까운 파국의 위험들도 여럿 도사리고 있지만, 동시에 그 파국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또한 우리다. 우리는 지구라는 좁은 곳에서 아웅다웅 서로를 해치는 대신, 자신의 유지와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성숙한 우주 문명권의 한 구성원이 되어나가야 할 것이다.
키워드
물질, 진화, 보이저 탐사선, 외계 문명인, 유기체, 유전적 다양성, 의식, 전파 천문학, 지능, 지적 생명체, 코스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