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뒤 맥락]
노라에게 돈을 빌려줬던 크로그스타는 해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결국 토르발에게 사실을 폭로하는 편지를 보낸다. 노라는 파티를 핑계로 토르발의 편지 확인을 최대한 늦춘다. 그 사이 노라의 친구이자 크로그스타의 옛 연인이었던 린데 부인(크리스티네)은 크로그스타와 만나, 그와의 오랜 오해를 풀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린데 부인의 용기에 감복하고 그간의 행동을 반성한 크로그스타는 토르발에게서 편지를 돌려받으려 하지만, 린데 부인은 두 부부가 진실을 마주하는 게 나으리라 조언한다. 대신 크로그스타는 노라가 서명을 위조했던 차용증서를 되돌려주겠다고 약속한다.
파티에서 돌아온 토르발은 뒤늦게 편지를 보고 격분한 뒤, 노라를 사기꾼이자 범죄자, 자신의 행복을 모두 망친 경박한 여자라고 매도한다. 그리고 세간의 시선 때문에 이혼을 하지는 않겠지만, 그녀에게서 아이를 키울 권리를 박탈할 것이며 그저 집 안에 갇혀 살라고 명령한다. 그러던 중 크로그스타가 보낸 차용증서가 뒤늦게 도착하고, 토르발은 한순간 태도를 바꿔 노라에게 자신은 노라를 용서했으니 자신 또한 용서해달라고 말한다. 그러나 노라는 토르발이 이 사건을 전적으로 그녀의 탓으로 돌린 채 자신의 명예만을 생각하는 데서 부부 생활의 문제를 깨닫고, 이 집을 나가 독립하겠다는 뜻을 밝힌다.
[고전본문]
노라: 앉으세요. 시간이 좀 걸릴 거예요. 할 말이 많아요.
토르발: (노라의 맞은편에 앉는다) 날 겁주는 건가? 노라. 당신을 이해할 수가 없군.
노라: 그래요, 바로 그거예요. 당신은 날 이해하지 못해요. 그리고 나도 당신을 절대로 이해하지 못했어요. 난 그걸 오늘 밤 알게 됐죠. 아뇨, 내 말을 끊지 마세요. 끝까지 들어야 해요. 이제 우린 끝이에요, 토르발.
토르발: 무슨 뜻이지?
(중략)
노라: 바로 그거예요. 당신은 날 전혀 이해하지 못해요. 난 정말 대단히 잘못된 취급을 받았다고요, 토르발. 처음에는 아빠 때문이었고, 그다음은 바로 당신 때문에요.
토르발: 뭐라고?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당신을 사랑한 우리 두 사람 때문에?
노라: (머리를 흔들며) 당신은 날 사랑하지 않았어요. 나와 사랑에 빠져 있는 것이 재미있다고 생각했을 뿐이죠.
토르발: 노라. 어떻게 그런 말을?
노라: 그게 진실이에요, 토르발. 아빠와 집에 있을 때, 아빠는 자기 생각을 나에게 다 말해 주었고, 그러면 나도 똑같은 생각을 하곤 했어요. 하지만 아빠와 다른 생각이 들 땐 난 그 생각을 감추어야 했어요. 아빠 마음에 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아빠는 나를 인형이라고 불렀어요. 내가 인형과 놀듯, 아빠는 나와 놀아 줬죠. 그러고 나서 난 당신 집으로 온 거예요.
토르발: 우리의 결혼 생활을 이런 식으로 얘기할 거야?
노라: (흔들리지 않고) 내 말은, 난 아빠의 손에서 당신의 손으로 넘겨졌다는 거죠. 당신은 당신 취향에 따라 모든 것을 결정했어요. 나도 당신과 같은 취향을 가지거나, 그런 척했죠. 뭐가 옳은 건지 나도 잘 모르겠어요. 내 생각엔 반반이었던 것 같아요. 때로는 이렇게, 때로는 저렇게요. 이제 돌이켜 생각해 보니, 난 이 집에서 마치 하루 벌어 하루 먹으며 살아가는 거지 같았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난 당신을 속이면서 살아왔어요, 토르발. 하지만 그게 바로 당신이 원했던 거예요. 당신과 우리 아빠가 날 죄인으로 만든 거죠. 지금 내가 이렇게 무력해진 건 당신들 잘못이에요.
(중략)
토르발: (펄쩍 뛰듯 일어서며) 지금 뭐라고 했어?
노라: 나 자신과 세상을 제대로 알기 위해, 난 완전히 독립해야 해요. 그래서 이제 더 이상 당신과 함께 있고 싶지 않은 거예요.
(중략)
토르발: 최악이군! 가장 신성한 의무를 모른 척하겠다는거야?
노라: 내가 가장 신성하게 지켜야 할 의무가 어떤 거라고 생각하세요?
토르발: 꼭 말해야 알겠어? 남편과 아이들 아닌가?
노라: 나에겐 다른 의무가 있어요. 똑같이 신성한.
토르발: 아냐, 그런 게 어딨어. 도대체 그게 뭐야?
노라: 나 자신에 대한 의무죠.
토르발: 당신은 아내이자 어머니야. 무엇보다도 먼저.
노라: 난 더 이상 그렇게 믿지 않아요. 내가 믿는 건 내가 당신과 똑같은 인간이라는 거예요. 아니라면 적어도 난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할 거예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신처럼 생각한다는 걸 난 알아요, 토르발, 그리고 당신이 취하고 있는 입장에 대해서는 셀 수조차 없을 만큼 많은 책들이 다 한결같은 목소리로 지지하고 있어요. 하지만 난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는 얘기에 대해서도, 책에 쓰여 있는 내용에 대해서도 만족할 수 없어요. 그런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나 스스로 깊이 생각해 봐야겠어요.
『인형의 집』 중에서
토론하기
(1) 노라는 자신을 아버지의 손에서 남편의 손으로 넘겨진 ‘인형’이라고 말합니다. 노라가 말한 인형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이 희곡의 제목인 『인형의 집』의 뜻을 설명해봅시다.
(2) 토르발은 노라의 말에 충격을 받고, “이 세상 누구보다도 당신을 사랑한 우리 두 사람”이라는 말로 자신과 그녀의 아버지를 변명하고자 합니다. 이 장면은 누군가는 ‘사랑’이라고 믿어 의심하지 않았던 행동이 막상 상대에게는 전혀 다른 의미일 수 있음을 보여주죠. 왜 이런 인식의 차이가 발생했을까요? 이러한 관계를 다른 문학 작품이나 드라마, 영화 등에서 본 적 있나요?
해설읽기
본문은 『인형의 집』의 마지막 장면으로, 노라의 의지로 토르발과의 관계를 끝낼 것을 선고하는 부분이다. 남편과 8년의 결혼 생활 중 처음으로 대화다운 대화를 시작한 노라는, 기존에 보여줬던 남편에게 순응하고 밝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태도로 자신이 느꼈던 감정과 문제의식을 가감 없이 이야기한다. 그녀는 남편의 명예를 위해서라면 자살까지도 결심했었음을 고백한 뒤, 남편 또한 노라의 거짓말을 알게 된 다음에도 아내에 대한 책임을 저버리지 않기를 기대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토르발은 노라의 믿음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고, 이 상황을 전부 그녀의 탓으로 돌리며 어머니의 권리까지도 빼앗으려고 했다. 노라는 그의 돌변에 충격을 받은 한편 이를 계기로 지금까지의 결혼 생활, 더 나아가 자신의 삶을 냉정하게 돌이켜보게 된 것이다.
노라는 아버지가 자신을 데리고 노는 ‘인형’ 정도로 대우했다는 것, 그리고 남편인 토르발도 마찬가지로 자신을 ‘종달새’, ‘다람쥐’로 귀여워했을 뿐 동등한 인격체로 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그녀는 삶은 아버지-남편으로 그 의존 대상이 바뀌었을 뿐 스스로 의지를 갖고 삶을 꾸려나갈 기회를 한 번도 얻지 못했다. 노라는 지금까지의 생활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남편인 토르발을 떠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토르발은 여자의 가장 신성한 의무가 남편과 아이들, 즉 가정에 있다고 주장하며, 노라를 사회의 구성 원리, 법, 도덕, 종교를 모르는 철부지로 취급하고 다시 문제를 축소하려고 한다. 그러나 노라는 “나 자신에 대한 의무”가 가정에 대한 의무와 동등하며, 기존의 법, 도덕, 종교와 같은 것들이 이 의무를 다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여성이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가는 데에는 기존의 사회적 관습과 어쩌면 법까지도 불화할 수 있음을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결말에서 토르발은 노라를 끝까지 붙잡으려 하지만, 노라는 결혼반지까지 돌려주고 집을 아예 나가버린다. 여성 주인공이 가정의 수호자가 아니라 한 명의 인간으로 살기 위해 자신을 ‘인형’에 머물도록 만드는 집을 박차고 나가는 이 장면은 당시 유럽 전역에 충격을 주었다. 이후 『인형의 집』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면서 이 문제의식은 각 국가의 상황에 따라 번역·수용되었고, 한국에서는 ‘여성해방’의 주제 의식으로 화제가 되었다. ‘여성도 한 명의 인간’이라는 문제의식은 당시 작가이자 화가였던 나혜석에게도 큰 영향을 주었다. 이는 그녀의 작품과 생애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라 할 수 있다.
[앞뒤 맥락]
노라에게 돈을 빌려줬던 크로그스타는 해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결국 토르발에게 사실을 폭로하는 편지를 보낸다. 노라는 파티를 핑계로 토르발의 편지 확인을 최대한 늦춘다. 그 사이 노라의 친구이자 크로그스타의 옛 연인이었던 린데 부인(크리스티네)은 크로그스타와 만나, 그와의 오랜 오해를 풀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린데 부인의 용기에 감복하고 그간의 행동을 반성한 크로그스타는 토르발에게서 편지를 돌려받으려 하지만, 린데 부인은 두 부부가 진실을 마주하는 게 나으리라 조언한다. 대신 크로그스타는 노라가 서명을 위조했던 차용증서를 되돌려주겠다고 약속한다.
파티에서 돌아온 토르발은 뒤늦게 편지를 보고 격분한 뒤, 노라를 사기꾼이자 범죄자, 자신의 행복을 모두 망친 경박한 여자라고 매도한다. 그리고 세간의 시선 때문에 이혼을 하지는 않겠지만, 그녀에게서 아이를 키울 권리를 박탈할 것이며 그저 집 안에 갇혀 살라고 명령한다. 그러던 중 크로그스타가 보낸 차용증서가 뒤늦게 도착하고, 토르발은 한순간 태도를 바꿔 노라에게 자신은 노라를 용서했으니 자신 또한 용서해달라고 말한다. 그러나 노라는 토르발이 이 사건을 전적으로 그녀의 탓으로 돌린 채 자신의 명예만을 생각하는 데서 부부 생활의 문제를 깨닫고, 이 집을 나가 독립하겠다는 뜻을 밝힌다.
[고전본문]
노라: 앉으세요. 시간이 좀 걸릴 거예요. 할 말이 많아요.
토르발: (노라의 맞은편에 앉는다) 날 겁주는 건가? 노라. 당신을 이해할 수가 없군.
노라: 그래요, 바로 그거예요. 당신은 날 이해하지 못해요. 그리고 나도 당신을 절대로 이해하지 못했어요. 난 그걸 오늘 밤 알게 됐죠. 아뇨, 내 말을 끊지 마세요. 끝까지 들어야 해요. 이제 우린 끝이에요, 토르발.
토르발: 무슨 뜻이지?
(중략)
노라: 바로 그거예요. 당신은 날 전혀 이해하지 못해요. 난 정말 대단히 잘못된 취급을 받았다고요, 토르발. 처음에는 아빠 때문이었고, 그다음은 바로 당신 때문에요.
토르발: 뭐라고?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당신을 사랑한 우리 두 사람 때문에?
노라: (머리를 흔들며) 당신은 날 사랑하지 않았어요. 나와 사랑에 빠져 있는 것이 재미있다고 생각했을 뿐이죠.
토르발: 노라. 어떻게 그런 말을?
노라: 그게 진실이에요, 토르발. 아빠와 집에 있을 때, 아빠는 자기 생각을 나에게 다 말해 주었고, 그러면 나도 똑같은 생각을 하곤 했어요. 하지만 아빠와 다른 생각이 들 땐 난 그 생각을 감추어야 했어요. 아빠 마음에 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아빠는 나를 인형이라고 불렀어요. 내가 인형과 놀듯, 아빠는 나와 놀아 줬죠. 그러고 나서 난 당신 집으로 온 거예요.
토르발: 우리의 결혼 생활을 이런 식으로 얘기할 거야?
노라: (흔들리지 않고) 내 말은, 난 아빠의 손에서 당신의 손으로 넘겨졌다는 거죠. 당신은 당신 취향에 따라 모든 것을 결정했어요. 나도 당신과 같은 취향을 가지거나, 그런 척했죠. 뭐가 옳은 건지 나도 잘 모르겠어요. 내 생각엔 반반이었던 것 같아요. 때로는 이렇게, 때로는 저렇게요. 이제 돌이켜 생각해 보니, 난 이 집에서 마치 하루 벌어 하루 먹으며 살아가는 거지 같았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난 당신을 속이면서 살아왔어요, 토르발. 하지만 그게 바로 당신이 원했던 거예요. 당신과 우리 아빠가 날 죄인으로 만든 거죠. 지금 내가 이렇게 무력해진 건 당신들 잘못이에요.
(중략)
토르발: (펄쩍 뛰듯 일어서며) 지금 뭐라고 했어?
노라: 나 자신과 세상을 제대로 알기 위해, 난 완전히 독립해야 해요. 그래서 이제 더 이상 당신과 함께 있고 싶지 않은 거예요.
(중략)
토르발: 최악이군! 가장 신성한 의무를 모른 척하겠다는거야?
노라: 내가 가장 신성하게 지켜야 할 의무가 어떤 거라고 생각하세요?
토르발: 꼭 말해야 알겠어? 남편과 아이들 아닌가?
노라: 나에겐 다른 의무가 있어요. 똑같이 신성한.
토르발: 아냐, 그런 게 어딨어. 도대체 그게 뭐야?
노라: 나 자신에 대한 의무죠.
토르발: 당신은 아내이자 어머니야. 무엇보다도 먼저.
노라: 난 더 이상 그렇게 믿지 않아요. 내가 믿는 건 내가 당신과 똑같은 인간이라는 거예요. 아니라면 적어도 난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할 거예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신처럼 생각한다는 걸 난 알아요, 토르발, 그리고 당신이 취하고 있는 입장에 대해서는 셀 수조차 없을 만큼 많은 책들이 다 한결같은 목소리로 지지하고 있어요. 하지만 난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는 얘기에 대해서도, 책에 쓰여 있는 내용에 대해서도 만족할 수 없어요. 그런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나 스스로 깊이 생각해 봐야겠어요.
『인형의 집』 중에서
토론하기
(1) 노라는 자신을 아버지의 손에서 남편의 손으로 넘겨진 ‘인형’이라고 말합니다. 노라가 말한 인형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이 희곡의 제목인 『인형의 집』의 뜻을 설명해봅시다.
(2) 토르발은 노라의 말에 충격을 받고, “이 세상 누구보다도 당신을 사랑한 우리 두 사람”이라는 말로 자신과 그녀의 아버지를 변명하고자 합니다. 이 장면은 누군가는 ‘사랑’이라고 믿어 의심하지 않았던 행동이 막상 상대에게는 전혀 다른 의미일 수 있음을 보여주죠. 왜 이런 인식의 차이가 발생했을까요? 이러한 관계를 다른 문학 작품이나 드라마, 영화 등에서 본 적 있나요?
해설읽기
본문은 『인형의 집』의 마지막 장면으로, 노라의 의지로 토르발과의 관계를 끝낼 것을 선고하는 부분이다. 남편과 8년의 결혼 생활 중 처음으로 대화다운 대화를 시작한 노라는, 기존에 보여줬던 남편에게 순응하고 밝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태도로 자신이 느꼈던 감정과 문제의식을 가감 없이 이야기한다. 그녀는 남편의 명예를 위해서라면 자살까지도 결심했었음을 고백한 뒤, 남편 또한 노라의 거짓말을 알게 된 다음에도 아내에 대한 책임을 저버리지 않기를 기대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토르발은 노라의 믿음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고, 이 상황을 전부 그녀의 탓으로 돌리며 어머니의 권리까지도 빼앗으려고 했다. 노라는 그의 돌변에 충격을 받은 한편 이를 계기로 지금까지의 결혼 생활, 더 나아가 자신의 삶을 냉정하게 돌이켜보게 된 것이다.
노라는 아버지가 자신을 데리고 노는 ‘인형’ 정도로 대우했다는 것, 그리고 남편인 토르발도 마찬가지로 자신을 ‘종달새’, ‘다람쥐’로 귀여워했을 뿐 동등한 인격체로 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그녀는 삶은 아버지-남편으로 그 의존 대상이 바뀌었을 뿐 스스로 의지를 갖고 삶을 꾸려나갈 기회를 한 번도 얻지 못했다. 노라는 지금까지의 생활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남편인 토르발을 떠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토르발은 여자의 가장 신성한 의무가 남편과 아이들, 즉 가정에 있다고 주장하며, 노라를 사회의 구성 원리, 법, 도덕, 종교를 모르는 철부지로 취급하고 다시 문제를 축소하려고 한다. 그러나 노라는 “나 자신에 대한 의무”가 가정에 대한 의무와 동등하며, 기존의 법, 도덕, 종교와 같은 것들이 이 의무를 다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여성이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가는 데에는 기존의 사회적 관습과 어쩌면 법까지도 불화할 수 있음을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결말에서 토르발은 노라를 끝까지 붙잡으려 하지만, 노라는 결혼반지까지 돌려주고 집을 아예 나가버린다. 여성 주인공이 가정의 수호자가 아니라 한 명의 인간으로 살기 위해 자신을 ‘인형’에 머물도록 만드는 집을 박차고 나가는 이 장면은 당시 유럽 전역에 충격을 주었다. 이후 『인형의 집』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면서 이 문제의식은 각 국가의 상황에 따라 번역·수용되었고, 한국에서는 ‘여성해방’의 주제 의식으로 화제가 되었다. ‘여성도 한 명의 인간’이라는 문제의식은 당시 작가이자 화가였던 나혜석에게도 큰 영향을 주었다. 이는 그녀의 작품과 생애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