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맥락
흑인 가족에게서 자란 흑인 아이들은 백인의 세상과 만나면 비정상이 된다. 이처럼 극단적인 심리적 반응이 나타나는 까닭은 어릴 때부터 ‘검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훈련받은 흑인들의 무의식에서 기인한다. 흑인 아이들은 백인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흑인을 악당으로 표현하는 만화 등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즉 흑인들의 무의식은 고유한 문화를 상실하게 만드는 식민 지배라는 역사와 식민 통치라는 구조 속에서 형성된다. 정신과의사인 프란츠 파농은 여러 흑인 환자들의 사례를 접하면서 그들의 질병이 정신의학을 통해 치료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통감한다.
고전본문
1.내 환자는 열등 콤플렉스에 시달리고 있다. 그의 심리구조는 분열증적 위험에 처해 있다.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이러한 상황으로부터 그를 구출해내는 것, 그리고 조금씩 그의 무의식 속에서 이러한 병적 욕망을 제거해 나가는 것이다.
2.만약 내 환자가 백인이 되고 싶다는 심각할 정도의 소망 때문에 억압되어 있다면, 그 억압의 원인은 그의 열등 콤플렉스를 조장하거나 혹은 이러한 콤플렉스의 재생산을 통해 사회적 안정감을 구축해 나갈 뿐만 아니라 동시에 한 인종의 우월성을 비호해 나가는 사회 혹은 그런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다. 자기 정체성의 모색이라는 차원에서 그러한 사회는 그 환자에게 어려움을 제공하고 그 결과 그 환자는 신경증적 상황 속으로 빨려들어 가게 된다.
바로 여기서 개인과 집단 간의 연대가 요구된다. 정신분석의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것이다. 내 환자로 하여금 자신의 무의식을 정확하게 의식토록 하고, 백인이 되고자 하는 망상을 기꺼이 포기하도록 종용하며, 사회구조 그 자체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지향하도록 도움을 주는 일 말이다.
흑인은 “백인이 될 것인가 아니면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인가”라는 딜레마로 더 이상 고통받지 말아야 한다. 흑인 역시 존재의 가능성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흑인의 피부색을 문제 삼는 사회가 있어 내가 그 흑인의 꿈 속에서 피부색을 바꾸고자 하는 무의식적 욕망의 의지를 읽기라도 한다면, 과연 내가 어떻게 그 흑인에게 “그런 가당찮은 꿈은 꾸지도 말라”고 설득할 수 있겠는가? 오히려 그 흑인에게 그 갈등의 뿌리를 제거하는 문제와 관련해 사회구조를 뒤바꿀 만한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든지, 아니면 소극적인 행동을 취하든지 가부간 결정을 내리라고 종용하게 되지 않겠는가?
*콤플렉스 : 현실의 행동이나 반응에 영향을 미치는 무의식적 감정과 사고
*분열증 : 현실과의 접촉을 상실하고 환청, 망상, 혼란된 사고 등을 동반하는 정신병
*딜레마 : 선택해야 할 길 중 어느 쪽을 선택해도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오는 상황
『검은 피부, 하얀 가면』 제4장 식민지인의 종속 콤플렉스 중에서
토론하기
(1) 프란츠 파농은 자신의 흑인 환자의 정신병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진단합니까?
(2) 백인이 되지 않으면서 “흑인 역시 존재의 가능성을 인식할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인종의 사례로만 국한하지 말고 빈부, 출신, 학력, 성별, 장애 등에 비춰서도 말해봅시다.
(3) 정신과의사인 파농은 자신이 전문직이지만 환자를 진료하면서 해결할 수 없었던 한계에 부딪히면서 이 책을 썼고 결국 의사의 길을 버리고 흑인해방운동에 투신했습니다. 파농의 선택이 그의 인생에 어떤 변화를 일으켰을지 추측해보고, 만약 자신이 같은 상황에 놓여있었다면 어떻게 했을지, 각자의 견해를 자유롭게 나눠봅시다.
해설읽기
프란츠 파농은 프랑스 식민지 마르티니크 섬에서 흑인 노예의 후손이었던 아버지와 흑백 혼혈이었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중산층 집안에서 완벽하게 프랑스어를 구사하는 전형적인 프랑스식 교육을 받고 자랐다. 그랬던 파농이 스스로를 프랑스인이라고 여기는 것은 당연했다. 그가 제2차 세계대전에 프랑스군으로 참전하는 것 또한 조국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그러나 그곳에서 경험한 현실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파농은 완벽한 불어를 구사했지만, 자신은 결코 진정한 프랑스인(백인)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처절하게 깨달았다. 그의 검은 피부 때문이었다.
프란츠 파농은 『검은 피부, 하얀 가면』에서 흑인들이 백인들의 세상에서 경험하는 종속과 부적응의 감정을 설명하기 위해 정신분석 이론을 적용했다. 예컨대, 프랑스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지 못하는 러시아인이나 독일인들은 자신들이 프랑스어를 잘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대해 열등감이나 부끄러움을 가지지 않는다. 말을 더듬거려도 그들은 여전히 문화와 역사를 지닌 문명인일 수 있다. 반면 프랑스에 거주 중인 흑인들은 프랑스어를 자유롭게 구사하지 못하는 자신의 무능함에 대해 부끄러움과 수치심을 느낀다. 그들은 프랑스어를 더욱 완벽하게 모방하고자 하는 강한 욕망을 느낀다. 마침내 고향에 돌아간 그들은 자신의 고향 동족들과 차별화되는 프랑스식 발음과 말투를 뽐내면서 자부심을 느낀다.
자신의 문화를 잃어버리고 본국의 문화를 받아들인 흑인의 자아 분열이 식민지 개척자(백인)의 문화를 받아들이고 모방하려고 하는 흑인들에게 열등 콤플렉스를 심어준다. 특히 그러한 행동들은 신분이 상승하고 교육받은 흑인들에게 더 잘 나타난다. 그들은 식민지 개척자의 언어와 서구의 교육을 습득할 기회가 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흑인의 정신착란은 단순히 치료해야 할 질병이라고 할 수 없다. 그들은 백인 세계에 완벽하게 동화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흑임임을 만족하거나 긍정하면서 살 수도 없다. 흑인을 둘러싼 상징들을 전부 부정적인 의미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이런 딜레마에 놓인 흑인들에게 정신착란은 미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자들에게 허락된 유일한 공간이다. 정신착란은 말을 빼앗기고 삶을 빼앗긴 흑인들의 유일한 쉼터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 정신과의사인 파농은 흑인들을 정상으로 되돌려놓는 치료가 과연 무엇인지를 스스로에게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것은 정신의학의 과제를 넘어선 정치적 과제였다. 무의식조차 식민지배자들에게 저당 잡힌 사람들이 건강을 되찾기 위해서는 개인적 치료가 아닌 사회구조의 변화가 필요했다.
키워드
노예, 식민지, 식민지배, 인종주의, 타자, 탈식민주의
전후맥락
흑인 가족에게서 자란 흑인 아이들은 백인의 세상과 만나면 비정상이 된다. 이처럼 극단적인 심리적 반응이 나타나는 까닭은 어릴 때부터 ‘검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훈련받은 흑인들의 무의식에서 기인한다. 흑인 아이들은 백인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흑인을 악당으로 표현하는 만화 등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즉 흑인들의 무의식은 고유한 문화를 상실하게 만드는 식민 지배라는 역사와 식민 통치라는 구조 속에서 형성된다. 정신과의사인 프란츠 파농은 여러 흑인 환자들의 사례를 접하면서 그들의 질병이 정신의학을 통해 치료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통감한다.
고전본문
1.내 환자는 열등 콤플렉스에 시달리고 있다. 그의 심리구조는 분열증적 위험에 처해 있다.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이러한 상황으로부터 그를 구출해내는 것, 그리고 조금씩 그의 무의식 속에서 이러한 병적 욕망을 제거해 나가는 것이다.
2.만약 내 환자가 백인이 되고 싶다는 심각할 정도의 소망 때문에 억압되어 있다면, 그 억압의 원인은 그의 열등 콤플렉스를 조장하거나 혹은 이러한 콤플렉스의 재생산을 통해 사회적 안정감을 구축해 나갈 뿐만 아니라 동시에 한 인종의 우월성을 비호해 나가는 사회 혹은 그런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다. 자기 정체성의 모색이라는 차원에서 그러한 사회는 그 환자에게 어려움을 제공하고 그 결과 그 환자는 신경증적 상황 속으로 빨려들어 가게 된다.
바로 여기서 개인과 집단 간의 연대가 요구된다. 정신분석의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것이다. 내 환자로 하여금 자신의 무의식을 정확하게 의식토록 하고, 백인이 되고자 하는 망상을 기꺼이 포기하도록 종용하며, 사회구조 그 자체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지향하도록 도움을 주는 일 말이다.
흑인은 “백인이 될 것인가 아니면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인가”라는 딜레마로 더 이상 고통받지 말아야 한다. 흑인 역시 존재의 가능성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흑인의 피부색을 문제 삼는 사회가 있어 내가 그 흑인의 꿈 속에서 피부색을 바꾸고자 하는 무의식적 욕망의 의지를 읽기라도 한다면, 과연 내가 어떻게 그 흑인에게 “그런 가당찮은 꿈은 꾸지도 말라”고 설득할 수 있겠는가? 오히려 그 흑인에게 그 갈등의 뿌리를 제거하는 문제와 관련해 사회구조를 뒤바꿀 만한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든지, 아니면 소극적인 행동을 취하든지 가부간 결정을 내리라고 종용하게 되지 않겠는가?
*콤플렉스 : 현실의 행동이나 반응에 영향을 미치는 무의식적 감정과 사고
*분열증 : 현실과의 접촉을 상실하고 환청, 망상, 혼란된 사고 등을 동반하는 정신병
*딜레마 : 선택해야 할 길 중 어느 쪽을 선택해도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오는 상황
『검은 피부, 하얀 가면』 제4장 식민지인의 종속 콤플렉스 중에서
토론하기
(1) 프란츠 파농은 자신의 흑인 환자의 정신병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진단합니까?
(2) 백인이 되지 않으면서 “흑인 역시 존재의 가능성을 인식할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인종의 사례로만 국한하지 말고 빈부, 출신, 학력, 성별, 장애 등에 비춰서도 말해봅시다.
(3) 정신과의사인 파농은 자신이 전문직이지만 환자를 진료하면서 해결할 수 없었던 한계에 부딪히면서 이 책을 썼고 결국 의사의 길을 버리고 흑인해방운동에 투신했습니다. 파농의 선택이 그의 인생에 어떤 변화를 일으켰을지 추측해보고, 만약 자신이 같은 상황에 놓여있었다면 어떻게 했을지, 각자의 견해를 자유롭게 나눠봅시다.
해설읽기
프란츠 파농은 프랑스 식민지 마르티니크 섬에서 흑인 노예의 후손이었던 아버지와 흑백 혼혈이었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중산층 집안에서 완벽하게 프랑스어를 구사하는 전형적인 프랑스식 교육을 받고 자랐다. 그랬던 파농이 스스로를 프랑스인이라고 여기는 것은 당연했다. 그가 제2차 세계대전에 프랑스군으로 참전하는 것 또한 조국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그러나 그곳에서 경험한 현실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파농은 완벽한 불어를 구사했지만, 자신은 결코 진정한 프랑스인(백인)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처절하게 깨달았다. 그의 검은 피부 때문이었다.
프란츠 파농은 『검은 피부, 하얀 가면』에서 흑인들이 백인들의 세상에서 경험하는 종속과 부적응의 감정을 설명하기 위해 정신분석 이론을 적용했다. 예컨대, 프랑스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지 못하는 러시아인이나 독일인들은 자신들이 프랑스어를 잘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대해 열등감이나 부끄러움을 가지지 않는다. 말을 더듬거려도 그들은 여전히 문화와 역사를 지닌 문명인일 수 있다. 반면 프랑스에 거주 중인 흑인들은 프랑스어를 자유롭게 구사하지 못하는 자신의 무능함에 대해 부끄러움과 수치심을 느낀다. 그들은 프랑스어를 더욱 완벽하게 모방하고자 하는 강한 욕망을 느낀다. 마침내 고향에 돌아간 그들은 자신의 고향 동족들과 차별화되는 프랑스식 발음과 말투를 뽐내면서 자부심을 느낀다.
자신의 문화를 잃어버리고 본국의 문화를 받아들인 흑인의 자아 분열이 식민지 개척자(백인)의 문화를 받아들이고 모방하려고 하는 흑인들에게 열등 콤플렉스를 심어준다. 특히 그러한 행동들은 신분이 상승하고 교육받은 흑인들에게 더 잘 나타난다. 그들은 식민지 개척자의 언어와 서구의 교육을 습득할 기회가 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흑인의 정신착란은 단순히 치료해야 할 질병이라고 할 수 없다. 그들은 백인 세계에 완벽하게 동화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흑임임을 만족하거나 긍정하면서 살 수도 없다. 흑인을 둘러싼 상징들을 전부 부정적인 의미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이런 딜레마에 놓인 흑인들에게 정신착란은 미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자들에게 허락된 유일한 공간이다. 정신착란은 말을 빼앗기고 삶을 빼앗긴 흑인들의 유일한 쉼터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 정신과의사인 파농은 흑인들을 정상으로 되돌려놓는 치료가 과연 무엇인지를 스스로에게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것은 정신의학의 과제를 넘어선 정치적 과제였다. 무의식조차 식민지배자들에게 저당 잡힌 사람들이 건강을 되찾기 위해서는 개인적 치료가 아닌 사회구조의 변화가 필요했다.
키워드
노예, 식민지, 식민지배, 인종주의, 타자, 탈식민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