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맥락
낙인은 그렇지 않았으면 무난하게 비쳤을 한 사람의 전체적인 모습을 붕괴시켜 가치를 평가 절하시키는 기호이다. 이러한 낙인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 예컨대, 피부색은 선천적이다. 절단된 사지는 영원하지만 선천적인 것은 아니다. 교도소에 수감된 재소자의 삭발은 선천적이지도 영구적이지도 않다. 특히 당사자의 의지에 반해서 사용될 경우 그 기호는 낙인으로 작용하는 경향이 있다. 당사자는 낙인에 대한 단순한 긍정/부정을 넘어서 자신의 일상생활의 차원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관리하면서 살아간다. 다음 글에서 고프만은 이를 ‘가시성’이라는 개념과 연관지어 설명하고 있다.
고전본문
전통적으로 신분위장(passing)의 문제에서는 특정 낙인(stigma)의 “가시성(Visibility)”이 쟁점으로 떠오른다. 즉, 개인의 낙인 보유 사실이 드러나는 데 있어서 특정 낙인이 얼마나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작용하는가를 말한다. 예를 들어, 정신병력자나 미혼의 아버지는 결점이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그러나 시각장애인은 결함이 금방 현저하게 눈에 띈다. 이때는 물론 드러나 보이는 가시성이 결정적 요인이 되는 것이다. 매일 다니면서 만나는 사람들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그에게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어쩔 수 없이 일반 대중에게 노출됨으로써 초래되는 결과가 개별 접촉에서는 별로 큰 의미가 없겠지만, 각각의 접촉은 조금씩 영향을 미칠 것이고 이를 모두 합치면 그 결과가 엄청나게 클 수 있다. 나아가 자신의 낙인과 관련하여 어떤 정책을 취할지를 결정해야 할 때 그는 자신에 관해 주변에 돌아다니는 정보를 기초로 시작해야 한다. 따라서 개인이 언제 어느 곳에서든 자신을 현시하는 방법을 변화시키는 것은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운명을 결정하는 일이 될 것이다. 아마도 그리스인들은 무엇보다 이 점에서 낙인의 개념을 착안해 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의 낙인이 명백해지는 것은 우리의 시각을 통해 가장 빈번히 이루어지므로, 눈에 띄는 가시성이라는 용어가 그렇게 오도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는 “지각가능성(perceptibility)”이라는 일반적 어휘가 더 정확할 것이며, “명백성(evidentness)”은 그보다 더 한층 정확한 표현이다. 즉 말더듬이는 상당히 “가시적” 결함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눈에 띄는 것이 시각이 아니라 주로 청각적인 결함이기 때문이다.
*가시성(可視性) : 눈으로 볼 수 있는 특성 또는 성격
*지각가능성(perceptibility) : 감각 기관을 통해 인식할 수 있음
『스티그마』 제2장 정보통제와 개인적 정체성 중에서
토론하기
(1) 가시성(혹은 명백성)을 띤 낙인과 그렇지 않은 낙인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저자가 언급한 사례 외에 다른 것들도 말해봅시다.
(2) 가시적인 낙인을 보유한 사람을 하나 가정하고, 그의 가족, 이웃, 친구, 직장생활 등 여러 상황에서 신분위장이 어떻게 다르게 작동할지 예측해봅시다.
(3) 가시적 낙인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긍정할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해설읽기
통상 모르는 사람들끼리 처음 접촉할 때는 고정관념에 기반해서 타인을 이해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서로 가까워지면서 고정관념은 뒤로 물러나고 점차 상대방에 대한 실질적인 평가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예컨대, 얼굴 모양이 심하게 일그러진 사람은 낯선 사람들에게는 기피 대상이 되겠지만, 친한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예컨대 사회복지관 근처의 상점에서는 점원들이 정신장애인들의 행동에 대해서 관대한 태도를 취하는 장면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맹인안내견 학교가 위치한 동네의 주민들은 개를 조종하는 훈련을 받고 있는 시각장애인 학생들에게 호의적으로 대하는 법을 학습한다. 따라서 낙인을 지닌 사람이 자신의 낙인을 관리하는 영역은 주로 낯선 사람이나 안면이 있는 정도의 사람들 사이에서의 접촉에 해당된다.
그러나 친밀할수록 반드시 낙인에 대한 경멸감이 감소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낙인이 낯선 사람뿐 아니라 친한 사람에게도 기피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사례도 많다. 친한 사람이 오히려 수치스러운 사실을 가장 신경을 써서 숨겨야 하는 대상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부모 중 한 사람이 심각한 질병에 걸리거나 감옥에 투옥되었을 경우가 있다. 다른 부모는 자녀들이 그 사실에 대해서 상처를 입고 받아들이기 힘들어할 것으로 여기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오히려 자녀들에게 그 사실을 감추기 위해 애쓴다. 또한 낙인 중에는 쉽게 드러나지 않아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나 그냥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 거의 알아채지 못하고 친밀한 사람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종류의 낙인도 있다. 알코올중독이나 성불구, 불임 같은 것들을 예로 들 수 있다. 오늘날 데이트문화는 종종 술자리를 동반하지만 알코올중독의 증세는 그 가시성이 낮아서 배우자를 선택하는 요인으로 잘 작용하기 힘들다. 그러나 결혼생활을 하게 되면 부부의 상호작용 수준이 깊어지면서 비로소 문제가 드러나서 배우자에게 감지가 된다.
한 사람이 평판에 불명예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는 결함을 보유하고 있지만 아직 사람들에게 밝히지 않았을 경우, 그 영향은 모르는 사람보다는 가까운 사람들에게 더 크고 깊게 미칠 가능성이 크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편견이 생길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이 낙인을 보유한 사람에게 갖고 있는 현재의 이미지뿐만 아니라 앞으로 갖게 될 이미지에서 왜곡된 편견이 생길 것이다. 따라서 낙인과 더불어 그것을 은폐하거나 치유하려는 노력도 한 사람의 일상생활의 일부로서 고착된다.
이와 같은 점으로 미루어 봤을 때, 고프만은 한쪽에는 낙인의 극단적인 은폐가 있고 또 다른 극단에는 공공연한 드러내기가 있다는 식의 이분법적 판단은 현명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관계의 연속선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타자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접촉이 일어나는 다양한 사회구조, 즉 거리의 낯선 사람들, 피상적인 인간관계, 일터, 이웃, 가정 등을 살펴보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키워드
낙인, 손상, 스티그마, 신분 위장, 장애, 정체성, 패싱
전후맥락
낙인은 그렇지 않았으면 무난하게 비쳤을 한 사람의 전체적인 모습을 붕괴시켜 가치를 평가 절하시키는 기호이다. 이러한 낙인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 예컨대, 피부색은 선천적이다. 절단된 사지는 영원하지만 선천적인 것은 아니다. 교도소에 수감된 재소자의 삭발은 선천적이지도 영구적이지도 않다. 특히 당사자의 의지에 반해서 사용될 경우 그 기호는 낙인으로 작용하는 경향이 있다. 당사자는 낙인에 대한 단순한 긍정/부정을 넘어서 자신의 일상생활의 차원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관리하면서 살아간다. 다음 글에서 고프만은 이를 ‘가시성’이라는 개념과 연관지어 설명하고 있다.
고전본문
전통적으로 신분위장(passing)의 문제에서는 특정 낙인(stigma)의 “가시성(Visibility)”이 쟁점으로 떠오른다. 즉, 개인의 낙인 보유 사실이 드러나는 데 있어서 특정 낙인이 얼마나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작용하는가를 말한다. 예를 들어, 정신병력자나 미혼의 아버지는 결점이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그러나 시각장애인은 결함이 금방 현저하게 눈에 띈다. 이때는 물론 드러나 보이는 가시성이 결정적 요인이 되는 것이다. 매일 다니면서 만나는 사람들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그에게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어쩔 수 없이 일반 대중에게 노출됨으로써 초래되는 결과가 개별 접촉에서는 별로 큰 의미가 없겠지만, 각각의 접촉은 조금씩 영향을 미칠 것이고 이를 모두 합치면 그 결과가 엄청나게 클 수 있다. 나아가 자신의 낙인과 관련하여 어떤 정책을 취할지를 결정해야 할 때 그는 자신에 관해 주변에 돌아다니는 정보를 기초로 시작해야 한다. 따라서 개인이 언제 어느 곳에서든 자신을 현시하는 방법을 변화시키는 것은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운명을 결정하는 일이 될 것이다. 아마도 그리스인들은 무엇보다 이 점에서 낙인의 개념을 착안해 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의 낙인이 명백해지는 것은 우리의 시각을 통해 가장 빈번히 이루어지므로, 눈에 띄는 가시성이라는 용어가 그렇게 오도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는 “지각가능성(perceptibility)”이라는 일반적 어휘가 더 정확할 것이며, “명백성(evidentness)”은 그보다 더 한층 정확한 표현이다. 즉 말더듬이는 상당히 “가시적” 결함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눈에 띄는 것이 시각이 아니라 주로 청각적인 결함이기 때문이다.
*가시성(可視性) : 눈으로 볼 수 있는 특성 또는 성격
*지각가능성(perceptibility) : 감각 기관을 통해 인식할 수 있음
『스티그마』 제2장 정보통제와 개인적 정체성 중에서
토론하기
(1) 가시성(혹은 명백성)을 띤 낙인과 그렇지 않은 낙인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저자가 언급한 사례 외에 다른 것들도 말해봅시다.
(2) 가시적인 낙인을 보유한 사람을 하나 가정하고, 그의 가족, 이웃, 친구, 직장생활 등 여러 상황에서 신분위장이 어떻게 다르게 작동할지 예측해봅시다.
(3) 가시적 낙인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긍정할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해설읽기
통상 모르는 사람들끼리 처음 접촉할 때는 고정관념에 기반해서 타인을 이해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서로 가까워지면서 고정관념은 뒤로 물러나고 점차 상대방에 대한 실질적인 평가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예컨대, 얼굴 모양이 심하게 일그러진 사람은 낯선 사람들에게는 기피 대상이 되겠지만, 친한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예컨대 사회복지관 근처의 상점에서는 점원들이 정신장애인들의 행동에 대해서 관대한 태도를 취하는 장면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맹인안내견 학교가 위치한 동네의 주민들은 개를 조종하는 훈련을 받고 있는 시각장애인 학생들에게 호의적으로 대하는 법을 학습한다. 따라서 낙인을 지닌 사람이 자신의 낙인을 관리하는 영역은 주로 낯선 사람이나 안면이 있는 정도의 사람들 사이에서의 접촉에 해당된다.
그러나 친밀할수록 반드시 낙인에 대한 경멸감이 감소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낙인이 낯선 사람뿐 아니라 친한 사람에게도 기피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사례도 많다. 친한 사람이 오히려 수치스러운 사실을 가장 신경을 써서 숨겨야 하는 대상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부모 중 한 사람이 심각한 질병에 걸리거나 감옥에 투옥되었을 경우가 있다. 다른 부모는 자녀들이 그 사실에 대해서 상처를 입고 받아들이기 힘들어할 것으로 여기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오히려 자녀들에게 그 사실을 감추기 위해 애쓴다. 또한 낙인 중에는 쉽게 드러나지 않아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나 그냥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 거의 알아채지 못하고 친밀한 사람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종류의 낙인도 있다. 알코올중독이나 성불구, 불임 같은 것들을 예로 들 수 있다. 오늘날 데이트문화는 종종 술자리를 동반하지만 알코올중독의 증세는 그 가시성이 낮아서 배우자를 선택하는 요인으로 잘 작용하기 힘들다. 그러나 결혼생활을 하게 되면 부부의 상호작용 수준이 깊어지면서 비로소 문제가 드러나서 배우자에게 감지가 된다.
한 사람이 평판에 불명예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는 결함을 보유하고 있지만 아직 사람들에게 밝히지 않았을 경우, 그 영향은 모르는 사람보다는 가까운 사람들에게 더 크고 깊게 미칠 가능성이 크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편견이 생길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이 낙인을 보유한 사람에게 갖고 있는 현재의 이미지뿐만 아니라 앞으로 갖게 될 이미지에서 왜곡된 편견이 생길 것이다. 따라서 낙인과 더불어 그것을 은폐하거나 치유하려는 노력도 한 사람의 일상생활의 일부로서 고착된다.
이와 같은 점으로 미루어 봤을 때, 고프만은 한쪽에는 낙인의 극단적인 은폐가 있고 또 다른 극단에는 공공연한 드러내기가 있다는 식의 이분법적 판단은 현명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관계의 연속선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타자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접촉이 일어나는 다양한 사회구조, 즉 거리의 낯선 사람들, 피상적인 인간관계, 일터, 이웃, 가정 등을 살펴보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키워드
낙인, 손상, 스티그마, 신분 위장, 장애, 정체성, 패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