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맥락
인생에 중반기에 접어든 단테는 숲속에서 길을 잃은 자신을 발견한다. 한 눈에 반해 사랑에 빠졌었던 베아트리체는 천국에서 베르길리우스로 하여금 단테의 인도자가 되주길 부탁한다. 베르길리우스와 동행하며 그는 지옥, 연옥, 천국을 여행한다. 지옥은 당연히 온갖 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가는 곳이지만, 예외적으로 단테의 마음에 매우 강한 연민의 감정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파올로오 프란체스코인데, 사실 둘은 형수와 시동생 관계이다. 이들은 윤리적으로 잘못된 행동을 했지만, 둘은 각자 속한 집안의 정략결혼의 희생자들이었다. 바로 이 점이 단테로 하여금 이들에게 깊은 연민의 정을 느끼게 한 것이었다.
고전본문
부드러운 마음 속에서 쉽게 싹드는 사랑은
아름다움 육체로 그를 사로 잡았습니다.
이 잔인한 일은 여전히 저를 괴롭힙니다.
사랑은 사랑받는 이를 놓아주는 법이 없습니다.
사랑은 그를 기쁘게 하면서 나를 사로 잡았습니다.
보시는 대로 그는 아직 나를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사랑 때문에 우리는 함께 죽음을 맞이했지요.
우리의 생명을 앗아간 그 사람을 카이나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들은 이와 같이 말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고개를 숙였다.
시인[베르길리우스]는 ‘무엇을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나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얼마나 달콤한 생각, 얼마나 감미로운 욕망이 결국
그들은 고통으로 내몰았을까요!’
(….)
한 영혼이 말하고 있을 때,
다른 영혼은 고통스러워했다.
나는 그들에 대한 연민으로 정신이 희미해져 마치 죽어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시체처럼 땅에 쓰러졌다.
-단테 『신곡』 지옥편 5곡 중에서
토론하기
(1) 파올로와 프란체스카의 사랑에 대해서 어떤 감정을 느끼는가?
(2) 인간들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제도가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감정들을 억압하는 경우들이 있다. 그런 사례들을 지적해 보자.
(3) 작품에서 악한 이들을 지옥에 넣는 매우 윤리적인 단테가 파올로와 프란체스카의 사랑에 대해서 연민을 느끼고 쓰러지기까지 한다. 단테의 이런 태도는 작품이 지향하는 윤리적 태도와 양립할 수 있다고 보는가?
해설읽기
단테는 베르길리우스의 인도를 받아 지옥 여행을 하고 있는 중이다. 지옥에는 탐욕, 분노, 폭력, 배신과 같은 죄를 지은 자들이 영원한 고통 속에 머물고 있는 장소이다. 그런데 지옥에는 단테의 연민을 불러 일으킨 죄인 커플이 있었다. 그들은 파올로와 프란체스카로, 사실 그들은 시동생과 형수 관계이다. 시동생과 형수 사이에 애욕의 범죄를 저질렀으니 비난받아 마땅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것이 합당하게 보인다. 하지만 이들의 스토리를 들을 단테는 그들에게 강한 연민을 느끼게 된다. 이들 사이에 일어났던 일은 다음과 같다. 파올로와 프란체스카가 속한 가문은 이익을 위해서 정략적으로 자녀들을 결혼시키려 했다. 그래서 부모들은 파올로의 형 조바니와 프란체스카를 결혼시키려 했다. 하지만 조바니는 추남이었기 때문에 형이 아닌 잘생긴 동생 파올로는 결혼식장에 내보냈다. 비극의 시작은 바로 이런 사기에서 출발한다. 좋은 인상의 파올로에게 프란체스카도 호감을 가졌는데, 결혼식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파올로가 아니라 조바니가 자신의 옆에 누웠는 것이다. 공포과 분노를 느꼈지만 이미 엎지러진 물이었다. 어쩔 수 없이 애정 없는 결혼생활을 하던 중 우연한 기회에 결혼 식에 자신의 남편이 될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파올로와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을 넘게 되었다. 이성적, 관습적으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지만 사랑의 감정을 막지는 못했다. 이들의 불륜행각은 이 사실을 알게 된 남편이 둘을 살해하는 비극으로 끝나게 되는데, 그리스도교 윤리를 지향하는 『신곡』에서 이들을 클레오파트라, 디도와 같이 애욕의 죄를 저지른 이들이 가는 지옥에 배정한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단테도 그들에게 연민을 느꼈는지 자신이 기절하는 모습을 작품에 넣고 있다. 윤리적 판단도 필요하겠지만 윤리적인 판단은 인간사의 복잡다단함을 모두 포괄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파올로와 프란체스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떤 측면에서는 비난하는 마음도 들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그럴 수도 있었겠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 대목에서 단테가 의도한 바도 바로 이 점이라고 생각한다. 한 가지 기준, 한 가지 잣대로만 인간을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행동이 옳다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다만, 인간들을 판단할 때는 여러 측면들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키워드
결혼, 사랑, 연민, 지옥
전후맥락
인생에 중반기에 접어든 단테는 숲속에서 길을 잃은 자신을 발견한다. 한 눈에 반해 사랑에 빠졌었던 베아트리체는 천국에서 베르길리우스로 하여금 단테의 인도자가 되주길 부탁한다. 베르길리우스와 동행하며 그는 지옥, 연옥, 천국을 여행한다. 지옥은 당연히 온갖 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가는 곳이지만, 예외적으로 단테의 마음에 매우 강한 연민의 감정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파올로오 프란체스코인데, 사실 둘은 형수와 시동생 관계이다. 이들은 윤리적으로 잘못된 행동을 했지만, 둘은 각자 속한 집안의 정략결혼의 희생자들이었다. 바로 이 점이 단테로 하여금 이들에게 깊은 연민의 정을 느끼게 한 것이었다.
고전본문
부드러운 마음 속에서 쉽게 싹드는 사랑은
아름다움 육체로 그를 사로 잡았습니다.
이 잔인한 일은 여전히 저를 괴롭힙니다.
사랑은 사랑받는 이를 놓아주는 법이 없습니다.
사랑은 그를 기쁘게 하면서 나를 사로 잡았습니다.
보시는 대로 그는 아직 나를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사랑 때문에 우리는 함께 죽음을 맞이했지요.
우리의 생명을 앗아간 그 사람을 카이나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들은 이와 같이 말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고개를 숙였다.
시인[베르길리우스]는 ‘무엇을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나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얼마나 달콤한 생각, 얼마나 감미로운 욕망이 결국
그들은 고통으로 내몰았을까요!’
(….)
한 영혼이 말하고 있을 때,
다른 영혼은 고통스러워했다.
나는 그들에 대한 연민으로 정신이 희미해져 마치 죽어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시체처럼 땅에 쓰러졌다.
-단테 『신곡』 지옥편 5곡 중에서
토론하기
(1) 파올로와 프란체스카의 사랑에 대해서 어떤 감정을 느끼는가?
(2) 인간들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제도가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감정들을 억압하는 경우들이 있다. 그런 사례들을 지적해 보자.
(3) 작품에서 악한 이들을 지옥에 넣는 매우 윤리적인 단테가 파올로와 프란체스카의 사랑에 대해서 연민을 느끼고 쓰러지기까지 한다. 단테의 이런 태도는 작품이 지향하는 윤리적 태도와 양립할 수 있다고 보는가?
해설읽기
단테는 베르길리우스의 인도를 받아 지옥 여행을 하고 있는 중이다. 지옥에는 탐욕, 분노, 폭력, 배신과 같은 죄를 지은 자들이 영원한 고통 속에 머물고 있는 장소이다. 그런데 지옥에는 단테의 연민을 불러 일으킨 죄인 커플이 있었다. 그들은 파올로와 프란체스카로, 사실 그들은 시동생과 형수 관계이다. 시동생과 형수 사이에 애욕의 범죄를 저질렀으니 비난받아 마땅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것이 합당하게 보인다. 하지만 이들의 스토리를 들을 단테는 그들에게 강한 연민을 느끼게 된다. 이들 사이에 일어났던 일은 다음과 같다. 파올로와 프란체스카가 속한 가문은 이익을 위해서 정략적으로 자녀들을 결혼시키려 했다. 그래서 부모들은 파올로의 형 조바니와 프란체스카를 결혼시키려 했다. 하지만 조바니는 추남이었기 때문에 형이 아닌 잘생긴 동생 파올로는 결혼식장에 내보냈다. 비극의 시작은 바로 이런 사기에서 출발한다. 좋은 인상의 파올로에게 프란체스카도 호감을 가졌는데, 결혼식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파올로가 아니라 조바니가 자신의 옆에 누웠는 것이다. 공포과 분노를 느꼈지만 이미 엎지러진 물이었다. 어쩔 수 없이 애정 없는 결혼생활을 하던 중 우연한 기회에 결혼 식에 자신의 남편이 될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파올로와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을 넘게 되었다. 이성적, 관습적으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지만 사랑의 감정을 막지는 못했다. 이들의 불륜행각은 이 사실을 알게 된 남편이 둘을 살해하는 비극으로 끝나게 되는데, 그리스도교 윤리를 지향하는 『신곡』에서 이들을 클레오파트라, 디도와 같이 애욕의 죄를 저지른 이들이 가는 지옥에 배정한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단테도 그들에게 연민을 느꼈는지 자신이 기절하는 모습을 작품에 넣고 있다. 윤리적 판단도 필요하겠지만 윤리적인 판단은 인간사의 복잡다단함을 모두 포괄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파올로와 프란체스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떤 측면에서는 비난하는 마음도 들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그럴 수도 있었겠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 대목에서 단테가 의도한 바도 바로 이 점이라고 생각한다. 한 가지 기준, 한 가지 잣대로만 인간을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행동이 옳다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다만, 인간들을 판단할 때는 여러 측면들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키워드
결혼, 사랑, 연민, 지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