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맥락
남북전쟁이 끝나고 노예제가 폐지되었지만 아직 남부의 작은 읍내 제퍼슨에는 과거의 전통이 숨쉬고 있다. 에밀리 그리어슨은 남부의 유서 깊은 집안 출신으로 아버지가 죽은 후 홀로 남겨진다. 제퍼슨의 시장은 그리어슨 가에 대한 존중의 뜻으로 세금까지 면제해 준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새로운 시장과 시 위원회는 왜 에밀리에게 그런 특별대우를 해 주어야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은 에밀리에게 세금을 부과했고, 에밀리는 그들에 맞서 세금을 내지 않고 버틴다. 이런저런 작은 충돌이 있었지만 아직도 제퍼슨의 주민들은 그리어슨 가에 대한 막연한 존경심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사라져가는 전통에 대한 향수에 기인한 것이지 에밀리 개인의 자질이나 성취와는 관련인 없었다. 홀로 된 에밀리는 북부 출신의 건설 감독 호머 배런을 만나 사랑에 빠지는데, 이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나이 많은 사람들은 유서 깊은 가문의 영애가 북부 출신 양키와 어울리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우려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외롭고 불쌍한 에밀리에게 누군가가 생겼다는 것을 기쁘게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호머 배런은 자취를 감추었고, 에밀리는 흑인 하인 한 명만 데리고 낡은 저택에서 두문불출한 상태로 여생을 살아간다. 마침내 에밀리가 병으로 죽자, 장례식을 치룬 다음 마을 사람들은 비밀에 싸인 그리어슨 저택의 문을 여는데…
고전본문
에밀리 그리어슨 양이 죽었을 때 우리 마을 전체가 그녀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남자들은 사멸한 기념비에 대한 일종의 경의를 담은 애정에서였고, 여자들은 십 년 동안 정원사이자 요리사인 늙은 남자 하인만 드나들었던 집안을 들여다보고 싶은 호기심에서 였다.
에밀리 양은 살아 있을 때 이미 전통이자 의무이자 골칫거리였다. 1984년 검둥이 여자들은 앞치마를 두르지 않고는 거리에 나다니지 못한다는 칙령을 만들었던 당시 시장 사토리스 대령이 그녀에게 세금을 감면해 주다가 그녀의 부친이 사망한 날로부터 영구적으로 그녀의 세금을 감면, 즉, 면제해 주었던 그날 이후로 에밀리 양은 일종의 마을에 세습된 의무 같은 존재였다. […]
좀 더 현대적인 생각을 가진 다음 세대가 시장이 되고 마을 시의원이 되자 이런 조치는 약간의 불만을 일으켰다. […] 마을 사람들은 시 위원회를 소집했다. 대표단이 그녀를 찾아가서 그녀가 그림 교습을 중단한 팔 년 혹은 십년 전 이래로 아무도 들어간 적이 없는 그녀의 문을 두드렸다. […]
“난 제퍼슨에 내야 할 세금이 없다니 까요. 토비!” 흑인 남자가 나타났다. “이 신사분들 돌아가신다.”
[…]
그렇게 그녀는 삼 십년 전에 그들의 아버지들이 그 냄새 때문에 찾아갔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들을 완전히 쫓아버렸다. 그것은 그녀의 부친이 사망한지 이 년 뒤였는데 마을 사람들이 그녀와 결혼할 것이라 믿었던 그녀의 애인이 떠나버린 후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부친이 사망한 후 그녀는 거의 바깥출입을 하지 않았고 그녀의 애인이 떠난 후에는 마을 사람들이 좀처럼 그녀를 보기 어려웠다. 마을 부인들 몇이 용기를 내서 찾아갔지만, 집안으로 들어가 보지도 못했고 그 집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유일한 표시는 당시에는 젊은이였던 그 흑인 사내가 장바구니를 들고 드나드는 것뿐이었다.
“남자가 부엌 살림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부인들이 수군댔고, 그래서 그 냄새가 나기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 “공문을 보내서 집을 청소하라고 요청하면 안 될까요?” […]
“숙녀에게 대놓고 고약한 냄새가 난다고 비난하자는 겁니까?”
그래서 다음날 밤 자정이 지나 후, 네 명의 남자들이 에밀리 양의 집 잔디밭을 가로질러서 도둑처럼 살금살금 돌아다니면서 벽돌 담 아래와 지하실로 이어지는 틈새를 킁킁대며 냄새를 맡았고 그들 중 한 사람은 어깨에 맨 자루에 규칙적으로 손을 넣었다 빼며 씨앗을 뿌릴 때와 같은 동작을 반복했다. 그들은 지하실 문을 부수어 열고 그 속에도, 모든 주변 건물에도 석회 가루를 뿌렸다. 그들이 다시 잔디밭을 가로질러 나올 때, 어두운 창문 중 하나가 밝아지더니 에밀리 양이 등 뒤에 비치는 빛을 받으며 그 곳에 앉아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의 꼿꼿한 상체는 동상처럼 꿈적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조용히 기어서 잔디밭을 가로질러 거리에 줄지어 선 쥐엄나무 그늘 속으로 들어갔다. 한 두 주일이 지나자 그 냄새는 사라졌다.
마을사람들이 그녀를 진심으로 동정하기 시작한 것은 바로 그 무렵이었다. […] 그녀의 부친이 사망했을 때 그 집이 그녀에게 남은 전부라는 소문이 돌았다. […]
시에서는 보도를 포장하는 공사계약을 맺었고 그녀의 부친이 사망한 그 해 여름부터 공사가 시작되었다. 건설회사가 흑인 일꾼들과 노새, 그리고 장비들을 들여왔고 북부출신의 건설 감독인 호머 배런도 데리고 왔다. 큰 몸집에 거무스름하게 그을린 피부에 일을 잘하는 사내였다. 목소리가 우렁차고 눈동자 색이 얼굴색보다 밝았다. […]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마을 사람 모두와 아는 사이가 되었다. 광장 부근의 어디선가 왁자한 웃음이 터지면 어김없이 호머가 그들 가운데 있었다. 곧 그와 에밀리 양이 일요일 오후마다 마차 대여점에서 적갈색 말이 끄는 노랑색 바퀴의 마차를 타고 돌아다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처음에는 사람들은 에밀리 양이 관심거리를 갖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했다. 왜냐하면 마을 아낙들이 모두, “물론, 그리어슨 가문 사람이 일용 노동자에 불과한 북부인을 심각하게 여기지는 않겠지”하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주로 노인들로 “숙녀의 본분”이라는 표현을 직접 입 밖에 내지는 않았지만 숙녀가 아무리 슬픔을 이기지 못해도 “숙녀의 본분”을 잊으면 안 된다고들 했다. […]
그녀는 완전히 몰락했다고 생각될 때조차도 더 할 나위없이 머리를 꼿꼿이 쳐들고 다녔다. 마치 그녀는 마지막 그리어슨 가문 사람으로서 그녀의 위엄을 어느때보다 더 인정받기 바라는 것 같았다. 결코 흔들리지 않을 그녀의 천상적 지위를 재확인하기 위해서 약간의 지상의 때를 묻히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그녀가 쥐약, 비소(살충제)를 샀을 때도 그랬다. 그것은 사람들이 “불쌍한 에밀리”라고 부르기 시작한 지 일년이 조금 지난 때였다. […]
그래서 그 다음날 마을 사람들 모두가 수군거렸다. “그녀가 자살할 지도 몰라.” 그리고 모두들 그럴 수밖에 없을 거라고 말했다. 그녀가 처음에 호머 배런과 함께 돌아다니는 것을 봤을 때는 이렇게 말했었다. “그녀는 그와 결혼할 거야.” 그 후 우리는 이렇게 말했다. “그를 설득하겠지,” 왜냐하면 호머는 남자들을 좋아했고, 그가 엘크스 클럽에서 나이 어린 청년들과 술을 마신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은 결혼 생활에 맞는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곤 했기 때문이었다.
[…]
그래서 우리는 호머 배런이 그 때 이후 언젠가 도로 공사가 끝나고 사라졌을 때 놀라지 않았다. 공식적인 행사가 없었던 점은 아쉬웠지만, 그가 에밀리 양을 맞아들일 준비를 하러 갔거나 그녀에게 친척들을 쫓아버릴 시간을 주기 위해 떠난 거라고 생각했다. […] 예상했던 대로 일 주일이 지난 후에 그들(에밀리의 사촌들)이 떠났고 우리가 계속 기대했던 대로 사흘 후에 호머 배런이 마을로 돌아왔다. 이웃사람들이 어느 날 어둑해진 저녁 무렵 흑인 하인이 부엌문을 통해 그를 맞아들이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호머 배런을 본 마지막이었다. 그리고 한 동안은 에밀리 양도 보이지 않았다. 흑인 사내가 장바구니를 들고 드나들었지만 앞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그녀는 사람들이 석회를 뿌렸던 날 그랬던 것처럼 이따금씩 창문에 모습을 잠깐 비추곤 했지만 거의 육 개월 동안 거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
우리가 다음 번에 에밀리 양을 보았을 때 그녀는 살이 쪘고 머리가 세기 시작했다. 이후 수 년에 걸쳐서 점점 더 하얗게 세더니, 더 이상 세지 않게 되었을 때는 후추와 소금을 섞어 놓은 듯이 “철회색”을 띄게 되었다. 그녀가 일흔 네 살의 나이로 죽었을 때까지 머리칼은 정정한 남자의 것처럼 밝은 철회색이었다. […]
그리고 그녀는 그렇게 죽었다. 먼지와 그림자로 가득 찬 집안에서 그녀를 돌보는 늙어빠진 흑인 하인과 지내다가 앓아 누웠다. […]그녀는 아래층에 있는 방 하나에서 커튼이 드리워진 육중한 호두나무 침대에 누워서 숨을 거두었다.
[…]
우리는 이미 계단 위의 어딘가에 사십 년 동안 아무도 들어가지 않을 방이 있으며 부수고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사람들은 에밀리 양이 땅 속에 고이 묻히고 나서야 비로소 그 방을 열었다.
격렬하게 방문을 부수는 바람에 방에 먼지가 가득한 것 같았다. 무덤 속 같이 얇고 역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 관 덮개가 신방으로 곱게 꾸며진 방을 온통 뒤덮고 있는 것 같았다. 빛 바랜 장미색 장식 커튼 위에도, 장밋빛 갓이 씌워진 등잔에도, 화장대에도, 값비싼 유리잔과 변색되어 새겨지 머리글자도 알아보기 힘든 은빛 남성용 목욕 용품들 사이에 방금 벗어 놓은 것 같은 셔츠 칼라와 넥타이도 있었다. […]
한참동안 우리는 그 자리에 서서, 심오하고 피부로 덮여 있지 않은 이를 앙다문 미소를 내려다보았다. 사체는 한 때 포옹하는 자세로 누웠던 것이 분명했지만, 이제는 사랑보다 오래 살아남아 그를 배신한 사랑의 찡그린 표정마저 정복한 긴 잠에 빠져있었다. 잠옷의 남은 잔해 밑에 썩어버린 그의 잔해는 그가 누워있는 침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옆에 놓인 베게 위에는 끈기 있게 세월을 견뎌낸 먼지가 겹겹이 쌓여있었다.
그런 다음 우리는 두 번째 베개에 머리가 놓였던 움푹 패인 자국이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우리 중 누군가가 그 베개에서 원가를 집어 올렸다. 몸을 앞으로 숙이자 희미하고 보이지 않은 건조하고 매캐한 먼지가 코를 찔렀고, 한 가닥의 긴 철회색 머리카락이 보였다.
토론하기
(1) 에밀리가 북부 출신이고 마을 사람들이 보기에 사회적 지위가 낮은 것으로 여겨지는 호머 배런을 굳이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2) 에밀리가 죽고 나서 마을 사람들이 에밀리의 집에서 발견한 것은 무엇이었나요? 에밀리가 쥐약과 비소를 산 것과 집에서 냄새가 났던 사건들과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3) 왜 에밀리는 호머 배런을 죽였을까요? 사랑과 소유욕이라는 관점에서 이야기해 봅시다.
해설읽기
에밀리가 죽은 후 수십년 간 아무도 들어가 보지 못한 그리어슨 저택에 들어간 마을 사람들은 마침내 비밀에 싸인 이층 침실의 문을 연다. 신혼 첫날 밤의 모습으로 장식된 방에는 오래 전 사라진 호머 배런의 유해가 침대에 누운 채 발견된다. 더 놀라운 것은 옆에 놓인 베게에 누눈가가 잠들 잤던 흔적이 있고, 거기엔 철회색의 머리카락이 떨어져 있었다.
작가 포크너는 이 작품의 끝에 등장한 철회색 머리카락을 단서로 이야기의 시작부터 단편적으로 흩어져 있던 조각들을 마침내 한데 모을 수 있게 해준다. 가부장적이고 전통을 중시하는 집안에서 연로한 아버지의 지배 하에 살다가 아버지가 죽은 후 북부인 호머 배런을 만나면서 에밀리는 난생 처음 해방감을 느꼈을 것이다. 전통을 중시하는 풍토에서 자란 에밀리에게 호머와의 만남은 일종의 반항의 몸짓이기도 했을 것이다. 유서 깊은 가문 출신의 ‘숙녀’가 북부 출신의 양키 건설 감독을 만난다는 것은 에밀리를 둘러싼 모든 것, 에밀리가 살아온 전통과 관심에 대해 반기를 드는 일이었다. 하지만 또다른 문제가 있었다. 호머 배런은 여자가 아니라 남자를 좋아했고, 결혼에 뜻이 없어 보였다. 언제가 그가 떠나 버린다면? 아마도 에밀리는 두려웠을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법을 배워 본 적도 없었을 것이다. 전통과 아버지, 그리어슨 가문과 저택의 담장 안에 갇혀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몰랐던 에밀리가 성숙한 사랑을 하는 방법을 알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녀는 호머를 잃고 싶지 않았고 그를 완전히 소유하기 위해 생각해 낸 방법이 아마도 신혼 첫날 밤의 아름다운 꿈같은 순간을 그대로 박제해 간직하려 했을 것이다. 이 순간을 그대로 영원히… 물론 당연히 그런 방법으로 사랑을 간직할 수는 없고 에밀리의 행동은 어리석고 병적이지만, 우리는 왜 그녀가 그렇게까지 호머에게 집착했을까? 라는 질문을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사랑과 소유를 구별하지 못하는 것이 에밀리의 가장 큰 문제가 아니었을까? 사랑은 내 욕망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대상이 무엇을 원하는지 살피고, 두 사람의 관계를 끊임없이 조율해 가며 서로의 성장을 돕는 것 그런 것이 성숙한 사랑의 태도가 아닐까? 에밀리의 병적이 집착과 기이한 행동은 어쪄면 이미 지나간 남부의 영광의 추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남부인들에 대한 작가의 비판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고 보는 것도 이 이야기를 읽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키워드
에밀리에게 장미를, 윌리엄 포크너, 결혼, 미국 남부, 사랑, 살인, 시체 사랑, 전통, 죽음
전후맥락
남북전쟁이 끝나고 노예제가 폐지되었지만 아직 남부의 작은 읍내 제퍼슨에는 과거의 전통이 숨쉬고 있다. 에밀리 그리어슨은 남부의 유서 깊은 집안 출신으로 아버지가 죽은 후 홀로 남겨진다. 제퍼슨의 시장은 그리어슨 가에 대한 존중의 뜻으로 세금까지 면제해 준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새로운 시장과 시 위원회는 왜 에밀리에게 그런 특별대우를 해 주어야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은 에밀리에게 세금을 부과했고, 에밀리는 그들에 맞서 세금을 내지 않고 버틴다. 이런저런 작은 충돌이 있었지만 아직도 제퍼슨의 주민들은 그리어슨 가에 대한 막연한 존경심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사라져가는 전통에 대한 향수에 기인한 것이지 에밀리 개인의 자질이나 성취와는 관련인 없었다. 홀로 된 에밀리는 북부 출신의 건설 감독 호머 배런을 만나 사랑에 빠지는데, 이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나이 많은 사람들은 유서 깊은 가문의 영애가 북부 출신 양키와 어울리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우려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외롭고 불쌍한 에밀리에게 누군가가 생겼다는 것을 기쁘게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호머 배런은 자취를 감추었고, 에밀리는 흑인 하인 한 명만 데리고 낡은 저택에서 두문불출한 상태로 여생을 살아간다. 마침내 에밀리가 병으로 죽자, 장례식을 치룬 다음 마을 사람들은 비밀에 싸인 그리어슨 저택의 문을 여는데…
고전본문
에밀리 그리어슨 양이 죽었을 때 우리 마을 전체가 그녀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남자들은 사멸한 기념비에 대한 일종의 경의를 담은 애정에서였고, 여자들은 십 년 동안 정원사이자 요리사인 늙은 남자 하인만 드나들었던 집안을 들여다보고 싶은 호기심에서 였다.
에밀리 양은 살아 있을 때 이미 전통이자 의무이자 골칫거리였다. 1984년 검둥이 여자들은 앞치마를 두르지 않고는 거리에 나다니지 못한다는 칙령을 만들었던 당시 시장 사토리스 대령이 그녀에게 세금을 감면해 주다가 그녀의 부친이 사망한 날로부터 영구적으로 그녀의 세금을 감면, 즉, 면제해 주었던 그날 이후로 에밀리 양은 일종의 마을에 세습된 의무 같은 존재였다. […]
좀 더 현대적인 생각을 가진 다음 세대가 시장이 되고 마을 시의원이 되자 이런 조치는 약간의 불만을 일으켰다. […] 마을 사람들은 시 위원회를 소집했다. 대표단이 그녀를 찾아가서 그녀가 그림 교습을 중단한 팔 년 혹은 십년 전 이래로 아무도 들어간 적이 없는 그녀의 문을 두드렸다. […]
“난 제퍼슨에 내야 할 세금이 없다니 까요. 토비!” 흑인 남자가 나타났다. “이 신사분들 돌아가신다.”
[…]
그렇게 그녀는 삼 십년 전에 그들의 아버지들이 그 냄새 때문에 찾아갔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들을 완전히 쫓아버렸다. 그것은 그녀의 부친이 사망한지 이 년 뒤였는데 마을 사람들이 그녀와 결혼할 것이라 믿었던 그녀의 애인이 떠나버린 후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부친이 사망한 후 그녀는 거의 바깥출입을 하지 않았고 그녀의 애인이 떠난 후에는 마을 사람들이 좀처럼 그녀를 보기 어려웠다. 마을 부인들 몇이 용기를 내서 찾아갔지만, 집안으로 들어가 보지도 못했고 그 집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유일한 표시는 당시에는 젊은이였던 그 흑인 사내가 장바구니를 들고 드나드는 것뿐이었다.
“남자가 부엌 살림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부인들이 수군댔고, 그래서 그 냄새가 나기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 “공문을 보내서 집을 청소하라고 요청하면 안 될까요?” […]
“숙녀에게 대놓고 고약한 냄새가 난다고 비난하자는 겁니까?”
그래서 다음날 밤 자정이 지나 후, 네 명의 남자들이 에밀리 양의 집 잔디밭을 가로질러서 도둑처럼 살금살금 돌아다니면서 벽돌 담 아래와 지하실로 이어지는 틈새를 킁킁대며 냄새를 맡았고 그들 중 한 사람은 어깨에 맨 자루에 규칙적으로 손을 넣었다 빼며 씨앗을 뿌릴 때와 같은 동작을 반복했다. 그들은 지하실 문을 부수어 열고 그 속에도, 모든 주변 건물에도 석회 가루를 뿌렸다. 그들이 다시 잔디밭을 가로질러 나올 때, 어두운 창문 중 하나가 밝아지더니 에밀리 양이 등 뒤에 비치는 빛을 받으며 그 곳에 앉아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의 꼿꼿한 상체는 동상처럼 꿈적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조용히 기어서 잔디밭을 가로질러 거리에 줄지어 선 쥐엄나무 그늘 속으로 들어갔다. 한 두 주일이 지나자 그 냄새는 사라졌다.
마을사람들이 그녀를 진심으로 동정하기 시작한 것은 바로 그 무렵이었다. […] 그녀의 부친이 사망했을 때 그 집이 그녀에게 남은 전부라는 소문이 돌았다. […]
시에서는 보도를 포장하는 공사계약을 맺었고 그녀의 부친이 사망한 그 해 여름부터 공사가 시작되었다. 건설회사가 흑인 일꾼들과 노새, 그리고 장비들을 들여왔고 북부출신의 건설 감독인 호머 배런도 데리고 왔다. 큰 몸집에 거무스름하게 그을린 피부에 일을 잘하는 사내였다. 목소리가 우렁차고 눈동자 색이 얼굴색보다 밝았다. […]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마을 사람 모두와 아는 사이가 되었다. 광장 부근의 어디선가 왁자한 웃음이 터지면 어김없이 호머가 그들 가운데 있었다. 곧 그와 에밀리 양이 일요일 오후마다 마차 대여점에서 적갈색 말이 끄는 노랑색 바퀴의 마차를 타고 돌아다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처음에는 사람들은 에밀리 양이 관심거리를 갖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했다. 왜냐하면 마을 아낙들이 모두, “물론, 그리어슨 가문 사람이 일용 노동자에 불과한 북부인을 심각하게 여기지는 않겠지”하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주로 노인들로 “숙녀의 본분”이라는 표현을 직접 입 밖에 내지는 않았지만 숙녀가 아무리 슬픔을 이기지 못해도 “숙녀의 본분”을 잊으면 안 된다고들 했다. […]
그녀는 완전히 몰락했다고 생각될 때조차도 더 할 나위없이 머리를 꼿꼿이 쳐들고 다녔다. 마치 그녀는 마지막 그리어슨 가문 사람으로서 그녀의 위엄을 어느때보다 더 인정받기 바라는 것 같았다. 결코 흔들리지 않을 그녀의 천상적 지위를 재확인하기 위해서 약간의 지상의 때를 묻히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그녀가 쥐약, 비소(살충제)를 샀을 때도 그랬다. 그것은 사람들이 “불쌍한 에밀리”라고 부르기 시작한 지 일년이 조금 지난 때였다. […]
그래서 그 다음날 마을 사람들 모두가 수군거렸다. “그녀가 자살할 지도 몰라.” 그리고 모두들 그럴 수밖에 없을 거라고 말했다. 그녀가 처음에 호머 배런과 함께 돌아다니는 것을 봤을 때는 이렇게 말했었다. “그녀는 그와 결혼할 거야.” 그 후 우리는 이렇게 말했다. “그를 설득하겠지,” 왜냐하면 호머는 남자들을 좋아했고, 그가 엘크스 클럽에서 나이 어린 청년들과 술을 마신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은 결혼 생활에 맞는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곤 했기 때문이었다.
[…]
그래서 우리는 호머 배런이 그 때 이후 언젠가 도로 공사가 끝나고 사라졌을 때 놀라지 않았다. 공식적인 행사가 없었던 점은 아쉬웠지만, 그가 에밀리 양을 맞아들일 준비를 하러 갔거나 그녀에게 친척들을 쫓아버릴 시간을 주기 위해 떠난 거라고 생각했다. […] 예상했던 대로 일 주일이 지난 후에 그들(에밀리의 사촌들)이 떠났고 우리가 계속 기대했던 대로 사흘 후에 호머 배런이 마을로 돌아왔다. 이웃사람들이 어느 날 어둑해진 저녁 무렵 흑인 하인이 부엌문을 통해 그를 맞아들이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호머 배런을 본 마지막이었다. 그리고 한 동안은 에밀리 양도 보이지 않았다. 흑인 사내가 장바구니를 들고 드나들었지만 앞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그녀는 사람들이 석회를 뿌렸던 날 그랬던 것처럼 이따금씩 창문에 모습을 잠깐 비추곤 했지만 거의 육 개월 동안 거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
우리가 다음 번에 에밀리 양을 보았을 때 그녀는 살이 쪘고 머리가 세기 시작했다. 이후 수 년에 걸쳐서 점점 더 하얗게 세더니, 더 이상 세지 않게 되었을 때는 후추와 소금을 섞어 놓은 듯이 “철회색”을 띄게 되었다. 그녀가 일흔 네 살의 나이로 죽었을 때까지 머리칼은 정정한 남자의 것처럼 밝은 철회색이었다. […]
그리고 그녀는 그렇게 죽었다. 먼지와 그림자로 가득 찬 집안에서 그녀를 돌보는 늙어빠진 흑인 하인과 지내다가 앓아 누웠다. […]그녀는 아래층에 있는 방 하나에서 커튼이 드리워진 육중한 호두나무 침대에 누워서 숨을 거두었다.
[…]
우리는 이미 계단 위의 어딘가에 사십 년 동안 아무도 들어가지 않을 방이 있으며 부수고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사람들은 에밀리 양이 땅 속에 고이 묻히고 나서야 비로소 그 방을 열었다.
격렬하게 방문을 부수는 바람에 방에 먼지가 가득한 것 같았다. 무덤 속 같이 얇고 역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 관 덮개가 신방으로 곱게 꾸며진 방을 온통 뒤덮고 있는 것 같았다. 빛 바랜 장미색 장식 커튼 위에도, 장밋빛 갓이 씌워진 등잔에도, 화장대에도, 값비싼 유리잔과 변색되어 새겨지 머리글자도 알아보기 힘든 은빛 남성용 목욕 용품들 사이에 방금 벗어 놓은 것 같은 셔츠 칼라와 넥타이도 있었다. […]
한참동안 우리는 그 자리에 서서, 심오하고 피부로 덮여 있지 않은 이를 앙다문 미소를 내려다보았다. 사체는 한 때 포옹하는 자세로 누웠던 것이 분명했지만, 이제는 사랑보다 오래 살아남아 그를 배신한 사랑의 찡그린 표정마저 정복한 긴 잠에 빠져있었다. 잠옷의 남은 잔해 밑에 썩어버린 그의 잔해는 그가 누워있는 침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옆에 놓인 베게 위에는 끈기 있게 세월을 견뎌낸 먼지가 겹겹이 쌓여있었다.
그런 다음 우리는 두 번째 베개에 머리가 놓였던 움푹 패인 자국이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우리 중 누군가가 그 베개에서 원가를 집어 올렸다. 몸을 앞으로 숙이자 희미하고 보이지 않은 건조하고 매캐한 먼지가 코를 찔렀고, 한 가닥의 긴 철회색 머리카락이 보였다.
토론하기
(1) 에밀리가 북부 출신이고 마을 사람들이 보기에 사회적 지위가 낮은 것으로 여겨지는 호머 배런을 굳이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2) 에밀리가 죽고 나서 마을 사람들이 에밀리의 집에서 발견한 것은 무엇이었나요? 에밀리가 쥐약과 비소를 산 것과 집에서 냄새가 났던 사건들과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3) 왜 에밀리는 호머 배런을 죽였을까요? 사랑과 소유욕이라는 관점에서 이야기해 봅시다.
해설읽기
에밀리가 죽은 후 수십년 간 아무도 들어가 보지 못한 그리어슨 저택에 들어간 마을 사람들은 마침내 비밀에 싸인 이층 침실의 문을 연다. 신혼 첫날 밤의 모습으로 장식된 방에는 오래 전 사라진 호머 배런의 유해가 침대에 누운 채 발견된다. 더 놀라운 것은 옆에 놓인 베게에 누눈가가 잠들 잤던 흔적이 있고, 거기엔 철회색의 머리카락이 떨어져 있었다.
작가 포크너는 이 작품의 끝에 등장한 철회색 머리카락을 단서로 이야기의 시작부터 단편적으로 흩어져 있던 조각들을 마침내 한데 모을 수 있게 해준다. 가부장적이고 전통을 중시하는 집안에서 연로한 아버지의 지배 하에 살다가 아버지가 죽은 후 북부인 호머 배런을 만나면서 에밀리는 난생 처음 해방감을 느꼈을 것이다. 전통을 중시하는 풍토에서 자란 에밀리에게 호머와의 만남은 일종의 반항의 몸짓이기도 했을 것이다. 유서 깊은 가문 출신의 ‘숙녀’가 북부 출신의 양키 건설 감독을 만난다는 것은 에밀리를 둘러싼 모든 것, 에밀리가 살아온 전통과 관심에 대해 반기를 드는 일이었다. 하지만 또다른 문제가 있었다. 호머 배런은 여자가 아니라 남자를 좋아했고, 결혼에 뜻이 없어 보였다. 언제가 그가 떠나 버린다면? 아마도 에밀리는 두려웠을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법을 배워 본 적도 없었을 것이다. 전통과 아버지, 그리어슨 가문과 저택의 담장 안에 갇혀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몰랐던 에밀리가 성숙한 사랑을 하는 방법을 알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녀는 호머를 잃고 싶지 않았고 그를 완전히 소유하기 위해 생각해 낸 방법이 아마도 신혼 첫날 밤의 아름다운 꿈같은 순간을 그대로 박제해 간직하려 했을 것이다. 이 순간을 그대로 영원히… 물론 당연히 그런 방법으로 사랑을 간직할 수는 없고 에밀리의 행동은 어리석고 병적이지만, 우리는 왜 그녀가 그렇게까지 호머에게 집착했을까? 라는 질문을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사랑과 소유를 구별하지 못하는 것이 에밀리의 가장 큰 문제가 아니었을까? 사랑은 내 욕망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대상이 무엇을 원하는지 살피고, 두 사람의 관계를 끊임없이 조율해 가며 서로의 성장을 돕는 것 그런 것이 성숙한 사랑의 태도가 아닐까? 에밀리의 병적이 집착과 기이한 행동은 어쪄면 이미 지나간 남부의 영광의 추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남부인들에 대한 작가의 비판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고 보는 것도 이 이야기를 읽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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