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에서 미학과 윤리의 합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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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묶음 : 예술의 자유와 예술의 윤리성

예술에서의 미와 윤리성의 문제는 19세기 말~20세기 초 러시아 문화예술계의 가장 중요한 화두였다. 당시 러시아에서는 19세기를 구가하던 사실주의 문학이 쇠퇴하고 모더니즘적 세계관으로의 전환과 함께 상징주의 예술이 새로이 발전하고 있었다.

예술을 삶의 충실한 반영으로 보는 사실주의 예술관은 예술과 현실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전제하고 있었으며, 예술은 삶에 봉사하여야 한다는 사회비평의 입장과 호응한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예술 작품이 당대의 사회적 현실을 얼마나 진실하게 반영하고 있는지가 작품의 가치를 평가하는 척도가 된다. 또한 예술 작품은 사회적 모순에 대한 인식과 개선 의지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사회적 도구가 될 수 있다. 사실주의 예술은 이처럼 적극적인 앙가주망(사회 개입)과 연관된다. 당시 고골과 도스토옙스키 등 러시아 사실주의의 주요 작가들을 비평했던 러시아 19세기의 대표적인 평론가 비사리온 벨린스키는 이러한 사회비평의 관점에서 문학의 가치를 문학 외부 즉 삶과 현실에서 발견했다. 즉, 예술의 가치는 그것이 가진 윤리성과 도덕성에 있었다.

그러나 예술적 표현의 대상을 세계의 본질과 인간의 내면세계로 보았던 러시아 상징주의는 예술의 본질을 미(美)에서 찾으며 예술이 그 자체로 독립적인 영역이며 고유한 사명과 목적을 가진다는 예술관을 주장한다. 상징주의는 사실주의 예술의 과도한 이념성과 강한 앙가주망의 요구를 거절하고 예술에서 이념성과 정치적 경향성(傾向性)을 찾으려 하는 사회비평을 비판하였다. 이에 당시 사실주의와 사회비평계에서는 상징주의 예술이 ‘예술을 위한 예술’, 현실 및 사회로부터 유리된 예술로서 윤리와 도덕을 외면하고 오직 미학성만을 추구하는 예술이라 비판하였다.

이처럼 19세기 말~20세기 초 당시 러시아 예술계에서 사실주의의 앙가주망에 대한 요구과 상징주의의 예술의 자유와 독립성에 대한 주장이 첨예하게 부딪치면서 예술에서 미학성과 윤리성이라는 두 범주의 충돌에 대한 해법은 당대 예술가들에게 예술이 사회에 존재하는 의미와 직결된 문제로 생각되었다. 톨스토이가 만년에 『예술이란 무엇인가』(1897)라는 저서를 통해 예술의 가치를 도덕성에서 찾으며 진정한 예술은 선(善)을 감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던 것은 예술에서 미학과 윤리의 관계라는 문제가 당시에 얼마나 큰 의미를 가졌는지를 증명해 준다.

당시 새로운 예술사조로 등장한 상징주의는 예술의 윤리성이란 직접적인 앙가주망에 있지 않으며 인간 보편의 문제를 사유함으로써 얻어진다고 설명한다. 그러므로 미를 추구하는 예술은 비윤리적이라는 비난은 부적절하다. 예술은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구호를 외침으로써가 아니라, 개인이 아닌 인간 보편의 문제를 다룸으로써 앙가주망을 실현한다. 즉 예술의 윤리성이란 예술 본연의 임무로부터 나온다.

예술에서 삶의 근원을 탐구하는 예술은 본질적으로 윤리적이며 윤리와 미학은 서로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상징주의의 주장은 최근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 상황에서 현실정치의 급박함을 들어 예술 작품과 예술가에게 정치적 입장의 직접적 표명을 요구하는 폭력이 암암리에 자행되고 있는 현실에 크게 시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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