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뒤 맥락]
화이트헤드는 근대과학의 기원을 추적하면서 문명의 진보는 점진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갑작스럽게 등장한 사고 방식의 전환에 의해서 일어남을 지적한다. 그는 근대 과학의 등장을 이런 입장에서 설명하고 있다. 인류 문명사에서 17세기 과학 혁명은 정말 새로운 사건이었다. 그런데 저자는 이 사건이 일어나는 데는 어떤 신념이 배경에 깔려 있다고 생각한다. 그 신념이란 중세기 신학이 남겨준 합리적이고 인격적인 신에 대한 관념이다. 근대인들이 중세적인 신앙을 잃어버렸음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인들에게서와 달리 이 신념은 유럽인들의 뇌리에 각인되어 있었고, 바로 이 암묵적인 신념은 합리적인 신에 의해서 창조된 세계를 이해하고자 하는 욕구를 과학자들에게 일으켰다. 세계의 합리성에 대한 확신은 그리스인들이 가져다 준 것인데, 이 확신과 그리스도교 신앙이 만나면서 신의 피조물인 자연에 대한 실용적인 탐구가 일어났고, 근대 자연과학의 밑거름이 되었다.
[고전본문]
나는 중세의 정신이 과학 운동의 형성에 가장 크게 기여한 바는 다음과 같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모든 세부적인 사건들이 완벽하게 정해진 방식으로 과거의 선례들과 관련지어질 수 있다는 확고부동한 신념을 말한다. 여기서 과거의 선례들은 일반적인 법칙들을 말한다. 이러한 믿음이 없이는 과학자들의 믿기 어려운 노력은 가망이 없었을 것이다. 상상력 이전에 생생하게 부여된 이 본능적인 확신이 바로, 연구를 추동시키는 힘이다. 다시 말해서, 밝혀질 수 있는 하나의 비밀이 있다는 신념이다. 어떻게 이런 신념이 유럽인의 정신에 그렇게 생생하게 뿌리를 내려왔는가?
우리가 유럽에서 이러한 사상의 색조를 독립된 다른 문명들의 태도와 비교할 때, 그것의 원천은 단 하나인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중세기의 신의 합리성에 대한 주장에서 연유한 것이 틀림없다. 그 신은 여호와의 인격적인 능력과 그리스 철학자의 합리성을 가진 존재로 이해된다. 모든 세상사 하나하나가 신에 의해서 주관되고 질서를 잡게 된다. 자연에 대한 탐구는 합리성 안에서 신앙을 옹호하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내가 여기서 소수의 개인들에 의해 표명된 신앙들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님을 명심하자.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오랜 세월에 걸쳐 의심받지 않는 신앙에서 나온 유럽인들의 정신에 각인된 것을 말하는 것이다. 이는 사상의 본능적인 색깔을 말하는 것이지 언어로 된 단순한 신조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아시아에서는, 신에 대한 관념들이 너무도 자의적이거나 사람들이 비인격적인 신관을 갖고 있어서 본능적인 정신의 습관에 많이 영향을 미칠 수 없었다. 어떤 특정한 사건은 불합리한 독재자의 명령에 기인한 것 또는 사물들의 비인격적인 그리고 헤아릴 수 없는 근원으로부터 나오는 것으로 생각했다. 인격적 존재의 지적인 합리성에 대한 신념과 같은 것은 없었다. 나는 자연의 이해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 자신의 신학에 의해서조차 논리적으로 정당화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주장하는 유일한 점은 바로 그 확신이 어떻게 해서 생겨났냐는 것이다. 나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근대 과학 이론의 발전에 선행하여 일어난 과학의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 중세 신학에서 무의식적으로 파생되어 나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학은 본능적 믿음의 결과물에 불과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역시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여 삶에서 일어나는 단순한 사건들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필요로 한다.
-화이트 헤드 『과학과 근대 세계 』 제1장 중
토론하기
(1) 저자에 따르면 서구의 어떤 사고방식이 근대 과학의 발전의 토대가 되었는가?
(2) 저자는 서구인들의 신에 대한 관념과 아시아인들의 신 관념의 어떤 차이가 과학의 발달의 차이를 가져왔다고 설명하는가?
(3) 특정 종교적 관념과 경험과 관찰에 기반한 과학을 연결시켜 설명하는 저자의 입장에 동의하는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해설읽기
지동설을 주장한 갈리레오와 그리스도교 성서의 권위 사이에 갈등에서 종교적 권위의 승리로 끝난 사건인 갈릴레오 사건에 대한 인상이 우리에게 강하게 남아 있어서인지 종교와 과학은 서로 적대적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적대적이지는 않더라고 적어도 신앙의 영역인 종교, 이성의 영역인 과학은 서로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화이트헤드는 종교가 근대 과학의 발전에 중요한 동인이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그리스도교의 특정 신념이 과학 연구의 촉매제가 되었다. 그 신념들은 과학적 진리 탐구를 자극했던 세계를 지배하는 질서에 대한 신념이었다. 저자가 말하는 대로 이 본능적 확신이 없었다면 과학 연구의 열정은 애초에 생기기 어려웠다. 과학자들은 마치 비밀을 찾아내려는 호기심 가득한 탐정처럼 세계라는 신비을 연구하는 데 투신한다. 만일 비밀이 풀릴 수 있다는 신념이 없었다면 애초에 연구에 뛰어들기 어려웠을 것이다. 저자는 세계의 질서에 대한 확신이 유럽인의 정신 속에 뿌리를 내리게 된 이유를 두 가지 축으로 설명한다. 하나는 그리스도교도들이 믿는 인격적인 신에 대한 신념과 그리스 철학의 합리성이 그것들이다. 이 두 축은 서구 유럽의 정신을 형성시킨 두 기둥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스인의 문화를 헬레니즘이라고 하는데, 이 헬레니즘 세계에 헤브라이즘이라고 불리은 유대-그리스도교 문화가 뿌리를 내리면서 두 문화는 절묘하게 융합하게 되었다. 서양 중세기는 바로 이 두 문화가 종합된 형태로 표현된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신에 대한 이해에서 이 종합은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인격신으로서 그리스도교도들의 신은 이 세계를 세심하게 돌보는 존재이다. 동시에 이 신은 그리스인들의 합리성을 지닌 신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이 합리적이고 인격적인 신에 의해서 창조되고 다스려지고 있는 곳이다. 합리적인 신이기 때문에 이 세계는 질서와 조화를 갖춘 상태로 창조되었고, 신의 세미한 돌봄을 받고 있다. 따라서 과학 연구 활동을 한다는 것은 신이 만든 세계 속에 질서를 발견해내는 것이고, 이런 연구 활동을 하게 하는 촉진제는 바로 합리적인 인격신에 대한 신앙이다. 이런 합리적이고 인격적인 신에 대한 관점은 아시아인들의 신 관념과 다름을 저자는 지적하고 바로 이 때문에 아시아에서는 서양과 같은 근대 과학 혁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앞뒤 맥락]
화이트헤드는 근대과학의 기원을 추적하면서 문명의 진보는 점진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갑작스럽게 등장한 사고 방식의 전환에 의해서 일어남을 지적한다. 그는 근대 과학의 등장을 이런 입장에서 설명하고 있다. 인류 문명사에서 17세기 과학 혁명은 정말 새로운 사건이었다. 그런데 저자는 이 사건이 일어나는 데는 어떤 신념이 배경에 깔려 있다고 생각한다. 그 신념이란 중세기 신학이 남겨준 합리적이고 인격적인 신에 대한 관념이다. 근대인들이 중세적인 신앙을 잃어버렸음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인들에게서와 달리 이 신념은 유럽인들의 뇌리에 각인되어 있었고, 바로 이 암묵적인 신념은 합리적인 신에 의해서 창조된 세계를 이해하고자 하는 욕구를 과학자들에게 일으켰다. 세계의 합리성에 대한 확신은 그리스인들이 가져다 준 것인데, 이 확신과 그리스도교 신앙이 만나면서 신의 피조물인 자연에 대한 실용적인 탐구가 일어났고, 근대 자연과학의 밑거름이 되었다.
[고전본문]
나는 중세의 정신이 과학 운동의 형성에 가장 크게 기여한 바는 다음과 같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모든 세부적인 사건들이 완벽하게 정해진 방식으로 과거의 선례들과 관련지어질 수 있다는 확고부동한 신념을 말한다. 여기서 과거의 선례들은 일반적인 법칙들을 말한다. 이러한 믿음이 없이는 과학자들의 믿기 어려운 노력은 가망이 없었을 것이다. 상상력 이전에 생생하게 부여된 이 본능적인 확신이 바로, 연구를 추동시키는 힘이다. 다시 말해서, 밝혀질 수 있는 하나의 비밀이 있다는 신념이다. 어떻게 이런 신념이 유럽인의 정신에 그렇게 생생하게 뿌리를 내려왔는가?
우리가 유럽에서 이러한 사상의 색조를 독립된 다른 문명들의 태도와 비교할 때, 그것의 원천은 단 하나인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중세기의 신의 합리성에 대한 주장에서 연유한 것이 틀림없다. 그 신은 여호와의 인격적인 능력과 그리스 철학자의 합리성을 가진 존재로 이해된다. 모든 세상사 하나하나가 신에 의해서 주관되고 질서를 잡게 된다. 자연에 대한 탐구는 합리성 안에서 신앙을 옹호하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내가 여기서 소수의 개인들에 의해 표명된 신앙들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님을 명심하자.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오랜 세월에 걸쳐 의심받지 않는 신앙에서 나온 유럽인들의 정신에 각인된 것을 말하는 것이다. 이는 사상의 본능적인 색깔을 말하는 것이지 언어로 된 단순한 신조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아시아에서는, 신에 대한 관념들이 너무도 자의적이거나 사람들이 비인격적인 신관을 갖고 있어서 본능적인 정신의 습관에 많이 영향을 미칠 수 없었다. 어떤 특정한 사건은 불합리한 독재자의 명령에 기인한 것 또는 사물들의 비인격적인 그리고 헤아릴 수 없는 근원으로부터 나오는 것으로 생각했다. 인격적 존재의 지적인 합리성에 대한 신념과 같은 것은 없었다. 나는 자연의 이해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 자신의 신학에 의해서조차 논리적으로 정당화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주장하는 유일한 점은 바로 그 확신이 어떻게 해서 생겨났냐는 것이다. 나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근대 과학 이론의 발전에 선행하여 일어난 과학의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 중세 신학에서 무의식적으로 파생되어 나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학은 본능적 믿음의 결과물에 불과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역시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여 삶에서 일어나는 단순한 사건들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필요로 한다.
-화이트 헤드 『과학과 근대 세계 』 제1장 중
토론하기
(1) 저자에 따르면 서구의 어떤 사고방식이 근대 과학의 발전의 토대가 되었는가?
(2) 저자는 서구인들의 신에 대한 관념과 아시아인들의 신 관념의 어떤 차이가 과학의 발달의 차이를 가져왔다고 설명하는가?
(3) 특정 종교적 관념과 경험과 관찰에 기반한 과학을 연결시켜 설명하는 저자의 입장에 동의하는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해설읽기
지동설을 주장한 갈리레오와 그리스도교 성서의 권위 사이에 갈등에서 종교적 권위의 승리로 끝난 사건인 갈릴레오 사건에 대한 인상이 우리에게 강하게 남아 있어서인지 종교와 과학은 서로 적대적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적대적이지는 않더라고 적어도 신앙의 영역인 종교, 이성의 영역인 과학은 서로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화이트헤드는 종교가 근대 과학의 발전에 중요한 동인이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그리스도교의 특정 신념이 과학 연구의 촉매제가 되었다. 그 신념들은 과학적 진리 탐구를 자극했던 세계를 지배하는 질서에 대한 신념이었다. 저자가 말하는 대로 이 본능적 확신이 없었다면 과학 연구의 열정은 애초에 생기기 어려웠다. 과학자들은 마치 비밀을 찾아내려는 호기심 가득한 탐정처럼 세계라는 신비을 연구하는 데 투신한다. 만일 비밀이 풀릴 수 있다는 신념이 없었다면 애초에 연구에 뛰어들기 어려웠을 것이다. 저자는 세계의 질서에 대한 확신이 유럽인의 정신 속에 뿌리를 내리게 된 이유를 두 가지 축으로 설명한다. 하나는 그리스도교도들이 믿는 인격적인 신에 대한 신념과 그리스 철학의 합리성이 그것들이다. 이 두 축은 서구 유럽의 정신을 형성시킨 두 기둥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스인의 문화를 헬레니즘이라고 하는데, 이 헬레니즘 세계에 헤브라이즘이라고 불리은 유대-그리스도교 문화가 뿌리를 내리면서 두 문화는 절묘하게 융합하게 되었다. 서양 중세기는 바로 이 두 문화가 종합된 형태로 표현된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신에 대한 이해에서 이 종합은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인격신으로서 그리스도교도들의 신은 이 세계를 세심하게 돌보는 존재이다. 동시에 이 신은 그리스인들의 합리성을 지닌 신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이 합리적이고 인격적인 신에 의해서 창조되고 다스려지고 있는 곳이다. 합리적인 신이기 때문에 이 세계는 질서와 조화를 갖춘 상태로 창조되었고, 신의 세미한 돌봄을 받고 있다. 따라서 과학 연구 활동을 한다는 것은 신이 만든 세계 속에 질서를 발견해내는 것이고, 이런 연구 활동을 하게 하는 촉진제는 바로 합리적인 인격신에 대한 신앙이다. 이런 합리적이고 인격적인 신에 대한 관점은 아시아인들의 신 관념과 다름을 저자는 지적하고 바로 이 때문에 아시아에서는 서양과 같은 근대 과학 혁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