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맥락
이 작품의 화자인 “나”는 소설이나 잡지에 삽화를 그리는 화가이다. 어느 날 우아하고 잘 생긴 전형적인 귀족의 모습을 한 모나크 소령 부부가 자신들을 모델로 써달라고 하며 화가의 화실에 찾아온다. 화가는 마침 부탁받은 삽화가 상류사회를 다룬 것이라 이들 부부가 “진짜”(the real thing) 상류사회 출신이니 실감이 날 것이라고 여겨 모델로 쓰기로 한다. 그들을 모델로 삼아 몇 장 그려본 화가는 그들이 진짜라는 사실 때문에 자신의 상상력이 제한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반면에 오랫동안 함께 작업해온 전문 모델 첨 양(Miss Churm)양은 비록 하층민 출신이고, 주근깨 투성이에 비쩍 마른 볼품없는 모습이지만, 그려야할 삽화에 맞춰 단장을 하고 포즈를 취하면 사교계 귀부인이나 러시아 공주의 모델로 손색이 없고, 화가의 작업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곤 했다. 또한 새로 채용한 이탈리아 청년 오론테도 아이스크림 장사를 하다 망해 일거리를 찾아 화가의 작업실을 찾아 왔고, 영어를 한마디로 제대로 할 줄 모르지만, 필요한 역할을 재빨리 소화하며 화가의 삽화작업을 원활하게 해주었다.
화가는 모나크 부인을 모델로 작업을 하려 애쓰지만 그 결과물은 만족스럽지 못했고, 동료 화가들과 출판사는 새로 들인 “진짜” 상류층 모델들 때문에 그의 그림이 망가졌다고 평가하며, 그들을 해고하라고 종용한다.
결국, 상류 사회에 잘 어울리는 그들이 진짜 같은 모나크 부부는 오히려 진짜 모델로서는 부적합하다고 판단한 화가는, “진짜”인 그들 대신 전혀 진짜 같지 않은 미스 첨과, 오론테를 모델로 쓰기로 결심한다. 모델로서의 가치를 잃게 된 모나크 부부는 화실의 심부름꾼 일을 자처하면서 화실에서 남아 생활을 유지하려 하지만, 화가는 약간의 돈을 쥐어주고 그들을 떠나 보낸다.
고전본문
그녀[모나크 부인]는 대단한 집중력으로 혼신을 다해서, 사진사의 카메라 렌즈 앞에 앉은 것처럼 거의 꼼짝 않고 한 시간 동안 앉아 있었다. 그녀가 사진을 많이 찍었다는 걸 알 수 있었는데, 어쨌든 그런 습관은 사진 찍는 일에는 잘 맞겠지만 내가 하는 삽화작업에는 그렇지 않았다. 처음에 나는 그녀의 귀부인 같은 태도가 아주 마음에 들었고, 그녀의 자태를 선으로 그리며 그것들이 대단히 훌륭해서 연필이 술술 그림을 잘 그려나가는 데 만족했다. 하지만 좀 그려본 후에, 나는 그녀가 너무나 꼿꼿하게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아무리 애를 써 봐도 내 그림은 사진이나 사진의 복사판 같아 보였다. 그녀의 모습에는 다양한 표현력이 없었고, 그녀 자신이 다양성에 대한 감각도 없었다. 사람들은 그건 내가 할 일이어서, 내가 그녀의 자세를 어떻게 취하게 하느냐가 관건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녀로 하여금 가능한 한 모든 자세를 취하게 해보았지만, 그녀는 그 다양한 모든 것을 무색하게 했다. 그녀는 언제가 분명히 귀부인으로만 보였고, 어떤 식으로 해봐도 언제나 똑같은 귀부인이었다. 그녀는 진짜이기는 하지만, 언제나 똑 같은 인물이었다. 그녀가 자신은 진짜라는 확신에 차 침착하게 앉아있는 것이 오히려 화가 나는 순간도 여러 번 있었다. 나와의 일에 있어서 그녀와 그녀의 남편의 태도에는 자신들이 진짜이니, 그게 내게는 행운이라는 암시가 들어있었다. 나는 그녀 자신이 변화를 주도록 요청하는 대신에 … 그런 건 예를 들면, 첨 양이라면 똘똘하게 다양한 자세를 취해 줄 수 있겠지만 … 차라리 내가 그녀와 비슷한 인물유형을 찾아내 보려고 했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주의 깊게 배치하고 그려봐도, 그녀는 늘 같은 형상의 그림이 되었는데, 매력적인 여자로 재현되어야 하는데 키가 7피트나 되는, 너무나 키가 큰 여자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내 자신이 그리 키가 크지 않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내 관점에서는, 그렇게 키가 큰 여자는 매력적인 인물로 보이지 않았다.
[…]
모나크 부인을 열두 번쯤 그린 후에, 첨 양과 같은 모델은 그녀가 어떤 특정 형태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가치가 매우 높은 존재라는 사실을 이전보다 훨씬 더 확실히 느끼게 되었으며, 이와 아울러 그녀가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신기한 모방의 재능도 갖고 있다는 다른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녀의 평상시 모습은 멋있는 공연을 해달라고 요청할 때만 끌어올릴 수 있는 무대에 쳐진 커튼 같았다. 그 공연은 단순히 암시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현자에게는 계시의 말과 같은 것이어서, 그것은 생생하고 예뻤다. 심지어 나는 가끔, 비록 그녀가 수수하게 생겼지만, 지나치게 특징없이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를 모델로 해서 그린 인물들은 단조롭게 (보통 ‘평범하게’라고 부르는) 우아하다고 그녀에게 질책처럼 말하기도 했다. 이런 말보다 그녀를 더 화나게 하는 것은 없었다. 그녀가 서로 전혀 공통점이 없는 다양한 인물들의 모델이 될 수 있는 것은 그녀에게 대단한 자긍심을 주었기 대문이다. 그런 때면 그녀는 그녀의 “명성”을 떨어뜨린다며 나를 비난하곤 했다.
나의 새 친구들의 방문이 계속됨으로 해서 그녀의 이런 이상한 자질은 어느 정도 떨어졌었다. 첨 양은 모델 일로 부르는 곳이 많아서, 일거리가 부족한 적은 결코 없었기 때문에, 나는 모나크 부부를 좀 더 편하게 그려보기 위해, 그녀를 모델로 하는 일을 가끔 뛰로 미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확실히 진짜를 그리는 일이 즐거웠다. 모나크 소령의 바지를 그리는 것도 즐거웠다. 비록 모나크 소령이 그림 속에서는 거대한 체구로 나오기는 하지만 그들 부부는 진짜였다.
토론하기
(1) 모나크 소령 부부는 화가가 그리려는 “진짜” 상류사회 출신의 사람들입니다. 화가가 그들을 모델로 그림을 그릴 때 어떤점이 문제가 되었는지 이야기해 봅시다.
(2) 모델이라는 역할에서 모나크 부인과 첨 양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3) 모나크 부인과 첨 양 중 화가의 작업에 더 좋은 모델은 누구인가요? 그리고 그 이유를 이야기해 봅시다.
해설읽기
이 작품에서 핵심은 모델과 화가가 그리는 그림 사이의 관계에 있다. 화자인 “나”는 상류사회를 다루는 소설의 삽화를 그리는데, “진짜” 상류사회 출신이라는 모나크 부부와 전문 모델들 사이에서 누가 더 모델로 적합한지를 고민한다.
모나크 부부는 정말 상류사회 신사 숙녀의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있어서 그들을 그리면서 화가는 신이 났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들은 다양성이 없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어떻게 그려도 모나크 부인은 언제나 똑 같은 귀부인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진짜이기는 하지만, 언제나 똑 같은 인물이었다.” 현실의 모나크 부인은 항상 같은 사람이라는 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예술가에게 항상 사진을 복사해 놓은 것같이 같은 모습인 모델은 문제가 된다. 다양성이 부족하고 예술가의 창의성이 끼어들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첨 양과 이탈리아 청년 오론테는 현실에서의 자신들과는 다른 모습을 “연출”할 줄 아는 모델들이다. 첨 양은 실제로는 평범한 얼굴에 비쩍 마르고 천박한 말투를 쓰지만 때론 귀부인으로 때론 러시아 공주로 변신할 수 있는 연기자와 같은 모델이다. “서로 전혀 공통점이 없는 다양한 인물들의 모델이 될 수 있는 것”이 그녀의 재능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문제가 등장한다. 보통 우리는 “진짜”가 “가짜”보다 우위에 있는 것이라 여긴다. 그런데, 예술에 있어 그 위계가 뒤집어 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실에서 “진짜”라고 하는 것은 예술세계에서는 의미가 없는 것일까? 왜 “진짜”인 모나크 부인보다 “가짜”인 첨 양이 예술가에게 더 좋은 모델이 되었을까? 이 문제는 예술의 본질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예술은 무엇인가?라는 어려운 문제를 마주해야 한다. 예술과 현실의 관계, 예술의 본질에 대한 논의는 간단히 정리하기 어려운 주제이지만, 헨리 제임스의 단편, 「진짜」라는 작품은 다음과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전통적으로 회화나 조각과 같은 재현예술을 바라보는 서양의 시각은 플라톤의 “이데아”론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아주 간단히 말해 완벽한 존재가 있고, 예술을 그것을 모방하는데, 완벽한 이데아의 모습에 가깝게 재현할수록 훌륭한 예술이 된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 예술을 바라보는 시각에 커다란 변화가 생겨나는데, 예술은 예술가의 창의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것이지 이데아를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는 견해다. 그런 시각에서 본다면 첨 양과 같이 예술가에게 상상력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게 해주는 모델이, 소위 “진짜”인 모나크 부부보다 더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키워드
가짜, 반영, 예술, 진짜, 헨리 제임스, 현실
전후맥락
이 작품의 화자인 “나”는 소설이나 잡지에 삽화를 그리는 화가이다. 어느 날 우아하고 잘 생긴 전형적인 귀족의 모습을 한 모나크 소령 부부가 자신들을 모델로 써달라고 하며 화가의 화실에 찾아온다. 화가는 마침 부탁받은 삽화가 상류사회를 다룬 것이라 이들 부부가 “진짜”(the real thing) 상류사회 출신이니 실감이 날 것이라고 여겨 모델로 쓰기로 한다. 그들을 모델로 삼아 몇 장 그려본 화가는 그들이 진짜라는 사실 때문에 자신의 상상력이 제한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반면에 오랫동안 함께 작업해온 전문 모델 첨 양(Miss Churm)양은 비록 하층민 출신이고, 주근깨 투성이에 비쩍 마른 볼품없는 모습이지만, 그려야할 삽화에 맞춰 단장을 하고 포즈를 취하면 사교계 귀부인이나 러시아 공주의 모델로 손색이 없고, 화가의 작업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곤 했다. 또한 새로 채용한 이탈리아 청년 오론테도 아이스크림 장사를 하다 망해 일거리를 찾아 화가의 작업실을 찾아 왔고, 영어를 한마디로 제대로 할 줄 모르지만, 필요한 역할을 재빨리 소화하며 화가의 삽화작업을 원활하게 해주었다.
화가는 모나크 부인을 모델로 작업을 하려 애쓰지만 그 결과물은 만족스럽지 못했고, 동료 화가들과 출판사는 새로 들인 “진짜” 상류층 모델들 때문에 그의 그림이 망가졌다고 평가하며, 그들을 해고하라고 종용한다.
결국, 상류 사회에 잘 어울리는 그들이 진짜 같은 모나크 부부는 오히려 진짜 모델로서는 부적합하다고 판단한 화가는, “진짜”인 그들 대신 전혀 진짜 같지 않은 미스 첨과, 오론테를 모델로 쓰기로 결심한다. 모델로서의 가치를 잃게 된 모나크 부부는 화실의 심부름꾼 일을 자처하면서 화실에서 남아 생활을 유지하려 하지만, 화가는 약간의 돈을 쥐어주고 그들을 떠나 보낸다.
고전본문
그녀[모나크 부인]는 대단한 집중력으로 혼신을 다해서, 사진사의 카메라 렌즈 앞에 앉은 것처럼 거의 꼼짝 않고 한 시간 동안 앉아 있었다. 그녀가 사진을 많이 찍었다는 걸 알 수 있었는데, 어쨌든 그런 습관은 사진 찍는 일에는 잘 맞겠지만 내가 하는 삽화작업에는 그렇지 않았다. 처음에 나는 그녀의 귀부인 같은 태도가 아주 마음에 들었고, 그녀의 자태를 선으로 그리며 그것들이 대단히 훌륭해서 연필이 술술 그림을 잘 그려나가는 데 만족했다. 하지만 좀 그려본 후에, 나는 그녀가 너무나 꼿꼿하게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아무리 애를 써 봐도 내 그림은 사진이나 사진의 복사판 같아 보였다. 그녀의 모습에는 다양한 표현력이 없었고, 그녀 자신이 다양성에 대한 감각도 없었다. 사람들은 그건 내가 할 일이어서, 내가 그녀의 자세를 어떻게 취하게 하느냐가 관건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녀로 하여금 가능한 한 모든 자세를 취하게 해보았지만, 그녀는 그 다양한 모든 것을 무색하게 했다. 그녀는 언제가 분명히 귀부인으로만 보였고, 어떤 식으로 해봐도 언제나 똑같은 귀부인이었다. 그녀는 진짜이기는 하지만, 언제나 똑 같은 인물이었다. 그녀가 자신은 진짜라는 확신에 차 침착하게 앉아있는 것이 오히려 화가 나는 순간도 여러 번 있었다. 나와의 일에 있어서 그녀와 그녀의 남편의 태도에는 자신들이 진짜이니, 그게 내게는 행운이라는 암시가 들어있었다. 나는 그녀 자신이 변화를 주도록 요청하는 대신에 … 그런 건 예를 들면, 첨 양이라면 똘똘하게 다양한 자세를 취해 줄 수 있겠지만 … 차라리 내가 그녀와 비슷한 인물유형을 찾아내 보려고 했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주의 깊게 배치하고 그려봐도, 그녀는 늘 같은 형상의 그림이 되었는데, 매력적인 여자로 재현되어야 하는데 키가 7피트나 되는, 너무나 키가 큰 여자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내 자신이 그리 키가 크지 않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내 관점에서는, 그렇게 키가 큰 여자는 매력적인 인물로 보이지 않았다.
[…]
모나크 부인을 열두 번쯤 그린 후에, 첨 양과 같은 모델은 그녀가 어떤 특정 형태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가치가 매우 높은 존재라는 사실을 이전보다 훨씬 더 확실히 느끼게 되었으며, 이와 아울러 그녀가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신기한 모방의 재능도 갖고 있다는 다른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녀의 평상시 모습은 멋있는 공연을 해달라고 요청할 때만 끌어올릴 수 있는 무대에 쳐진 커튼 같았다. 그 공연은 단순히 암시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현자에게는 계시의 말과 같은 것이어서, 그것은 생생하고 예뻤다. 심지어 나는 가끔, 비록 그녀가 수수하게 생겼지만, 지나치게 특징없이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를 모델로 해서 그린 인물들은 단조롭게 (보통 ‘평범하게’라고 부르는) 우아하다고 그녀에게 질책처럼 말하기도 했다. 이런 말보다 그녀를 더 화나게 하는 것은 없었다. 그녀가 서로 전혀 공통점이 없는 다양한 인물들의 모델이 될 수 있는 것은 그녀에게 대단한 자긍심을 주었기 대문이다. 그런 때면 그녀는 그녀의 “명성”을 떨어뜨린다며 나를 비난하곤 했다.
나의 새 친구들의 방문이 계속됨으로 해서 그녀의 이런 이상한 자질은 어느 정도 떨어졌었다. 첨 양은 모델 일로 부르는 곳이 많아서, 일거리가 부족한 적은 결코 없었기 때문에, 나는 모나크 부부를 좀 더 편하게 그려보기 위해, 그녀를 모델로 하는 일을 가끔 뛰로 미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확실히 진짜를 그리는 일이 즐거웠다. 모나크 소령의 바지를 그리는 것도 즐거웠다. 비록 모나크 소령이 그림 속에서는 거대한 체구로 나오기는 하지만 그들 부부는 진짜였다.
토론하기
(1) 모나크 소령 부부는 화가가 그리려는 “진짜” 상류사회 출신의 사람들입니다. 화가가 그들을 모델로 그림을 그릴 때 어떤점이 문제가 되었는지 이야기해 봅시다.
(2) 모델이라는 역할에서 모나크 부인과 첨 양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3) 모나크 부인과 첨 양 중 화가의 작업에 더 좋은 모델은 누구인가요? 그리고 그 이유를 이야기해 봅시다.
해설읽기
이 작품에서 핵심은 모델과 화가가 그리는 그림 사이의 관계에 있다. 화자인 “나”는 상류사회를 다루는 소설의 삽화를 그리는데, “진짜” 상류사회 출신이라는 모나크 부부와 전문 모델들 사이에서 누가 더 모델로 적합한지를 고민한다.
모나크 부부는 정말 상류사회 신사 숙녀의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있어서 그들을 그리면서 화가는 신이 났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들은 다양성이 없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어떻게 그려도 모나크 부인은 언제나 똑 같은 귀부인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진짜이기는 하지만, 언제나 똑 같은 인물이었다.” 현실의 모나크 부인은 항상 같은 사람이라는 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예술가에게 항상 사진을 복사해 놓은 것같이 같은 모습인 모델은 문제가 된다. 다양성이 부족하고 예술가의 창의성이 끼어들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첨 양과 이탈리아 청년 오론테는 현실에서의 자신들과는 다른 모습을 “연출”할 줄 아는 모델들이다. 첨 양은 실제로는 평범한 얼굴에 비쩍 마르고 천박한 말투를 쓰지만 때론 귀부인으로 때론 러시아 공주로 변신할 수 있는 연기자와 같은 모델이다. “서로 전혀 공통점이 없는 다양한 인물들의 모델이 될 수 있는 것”이 그녀의 재능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문제가 등장한다. 보통 우리는 “진짜”가 “가짜”보다 우위에 있는 것이라 여긴다. 그런데, 예술에 있어 그 위계가 뒤집어 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실에서 “진짜”라고 하는 것은 예술세계에서는 의미가 없는 것일까? 왜 “진짜”인 모나크 부인보다 “가짜”인 첨 양이 예술가에게 더 좋은 모델이 되었을까? 이 문제는 예술의 본질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예술은 무엇인가?라는 어려운 문제를 마주해야 한다. 예술과 현실의 관계, 예술의 본질에 대한 논의는 간단히 정리하기 어려운 주제이지만, 헨리 제임스의 단편, 「진짜」라는 작품은 다음과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전통적으로 회화나 조각과 같은 재현예술을 바라보는 서양의 시각은 플라톤의 “이데아”론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아주 간단히 말해 완벽한 존재가 있고, 예술을 그것을 모방하는데, 완벽한 이데아의 모습에 가깝게 재현할수록 훌륭한 예술이 된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 예술을 바라보는 시각에 커다란 변화가 생겨나는데, 예술은 예술가의 창의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것이지 이데아를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는 견해다. 그런 시각에서 본다면 첨 양과 같이 예술가에게 상상력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게 해주는 모델이, 소위 “진짜”인 모나크 부부보다 더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키워드
가짜, 반영, 예술, 진짜, 헨리 제임스, 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