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역사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것이 책이다. 이제는 꼭 책이 아니더라도 지식을 얻을 수 있는 다양한 경로가 생겼지만, 인간이 공부를 하고 지식을 축적해온 오랜 시간 동안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 곁을 지켜온 것이 책이었다. 일정한 지식이 모여 한 권의 책을 만들고 그 책들이 또다시 모여 도서관을 이룬다. 그래서 사람들은 도서관을 바벨탑에 비유해왔다. 신이 되기를 꿈꾼 인간들이 바벨탑을 쌓았다는 전설처럼, 세상을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절대적 진리를 얻기를 소망한 인간들이 도서관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런 상상력을 한껏 발휘해 인간이 살아가는 우주를 도서관에 비유한 사람이 있다. 이 글의 저자 보르헤스는 무한한 육각형의 열람실로 만들어진 도서관이라는 형태의 우주를 상상한다. 이 도서관에는 세상의 모든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지식을 담은 모든 책이 잠들어 있고 이 책들을 관리하는 사서들이 존재한다. 이 글의 화자인 ‘나’ 역시 바로 그 사서들 중의 한 명이다. ‘나’는 이 수많은 책 가운데에는 우리 각각의 인생에 대한 해답을 담은 책들이 당연히 포함되어 있을 것이고, 그런 믿음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어느 날은 이보다 더 놀라운 소문이 들려온다. 그건 바로 이 무한히 많은 열람실 중 어딘가에는 이 모든 책에 대한 완벽한 요약이자 해설을 담은 한 권의 책이 존재한다는 소문이었다. ‘나’는 간절히 기도한다. 만일 자신이 그 책을 직접 볼 수 없다면 제발 인류의 오랜 역사 속 단 한 명만이라도 영원하고도 절대적인 진리를 담은 그 한 권의 책을 본 사람이 있게 해달라고 말이다.
보편적 진리에 대한 인류의 소망은 아주 오랫동안 계속되어왔다. 경전 혹은 고전이라고 불리는 책들의 존재는 인류의 이런 바람을 잘 보여준다. 수천 수백 년의 시간 동안 인류는 성경, 코란, 사서삼경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우주에 대한 완벽한 암호 해독서이자 개론서’를 꿈꾸고 믿어왔다. 종교적 차원을 떠나 동서양의 수많은 학자들이 ‘보편적 진리’에 대한 간절한 희망을 품고 이 책들을 공부했다. 그러나 「바벨의 도서관」에서 ‘나’의 간절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 완벽한 한 권의 책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인류의 실제 역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경전이나 고전으로 불려온 세월이 오래된 책일수록 오히려 그 책에 대한 해석은 더욱 다양해져 수십, 수백 가지에 달하는 서로 다른 목소리가 그 위에 차곡차곡 무게를 더해왔다.
그렇다면 결국 우리가 확신할 수 있는 가장 분명한 진리는 변하지 않는 보편타당한 진리란 없다는 역설일지도 모른다. 책을 통해 절대적 진리를 구할 수 없다면 그럼에도 책을 읽는 의미는 어디에 있을까? 무려 5만여 권의 책을 소장하였던 움베르토 에코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언제나 젊은 친구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권한답니다. 그러면 삶의 마지막에 가서는 수없이 많은 삶을 살게 되는 거예요. 그건 정말 굉장한 특권이지요.” 그렇듯 책을 읽는다는 것은 삶에 대한 유일무이한 정답을 배우는 과정이 아니라 수없이 많은 삶의 방식과 관점을 이해해 나가는 과정이다.
수많은 시험을 보고 그 속에서 정답을 찾아야 하는 수험생활은 이와는 한없이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더구나 그렇게 정답을 찾아야 하는 과목의 수는 한숨이 나올 정도로 많다. 그러나 우리를 힘들게 하는 이 많은 과목의 수는 이 세상을 설명하는 정답의 수가 그만큼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인문학도, 사회과학도, 자연과학도, 공학도, 결국 이 세상을 이해하려는 다양한 설명방식 중의 하나이다. 세상을 완벽하게 설명하는 단 하나의 정답이란 존재할 수 없기에 각각의 분야, 각각의 과목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설명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 다양한 과목들을 공부하다 보면 과연 나는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어떤 질문을 던지는 것을 좋아하는지, 어떤 방법으로 답을 찾아 나갈 때 재미를 느끼는지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찾은 나에게 맞는 책, 나에게 맞는 길에 조금 더 집중해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유일한 정답이 아닌 우리 각자에게 맞는 삶의 길이 웃으며 나를 기다리는 순간을 만나게 될 것이다.
키워드
도서관, 보편성, 상대성, 우주, 정답, 진리, 질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