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포크라테스 선서」는 <히포크라테스 전집>에 실려있는 많은 글들 중 한 편이다. 그러므로 「선서」의 성격은 <전집>의 특징을 통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선 알아두어야 할 것은, 이 전집은 서양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히포크라테스의 이름을 빌리고 있긴 하지만, 그의 개인 저술집이 아니라 기원전 5세기에서 2세기에 걸쳐 히포크라테스 본인을 포함해 여러 저자들이 저술한 의학 관련 글 60여 편을 모은 것이다. 대부분 저자들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의학과 관련된 고대 그리스의 문헌들을 마구잡이로 모은 것은 아니다. 히포크라테스를 중심으로 한 모종의 학문적 공동체(이를 코스 학파라 부른다)에 의해 집필되고 향유된 것은 분명하다.
전집에 수록된 글들 간에 상충하는 면도 많지만 중요한 특징들을 꼽자면 첫째, 체액설이 제시되어 있다는 점이다. 체액이 균형과 조화를 이룬 상태가 건강이고 이 조화가 깨져 특정 체액이 분리되는 게 질병이라는 설이다. 체액에는 혈액, 점액, 황담즙, 흑담즙이 있는데, 가령 흑담즙질의 비중이 큰 사람은 우울하고 게으르다고 보았는데, 바로 이 흑담즙에서 유래한 단어가 우울증을 뜻하는 멜랑콜리다. 둘째, 환경(장소나 계절)이 미치는 영향을 중시한다. 「공기, 물, 장소에 관하여」 같은 글이 대표적이다. 한편, 「유행병」 같은 글을 보면 전반적인 기후 상태와 질병 유행의 관계를 기술하지만, 동시에 시간에 따른 환자의 경과를 면밀하게 관찰하여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대단히 실증적인 의학의 면모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 탈골과 골절에 대해 외과적으로 처치하는 방법도 적혀 있다. 끝으로 의사들의 바람직한 직업적 윤리나 태도를 기술한 글들도 있는데, 「히포크라테스 선서」로 불리는 「선서」 대표적이며 「법」, 「교훈」, 「예법」 등도 있다. 이 전집의 여러 저작들은 의학을 종교나 신앙이 아니라 ‘학문의 영역’으로 연구하였다는 점에서 대체로 상통한다.
「선서」는 함께 의업에 종사하는 동업자들 간의 직업 윤리와 환자에 대한 의사의 윤리가 기술되어 있다. 여기 나오는 높은 윤리적 기준은 기독교에 의해서도 받아들여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선서」는 오늘날에도 전 세계 의과대학의 졸업식에서 시행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로도 유명하다. 다만, 현재 낭송되고 있는 선서문은 히포크라테스가 선서한 원문이 아니라 1948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22차 세계의사협회 개정 선언문이다.